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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 족집게 문어를 어찌할꼬?
모레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독일은 문어(Oktopus) 한 마리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독일 에센 근처의 소도시 오버하우젠(Oberhausen)에 있는 수족관의 문어는 전부터 축구시합의 승패를 예언해 왔는데 지금까지 거의 족집게처럼 알아맞혔다. 무슨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이 문어를 관리하는 수족관 직원이 독일의 중요한 시합이 있을 때마다 두 나라의 국기를 붙인 유리 상자 두 개를 수족관 안으로 나란히 넣으면 문어가 곧바로 와서 둘 중의 하나에 착 달라붙는다. 이게 거의 100번에 걸쳐 다 맞았다고 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도, 이 문어는 지금까지의 독일경기의 승패를 완벽하게 알아맞혔다. 즉,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아르헨티나와의 시합 때는 독일 국기에 달라붙었는데 1대 영으로 진 세르비아와의 시합을 앞두고는 세르비아 국기에 납작 달라붙었다.
게다가 이 문어의 이름이 심상치 않다. '바울Paul'이다. 영어로는 'octopus the paul'이다. 신약성서에서 최고의 석학이 사도 바울이지 않는가. 그는 예언과 방언을 합리화한 사람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기로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독일 사람들도 내심 마음을 졸이지 않을 수 없다. 아, 저놈의 문어를 어찌할꼬? 과격한 독일 축구팬들은, 망할 놈의 문어 당장 잡아먹어야 된다고 난리다.
결국 독일 사람들은 이 문어가 이번에는 뭔가 맛이 가서 반대로 짚었다고 믿고 싶어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문어가 그 전에 잘못 짚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흥미롭게도 그 예외란 것이 2008년 유럽챔피언(Euro 2008)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결승전에 맞붙었을 때다. 즉, 이 때 이 문어는 독일 국기에 납작 달라붙었는데 결과는 반대로 스페인이 1대 0으로 이겼다.
사람들의 근심에 수족관 관리자는, 이 문어 나이가 두 살 반인데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에 해당하니, 노망할 때도 되었다고 위로한다. 사실 두 나라의 국기를 보면 상당히 비슷하다. 아이고, 제발 저 문어가 진짜 맛이 가서 잘못 달라붙었으면 좋으련만! 하나님도 가끔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불안해하자 한 신문 기자가 (Bild) 나와 문어튀김을 먹으면서 예언가 문어에 대한 반감을 풀고 있다.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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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페인이 이기면 스페인이 저 문어를 고가로 사들일 것 같고 독일이 이기면.... 심란해짐. 문어에게 붙여준 점장이라는 용어도 그렇고 바울이라는 이름에, 성경까지 등장하니 이 정도면 Spass의 경계를 이미 넘은 듯.... 믿을 수 없는 일이네요.
저 문어(독일 사람들은 해물에 약해서 Krake라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 오징어와 함께 Titenfisch라고도 하는데) 이미 유명한 생물인데, 그저께 점칠 때 TV에 생중계되어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지. 오죽 똑똑했으면 바울이라고 이름붙였겠나. 과연 바울이 또 한 번 오판을 한 것인지. 내일 새벽이 기다려지네 ㅋㅋㅋ.
문어에게 바울이라는 이름지어주고 점치게 하고 그거 생중계하는 게 더 경악스럽다. 내일 새벽을 기대하는 선배는.... 이하 생략. 저 문어보다 내 신기가 더 정확하다. 어느 팀이든 더 잘하고 운 좋은 팀이 이긴다~
사람들은 저 문어가 재미있는 모양인데, 난 스페인 전에서 보연준 독일의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워 그 이후 독일 쪽의 언론, TV고 신문이고 일체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이 실망과 분노가 조정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선배가 독일사람으로 산 세월이 얼만데 충분히 이해가 되어요. 근데 독일사람들 좀 과했어요. 문어에게 점치게 하고 중계까지 한 것은 이미 현대판 황금송아지.... 하나님이 노하신 게 아닐까... 근데 스페인이 너무 잘했다는데요. 우쨌거나 저쨌거나 더 잘한 팀이 이긴 거 맞네요. 충격을 좀 식히시고.... 결승전이 궁금해요 저는....
개인적으로야 문어에 무슨 관심이 있겠노. 독일팀이 축구 잘하는 게 너무 즐거웠고 독일을 제 2의 고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황당한 내용이지만 독일 이야기를 즐겨했을 뿐. 거의 사적인 카페의 텍스트에 1000회가 넘는 클릭수가 기록된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독일축구에 관심이 좀 있었던 모양인데, 문어 에피소드를 독일 사람들 일반이 심각하게 간주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네. 문어는 문어, 축구는 축구. 아쉽게도 절반의 성공, 올여름 독일 가려했는데, 현재로선 의지 제로 상태 ㅎㅎㅎ.
허거덕.... 축구땜에 안 가는 거여요? 참 이상하죠.... 방학하면, 방학하면... 기다린 방학인데 막상 방학하니 저도 독일 가는 거 고생길 같아서 맘이 별로 안내켜요.
내가 독일 축구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었는지 스페인전에서의 좌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정말이지 문어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패스 다 걸리고 공격 템포란 게 모래사장 위에서 뛰는 것 같았고. 그전에 너무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실망에 또 실망. 그래도 가긴 가야되는 게 처리못한 짐도 있고 ㅋㅋ. 요즘 유럽 여행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비행기 표가 잘 안돌아 오네. 바울을 잡아 팔면 경비 문제는 없겠지만 수족관 경비가 워낙 삼엄해서 힘들 것 같고 ㅎㅎ.
흠.... 독일 축구에 실망해서 독일 갈 맘이 사라졌다.... 독일병이 심각하시구만.... 빨리 갔다 오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