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하것소
김 영 승
촌에서 살다봉께 시한에는 그케 하는 일도 없고 해서 친구들이랑 쇠죽 끓이는 방에 들어 앉아각꼬 삼봉치다가 젤로 꼴찌난 사람은 놈의 밭에 가서 쫙 갈라진 배추를 서리해각꼬 오면 모다 모여서 배추치럼을 하고 살았제라.
그날도 나는 맬겁시 집에 있으꺼정 하다봉께 겨울비도 찌적찌적 내림시롱 눈발도 희끗희끗 내리는데, 쩌그 길가세 봉께 누가 자빠져각꼬 덜덜 떰시롱 있응께, 원매 나는 큰 일났다고 하고 얼릉 일켜세워각꼬 내등에 어찌께어찌께 엎혀서 쇠죽 끓이던 방이 노골노골하니께 거그다가 내려놓고 담배냄새 찍찍나는 이불을 꺼내각꼬 덮어중께, 인자사 정신이 든가 물한잔 주라고 하던께라.
보기에는 나보다 한두살 적게먹었으까 할 정도로 얼굴은 이뻐각꼬 생겨부런는디, 어찌께 뭔술을 먹어각꼬 질가에가 눠부런는지 짠하기도 합디다.
그래서 자초지종 물어봉께 읍에 어뜬 새끼하고 선을 봐각꼬 결혼할라고 맘을 먹어불고 만나고 있었는디, 그 새끼가 말을 들어봉께 사기꾼이라고 소문이 파다하게 났뿌러서 도저히 이 결혼 못하것다고 하고 파혼을 선언하고 옴시롱 견딜 수가 없응께 술을 먹어부렀다고 안하요.
그란디 일은 인자부터 일어났뿌렇당께요.
벌벌떨길래 등에 업고 쇠죽방에 내려놓고 냄새나는 이불을 덮어주고 옆에서 한정없이 지켜보다봉께 나도 살짝 잠이 오길래 그 옆에서 이불을 째끔덮고 잠을 잤는디, 아가씨가 잠에서 깨면서 나보고 겁탈했다고 소리소리 지름시롱 책임지라고 하는디 어짤줄을 모르것어라.
나는 정말 애먼디, 진짜 털끝하나 안 건들었당께요.
하기사 나도 시골에서 살다봉께 애인도 없이 머시매 새끼들하고만 모여각꼬 봉초담배나 뽁뽁 피우고 있었응께 한심했지라.
그라고 카만히 생각해봉께 나보고 책임지라고하는디 그케 내가 별 손해가 없을 것같터서 깜짝 놀래는 시늉하면서 나는 안 건들었는디 너무 애만디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요.
그람시로 다시 생각했지라, 시집간 사람도 아니고 약혼만 했다가 파혼했응께 깨끗한 처녀아니것소.
그렇게 해서 우덜 둘이는 만나기 시작했제라.
그란디 만나면 만날수록 이 아가씨가 긴이 찍찍흐르요.
얼굴도 이쁘지라 못하는 일도 없고 반찬을 금방 맹그는데도 참말로 맛있어분당께라.
그래각꼬 그 아가씨한테 이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것냐고 물어봉께 아이고 어디는 다르다요. 차라리 시골에서 농사짐시롱 마음편하게 사는 것이 훨씬 좋지라.
이쁜 것이 이쁜말만 안하요. 아주 미치것소.
나는 그래각꼬 우리동네에서 젤먼저 결혼을 해붕께 장개못간 동네형님들하고 친구들이 날마다 우리집을 댕기면서 재수씨 친구하나 소개해주쇼 하는 바람에 우리각씨는 중매쟁이 댜부렀소.
그라고 시골에서 삼시롱 아들딸 다섯 낳아각꼬 놈 보란 듯이 이라고 사요.
김영승
호 현봉, <진도혁신일보> 발행인겸편집인, 시인, 한국문협 진도지회 회장, 《한강문학》 한진회 회장, 목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월간 《한국시》 등단(1992), 전라남도문인협회 부회장(역임), 당산문학회 회장, 현봉창작교실 원장, 《한강문학》 편집위원, 전남문학상 수상 외, 저서:《전라도 일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