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 외 15편 장 수 영 네 몸 펼쳐놓고 나를 너에게 주려 한다
부드럽게 선명하게 내 몸같이 하나 되게.
장미 아픔으로 피워 올린 꽃 나는 빨간색입니다 당신 앞에 불꽃처럼 몸 사르고 가더라도 깊은 향기로 남고자 해요. 연가 오늘도 그리운 바다를 찾았다 그곳에 그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포기할 줄 모르는 그대에게 나도 모르게 홀려 따라나섰다가 물보라 일으키며 꽃으로 피었다 쓰러졌다가 다시 또 솟구치는 사랑 나는 아직도 푸른 파도로 일렁인다. 어느새 중년 어린 시절의 그리움으로 지나가 버린 자리에 서서 세상 풍파 시비 분노 상처 질투 욕심 두려움과 욕망 모두 내 가슴 쓸어 담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원수도 사랑하라 하셨나요 애통한 마음으로 가난한 손길 슬픈 마음 안아 주며 무지개 옷 갈아입으며 가시밭 인생길 하늘길 걷듯이 나누고 섬기는 사랑으로 한 그루 나무로 살아가리라. 두렵지 않아 비바람 세차게 불어왔다 사랑도 풀잎처럼 흔들리고 두 손 다 놓아버릴까 할 즈음 살며시 다가와 잡아 주는 손길 나 이제 겁나는 게 없어졌어. 내 사랑 머물던 곳으로 홀로 남겨진 빈 둥지 곁에는 내 아득한 그리움만 남아있네 반가이 맞아주고 안아 주네 토닥토닥 이쁘다 괜찮다 말하네 아픔 숨기고 떠나야 했던 그곳 우리 사랑 머문 자리였네 바람 불고 먹구름 머문 자리 다시 환한 빛으로 가득하네 폭풍우 지나간 자리 쓸쓸해도 달님은 내 눈물 닦아 주었네 이제 빛나는 한 별로 살아가리.
꿈 봄 풀밭에서 작은 꽃으로 피어 춤추며 오는 나비를 기다린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대 진한 향기로 암호를 보낸다. 왜 이렇게 좋을까 어머나! 벌써 봄이 오셨네요 계곡의 물소리에 어깨가 흔들린다 저 너머 앙상한 나무들 사이 파릇하게 손 내미는 친구야 반갑다 들녘에는 개구리들의 기지개 소리 봄의 연주곡에 나는 멋진 지휘자 왠지 운수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어깨춤이 덩실덩실 발걸음도 가볍다. 내 길 돌이켜보며 돌이켜 생각하리 지난 삶 다시 생각하리 나의 실수와 잘못 고통 속 내 안의 아픔 부끄러운 상처가 되었다 누가 볼까 감추며 용서의 눈물로 다시 일어서리라 처음 걷는 그때처럼. 강물처럼 시작도 끝도 모르는 길 바람 소리 따라 정처 없이 저 멀리 앞서거니 햇님 가네 어디로 가든 상관없네 거센 풍랑 막힌 모퉁이 길 천천히 돌아가리 시냇가 잔잔히 잠시 짐을 내려놓고 거슬러 갈 수 없는 길 끊을 수 없는 길에서 부서지고 깎인 몽돌로 떠밀려 부드러운 사랑으로 흘러가리 구석구석 물길 따라 떠밀려 온 길 돌이켜 다시 흘러가리라. 거울 꽃이 활짝 웃네, 슬픔을 감추고 새 옷 단장하고 다시 거울 앞에 문을 열고 닦고 쓸고 정리 정돈 깨끗하게 하루일과 함께 나누고 기쁨으로 나눔으로 사랑으로 다시 만나자 약속하며 고개 끄덕끄덕 화이팅! 외치고 돌아서네 오늘도 거울 앞에서. 그대 따라 피는 꽃 그대의 멋진 웃음에 나도 덩달아 고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내가 피운 꽃이 아니라 당신이 날 꽃피게 하였습니다. 우리 집 초록 울타리에 연못 미꾸라지는 숨바꼭질하고 개울물 다슬기는 놀기에 분주하다 호박이 알을 놓고 고추와 피망 날씬한 몸매 자랑 포동포동한 오골계 가족 방울방울 토마토 소곤소곤 보라색 가지 한 바구니 풍성하게 콧노래 부르며 씨앗 뿌리고 잔디밭에 누워 구름 타고 훨훨 날아 본다. 사랑아 너도 모르게 너를 훔쳐 내 맘에 꼭꼭 숨겨두었을 때 나는 참 행복했었다. 비 그치고 나면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비가 내린다 오랫동안 참았던 나의 울음처럼 마구마구 쏟아진다 비 그치고 나면 맑은 하늘 볼 것이다. 다시 한번 아직도 눈물로 그 길 걷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사랑 때문이다 메말라 갈라진 틈 사이로 이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조용히 눈을 들어 산을 바라보니 가슴 가득 채워오는 바람이 분다 나를 일으켜 하루를 노래하게 한다 나도 푸르르고 싶다고 속삭였다 깊은 상처 어루만지는 햇살 따숩다. |
장 수 영
《한강문학》13호(2018.여름호)시부문 신인상 수상, 문단 데뷔, 한국방송통신대 졸업, 대전대학교 대학원서예과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호스피스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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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감상
장수영 〈화선지〉 외 / 《한강문학》 43호 장수영 시인의 '사랑 노래'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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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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