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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하천 생태계 '보통' 수준
구천천 '최적', 고현천ㆍ연초천 '불량'…부착조류 서식환경 '물빛 전반적으로 탁한 다소 오염된 환경'
기획 연재: 거제의 젖줄을 살피다 ...새거제신문
①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로 본 거제지역 하천 ② 하수구에서 휴식공간으로 - ‘온천천’을 가다 ③ 지역 하천이 달라진다 - ‘고향의 강’ 사업
강과 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하천(河川)은 생명의 원천(源泉)으로 불린다. 인류의 생명이 시작된 곳이자 찬란한 문화를 피운 까닭에서다. 강물은 깊은 산, 맑은 샘에서 발원(發源)해 여러 물줄기를 만나며, 도도한 흐름을 멈추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다. 먹는 물(식수),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생활용수), 논밭에 대는 데 드는 물(농업용수), 공업 제품 생산 과정에서 쓰는 물(공업용수)도 강물에서 나온다. 그야말로 삶의 ‘젖줄’인 셈이다. 우리 고장 거제의 젖줄은 어떠할까. 사면이 바다인 거제는 하천 대부분이 바다로 통하는 연안(沿岸)하천이다. 내륙을 흐르는 하천과는 사뭇 다르다. 핏줄처럼 거제 구석구석을 흐르는 지역 하천을 살펴봤다.
▲ 거제지역 하천 현황을 나나낸 지도. 지방하천은 17개, 소하천은 130개가 있다.
<하천의 구분> 하천은 국토보전과 국민경제의 중요도에 따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뉜다. 국가하천은 유역면적 200㎢ 이상이거나,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를 흐르는 하천 또는 국가적 물 이용이 이뤄지는 하천일 경우 지정된다. 지방하천은 국가하천 외에 지방의 물 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천으로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거제시에는 지방하천 17개(오량천·사등천·고현천·수월천·송정천·아주천·산양천·구천천 등)와 소하천(상동천·용산천·삼거천·장자골천·소동작은천·학동천·탑포천·명진천·학산천·석포천 등) 130개가 있다.
< 유역과 수계> 하천은 지형과 물줄기를 고려해 유역(流域)과 수계(水系)라는 표현을 쓴다. 유역은 하천으로 물이 흘러드는 언저리 지역을 말하고, 수계는 지표의 물이 모여 같은 물줄기를 이루는 계통(예: 한강수계, 낙동강수계 등)을 말한다. 즉, 면과 선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비교적 쉽다.
하천은 다시 효율적인 수질관리를 위해 유역과 수계 특성에 따라 대권역·중권역·소권역으로 구분한다. 낙동강권역은 3개(낙동강·형산강·태화강)의 주요 수계가 분포하고, 이 수계를 기준으로 총 33개 중권역이 분포한다. 이 가운데 거제도는 수영강, 왕피천, 대종천, 가화천 등과 함께 기타 수계에 속한다.
< 거제 하천 수생태 >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2년 말 발행한 ‘낙동강권역 수생태 지도집(이하 지도집)’에는 거제 주요 하천의 여러 생태 지표가 자세히 나타나 있다. 지도집을 보면 거제도 대표지점(구천천: 삼거동, 연초천: 연초면 명동리, 연초천-1: 연초면 다공리) 수질은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좋음(lb: 용존산소가 많은 편이고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청정상태에 근접한 생태계로 일반적인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쓸 수 있음)’이며, 오는 2015년까지 대표지점 목표기준도 ‘좋음(lb)’으로 정하고 있다.
<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 >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는 하천의 다양한 생물들이 하천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반응해 나타내는 서식상태를 표준화된 공식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는 △부착조류(附着藻類, 하천 등에서 암석·자갈·모래·생물체 등의 표면에 붙어사는 조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생활 일부를 퇴적물, 수초, 나뭇가지 등 수중바닥에서 서식하는 생물 중 맨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크기의 척추가 없는 동물) △어류(魚類) △식생(植生) △서식(棲息) 및 수변 환경의 5개 분야로 이뤄진다. 각 분야는 서식상태에 따라 ‘최적’, ‘양호’, ‘보통’, ‘불량’의 4등급으로 구분된다.
< 부착조류> 거제도에는 특정 종(種)의 서식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서식범위가 넓은 일반종과 오염 내성(耐性)을 보이는 종들이 주로 출현하는데, 부착조류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도집에 나타난 거제도의 건강성은 ‘보통(물이 미지근하고 약간 불투명하며 유속은 약간 느림. 바닥은 주로 모래와 미세모래로 구성. 부착조류가 녹색을 띠며 많음)’이다.
주요 하천 가운데선 구천천이 ‘최적(물이 매우 차고 맑으며 유속이 빠름. 바닥이 주로 큰 바위와 자갈로 구성. 부착조류가 매우 적음)’ 등급으로 평가됐고, 고현천과 연초천은 ‘불량(물이 미지근하고 매우 불투명하며 유속이 느림. 바닥은 검은 미세모래로 구성. 부착조류가 갈색 혹은 회색을 띠며 매우 많음)’으로 나타났다.
총 74종의 다양한 부착조류가 출현하고 이 중 쪽배돌말과가 46%, 땅콩돌말과 18%, 김발돌말과 16%, 기타 20% 등이다. 거제도에 분포하는 부착조류의 주요 서식환경은 유기물이 많이 침전된 다소 오염된 환경으로 물빛이 전반적으로 탁하고 주로 큰 돌멩이, 자갈, 모래 등이 하천바닥을 구성하고 있다.
<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
거제도 중권역에는 실지렁이, 돌거머리, 물벌레류, 잠자리류 등 오염에 강한 종이 주로 서식하고 있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을 통해 본 건강성은 ‘보통(물달팽이, 덕거머리류, 물벌레, 밀잠자리 등 출현)’이다.
총 19종이 발견되고 하루살이(21%)와 파리(11%) 종류 중심의 수서곤충(水棲昆蟲·물속에서 사는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대부분이다. 주요 우점(優占)종은 물벌레류, 깔따구류, 돌거머리, 꼬마물벌레류, 실지렁이 등이다. 연초천은 ‘양호(다슬기, 넓적거머리, 강하루살이, 동양하루살이, 등줄하루살이 등 출현)’한 걸로 나타난 데 반해 고현천과 구천천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어류> 거제도 중권역에서 발견된 어류는 대부분 수서곤충을 먹는 충식(蟲食)종이고 내성종, 중간종, 민감종이 골고루 분포한다. 주로 나타나는 종은 검정망둑, 참붕어, 참갈겨니 등이다. 이에 따른 건강성은 ‘보통(각시붕어, 강준치, 납자루, 동사리 등)’이다.
총 1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이 중 잉엇과와 망둑엇과 어류가 각각 31%, 미꾸릿과 어류가 25%를 차지하며, 왕종개·남방종개·동사리 등 3종의 한국고유종이 분포한다. 구천천은 ‘최적(미유기, 금강모치, 열목어, 버들치 등)’, 연초천은 ‘보통’, 고현천은 ‘불량(가물치, 끄리, 미꾸라지, 메기)’으로 파악됐다.
< 식생> 한해살이 초본(草本·지상부가 연하고 물기가 많아 목질을 이루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과 외래(外來)종의 우점 면적이 넓으며, 종 다양도(多樣度) 및 하천 자연도(自然度)가 낮게 나타난다. 또 우점 군락(群落)의 다양성이 높아 식생을 통해 본 거제도 대표지점의 건강성은 ‘보통(강터 외 물가 강둑이 인위적으로 있음. 식생다양성 및 종 다양성 21~40%. 외래종 우점면적 15% 이상 20% 미만. 1년생 식물면적 15% 이상 20% 미만)’이다.
거제도에서는 총 9종의 식물이 관찰되고 고마리(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군락, 환삼덩굴(뽕나뭇과의 한해살이 덩굴풀) 군락 등이 분포한다. 그 외 출현 종으로는 갈대, 꽃창포, 마름, 물억새, 갈풀, 바랭이, 부들 등이 있다.
특히 마름은 ‘물속의 밤나무’로 통한다. 수학 도형에서 마름모라는 명칭이 바로 마름의 잎 모양에서 따온 것이다. 마름의 씨앗은 모서리가 뾰족하게 생겼는데, 식용이 가능하다. 시골에서는 삶아서 먹으면 밤 맛과 비슷하다 해서 ‘물밤’이라 부른다.
거제도 대표지점의 식생 단면도(斷面圖)를 보면 좌안(左岸·하천 상류에서 하류를 향해 볼 때 왼쪽 강기슭)에 인접한 ‘큰물터(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에는 꽃창포, 고마리가 차례로 분포하고 그 외 갈대, 물억새 등이 출현한다. 우안(右岸)에는 큰물터가 없는데, 둑비탈에는 환삼덩굴과 칡이 섞여 산다. 식생 등급은 고현천과 연초천이 ‘보통’으로 나타났다.
<서식 및 수변환경> 거제도 유역의 하천은 저수로(低水路·가뭄 때에도 물이 흐르는 하천 부지의 얕은 부분)가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오염원의 유입이 적으며, 하천 주변은 인공녹지와 자연녹지가 뒤섞여 있다. 하천 가장자리 폭은 아주 좁고, 제방은 대부분 사석(沙石) 쌓기 등으로 호안(護岸)이 조성된 서식 및 수변환경을 나타낸다.
저수로에는 호안공(護岸工·기슭막이)이 없고, 제내지(堤內地·둑 안에 있어서 둑의 보호를 받는 땅)는 대부분 산지로 자연성이 높으며, 물길과 저수로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수중보(水中洑·물길을 막아 물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만든 보)에는 고깃길(魚道)이 설치되지 않아 전반적인 서식 및 수변환경은 ‘보통(전체적으로 자연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제한 요인이 많음)’이다. 구천천은 ‘최적(전체적으로 자연성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서식환경 역시 양호함)’, 고현천과 연초천은 ‘보통’으로 나타났다.
거제도 중권역의 연초천 하류는 최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기수갈고둥(물의 속도가 빠르고 잔자갈이 깔린 하천의 기수 지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이 있는 지역-에 서식하는 갈고둥과의 연체동물)’의 집단서식지로 밝혀졌다. 이러한 특정 생태공간은 생태하천 개념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해 보전·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판단이다.
<<<생물용어 풀이>>>
부착조류 주로 하천 바닥에서 서식하는 규조류(硅藻類·갈색식물의 1군[群]으로 단세포의 특수한 형태의 조류)인데, 수서곤충이나 물고기 등의 먹이가 돼 하천생태계의 에너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하천의 자갈과 돌에 장기간 달라붙어 수질변화나 오염을 반영하는 지표생물로 활용된다.
<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하천생태계의 1, 2차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잠자리 유충·장구애비 등과 같은 수서곤충이 차지하고 비(非)곤충류로 다슬기 등의 연체동물, 거머리 등의 환형동물, 플라나리아 등의 편형동물, 가재 등의 갑각류(甲殼類)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다양한 종류와 풍부한 개체 수로 하천생태계 먹이사슬의 중추적인 위치에 있는 생물이다. 이동이 적고 채집이 쉬우며, 수질에 민감한 종이 많아서 수질오염에 대한 지표 중 환경변화 모니터링에 활용되고 있다.
< 하천식생> 하천을 덮고 있는 녹색식물의 분포 상태를 뜻한다. 하천식생은 1차 생산자로서 영양구조의 바탕을 구성하고, 하천생물의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하천의 특성에 따라 고유의 식생이 발달하므로 하천의 입지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하천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 서식 및 수변환경> 하천 흐름의 자연성, 종적 구조, 제방 주변의 토지이용, 하천의 구성 재료, 하천식생 등과 같이 하천 구성요소의 특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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