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오전 약간 흐리고 강한 스모그 미세먼지
어제 도이수텝 가는 날 오후부터 스모그가 도시를 덮기 시작 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짙게 도시를 짖누르고 있다.
호흡기가 좋지 않은 친구의 부인은
이미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치앙마이의 봄철 화전 스모그와 미세먼지는 이미 악명 높지만
오늘 스모그는 시기적으로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여행 정보에 의하면 한 프랑스인 남성과 태국인 여성 부부가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시 외곽에서
<Nana jungle> 이라는 빵 마켓을 연다고 하였다.
아침 7시30분에 부지런히 grab을 타고 찾아가
20 여분 후, 한적한 교외 마을 안길로 들어서니
갑자기 끝없이 늘어선 주차행렬이 차선 하나를 가로막았다.
왕복 2차선이니 외길에서 오가는 차들이 겨우 겨우 교행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교통정리자의 도움으로 마을 입구에 다달아
차에서 내려 숲이 우거진 광장에 다가가니
숲속 광장 대문 앞에서 한 여직원이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우리가 받아든 번호는 J-42~45 번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늦은 번호인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숲속 광장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와 다양한 상인들의 좌판이 뒤얽혀 어수선했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초가지붕의 큰 대청 같은 곳 앞에 운집하여 있었다.
300여명은 넘어보였다.
대청마루 위엔 여러가지 빵을 담은
수십개의 대나무 바구니가 진열되어 있었고
먼저 입장한 사람들이 줄지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봉투에 빵을 담고 있었다.
대청마루 입구에선 겸손하고 후덕해보이는
미인형의 한 중년 태국인 여성이
밝은 웃음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차분히 맞으며
번호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막 A-**번을 부르고 있어 우리 차레는 한참 기다려야 했다.
낙심하여 서 있는데 누군가 내 팔을 살짝 건드렸다.
돌아보니 한 깡마르고 순진해 보이는 태국 청년이
여자친구와 함께 나를 보고 웃으며 표 한 장을 내밀었다.
B-2*번이었다.한 가족에 한 장이면 되니 그가 가진 두 장 중 한 장을 내게 준 것이다.
잠시 이래도 되나 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너무 많은 대기자들을 보며 이내 그것을 받아들었다.
곧 차례가 돌아오자 정자 위로 올라가 네명이 한 가족임을 밝히고
예의 그 여주인과 각자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표를 받아 순서를 앞당긴 것도
옳지 않은 행동이었고
여주인과 여유롭게 사진을 찍은 것도대기자들에겐 짜증나는 일이었을 듯 하다.
테이블 위 바구니엔 가격표가 붙은 수십 종류의 빵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평소 빵을 좋아하는지라 바게트와 크로와상 등 6-7개의 빵을 골라 담았다.
뒤따라온 아내도 빵을 골라 봉투에 담았다.
대청마루 반대편에서 내려서니
여직원들이 빵봉투를 확인하며 계산을 했다.
아뿔사!
아내와 내가 경쟁적으로 주워 담다보니 너무 많은 빵을 샀고
금액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뒤늦게 어리석음을 깨달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혼잡한 중에 서두르다보니 이성을 잃은 것이었다.
이름하여 <nana jungle>은 결코 헛된 이름이 아니었다.
비이성과 이성을 테스트하는 정글 jungle이었다.
광장 한 쪽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커피와 함께 빵을 먹으면서도
너무 많은 빵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야 했다.
빵이 맛있는지를 음미할 여유도 없이
밀려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쫒기듯 자리를 내주고 돌아나왔다.
아침장터엔 수십명의 상인들이 텐트나 좌판을 치고
음식과 기념품, 옷가지 등을 팔고 있었다.
한국음식을 파는 손수레도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곳에 빵 마켓을 열고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아
그곳에서 가난한 이웃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토요 아침시장을 연 그들 부부는
매우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빵가게 < nana jungle > 아침시장의
무한한 번창을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