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방 개설을 축하 하는 뜻으로다
새로 나온 따끈한 책 하나 소개 합니다.
제목: 여신의 역사
지음: 베터니 휴즈
옮김: 성소희
요즘처럼 여신이 차고 넘치는 때도 없다.
책받침, 충무로, 배구, 골프, 필라테스, 드레스, 시구(始球), 날씨 등
앞에 무엇이든 붙이기만 하면 그 분야를 대표하는 ‘여신’이 된다.
속이야 어떻든
“무해하고 매력적이고, 전형적인 예쁜 여인”처럼 보이면 무조건
‘여신’이란 칭호를 붙여주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베터니 휴즈의
‘여신의 역사’는 사람들이 왜 여신에게 열광하는지,
그 역사적 연원과 함께 현대적 맥락을 설명한 책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여신의 아름다움만을 따지지만,
저자에 따르면 여신은 지난 5000년의 역사에서
“사랑과 쾌락의 화신일 뿐만 아니라 공포와 고통의 화신이며,
욕망이 빚어내는 황홀경과 극도의 고뇌를 상징하는 다면적 존재”다.
비너스,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라고 불린 여신은
“세상이 시작하기도 전 어둠이 끝없이 펼쳐진 밤에서” 태어났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남편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의 권태로운 삶에 지쳐
아들 크로노스로 하여금 남편에게 맞서도록 한다.
크로노스는 낫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다가
아버지의 성기를 자르고는,
음경과 고환을 바닷속으로 집어 던졌다.
놀라운 일은 이때부터다.
성기가 바닷물에 닿자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무시무시하고도 사랑스러운 처녀” 아프로디테가 솟아올랐다.
존재만으로도 눈부셨던 아프로디테는
“어여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나아가
“인간의 사랑을 관장”하고 “생명의 순환과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신이 됐다.
여신은 탄생부터 복잡다단한 존재였고,
시대가 흐르면서 더욱 다양한 상징을 획득하게 됐다.
일명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터키 등의 지역은 적어도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지켜보면서 인간 행동 속에 얽힌 격정과 욕망의 본성을 설명하려고
성과 폭력의 신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사회가 남성 위주로,
더더욱 군사화되면서
매혹적이었던 여성성과 남성성이 혼재된 신은 점차 존재감이 떨어졌다.
한때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던 여신들은 이내
“죽음의 운명을 예고하는 존재”로 변신했고,
“전쟁과 열정의 난폭함이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중동 전역에서
“전쟁과 성욕을 관장하는 혈기 왕성하고 음탕한 여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수메르에서는 ‘이난나’로,
아카드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슈타르’로, 페니키아에서는 ‘아스타르테’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사람들이 신적인 면모가 아닌
“매력적인 신체에 흥분하고 집중”한 것은 기원전 4세기경이다.
이 무렵 아프로디테는
“한결같이 옷을 벗은 채로” 나타났는데,
아테네의 거장 프락시텔레스의 조각상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가 시초다.
이후 중동 인근에서는
“엉덩이가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유행했는데,
최고의 엉덩이를 가리기 위한 미인대회가 열릴 정도였다.
요즘 말로 ‘저 세상 텐션’에서 인간계로 한 발 내려서기 시작한 셈이다.
한편 중세에 이르러 여신은 존재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독교는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열정과 음탕한 쾌락을 극도로 나쁜” 것으로 취급했다.
하여,
그리하여
윤술하여
당대 권력자들은
“여신이 지상에 머무는 거처를 밀어 그 위에 거대한 예배당을 짓고,
여신의 기억을 억누르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어놓으려고” 애를 썼다.
한 교부는 “엉덩이가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추앙하는 문화를 비난하는 글”을 쓸 정도였다.
여신이 재발견된 것은 르네상스기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면, 뜨거운 성애”는 빼버리고
“순수하고 고결하며 정신적인 아름다움”만 보려고 했는데,
그 덕에 아프로디테는
“뜻밖에도 르네상스 철학을 뒷받침하는 존재”로 격상됐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 ‘비너스의 탄생’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현대에 이르러 비너스는 여성 운동의 상징으로,
한편에서는 “소비자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갈망과 욕구를 건드리는 자극제”,
즉 상업화의 길을 동시에 걸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고대 중동의 여신은
칵테일부터 섹스토이까지 온갖 것들을 파는 데 동원되는 21세기 글래머 걸이 됐다.”
앞으로 또 어떤 여신이 우리 앞에 등장할지 알 수 없다.
여신은 저자의 말마따나
“여전히 불멸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신의 역사’는 여신의 변천사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욕망과 정열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책이다.
첫댓글 남성 휴계실 인데
좀더 야한 명화 올려도 되나요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같은
사투르누드님 남성 휴게실 입성을 쌍수로 환영합니다.
남성 휴게실이 살아날것 같은 예감,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세상의 기원" 은 지금 바로 검색해도 나옵니다.
문제는 그것을 보고 수치심을 느끼는가에 있지 않는가 입니다. ㅋㅋ
@칠산
명화를 보고도 짜증 내는 사람이 있겠죠
세상의 기원이 노출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재미 있습니다.
세상의 기원
언뜻 보면 사진 같지만 그림 입니다.
남성 휴게실인데 저 정도 명화는 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뭐 저게 쎄다면
고야의 "옷벗은 마하"는 ..........
그리스 신화
배운것 복습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