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에 얽힌 설화가 많은데
석가모니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경전이나 전기들에는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하여 수많은 설화들을 전하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는 특히 요즘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신비로운 얘기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마야부인이 태자를 낳기 위해 당시의 풍습대로 친정인 콜리성을 찾아가던 길에
룸비니동산에서 갑자기 산기를 느껴아쇼카나무 꽃가지를 잡고 옆구리로 태자를 출산했다든가,
그때 천지가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렸으며 온갖 천신들이 나타나 예배하고 연못 속에선 용들이 나와
오색이 따뜻한 물을 뿜어 태자를 씻어주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그것입니다.
특히 갓태어난 태자가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을 걸은 뒤에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온 세상이 모두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선언을 했다고 경전에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와 같은 이야기들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부처님의 전기를 저술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전기작가들은 부처님의 위대성을 보다 감명 깊게 전하기 위하여
부처님은 탄생부터가 보통사람들과는 달랐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이상의 신비적인 이야기들 안에는 많은 암시들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옆구리로 태어났다는 것은 인도의 고대신화를 끌어들여 석가모니부처님이 왕족 출신이었음을 나타내고
탄생 때의 이변들은 부처님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인류역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을 일컬으며,
일곱 걸음을 걸은 것은 부처님의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루셨음을 가리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