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15> 제2편 제1장 비로자나불 ④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회당대종사께서는 법신과 우리의 관계를 이렇게 설하셨다. “법신은 우주의 본체이며 만물의 본체이며 중생심의 본체이다. 우리는 우주의 진리 속에 에워싸여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에 산다(실행론 2-1-2-나).” 우주는 법계를, 부처님은 법신불을 일컫는다. 법계 법신불을 인식하고 살라는 회당대종사의 말씀이다. 왜냐하면 법신은 우주법계의 본체일 뿐만 아니라 만물과 중생심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중생이라 하지 않고 ‘중생심’이라 하신 것은 법계법성이 중생의 ‘심인’으로 발현되는 까닭에서이다(제14회 참조).
대종사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설하셨다. “법신불은 우리의 생명체이니 믿음 없는 남녀는 썩은 종자와 같다. 법신부처님의 광명은 장애없이 사람과 법에 두루 비춘다. 법신부처님의 광명은 시방세계를 비추어서 변재(邊際)가 없으며, 중생의 기연(機緣)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다 비춘다(실행론 2-1-2-나).” 중생심의 본체인 법신불은 중생의 생명체이니, 법신불을 향한 신심(인식)이 없다면 심인을 발현할 씨앗(佛種)을 사장(死藏)시키는 것과 같다. 이것이 대종사께서 안타까워 하신 점이다.
법신불은 중생심이 지각하는 만물과 우주의 본체이기에 저 대일(大日)의 광명과 같다. 그렇기에 법신불을 대일여래(大日如來)라 칭하고, 법신불 대일여래의 제암변명(除暗遍明)과 능성중무(能成衆務)와 광무생멸(光無生滅)의 삼덕을 설하는 것이다. 일행아사리의 「대일경소」에 나오는 이 삼덕론과 회당대종사의 위 말씀은 좋이 통한다. ‘법신부처님의 광명은 장애없이 사람과 법(존재)에 두루 비춘다’와 ‘법신부처님의 광명은 시방세계를 비추어서 변재(끝)가 없으며’는 같은 표현으로서 제암변명을, ‘중생의 기연(어떤 기회를 통하여 맺어진 시절인연)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비춘다’는 능성중무를 표현한 것이다. 제암변명과 능성중무를 다함없이 구현하는 법신불의 광무생멸을 대종사께서는 ‘법신불은 우리의 생명체이니’로 표현하셨다.
이와 같으신 법신불 대일여래께오서는 극락세계로 중생들을 인도하시는 것이 아니라, 극락세계를 사바세계에 건설하신다. “법신부처님은 사바세계를 비워서 극락으로 따로 옮기려는 것이 아니고 사바세계를 극락으로 만들려고 한다. 법신부처님은 극락세계를 이 사바세계에 건설한다(실행론 2-1-2-다).” 왜냐하면 법계법신을 향한 신심(인식)으로 행자 자신이 자성법신의 즉신성불을 이룬다면, 행자가 발을 딛고 선 바로 이곳이 극락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법신불 대일여래의 삼덕은 이 신심(인식)의 실천적 전개(行德)가 된다.
대종사께서는 위의 말씀 앞에 부처님을 이렇게 정의하신 바 있다. “부처님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각(覺)이라 하고, 두 마디로 말하자면 자비(慈悲) 희사(喜捨)라 할 수 있다(실행론 2-1-2-다).” 여기서의 부처님은 모든 부처님을 일컫는데, 각(깨달음)의 부처님과 자비희사(사무량심)의 부처님을 말씀하시면서, 깨달음의 부처님의 한량없는 네 마음 내지 사덕이 법신부처님으로 소급되면 왕생성불(往生成佛)이 아닌 즉신성불(卽身成佛)의 법주(法主)로서 표현됨을 이어서 말씀하신 것이다. 행자들을 자성법신의 즉신성불로 인도하시는 법신부처님이신 것이다. 그 행덕은 제암변명과 능성중무와 광무생멸의 삼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