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와 놀다가 아들이 가지고 있던 화살에 상처를 입었다. 순간 그녀는 재빨리 아들을 밀어냈으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상처를 입은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보자 단번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잘 다니던 파포스 마을도, 크니도스 섬도, 게다가 광물이 풍부한 아마토스에도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천상에 오를 수도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천상보다도 아도니스쪽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도니스의 뒤를 따라다녔다. 이제까지 자기의 용모를 아름답게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늘 밑에서 휴식을 즐기던 아프로디테였으나, 이제는 수렵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숲 속을 쏘다니거나 산을 넘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자기의 개를 불러 토끼나 사슴이나 기타 위험성이 없는 동물만을 사냥하고, 사냥꾼에게 덤벼드는 늑대나 곰은 피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도 자신처럼 사나운 동물들을 경계하도록 일렀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이러한 주의를 주고선, 이윽고 백조가 끄는 이륜차를 타고 천공을 날아갔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이와 같은 충고를 지키기에는 너무도 고귀했다. 개들이 산돼지를 굴에서 몰아내자, 젊은이는 손에 창을 들고 야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산돼지는 그 창을 빼내기가 바쁘게 아도니스에게 달려들었다. 아도니스는 재빨리 도망쳤다. 그러나 산돼지는 그를 추격하여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아도니스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들판에 쓰러졌다.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끄는 이륜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으나 아직 키프로스 섬에도 닿지 않았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이 신음하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려 왔다. 그녀는 다시 백조를 지상으로 향하게 했다. 이윽고 공중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도니스의 시체를 발견하자 급히 지상에 내려 시체 위에 엎드려 가슴을 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녀는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냐, 나는 무엇이든 운명의 여신의 승리로 돌리지 않겠다. 나의 슬픔만이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다. 나의 아도니스여, 나는 당신의 죽음과 나의 애통의 광경이 매년 새로워지도록 노력하겠어요. 당신은 꽃으로 변하게 하리다. 아무도 이를 말릴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그 피 위에 신주를 뿌렸다. 피와 신주가 섞이자 마치 연못 위에 빗물이 떨어졌을 때같이 거품이 일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자, 석류꽃 같은 핏빛 꽃 한 송이가 피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명하였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바람이 불어서 꽃을 피게 하고, 다시 또 불어서 꽃을 지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아네모네, 즉 '바람꽃' 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그 꽃이 피고 지는 원인이 다 바람이기 때문이다.
Annibale Carracci (1560-1609), Venus and Adonis,
Oil on canvas, c.1595, 217x246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아도니스는 스미르나라는 여인의 아들이다. 스미르나는 자신의
아버지를 사모해 아버지와 동침한 뒤 수치심과 모멸감에 사로잡혀
몰약나무가 된 카니라스 왕의 딸이다.
달이 차매 아기가 그 나무를 가르고 나오니
그가 바로 아도니스이다.
Ferdinand Bol, [비너스와 아도니스]Venus and Adonis,
Oil on canvas, 66.14 x 90.55 inches
168 x 230 cm, Rijksmuseum, Amsterdam, Netherlands>
Pieter Pauwel RUBENS, Venus and Adonis
c. 1635, Oil on canvas, 197 x 243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위의 루벤스의 그림은 아프로디테가 애원하는데도 사냥하러 떠나는
아도니스를 그린 그림이다. 저 멀리 동트는 새벽이 간밤의 꿈결같은
밀어에게 빨리 떠나라고 재촉하고 있다. 아도니스의 배경이 열린 공간이고
아프로디테의 배경이 닫힌 공간인 것은 떠나야 하는 자와 남아야 하는 자의
운명적인 갈림을 상징한다. 아도니스의 다리를 어린 에로스가 애써 붙들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어머니의 사랑을 지키려는 가련한 효심이나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
티치아노 Titian, [비너스와 아도니스]Venus and Adonis,
1553-54, Museo del Prado, Madrid>
티치아노가 그린 같은 제목의 그림에서는 에로스가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서양회화에서
잠든 에로스는 두 사람의 사랑이 이제 끝날 때가 됐음을 시사한다
Sebastiano Ricci (1659-1734), Venus and Adonis,
Oil on canvas, 1705-1706, 70×40cm, Public collection
Windflowers(아네모네)의 또 다른 전설
바람의 신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바람꽃'이라는
별명이 있는 아네모네의 이야기..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 중에서 아네모네라는 시녀가 있었습니다
미모가 뛰어난 아네모네는 바람의 신 제프로스와 사랑을 하였답니다
제프로스의 아내 플로라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아네모네를 멀리 떨어진 포모노 궁전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프로스는 플로라의 눈을 속이며 아네모네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사랑을 나누곤 하였지요 어느 날 플로라는 제비로 변신하여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갔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 플로라는 그래서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꽃이 바로 아네모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