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도는 서산시에서 북서쪽으로 16km 해상에 위치하며, 북쪽의 육지 끝에서는 700m 떨어져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와 같다고 하여 웅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문신 김자점(金自點 : 1588~1651)이 역적으로 몰려 이곳으로 귀향을 오게 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비포유에서 웅도를 소개하기로 결심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으로 회동~모도 사이의 바닷길이 열리는 진도 영등살(간조육계도), 일곱섬이 하나로 이어지는 여수사도, 석대도까지 1.5km가 갈라지는 보령 무창포, 썰물 때 드러나는 2.3km의 제부도 바닷길 등이 손꼽힌다. 그러나 진도와 사도는 일년에 두세차례만, 무창포는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 전후에만 바닷길이 열리며, 제부도는 하루에 두 차례 모세의 기적이 연출되지만 서울 근교여서 너무 많은 차량이 몰린다. 이에 비해 웅도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넘치는 인파에 치일 염려없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호젓하게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에 웅도를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웅도로 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서울→서해안고속도로→당진→서산→대산→오지리→웅도
(2)서울→서해안고속도로→송악I.C→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대산읍→오지리→웅도
네비게이션으로는 맵피에서 "웅도초교"를 목적지로 설정하여 경로 탐색을 하면 된다. 아이나비에서는 지도 상에 도로가 표시되어 있고 명칭 검색으로도 검색이 되나 "경로상 가지 못하는 도로가 있으니..."하는 오류가 뜨므로 경로 탐색이 불가능하다 (4.02 기준). 따라서 아이나비 사용자의 경우는 웅도로 가는 길목인 오지리의 "오지분교장(폐교)"를 목적지로 검색한 후 오지분교에 도착한 다음부터 화면상의 지도를 잘 보고 경로 안내 없이 찾아가야 한다. 웅도 끝단의 선착장 경위도 좌표는 E126-22-32 N36-54-52 이므로 기타 네비게이션 사용자라면 이 경위도 좌표를 목적지로 이용한다.
나비포유 일행은 웅도로 가는 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출발, 완벽히 GPS에만 의존해 웅도 건너편의 둑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린 양 바닷물이 빠져나가 갯펄이 드러나 있었다. '관광지는 요기랑 조기입니다'식의 경직된 사고를 지녀서인지 필자는 잠시 당혹스러웠다. 일견 너무나도 평범한 경관에다가 소개 푯말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갈대 옆으로 보이는 드넓은 갯펄이 눈을 깨우고, 눈을 감으니 고요함 가운데 들리는 갯펄 소리가 귀를 깨웠다. 이 고요함 덕분에 갯펄에서 쉴새없이 소리가 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갯펄 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이 꼼지락대는 소리라고 한다.
저 멀리에는 갯펄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점처럼 작게 보인다. 웅도 연근해에서는 낙지나 우럭, 남방붕장어, 놀래기, 넙치, 도다리, 꽃게, 돌김, 굴, 바지락 등이 채취된다는데, 저 아주머니의 바구니에는 어떤 놈들이 들어 있을까? 머리속의 생각은 멀리 있는 아주머니 바구니 속까지 들여다 보려고 하고 있지만 몸은 어쩔 수 없이 둑 위에만 서 있다. 이곳은 반지락(바지락의 사투리) 양식장이기도 한데, 어촌계원 외에는 채취가 금지되므로 일반인들이 무덕대로 겟벌에 들어가면 간혹 절도범(?)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물이 빠져 나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드러나면 그 길을 중심으로 드넓은 갯펄이 펼쳐져 있다. 거기에는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모를 싱싱한 굴이 지천으로 널렸다. 바로 굴밭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 위를 마침 차 한대가 엉금 엉금 기듯이 지나가고 있는데, 소금물이 자동차에 튀어서 부식될새라 조심하는 모습이다. 이 시멘트로 된 바닷길 역시 소금물에 부식된 상태로 도보로 지나가면 괜히 스릴과 함께 재미를 느끼게 된다. 물론 만조 때는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참고로 웅도는 '소달구지 타고 바지락을 캐러 나가는 섬마을'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경운기와 트랙터는 소금물에 쉽게 부식하는 바람에 수명이 짧아 소달구지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것이 이제 이곳의 볼거리가 되었다고.
차를 탄 채 섬 안으로 들어가서 포구쪽으로 힘차게 내달린다. 드문드문 보이는 인가와 놀고 있는 꼬마들, 소주와 굴로 낮술하는 어르신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뒤로 한 채 포구쪽으로 간다. 5분 정도면 충분하다. 포구에는 이미 수확된 굴이 그득하게 쌓여 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굴 까는 작업도 하는지 포구 아래쪽으로는 굴 껍질 역시 엄청난 양으로 쌓여 있다. 마침 포구 끝으로 한 어부가 굴을 채취하고 배를 대는 모습이 보인다. 배 안에도 굴이 그득하다. 얼른 달려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부탁에 구리빛으로 그을은 얼굴에 겸연쩍은 웃음을 담고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한다. 약속대로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한 장 찰칵!(^^)
웅도에서 실로 엄청난 양의 굴을 봤다. 바닷속이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닷가만 저벅저벅 걸어다녔다. 그러면서 보게 된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작은 생명체들... 이것들이 커서 큰 석화가 되는 것일까?
특이하게도 웅도 바깥에서 보는 갯펄과 웅도 안에서 보는 갯펄에는 차이가 있다. 아마도 햇빛의 강도에 따라 갯펄의 느낌이 달라지는 듯한데, 강한 햇살을 받는 갯펄은 마치 살아 있는 듯 번뜩인다.
포구쪽에서 보이는 작은 섬 하나가 눈길을 끈다. 포구 안쪽에서는 갯펄과 바다를 지나 그 섬에 시선이 가게 되지만, 포구 끝에서는 고요하고 드넓은 바다 위에 배가 떠 있듯이 그 작은 섬 하나만 솟아 있는 듯하다.
우리 일행은 만조가 닥칠새라 서둘러 웅도를 빠져나왔다. 그 섬은 도망치듯 그렇게 빠져나올 섬이 아닌데 하는 아쉬움도 들면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웅도에 머물다가 바깥 세상으로 나가면 모든 것이 변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도 들었다. 고요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갯펄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참고로 웅도에 들어가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6시간 단위로 밀물과 썰물이 바뀌고 물때는 매일 30~40분씩 늦어진다. 대산읍사무소(041-681-8004)에 문의하면 들어갈 수 있는 물때를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