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가. 황금사과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세 여신의 다툼이 결국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신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나. 황금솥의 주인을 정해야 했던 다른 이야기가 작가 이윤기의 문화칼럼에 소개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부가 그물을 던져놓고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 그물에 잡힌 모든 고기를 입도선매한다. 그런데, 그 그물에 걸려 올라 온 것은 고기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철학자의 차지가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새겨진 발이 세 개인 황금솥이었다고 한다. 이 솥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전쟁에서 승리한 전남편을 따라 스파르타로 돌아가면서 헬레네가 바다에 던진 솥이라고 전해진다(저자는 헬레네가 이 솥을 던진 이유를 ‘불화의 사과가 그랬듯이 그 황금솥 또한 머리 터지는 한판 싸움의 빌미가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이 솥이 그리스의 철학자 페리안드로스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페리안드로스는 그리스의 칠현 중 솔론, 탈레스, 비아스를 코린토스로 모셔서 이 솥이 누구 차지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자 하였다. 페리안드로스는 그 황금솥을 탈레스에게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였는데, 탈레스는 마땅히 비아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들이 서로 사양하던 중 솔론이 이러다가 싸움이 날지 모르니 아폴론 신전에 갖다 바치자는 제안을 하였고, 결국 이 황금솥은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 바쳐졌으며, 세 명의 철학자는 사이좋게 지내면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다. 조정은 소송에 의한 판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절차이다. 조정자는 사건의 당부를 판단하기보다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해관계인들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거나 조정자가 제시한 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들 3인과 소외 1인의 4 남매가 망부로부터 공동상속하여 공유하는 1필지 토지의 소외 1인의 지분을 경낙으로 취득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공유물분할 청구를 하였다.
3. 쟁점사항 가. 원고는 위 토지가 서울시의 공원용지에 편입되어 있음을 경락 후에 알고 피고들에게 공동으로 이를 서울시에 매수요청하자고 제안하였다. 나. 그러나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위 제안을 일축하였고, 망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분할하여 조각내기도 싫다고 하면서 차라리 원고가 피고들 지분도 모두 매수하기를 바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조정을 권하면서 피고들이 망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조각내지 않고 보존하고 싶다면 서울시민 모두의 휴식공간이고 피고들도 수시로 가볼 수 있는 공원부지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요즈음엔 지방자치단체가 감정을 거쳐 협의매수를 하므로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매수하지는 않고 설령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공공시설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서울시에 매도하는 것이 망부를 위하여 의미있는 선택이라고 권하였다. 다만, 서울시에 매도하는 것이 원만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 또는 피고들이 상대방의 지분을 매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일반 공유물 분할의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였다. 라. 이러한 상임조정위원의 설들에 대하여 피고들 중 한 사람만 출석하여 다른 형제들과 상의해 봐야 되겠다고 하여 상임조정위원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쌍방 이의신청이 없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조정경과 및 조정내용 ⑴ 원·피고 공동으로 위 토지에 대하여 서울시에 공원용지매수 청구를 하여 서울시와 매매가 성립되는 경우 그 대금을 지분비율로 분배한다. ⑵ 서울시가 매수에 응하지 않는 경우, 원고의 비용으로 한국감정원에 시가 감정신청을 하여 그 감정가로 원고가 피고들 지분모두를 매수하되, 원고가 1개월내에 매수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고들이 원고지분을 감정 후 2개월내에 대금을 지급하여 매수한다. ⑶ 위 절차가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토지를 (가) (나) 부분으로 분할하여, (가) 부분은 원고의, (나) 부분은 피고들의 각 소유로 한다.
5. 이 사건의 특성 및 의미 가. (1)안대로 되는 경우, 원고는 투자금을 회수한 것에 만족할 것이고, 피고들도 목적물을 경매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이익이며, 공원을 찾을 때마다 망부를 기리기 위하여 위 토지를 공원용지로 양도한 것이라고 자부심과 위안을 느낄 것이다. (2)안이 되는 경우 원고는 감정비용을 부담하고 피고들의 지분 모두를 매수할 기회가 부여되고, 피고들은 감정비용 부담없이 원고의 지분을 매수할 기회가 부여된다. 감정비용은 우선매수권행사의 대가로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여의치 않은 경우 미리 분할한 도면에 따라 일반적인 판결의 방법으로 분할하면 될 것이다. 나. 판결이라면 경매를 명하거나 (3)안이 채택되었을 것이나 조정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해결방법을 탄력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 다. 앞서든 황금사과와 황금솥의 예화에는 문제 해결과정에 몇 가지 대비되는 점이 있다. 그 결과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상호공존과 상생의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과 함께, 조정자의 역할에서 몇 가지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것은 황금사과의 경우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고 황금솥의 경우 이해관계인들로 하여금 결론을 도출하도록 의사표시를 유도한 것이다. 라. 조정자는 이해관계인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조정자의 판단을 수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경우이든 이해관계인들이 충분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여 분쟁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도록 하여 스스로 해결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