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우수 학생들은 왜 미국 명문대를 잘 안갈까?
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되었던 글!
캐나다 토박이들은 미국 대학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를 두가지 들겠다. 오래전 신문에서 토론토와 GTA 지역의 12개 교육청별로 전체 수석을 한 학생들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이들 중에서 미국으로 대학을 간 학생은 하버드에 입학한 한국계 학생 딱 1명이 있었다. 지역 수석자 12명중 한국계 학생 단 1명만이 미국 명문대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캐나다내 대학교로 진학을 했다는 것이다. 2012년에도 지역 신문에 토론토 교육청 전체 수석 2명이 소개되었는데 각각 토론토대와 맥메스터 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수석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이 능력이 안되서 미국 명문대에 안갔을까? 그들이 전세계 학생 및 학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인 명문대에 가지 않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가 그들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필자도 아이들을 키우며 고려를 해 봤기에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래서 미국 명문대를 가겠다고 (보내겠다고) 형편에 맞지 않게 경제적으로 너무 무리를 하거나 본인들의 능력을 과신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가끔 보게 되면서 생각했던 이유들을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적어 본다.
첫째, 미국의 명문대를 보내는 것이 입학시험에서의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능력의 문제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 이민을 와서 영어가 제1언어이고 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는 학생이라면 미국의 명문대에 도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용의 문제에서는 큰 도전이다. 우선 학비가 2014년 기준으로 캐나다의 대학들이 영주권자들에게는 1년에 약 $6,500 (경영대나 공대중에 $10,000이 넘는 곳들도 있음,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약 $25,000) 이지만 미국 동부의 명문대들은 대체로 1년에 약 $50,000 이 넘는다. 미국과 캐나다 달러 환율을 1:1이라 가정해도 단순 계산으로 약 8배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바라볼 때는 외국학생 입장이므로 $25,000 : $50,000으로 약 2배정도) 지금은 환율이 1:0.8 이므로 거의 1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또한 아무리 똑똑한 학생도 SAT 준비를 독학으로 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는데 학원비가 한달에 약 $1,000 이 넘고 집중 코스의 경우는 $2,000 정도가 든다. 이것을 최소 1, 2년을 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거주비와 가끔씩 오고가는 교통비를 고려하면 비용은 1년에 약 8만불 정도 든다. 이것은 연봉이 약 3십만불 (약 3억) 이상의 수입이 되는 사람이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세금45%내고 생활수준 유지하면서 자식 학비로 연 8천만원 ~ 1억원을 대려면 이정도 벌어야 함) 물론 미국 명문대는 장학금이 많아서 학비가 5만불까지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돈많은 집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라서 교우들과 제대로 어울리려면 학비외의 비용도 많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대학들은 장학금과 지원금도 많고 융자도 무이자라서 대체로 학생들이 부모의 지원없이도 대학을 다닐 수 있다. 현재 대학원과 대학 3학년인 필자의 두 아들은 대학 입학부터 내게서 학비나 용돈을 받아간 적이 없다. 얼마전 한국계 신문에 토론토 인근에 사는 어떤 학생이 하버드에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돈이 없어서 못간다며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북미의 교육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 도취되어 무모한 도전을 하는 당사자 뿐만아니라 그것을 크게 보도하는 신문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인 교육열의 헛발질일 뿐이다. 미국 명문대는 학업능력보다 재정능력이 우선이다.
두번째는 대학이 목표가 아니므로 명문대 입학을 커다란 성공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북미의 명문대 중 하나인 토론토대학에 우수학생들이 몰려가지 않는 현황을 설명한 앞의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명문대를 재정이 풍부하고 훌륭한 시설의 대학, 연구업적이 뛰어난 대학, 평판이 좋은 대학 정도로 생각을 하지만 그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나를 과시할 수 있는 성취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한 생각으로 명문대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냥 촌스러운 동양인이다. 북미에서는 어떤 학교에 입학한 것 보다는 졸업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보다는 어떤 전공을 했는가와 성적이 얼마만큼 높았는지가 중요하다.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도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지 않으면 전문직이 아닐테고 공부를 잘했었다는 것일뿐인데 그것만으론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세번째는 전공위주로의 지원을 하고 전문직이 되기 위한 전략을 중요시 한다.
때문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명문대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 또는 전문직이 되기 위해 효과적인 학교가 어디인지를 생각한다. 학과별로 명문학교가 다르기 때문에 명문대 순위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전공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은 학부과정보다 대학원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학원 (Graduate School)을 졸업해서 석,박사 학위를 받든지 어떤 전문직이 되어야 그 사람이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는다. Medical School이나 Law School을 포함해서 대학원 (Graduate School)을 들어가서 전문직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성적이 최소한 상위 20%안에 들어야 하므로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고려해 어떤 경로가 유리한지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통의 캐나다 학부모들 또한 자식들을 전문직으로 키우기 위해 어떤 경로를 밟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명문대 간판은 그들에게 크게 중요하지가 않다.
네째로 북미에서는 명문대 졸업과 좋은 성적이 장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에 관한 한국인의 사례는 종종 있다. 한국의 젊은 유명인이 쓴 자서전에서 하버드대에 진학해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고도 미국 전역의 어떤 Medical School에서도 Admission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본적이 있다. 뉘앙스는 인종차별을 당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내용을 보면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은 없고 오로지 공부 열심히했다는 이야기 뿐이니 왜 못 받았는지 짐작은 간다. 한국에는 하버드대를 졸업했다는 정치인들이 있다. 한국에서야 우러러 보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왜 그리 좋은 학교를 나와서 안풀렸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이러한 이야기는 미국 명문대를 가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재정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있고 자녀가 학업 성적이 뛰어나다면 당연히 보내서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 한국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좋은 대학나와 북미 주류사회 깊숙히 진출하는 것은 누구나 박수쳐 주어야 할 일이다. 단지 너무 무리했다가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마시라는 것이다. 가끔 한국의 특목고등에서 몇명이 미국의 명문대에 직접 입학했다는 소식도 듣지만 한편으로 하버드의 경우 한국에서 직접 입학한 학생의 40%가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문대 진학 준비는 합격에 촛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능력에 촛점을 두어야 한다. SAT에서 만점 가까이 받아 입학 허가 받는 것에 목표를 둘 것이 아니라 IB Program과 같은 대학 학업 수준을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고교에서 IB Program을 이수해서 좋은 성적 (IB 총점45점 만점에 40점 이상) 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라면 명문대에 입학해서도 실패하지 않고 훌륭한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