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혁명
정재순
꿈길에서
겨우 멈춘
열두살 딸아이는
분홍빛 쌍꺼풀을
무겁게 올리고 아침을 공격한다.
토라진
오빠같은
접시 속 야채와
40점 맞은 시험지를 보고
훈계를 준비한 아빠의 얼굴처럼
빈틈없이 차려진 식탁에 당당하게 앉아
조용하고 아름답게 폐허를 만든다.
초록혁명이 시작된다.
벚 꽃
정재순
삼월에
찬 서리에 멍이든
마블링 같은 상처들이 터져 나온다.
따스한 봄냄새들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다
따스한 사월은
눈길로 치유하고 다시
그녀들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려 하지만
부풀려 질 때로 부풀어진
어쩔 수 없는 그녀들이다
남. 여. 노. 소의 눈길로 어루만져
그녀들의 고향을 기억하게 한다.
오월이
살포시 손을 잡으면
아쉬움을 뒤로 한 그녀들은
줄지어 길을 나선다.
내년을 기약해 준다.
컴퓨터
정재순
늦은 밤
샤워를 하고
방문을 밀고 들어선다.
나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버린 그
가슴을 부드럽게 눌러
내가 온것을 알린다.
늘 기다림이 의무인 그는
화도 내지 못하고
어둠을 지우고 나를 받아들인다.
늦은 귀가를 책망한 일초의 침묵으로
전원의 불빛을 선물까지 한다.
'클릭'
'클릭'
애타게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자그마한 그
나는 뜨겁게 데운 체온으로
부드럽게 애무를 시작한다.
부풀기 시작한 커다란 몸체가
수줍음을 지루함으로 달래며
뜨거운 숨결을 뿜어
내 얼굴을 데워오면
유혹을 이기지 못한 두 손의 애뜻한 관계는 시작된다.
'ㄴ .ㅇ.ㄹ.ㅎ/ㅓ.ㅏ.ㅣ'
오늘도 그와 함께 진실한 밤을 보내고 소통을 낳는다
비밀의 화원
정재순
어릴적에는
진달래꽃 나무에 진달래꽃만 피었다.
뒷동산을 다 덮은 진달래꽃잎을 따
화전을 만드시는 어머니는 해마다 말씀하셨다.
'서너 장만 따거라'
늘 부족한 화전을 먹으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 먹어 어른이 되어 가며 뒷동산에 그 많은 진달래꽃
서너 장만 따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
사람들은 진달래꽃 나무에 목련꽃이 피었단다.
사과나무에 배가 열려야 한단다.
나이가 들어가면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믿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그게 그런게 아니라한다.
산
정재순
문득
가다가
뒤 돌아보니
넘어던 산을 또 넘고 있다.
창신대학교문예창작학과졸업
경성대학교대학원 문학치료전공
2002문학예술등단
한국문협.부산문협.부산시인협회.부산여류문학회원
부산 서구문화원 문학치료강사
첫댓글 선생님1
반가워요^^
좋은글 잘받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