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사연.. 1. <구두가게에서 받은 감동> (여, 50대)
김미화, 중국 길림성 연길시 (박영옥)
며칠 전 시장 안을 돌면서 구두가게를 지날 때였다.
웬 남녀가 구두를 들고 서로 말을 주고받았는데
언성이 좀 높았다.
(여자) 난 구두 못 신는데 당신이 내 몫까지 신으면 안 돼요?
더 고집 마세요.
(남자) 최저생활보장금으로 사는 우리집 형편에
오백 원에 가까운 비싼 구두를 살 형편이 못되지 않소?
아무거나 사서 신으면 되지.
아내는 기어코 비싼 걸 사라고 했고
남편은 기어코 싼 구두를 사겠다 해서
이같이 쟁론이 벌어졌는데
서로 자기 고집을 꺾지 않으려고 했다.
여자의 손에 들려있는 구두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남자의 눈에서는
분명히 그 구두를 욕심내는 빛이 흘러 나왔다.
고소득자라면 이만한 돈이면 새발의 피겠지만
저소득자로서는 아름찬 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 부부의 오가는 대화는 간단한 몇 마디였지만
내가 받은 진동은 자못 컸다.
남편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세워보려는
아내의 그 갸륵한 마음에 머리숙여짐을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땐가 남편이 윗층에 사는 친구가
천 원짜리 신을 샀더라고 했을 때 한마디 툭 쏘았었다.
(김미화) 천 원짜리 신을 신으면
그 사람의 발에서 금빛이 반짝댄대요?
비싼 신도 한동안 신고 나면 그저 그렇더라구요.
분명히 남편이 탐내는 의향을 내비친 줄 알면서도
그쪽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거나 싸거나
2년 정도 신으면 낡아지지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번 오백원짜리 구두를 산 적 있는데
남편의 얼굴에는 희열이 출렁댔다.
아이도 어른도 물질 욕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구두는 일 년간 신으니
더는 값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마음속에는
늘 그 값을 잊지 않고 있어서인지
신을 때마다 입이 벙글댔다.
나도 다음에는 남편한테 값진 구두를 사드리고 싶다.
남편의 기쁨이면 내 기쁨이니까.
▶ 편지사연 2. <엄마는 잔소리꾼> (여, 10대)
권혜림, 중국 길림성 룡정시북안소학교 3학년
우리 엄마는 잔소리꾼입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엄마는 나만 보면 잔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이 되어 내가 밥을 먹자고 하면
엄마는 빨리 먹으라고 독촉하고
내가 세수를 할 때면 목이며
얼굴을 깨끗하게 씻으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나는 엄마의 잔소리가 가끔 얄미울 때도 있지만
나는 엄마이기에 참곤 합니다.
속으로 엄마의 잔소리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라오는 화를 꾹꾹 눌러서 참습니다.
하지만 어떨 땐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엄마와 화를 벌컥 낼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서 놀랐는지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후회를 하곤 합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믿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를
사랑의 노래로 생각하며 즐겁게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