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쓰는 연애편지
이근모
그리움이란 언어가 창문을 두드리면
마음은 적막한 밤길을 걸었지
현실을 뛰어 넘어
안개비 내리는 숲길을 걷는 것처럼- - -
님이라 불러보는 그리움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제단을 상상하면서
촛불 앞에 무릎 꿇듯이
그리움은 꿈꾸는 나의 가슴에서 태어났고
애틋한 씨앗을 원고지에 뿌렸지
침 바른 연필심이 그어놓은 밑줄에
울음이 흐느낄 때
삭혀낸 몽돌은 비너스 젖가슴처럼
황홀하기만 했지
그리움은 언제나 님을 그리는
상상의 세계에서 나를 인도 했고
성스러운 에덴에 열린 사과를 훔치곤 했지
님은 나의 고독을 애무해 주는
시작詩作의 여왕
그럴수록 나는 달빛과 조우하며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았지
님과 나는 불나비 날개짓으로
침묵을 사랑하는 고요속에
우리의 키스를 감추고
님과 내가 서로의 영혼을 합일 시킬 때
거기 우리라는 자리가 있었지
퇴고지推敲紙 안에서 떨고 있는 님
고독을 구원하는 기도 속으로
걸어가는 님의 흥얼을 들으며
나는
허공을 향해 달빛 푸른 밤을
수태 시키고 있었어
그리움아
카페 게시글
『국제PEN광주』 21호
시 / 밤에 쓰는 연애편지 - 이근모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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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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