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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노키오 블루베리 원문보기 글쓴이: 당나구(서울)
거름 만들기
거름 만들기의 핵심은 습기 조절과 탄질비(탄소와 질소의 비율) 조절에 있다.
습기는 60~70% 정도가 적당한데, 손으로 만졌을 때 축축하거나 꾹 눌러 짰을 때 물기가 약간 나올 정도면 알맞다. 습기가 적으면 발효가 잘 안되고 많으면 부패가 된다. 습기의 조절은 탄질비를 조절하면서 맞추면 쉽다. 그럼 탄질비가 무엇인가 알아보자.
탄소질이 많은 거름은 볏짚이나 낙엽 같은 마른 풀 같은 것이다. 그 말고도 톱밥, 왕겨, 숯가루 같은 것도 좋다. 이런 탄소질 거름은 마르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대부분 빠져나가 잘 분해되지 않는 탄소질만 남은 것들이다. 또한 습기가 전혀 없으니 그 자체로 분해되기도 어렵다.
질소질 거름의 대표적인 것은 똥이다. 동물 똥도 좋지만 사람 똥이 특히 좋다. 똥이 좋은 것은 일단 영양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일뿐더러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잘게 부숴져 있기 때문에 숙성시키는 데 더욱 좋다. 음식물찌꺼기도 영양이 많이 남아있어 좋은 재료이기는 하나 잘게 부숴져 있지 않아 분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질소질 거름은 물기가 많아 그냥 방치하면 부패하기 쉽다.
그래서 탄소질 거름과 질소질 거름을 잘 섞으면 습기를 조절하기가 좋다. 섞는 방법은 번갈아 가며 켜켜이 쌓는 것인데, 두께의 비율은 질소질 거름과 탄소질 거름이 같거나 탄소질이 좀더 많게 하는 것이 좋은데 물기의 상태를 보아가며 조절해준다. 일단 바닥에 탄소질 거름을 깔아 통풍을 좋게 하고순서대로 켜켜이 쌓아가며 마지막엔 다시 탄소질 거름을 깔아준다. 그리고 위를 큰 비닐로 밀봉하듯이 덮고 다시 가빠(capa)로 덮어 마무리 해준다. 빗물도 막아주고 햇빛도 차단하기 위해서다.
거름 쌓는 장소는 되도록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조금 돋아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약간 둘레를 도랑쳐주는 게 좋다.
이렇게 덮어놓으면 한여름에는 일주일이나 보름, 봄가을에는 한달이면 발효가 되는데 이 때는 발효열로 온도가 60도 가까이 올라간다. 이 정도 온도면 병원균은 살균이 된다. 온도가 이 정도로 올라가지 않으면 거름이 잘 발효도 되지 않을뿐더러 잘못하면 나쁜 병원균을 밭에다 뿌리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거름 쌓기를 잘 해서 온도가 제대로 올라가도록 환경을 잘 만들어주어야 한다.
늦가을에 쌓아놓은 것은 추운 겨울을 거쳐 얼었다 녹았다 하며 절로 분해되기 좋은 상태가 되며 입춘 지나 날이 풀리면서 발효가 본격적으로 된다. 이렇게 발효가 된 것은 덮은 것을 열어 한번 뒤집어 주어야 한다. 속의 것과 겉의 것을 뒤바꿔 주어 발효를 골고루 시켜주는 것이며 동시에 탄소질과 질소질 거름을 골고루 섞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년 쓸 거름은 한해 농사가 다 끝난 늦가을에 만들어 놓는 게 좋다.
탄소질과 질소질 거름의 차이를 좀더 알아보자. 미생물이 거름을 분해할 때 탄소질은 에너지이고 질소질은 영양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연료와 먹거리의 차이쯤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탄소질 거름만 있으면 먹거리가 없어 미생물이 잘 분해를 못 시킨다. 거꾸로 질소질만 있으면 먹을 게 너무 많아 과잉피해가 생긴다. 즉 부패가 되어 나쁜 가스가 발생하거나 병원균을 발생시켜 흙을 병들게 한다. 또한 물에 씻겨 내려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질소는 식물에게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꼭 있어야 할 영양소이지만 사람에게는 발암물질이 된다.
탄소질 거름은 또한 통풍을 좋게 하고 많은 공극(틈새)을 갖고 있어 미생물의 좋은 서식처가 되며 질소질 거름을 잡고 있는 역할을 해준다. 말하자면 거름의 효과를 오래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질 거름만 주면 미생물이 그걸 분해하기 위해 기존의 흙 속의 거름을 빼앗아 먹는다. 그래서 볏짚 같은 걸 흙에다 깔아주면 단기적으로는 거름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여하튼 그래서 탄질비를 잘 맞추는 것이 거름 만들기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가축우리에 낙엽이나 톱밥을 깔아주는 것이 있다. 그러면 가축이 그 위에다 똥오줌을 싸고 발로 밟아 탄소거름이 잘게 부서지면서 질소질 거름과 절로 섞여 발효가 잘 된다.
거름을 보통 퇴비라 하는데, 정확히 하면 퇴구비가 맞다. 퇴비는 식물성 거름을 뜻하고 구비는 동물똥 같은 동물성 거름을 말하는데 그것을 합친 퇴구비란 말은 바로 적당한 탄질비의 거름을 뜻하는 것이다.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 대 질소 비율(탄질비) 조절이 중요하다. 탄소질은 수분이 적은 마른 풀 같은 것에 많고 질소질은 수분이 많은 인분이나 축분, 소변, 음식물찌꺼기 등에 많다. 그래서 퇴비 만들기에서는 수분의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 수분이 40% 이하면 건조하여 발효가 늦어지고 60% 이상이면 습해서 공기의 공급을 방해하여 발효보다는 부패작용이 커지게 된다. 퇴비가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되면 비료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악취도 나고 파리나 구더기 같은 벌레가 끼며 해로운 병해충의 발생을 촉진한다.
탄소질은 미생물에게 서식처와 산소를 제공해주고, 질소질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주기 때문에 둘은 항상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름 만들기의 요령은 물기를 잘 조절해 주는 것에 있는데, 음식물 찌끼나 인분, 축분, 소변 등에는 수분이 많으므로 톱밥이나 대패밥, 볏짚, 왕겨, 재, 부엽토 등으로 물기를 낮춰주고, 낙엽이나 마른 풀 등에는 소변이나 음식 찌끼 등을 섞어주어 물기를 보충해 주는 데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질이 많은 층과 질소질이 많은 층을 켜켜이 쌓아간다.
퇴비를 이렇게 쌓을 때에는 우선 밑바닥은 공기가 잘 통하도록 마른 풀 등을 깔아주고, 퇴비 더미에 빗물이 침투해 들어가지 않도록 둘레로 홈을 파주거나 조금 높은 곳에다 쌓는다. 그리고 퇴비를 켜켜이 다 쌓은 다음에는 맨 위층에는 또한 탄소질이 많은 풀 등으로 덮고, 위에다 거적이나 불투명 비닐 등을 덮어 햇빛과 빗물의 피해로부터 보호를 해 준다.
거름을 켜켜이 쌓을 때에는 물기 있는 질소질 비료를 많이 쌓더라도 적당히 물을 공급해주는 게 좋은데,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축축한 느낌이 들 정도가 좋다. 이렇게 쌓아두면 더운 여름날에서는 삼주나 한 달 정도면 발효가 되는데, 퇴비더미에 발효열이 60도 정도로 올라 거적을 거둬보면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다. 봄가을에는 한 두 달 정도 겨울철에는 그 이상 지나야 발효가 된다. 발효열은 살균 작용도 하고 퇴비 전체적으로 발효 효과를 골고루 퍼지게 한다. 이 때쯤 되어서 퇴비 더미를 뒤적거려 주는 게 좋은데, 안쪽 것은 바깥 쪽으로 바깥 것은 안쪽으로 섞어준다.
주말농장과 같이 몇 평되지 않는 조그만 텃밭에선 퇴비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밭 한쪽 귀퉁이에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다 같은 방법으로 쌓는 것도 괜찮다. 주말농장이라면 주로 음식물 찌꺼기가 많을 텐데, 탄소질 거름으로 주변의 마른 풀이나 정 구하기 힘들면 집의 신문지를 모아 찢어서 쌓아주면 된다.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한 퇴비 만들기에서는 몇 가지 조심할 것이 있는데, 고기 덩어리나 음식물 국물이 그것이다. 고기 덩어리는 구더기나 파리, 들쥐를 꼬이게 할 수 있어 좋지 않고, 김치 같은 음식물 국물은 염분이 많아 발효를 늦게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고기 덩어리는 잘게 쪼게 넣으면 좋은데, 여의치 않으면 재를 듬뿍 쳐주고, 국물은 가급적 제거하고 넣어준다.
그러나 텃밭농사(주말농사)를 할 사람에게 질소질이 많은 퇴비 재료를 구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사실 버리기 힘들어 퇴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지 그것으로 양을 충분히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인분과 축분인데 전문 농사꾼이 아니고서는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텃밭농사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운 것은 아마 깻묵일 듯하다. 참깨나 들깨를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은 질소질 비료로는 제일 훌륭한 재료 중에 하나다. 인분이나 축분은 병해충이 감염될 가능성이 많고, 축분 중에 소똥은 풀씨가 많아 풀을 많이 발생시키고, 돈분이나 계분은 비료 효과가 크지만 오래 쓰면 땅을 산성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깻묵은 열을 가한 것이라 일차 살균이 되어 있고, 풀씨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이라면 깻묵 덩어리를 부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많은 양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텃밭농사에서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는 것이다.
깻묵 또한 질소질이 많아 병해충이 낄 수 있기 때문에 앞의 방법대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은데, 일단 뜨거운 열로 처리된 것이라 물기가 없으니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거름을 직접 만들기가 어려운 사람은 발효된 퇴비를 종묘상에서 돈분, 계분과 톱밥을 섞어 충분히 발효시킨 퇴비를 사다 흙에 깔아주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다. 20kg 짜리 한 푸대에 4,000원 정도 하는데 한 5평에서 10평까지 깔아줄 수 있다.
거름은 다음 해에 쓸 것을 미리 늦가을에 만들어 놓는 게 좋은데, 늦어도 밭 만들기 한 달 전에는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숙성된 퇴비를 흙에 깔아 줄 수 있다.
질소질 비료만이 아니라 인산 가리질 비료도 만들어 쓰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는 작물의 목질부를 튼튼히 해주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해주므로 작물이 꽃을 피워 생식성장을 할 때 웃거름으로 주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가 풍부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은 쌀겨인데, 질소질 비료를 만들 때처럼 쌀겨와 탄소질의 재료를 켜켜이 쌓는 식으로 만든다. 쌀겨는 굳이 발효시키지 않더라도 직접 작물에 뿌려주는 것도 괜찮다. 작물 주변으로 뿌려두면 풀의 발아도 막아주는 덮개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삭아서 작물에 필요한 인산 가리질 비료를 공급해 준다. 발효시켜 주는 것보다 속효성은 떨어지지만 덮개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괜찮은 방법이다.
질소나 인산질 비료 말고 중요한 비료 중에는 미량 요소 비료가 있다. 이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철이나 구리 망간 붕소 같은 무기물 들인데, 아주 미량만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고 이것들이 모자라면 작물이 병해충에 약하고 병이 잘든다. 거름을 정성껏 골고루 만들어 주면 이것들도 다 들어가 있지만 작물의 성장 상태를 보아가며 이것들이 결핍되어 병이 생기면 따로 종묘상에 가서 미량 요소를 사다 뿌려 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거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작물이 다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깨 콩 도라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박토에서 잘자라고, 이 중에 콩은 공기의 질소를 흙 속에 고정시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콩 뿌리에서 살기 때문에 흙을 거름지게 해주는 고마운 작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콩 같은 경우는 옛부터 논둑이나 밭둑에다 많이 심었고 따로 콩 밭을 만든다면 거름을 많이 먹는 옥수수 같은 것을 콩 밭 둘레에다 심곤했다.
웃거름에 대해서는 가꾸기 절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원래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심을 때 꼭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하나를 사람이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뭇 생명들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씨앗이야 사람의 것일지 모르지만 땅 속에 들어가면 벌레나 새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니 많이 심어 함께 공생하는 삶의 지혜를 선택한 것일 듯 싶다.
그런데 새나 벌레가 먹든 안 먹든, 씨앗이 처음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어야 서로 협동하여 잘 자란다. 나중에 꽤 자랐을 때는 서로 부대껴 솎아주어야 하는데, 솎아준 것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어쨌든 밭에다 직접 파종할 때는 씨앗을 조금 많이 뿌려주는 게 좋다. 뿌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점파(點播, 점뿌림), 선파(線播, 줄뿌림), 산파(散播, 흩어뿌림)가 그것이다.(그림-14,15,16,17,33,34)
점파는 하나하나 구멍을 파서 심는 방법이고, 선파는 호미로 홈을 줄 긋듯이 파서 죽 심는 방법이고 산파는 말 그대로 흩어 뿌리는 방법이다. 이런 파종 방법은 작물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파할 것인가 모종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양을 대량으로 할 것인가, 소량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콩을 심을 때는 점파식으로 해서 세네알 씩 심는 게 좋지만 대량으로 할 경우는 산파를 하여 흙을 뿌려 덮거나 아주 대량이라면 로터리를 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포트에다 모종을 키울 목적으로 심을 때는 당연히 점파를 하지만, 포트가 아닌 모판에다 심을 경우는 선파나 산파를 한다. 선파나 산파를 할 경우는 나중에 솎아줄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종을 한 후 흙을 덮어주는 두께는 항상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덮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흙의 습기 상태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해 주는 게 요령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되도록 조금 두껍게 심어주는 게 좋다. 얇으면 씨앗이 금방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에다 물을 뿌려주면 좋다. 그러나 뿌리고 나서는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물이 말라버릴 수 있다.
반대로 장마가 져서 흙에 습기가 많으면 얇게 심어주는 게 좋다. 깊게 심으면 수분이 너무 많아 씨앗이 곯거나 삭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원칙으로 하되 습기 여부에 따라 얇거나 두껍께 덮어주면 되는 것이다.
배추나 상추 같이 씨앗이 너무 작은 것은 비 피해가 우려되므로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직파를 하더라도 비가 오고 나서 심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일기예보도 자주 빗나가 하늘의 변화를 쉽게 장담할 수야 없지마는, 어쨌든 씨앗이 작으면 비가 쏟아져 씨앗이 다 공기에 노출되거나 빗물에 튀겨 나가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날씨 변화를 잘 알아보고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간격을 잘 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작물이 다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서 그 포기만큼 띄워야 한다. 참외나 수박 같이 옆으로 넝쿨을 뻗는 것은 사방이 1㎡정도 되게 널찍하게 심고, 벼나 보리 같이 위로 죽 솟는 것은 한 뼘 간격이 좋고, 배추나 무 같이 잎사귀를 널찍하게 늘어뜨리는 것은 4-50cm 정도가 좋고, 고추나 가지 같이 가지를 옆으로 뻗는 것도 4-50cm 정도가 좋다. 반면 줄 간격은 이런 포기 간격에 약 1.5배 정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편 콩이나 옥수수 같이 곡식류 씨앗은 까치 같은 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말이야 새의 먹이를 위해 세 알을 심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매나 수리 같은 천적들이 없어 까치 놈들이 극성을 부려 피해가 꽤 심각하다. 이 또한 생태계가 망가지는 바람에 생긴 문제인데, 옛날 조상 농부들의 아름다운 마음마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씨앗을 심어 놓은 밭에 까치 놈들이 나타나면 한 알만 먹는 게 아니라 거의 전멸해 버리곤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확실한 것은 비닐 하우스 같은 곳에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모종을 사다 심는 게 제일 좋은데, 번거롭고 돈이 들기도 한데다 옥수수 같은 것은 직파해야 잘 크는 작물이어서 모종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밭 주변에 반짝이 띠를 달아놓아 반사되는 빛으로 새의 접근을 막거나, 씨앗 자체를 목초액에 담가 놓았다가 음지에 말려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하여 받은 액체인 목초액은 그 특유의 불 냄새 때문에 새들이 먹지를 못한다. 그런데 먹지는 않지만 괜히 부리로 쪼아 씨앗을 망치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꼭 세 네 알을 심는 게 좋다. 목초액은 숯가마 있는 곳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양을 적게 팔지 않아 텃밭 농사에서는 불필요하므로 조금 비싸더라도 종묘상에 가서 사는 게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