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TV 퀴즈 쇼에 경남 진주고 학생들과 타 고등학교 두학교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진주에서 17년간이나 교직에 있던 나는 고향 아이들이나 본듯 특별한 관심으로 진주고 학생을 응원하며 보고 있었다.
마지막 관문에서 정답은 '고구마'인데 이 촌 학생이 '고오메!'라고 그 지방 사투리로 씩씩하게 외쳐 나는 음 맞췄군,
하고 안도했는데 아나운서가 '아닙니다! 세글자인데요' 라 하자 이 학생이 다시 '물고메!'라 하니 이 서울내기 아나운서 왈,
'아 아깝습니다.. 정답은 고구마 였읍니다!' 라며 그 학생을 탈락시키고 있었다.
나같으면 '우리 지방에선 고구마를 고오메라 합니다. 맞는걸로 해 주이소!'라고 말했을텐데 이 학생은 몰랐던 것인지
순진한것인지 그냥 내려가 버리는것 보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나의 잇점은 서울과 부산 진주를 고루고루 섭렵(!)해가며 살아 어떤것이 사투리고 아닌지 두쪽 다 알아들어 종종
양쪽 사람들이 있을땐 통역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특히 부산 토박이인 홍산과 자리를 같이 하는 경우는 수도권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어 내가 표준말로 번역해주면 그제야 상대방은 아아! 하고 홍산은 그것이 사투리였는지도 모르고
전 한국사람들이 다 쓰고 있는 줄 알았다 할때가 많아 웃곤 하였다.
그러나 사투리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어 표준어를 쓰자는 운동이 있는데 나는 절대 반대이다. 사투리란 우리 옛날
고어에 쓰던것이 지방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사투리를 국가 차원에서 보호 육성해야 할것이라..
예를 들어 신라시대의 '처용가'에도 남아있듯이 '가랑이 두개는 내해이엇만 두개는 뉘해인고' 에서 보듯 '해'는 요즘
소위 표준말에선 '것'이란 뜻인데 지금도 경상도 전라도 일부에선 '내것'을 '내해'라고 쓰고 있다.
그런 예가 한두가지리요! 책 한권을 내도 모자를 판이리라. 가만 있어라, 누가 하길 기다릴것 없이 내가 나서 보면? ㅎㅎ
또 얼마전엔 성인들의 골든 벨 프로가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어려운 문제를 참 잘 맞추어 와, 어쩜 저렇게 유식할까 존경
스럽네.. 하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의 문제에서 '다음중 음식물 쓰레기분류에 금지되는것은?'에서 1 조개 껍질
2 사과껍질 3.. 등 이라 속으로 골든 벨은 따 논 당상이네 하였더니 다른 답을 말하는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여자들이라면 다 아는 쉬운 문제를 역시 남자들은 한계가 있군, 그러니까 저 남자는 한번도 음식물 쓰레기 취급을
안해봤다는 얘긴데.. 동서양 역사부터 과학 정치문제까지 바싹하면 뭐하나, 실생활의 기초도 모르는데 싶어 한국 남자들의
실상을 보는듯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조개껍질이 얼마나 단단하면 수천년이 지나도 조개무덤은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은가. 음식물 쓰레기로 비료를 하던 사료를
하던 분쇄하기가 힘든 품목이라. 그런데 근년에 와서 주부들도 분류가 힘들다 하여 완화된 품목이 있는데 예를 들어
계란 껍질, 옥수수 껍질, 옥수수대는 일반에서 음식물에 넣기로 했다한다. 소뼈 돼지뼈 소 돼지 털은 사료에 넣을수 없다하여
일반으로 남아있고. 그거 보면 우리는 광우병 걸릴것은 일찌감치 사료에서 제외시켰으니 참으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너무 좋은 나라다 보니 안좋은 나라에서 물로 보는겐가?
나의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평소 옥수수대를 말려 나무 꼬챙이를 끼워 등을 긁으셨는데 효자손을 사드리면 '야야, 그거는 안
시원타!' 라며 옥수수로 스윽 스윽 긁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옛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등이 가려우셨을까? 단백질 지방의
영양분이 부족해 피부가 건조해서 였을까 아니면 요즘처럼 샤워를 매일 못해서..?
그래서 늙어가며 서로 '등를 긁어 준다'는 식으로 노인네 부부의 은근한 애정 표현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별로
들어본 일이 없다.
내가 먼 거리의 학교에서 퇴근해오면 시어머님은 문간에 서서 가만히 '인자 오나..' 라 하셨는데 경상도 사람들의 깊은 정이
그대로 흐르던 그리운 모습이시다. 서울 사람들 처럼 '아이구, 얼마나 수고 많았냐. 피곤하지?' 어쩌고 하며 호들갑 떠는것 보다
얼마나 정이 속으로 깊이 흐르는 표현인가.. 어쩐지 나는 속 깊은 그런 인간의 정이 점점 그리워진다.
'배 고프재? 밥 무우라..' 라 하시던 짧은 말속에 담긴 푸근한 사랑이..
옥수수는 전기 밥솥에 한두개 얹어 하면 밥물이 스며 맛도 있어지고 밥도 옥수수맛이 빠쪄 고소하고 일부러 다른 남비에
찌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겨울에 꺼내 쪄 먹어도 꼭 같은 맛이니 냉동실이 넓은 집에선 많이
사 쟁여 두었다 겨울 내내 쪄 먹어도 좋을듯 싶다.
가네쉬님,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냉동실이 좁아 반접만 신청하겠읍니다. 옥수수를 생각하다 이것 저것 주절거려 보았읍니다.그럼 안녕히!
첫댓글 누부야는 역시 글을 재미있게 쓰시네요...더운데 건강하게 지내이소...
강원도 두메 산간마을에서 월요일에 보낸 옥수수가 이곳 북쪽 파주마을에 화요일에 배달되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로다! 쪄먹으니 쫀득쫀득 짠득쨘득(얼마나 실감나는 우리말 표현인가!)강원도의 기가 팍팍 느껴지네요! 항산화와 신장에 특효라는 수염은 말려두고 껍질벗겨 냉동고에 재놓으니 든든흐뭇.. 홍산, 이 누부야(통역: '누나'의 부산사투리 애칭)는 더위에도 안즉까지 자알 전디고 있으니 아우나 우야든가 더위묵지말고 몸조심 하거라, 아니 '하그라'
안녕하세요 리나님.2박3일 울릉도 행사 마치고 오늘 새벽 도착한후 님의 글 잘 보고 인사 드립니다.며칠전 아내와 경포대를 거쳐 상경중 친구 가네쉬의 자연학교를 쳐들어 갔었습니다.연락 없이 불현듯 나타남이 더욱 반갑고 초행길 나의 여행 능력도 믿고 싶어.....ㅎㅎ 디카에서 봤던 풍경들도 반갑고 검둥이 별이도 낯설지 않아 좋았고 더욱 친구가 직접 손수 만들었다는 "무심정"은 대목수가 부럽잖은 솜씨에 그저 탄성만 질렀고 "버릴걸 다버렸는데 이곳은 더 많은 것들을 내게 안겨 줬다는"친구의 신선한 충격의 발언으로 전 지금 깊은 생각중랍니다...태어나고 지금껏 살아온 서울살이 쫑내얄지 말아얄지를.친구 부럽더라구요...ㅎㅎ
아무쪼록 앞으로도 더욱 좋은글 사람 냄새나는 진솔한 멋진글 기대하며 님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안녕 ~히 꾸 ~ 벅. 2008.08.06.우산국과 대한민국 동쪽 끝땅 독도를 다녀온후 일번독술(마당발)올림.
일본이 기를 쓰고 독도를 뺏으려는 이유는 독도는 단순한 돌섬이 아니라 근해에 우리나라가 30년간 충분히 쓸수있는 고체형가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엄청나게 묻혀있기 때문! 지구상에 석유가 고갈되어 가는 지금, 하늘이 주신 천혜의 이 지하 보물을 앉아서 눈 뜨고 도난 당할것인가.. 독도에 다녀오신것만으로도 애국자십니다 일번독술님!
리나님 감사합니다......애국자 칭찬 까지야... 좀 과분하고 쑥스럽네여 ... ㅎㅎ 여튼 독도 까지 입도하고 오니 감동 진했답니다. 내나라 내땅... 후손에게 잘쓰고 잘지켜서 부끄러움 없이 잘 되돌려 줘얄텐데....시간 되시믄 저희 갔다온 사진구경 홈피로 들어오셔요... 그럼 무더운 말복날 삼계탕 이라도 드시옵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사투리의 맛을 알아야 그 가치를 알텐데 요즘 청소년들은 - 그을쎄올시다. 재미있는 내용이고 뭔가 생각하게 하는 글이어서 반갑소. 옥수수는 혼자 먹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 더 맛 있을 건데 - - -
풍강, 안그래도 내냉동실에 정선찰옥수수들을 냉동시켜뒀고 지금은 서울 선경이집에 다니러와서 오늘 정선옥수수(끝물)과 감자들 택배오기를 기다리고 있네. 이곳마트의 옥수수는 이제 먹을수가 없어..입을 베린건지. 다음주쯤 집에 가니 함 시간내서 오면 맛을 보여 주겠네 둘이 먹다 셋이 가도 모를테니..
홍산, 중국 가기전 집에서 추석 잘 쇠고 조상님 접대도 잘 허시게! 가네쉬님, 마당발님 그리고 모두 모두 우리의 고유명절 잘 쇠시기 바랍니다!!! 이번 추석엔 달 보기 힘들다는데 우리 기상대 말씀이니 거꾸로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