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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하고 픈 글 스크랩 소문들 / 권혁웅
Megi 추천 0 조회 127 16.05.16 12: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소문들  - 짐승 -  / 권혁웅

 

 

1

창피猖披란 짐승이 있어, 무안無顔과 적면赤面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산다 야행성이라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간혹 인가에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진다 팔다리가 가늘고 귀가 뒤로 말려서 비루먹은 곰처럼 생겼다 산정을 좋아해서 오르다가도 꼬리가 무거워 늘 골짝으로 떨어진다 이 짐승의 가죽을 얻으면 얼간망둥이를 면할 수 있다

 

2

낭패狼狽는 이리의 일종이다 낭은 뒷다리가 짧고 패는 앞다리가 없어서, 길을 가려면 반드시 두 마리가 짝을 이뤄야 한다 전하여 서로의 배필을 찾지 못할 때 낭패라 하고, 동성의 짝을 만나 겹으로 쓸모를 잃었을 때를 낭낭패패라 한다 이 짐승을 달여 먹으면 어지자지가 떨어져 한 몸이 둘이 된다

 

3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말이 있으니 이를 무족마無足馬라 한다 인적 끊긴 지 오래인 인가의 굴뚝을 끌어안고 살다가, 성체가 되면 인가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긴 혀로 수염에 붙은 침이나 귓속의 귀지를 핥아 먹는다 한 마리에 천 냥이나 하는 귀한 짐승이어서 특별히 이 짐승 기르는 일을 업으로 삼은 자를 말전주꾼이라 부른다

 

4

암상이라고도 부르는 질투嫉妬는 암컷이고, 수컷은 시기猜忌라고 부른다 떼를 지어 다니며 사람을 잡아가서는 벼랑 위에서 밀거나 동굴에 가둔다 육질을 연하게 하거나 소금물에 재워두기 위해서다 송곳니와 어금니가 두루 나 있어서 고기를 자르거나 으깰 수 있다 구들직장이 아니고서는 이 짐승의 눈을 도무지 피할 수가 없다

 

5

외설猥褻은 사면발이의 한 종류다 눈이 작고 앞니가 돌출해 있어서 서생鼠生을 닮았으나 그보다 작고 바글바글하다 어느 구멍이든 파고들기를 좋아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색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나를 잡으면 둘이 나타나고 둘을 죽이면 넷이 나타나, 마침내 온 집을 채운다 더러우니 먹어선 안 된다

 

6

개차반 있는 곳에 파리가 있으나 개 중에는 군집을 싫어하는 놈들이 있어서, 이를 청승靑蠅이라 한다 볕 잘 드는 곳에서 눅눅한 날개를 말리기를 좋아하는데, 그러다 간혹 날개가 바싹 말라서 굶어죽기도 한다 몸 전체가 푸른 빛이어서 청백리들이 좋아한다 처마 밑에서 겨울을 나지만 뇟보나 계명워리가 드는 집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 『문예연구』 2010년 봄호

 

...

 

 

猖披 : 체면(體面)이 사나워지거나 마음에 아니꼬움에 대(對)한 부끄럼

無顔 : 부끄러워 볼 낯이 없음

赤面 : 부끄럽거나 성이 나서 얼굴을 붉힘. 망신을 당(當)함

狼狽 : ①계획(計劃)하거나 기대(期待)한 일이 실패(失敗)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됨 ②또는 그러한 형편(形便)을 이르는 말. 狼 이리 낭.狽 이리 패

고사 : 패(狽)와 낭(狼)은 다 이리의 일종으로서 낭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패는 그와 반대이므로 그 두 짐승이 같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지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되므로 당황하게 되는 데서 유래한 말

無足馬 무족마 : 발없는 말.

어지자지 :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한몸에 겸하여 가진 사람이나 동물.

구들직장 : 늘 방 안에만 들어박혀 있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개차반 : 개가 먹는 차반인 똥이라는 뜻으로, 언행이 몹시 더러운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靑蠅 : 금파리. 蠅 파리 승.

뇟보 : 사람됨이 천하고 더러운 사람.

계명워리 :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소문들

 

?유파(流派)

 

 

소림, 무당, 화산, 아미, 곤륜, 개방…… 따위는 물 건너온 허깨비 유파라, 그 세력이 다한 지 이미 오래다

작금에 이르러 중원에 위명을 날리는 것은 새로운 9파 1방이니, 마땅히 시사 상식에 기록해둘 일이다

 

 

1. 공중(恐衆)

 

최대 유파는 공중인데, 혹자는 이를 공인중개사의 약자라고도 한다 중원의 모든 현과 읍에 지부를 두었으며 집을 매매하는 자에게 구전을 뜯어 규모를 키웠다 기밀문서를 다루는 이런 곳을 일러 복덕방이라고도 하는데, 무예를 연마하는 기원, 심신을 수양하는 근린공원, 생활 터전인 노인정과 함께 공중의 4대 거점이다 최근 정리해고와 의술의 발달로 그 수가 더욱 늘어, 미래의 중원은 공중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참요까지 생겼다

 

 

2. 초징(楚澄)

 

초나라에서 유래한 청류파로 이름난 문사들이 많이 났으나 최근에는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교언영색을 일삼아 위명을 제법 잃었다 문필을 업으로 삼아 향교와 서당을 장악했는데 이런 배움터를 초등학교라 한다 학문에 뜻을 둔 자는 이들에게서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들에게 찍혀 뜻을 꺾은 문사가 부지기수다 악플[惡筆]이라 부르는 암기를 쓰는데, 이를 맞으면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칠공에서 피를 쏟는다고 알려져 있다

 

 

3. 기독(氣毒)

 

무당파의 후예이며 십일조라는 조직 체계를 내세워 크게 흥성했다 열 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각 조의 우두머리를 십부장, 십부장 열의 우두머리를 백부장이라 하여 천부장, 만부장에 이른다 십만부장 이상이 되면 대목이라 하여 그 직위를 세습할 수 있다 신구약진경이란 비급을 귀히 여기나 꼭 거기에 얽매여 살지는 않는다 축도신공, 무소부재검, 전지전능권, 출입매시축복수, 불신지옥인, 박멸발갱이진 등의 절세무공을 쓴다

 

 

4. 덕후(德侯)

 

장강 이남에 자리를 잡아 오(吳)나라와 덕후[타쿠]라 불리지만 실은 은둔자 무리[히키]와 함께 열도에서 건너온 왜인들이다 둘을 묶어 폐인이라 손가락질하는 이도 있으나 문예부흥을 이끌었다고 칭송하는 이도 있다 비전절기를 전수받은 소규모 구성원들이 은밀히 모임을 갖기 때문에 그 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기문둔갑술, 변신술, 소환술에 능해 남자가 여자로, 노인이 학생으로, 사람이 로봇으로 변신한다

 

 

5. 파파(婆跛)

 

평소에 노파나 절뚝발이로 위장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철저히 이익만을 좇는 전문 살수 집단으로 만금을 주면 임금도 암살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펼치는 천라지망을 파파라(婆跛羅)라 하고 파파라에 걸려든 경우를 일러 파파라치(婆跛羅致)라 한다 한번 파파의 표적이 되면 집에서도 길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청운답보라 불리는 경공의 대가들이어서 어디든 잠입과 매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 중마(?魔)

 

중원 제일의 미녀 집단이 미수(美嫂)인데, 이들이 혼인을 통해서 미색을 잃고 삼자의 내공을 얻으면 미세수(美世嫂)가 되고, 육 갑자를 얻으면 중마가 된다 중마가 되기 위해서는 달리는 버스 통로에서 막춤이라 불리는 고난도의 무예를 시전해야 한다 십 갑자에 이른 으뜸 중마를 아중마(雅?魔)라 하며 중원에서 당해낼 자가 없다 이들의 비밀결사 모임이 계다 계에서는 돼지를 잡아 제사를 지내는데 이 돼지를 계돈이라 한다

 

 

7. 용역(龍?)

 

용산에서 발흥했으며 우면산의 검경(劍京), 발치산의 공산(恐汕)과 함께 3대 조폭이었으나 동이와 오환의 대살육 때에?이를 육이오(戮夷烏)라 부른다?검경과 연합, 공산을 궤멸하여 장안을 장악했다 정직한 자를 잡아가고 가난한 자를 태워 죽이며 속이는 자에게 쌀을 주고 부유한 자의 곳간을 지켜, 그 악명이 자자하다 최루탄지공, 개발이익조, 아수라권, 물대포신장, 소요진압진 등의 연합 무공을 쓴다

 

 

8. 성어(聲漁)

 

뭇사람들을 강시로 만드는 공전절후한 무공을 소유한 유파다 이들은 사람들의 이배혈에 1촌이 채 못 되는 얇은 침을 찔러 넣는데, 이 침을 수편(手鞭) 혹은 핸드폰이라 부른다 수편에 맞으면 이들의 전음입밀에 지배되어 꼼짝없이 놀아나게 된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낚시질한다고 하여, 스스로도 사람을 낚는 어부라 칭한다 이들의 궁이 남해나 설산에 있어 이들을 벽안의 고수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중원인들이다

 

 

9. 사군(思君)

 

충의를 으뜸가는 덕목으로 내세우지만 고리대금이 주된 일이다 장문인이 장씨여서 세간에서는 이들을 장문세가(張門世家) 혹은 장사꾼이라 부른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에서 “달아난 고세인 처녀 잡아드립니다”에 이르기까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한다 우공이산이라, 멀쩡한 산을 옮기고 상전벽해라, 보기 좋은 바다를 메우는 게 이들의 일이다 임금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어 탈세와 포탈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0. 고세(高世)

 

중원이 강역을 크게 넓히자, 살 곳을 잃은 사이(四夷)의 민초들이 낙양 주변에 몰려들어 월하촌을 이루었는데, 여기서 태어난 이들을 고세인(高世人)이라 한다 남만과 북적에서 인신매매로 잡혀온 아녀자들이 낳은 자식도 고세인이다 장강을 경계로 중원의 경제가 크게 나뉘었으니, 강남에 정규직인 장녀(漿女)가 있다면 강북에 비정규직인 고세가 있다는 속담은 이런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 

 

 

공중(恐衆)  : 公衆 사회(社會)를 이루는 일반(一般) 사람

초징(楚澄) : 澄 맑을 징, 나뉠 등 初等 초등

교언영색 : 巧言令色. 남의 환심(歡心)을 사기 위(爲)해 교묘(巧妙)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阿諂)하는 얼굴빛 . 논어 학이편

기독(氣毒) : 독기운. 基督 기독. 그리스도. 예수

축도 祝禱 축복기도.

無所不在 하느님의 적극적(積極的) 품성(稟性)의 하나로, 어디든지 있지 않는 데가 없이 아무 데나 다 있음

出入每時祝福  출입할 때마다 축복

덕후(德侯) : 侯 제후 후. 제후,임금. 德厚 : ①덕이 두터움 ②인정(人情)이 두터움

오타쿠 : 게임이나 특정한 일에 열중인 사람. 히키 : 따르는 무리 팬

파파(婆跛)  : 婆할머니 파.跛 절름발이 파. 羅 그물 라.

靑雲 踏步

중마(?魔) : ? 오랑캐 이름 중. 魔 마귀 마. 嫂 형수 수. . 아중마(雅?魔) 우아한 마귀??^^

용역(龍?) : ? 높이 솟을 역(력) . 用役 . 검경(劍京). 檢警  . 공산(恐汕) 共産. 戮 죽일 육(륙)

手鞭 채찍 편.

사군(思君) : 事君 임금을 섬김. 

우공이산 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말로, 남이 보기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

桑田碧海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으로, 세상(世上)이 몰라 볼 정도(程度)로 바뀐 것. 세상(世上)의 모든 일이 엄청나게 변해버린 것

四夷 중국(中國)에서 한족(漢族) 이외(以外)의 변방(邊方)의 이민족(異民族)을 오랑캐로 일컫던 말로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월하촌(月下村). 달동네?

장녀(漿女) :漿 즙 장. 게딱지 속의 장. 漿女  된장녀?? ^^ 

 

 

 

 

 

외전십이지(外傳十二支) / 권혁웅

 

 

1. 코끼리

 

덩치 전체가 살점으로 이루어진 짐승이 첫째 자리에 놓인다 기쁨과 눈물을 모두 여물 밥과 바꾼 것이다 저 덩치를 깍아내면 배꼽티를 입은 여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비스킷을 낚아채는 저 코야말로 살의 유혹이다 그리로 콧물과 식수와 초목이 지나간다 혹자는 이 짐승과 짐승의 코를 큰 슬픔과 작은 슬픔의 상형이라고도 말한다

 

 

1. 두꺼비

 

이 짐승은 家長들의 토템이다 우툴두툴한 등은 토막 난 家計를 닮았고 터무니 없이 짧은 목은 部長의 호통 앞에서 진화한 결과다 혹은 물을 술로 바꾸는 영험이 있어서 밑 빠진 독을 받쳐주었다는 옛이야기도 전한다 가장이 실직하거나 보험든 것도 없이 덜컥 암에 걸렸을 때 세간에서는 두꺼비, 돌에 치였다고 이른다

 

 

3. 낙타

 

駱駝는 곱사등이駝다 같은 짐승으로 駝鳥가 있으나 인자한 표정으로는 낙타가 으뜸이다 사막에만 출몰하는 짐승이나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사막이 늘어나 서식지를 넓혔다 속눈썹이 두 줄이고 귀에 털이 나 있으며 물 없이 버틸 수 있어서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견뎌야 하는 며느리들이 첫머리에 섬긴다

 

 

4. 곰

 

미련한 자들의 대표로 곰을 치지만 미련한 자들은 정작 아무 짐승도 편애하지 않는다 곰 槍 날 받듯한다는 말이 있으나 자진하는 곰이 보고된 바는 없다 나무에도 잘 오르고 땅도 잘 파고 헤엄도 잘 쳐서 재주는 곰이 부린다고들 하지만 곰은 정작 사기를 당했을 뿐이다 겨울잠 자고 일어났더니 누가 쓸개를 빼갔더라 하는 식이다

 

 

5. 오리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한쪽 증인이 오리다 예로부터 오리와 닭을 한데 묶는 쑥덕거림이 있어 왔다 오리 홰 탄 것 같다고 했으니 오리가 닭의 일을 대신한 것이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이라 했으니 둘이 생사를 같이한 것이다 암탉이 오리알 낳고도 할 말이 있다 했으니 서로 동침한 사이가 아닌가? 그 죄가 사무쳐 지옥 불에 떨어진 오리를 유황오리라 부른다

 

 

6. 개미핥기

 

개미핥기는 중남미산이다 외국인 노동자, 동유럽 영어 학원 강사, 베트남 처녀들이 이 짐승을 으뜸으로 친다 관처럼 생긴 주둥이 속에 긴 혀가 들어서, 개미집 속의 개미를 핥아 먹는다 개미 꽁지에서 나온 포름산은 시큼하고 톡 쏘는 맛이 난다 辛酸함이란 무릇 달달함이니, 개미 똥구멍을 빨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격언이 여기서 나왔다

 

 

7. 제비

 

제비는 강남에 무리 지어 서식하면서, 삐끼 짭새雜鳥 花蛇 등과 비슷한 생태 지위를 누리는 짐승이다 인기가 좋아서 특별히 사랑받는 개체가 되는 일을 제비뽑기라 하는데, 여기에 한 번 뽑히면 평생 연미복만 입고 살게 된다 장안의 남녀들이 이를 선망하여 떼로 몰려드니, 제비는 작아도 강남을 간다는 속담이 뜻하는 바가 이것이다

 

 

8. 악어

 

물가에서 움직이는 건 다 잡아먹는 짐승이 악어다 제 식성을 한탄하여 먹이를 삼키며 우는 일이 왕왕 있는데, 이를 악어의 눈물이라 한다 그 고결함을 사랑하여, 귀부인과 골퍼들이 즐겨 자신의 토템으로 삼았다 악어 사는 곳의 물고기가 싱싱하다는 말은, 이 짐승이 자신의 횟감을 얼마나 극진히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귀부인들이 어린 남자를 볼 때도 그렇다

 

 

9. 늑대

 

개는 늑대에서 나왔으나 짖고 늑대는 개를 낳았으나 운다 그 장탄식을 듣는다면 양의 탈을 쓴 늑대 따위가 얼토당토않은 묘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개는 꼬리를 치지만 늑대는 꼬리를 만다 그 겸손을 본다면 豺狼과 신랑을 혼동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이 짐승을 섬기는 무리가 있어 매달 보름에 계 모임을 갖는데, 세간에서 이들을 늑대인간이라 부른다

 

 

10. 고양이

 

사이코들, 매일 일기를 쓰는 자들, 거울 보기를 좋아하는 자들이 이 짐승을 섬긴다 점잖게 부뚜막에 올라도 손가락질을 받고 자주 얼굴을 닦아도 고양이 세수라 하여 욕을 먹는다 귀여운 얼굴에 세모눈이라, 인상도 그렇다 쥐를 좋아하지만 정작 쥐를 생각하면 겉과 속이 다른 짐승이라 비웃음을 당하니, 아 삶은 곤고하고 수문은 무성하도다

 

 

11. 사슴

 

병자, 노약자, 임산부가 섬긴다 이들은 이 짐승이 다니는 길을 서성거리며 어쩌다 흘린 뿔 한 조각이라도 얻고자 애를 쓴다 뛰는 사슴 보고 얻은 토끼 잃는다는 말은 사슴의 귀함이 토끼의 천함과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요, 사슴을 일러 말이라 하는 것은 사슴은 귀하고 말은 흔해서 착각하기 쉽다는 뜻이다 치병, 노환, 산통의 곤함이 그와 같다

 

 

12. ?따구리

 

마지막 자리는 악처, 선생, 놓아기른 아이, 약장수, 행보관, 굴착기 기사의 수호 짐승이 차지한다 앞산에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뚫는데 집에 있는 멍텅구리는 있는 구멍도 못 찾는다고 마누라가 한탄하면, 가장은 이명과 편두통에 다시 두꺼비를 찾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옆에서 훈계하고 아이들은 밥 달라 울고 다시 약을 찾고......

 

그렇게 한 甲子가 돌아가니, 이를 윤회라 한다

 

...

 

 

駱駝 낙타. 駱 낙타 낙.駝 낙타 타. 곱사등이 타.

槍 창. 창 차. 몽둥이 추.

辛酸 신산.  ①맛이 맵고 심 ②세상살이의 쓰라리고 고된 일

花蛇 화사,  산무애뱀. 꽃뱀.

 

 

 

 

 

 

 

 

 

 

현란한 언어의 유희 도발적 세태풍자 연작시집

 

젊고 파격적인 경향의 동시대 시인들에게 ‘미래파’라는 이름을 처음 붙이고 미래파 논쟁을 이끌었던 평론가 권혁웅(43·한양여대 교수)은 그 자신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마징가 계보학>과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같은 그의 시집들은 미래파와도 구분되는 독자적인 개성과 완성도를 보인 바 있다.

새로 나온 그의 네번째 시집 <소문들>에서 시인은 기존의 언어를 뒤틀고 재배치함으로써 낯설고 도발적인 의미를 생산한다. 표제작인 <소문들>은 다섯 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가운데 ‘유파’(流派)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은 무협지의 어휘와 말투를 빌려 공인중개사, 오타쿠, 파파라치, 보이스피싱 등의 세계를 그린다. 가령 용역(用役)을 ‘용역’(龍+ 山 아래 力)으로 표기한 시의 한 대목은 이러하다.

 

 

 

 

 

“용산에서 발흥했으며 우면산의 검경(劍京), 발치산의 공산(恐汕)과 함께 3대 조폭이었으나 동이와 오환의 대살육 때에 -이를 육이오(戮夷烏)라 부른다- 검경과 연합, 공산을 궤멸하여 장안을 장악했다 정직한 자를 잡아가고 가난한 자를 태워 죽이며 속이는 자에게 쌀을 주고 부유한 자의 곳간을 지켜, 그 악명이 자자하다 최루탄지공, 개발이익조, 아수라권, 물대포신장, 소요진압진 등의 연합 무공을 쓴다”

 

‘진법’(陳法)을 부제로 삼은 또 다른 <소문들> 연작은 개무시진(開武示陳), 묘탁번진(妙卓番陳몇학번), 후다마진(後多馬陳뒷담화), 비우순진(飛羽殉陳비웃음), 단죽진(斷竹陳딴죽), 말돌려진(靺突旅陳)처럼 논쟁에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생경한 한자어로 표기해 독특한 효과를 거둔다. 시집에는 표제작 말고도 ‘야생동물 보호구역’ ‘멜랑콜리아’ ‘기록 보관소’ 등 여러 건의 연작이 들어 있는데,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세태를 풍자한 ‘드라마’ 연작의 일부는 이러하다.

 

“시치미는 꼬리표다 졸던 간호사가 시치미를 떼자 류(柳)와 박(朴)은 운명을 맞바꾸었다 신생아는 누구나 똑같다 조그맣고 울고 놔두면 버려진다 어린 개와 어린 늑대처럼”(<개와 늑대의 시간-드라마 3> 첫연)

 

한편 시인은 연구서 <시론>(문학동네)을 아울러 내놓았다. 이 책에서 그는 동시대 시인들의 작품을 논의 대상으로 삼아 “시학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권혁웅, 난해한 시들의 새로운 '독해 매뉴얼'

 

두 번째 평론집 <시론> 출간… 사회 현실 풍자 네 번째 시집 <소문들>도

 

 

 

 

 

흔히 고전을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한다. 반대로 베스트셀러가 꼭 사회 이슈로 부각되거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이러저러한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1위'로 발표된 책이 몇 년 지나면 제목도 가물가물한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요컨대 책의 독자 수와 영향력은 별개일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10년간 국내 시집 시장이 반토막 났다는 비관 섞인 진단과는 별개로 꼭 같은 기간, 새로운 감성의 시인들이 '한국 문단에 벼락처럼' 쏟아졌고, 이들은 기존 우리 서정시와 그 모양새를 달리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더불어 이 시인들의 작품을 해설하는 젊은 비평가 그룹도 성장했다.

 

새 시(詩)는 새 이론에

 

권혁웅 한양여대 교수는 최근 10년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현장 평론가다. 그의 평론집 제목인 '미래파'는 이제 2000년대 문학사를 정리하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얼마 전 그가 두 번째 평론집과 네 번째 시집을 냈다. 평론집 제목이 <시론>, 즉 시 이론이다. 이 책 서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면서 새로운 시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존의 시학 이론서들이 현재의 시들을 설명하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상도 시도 너무 많이 변했다. 더욱이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변화의 폭은 더욱 커졌다.'

 

근래 새로운 시 형식은 세대적 파격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이고 이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란 진단으로 들린다. 매주 시집을 읽고 작가를 만나는 기자도 인터뷰를 하며 한 평론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생님, A시인은 현학적으로 어렵고, B시인은 과학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들의 작품 형식이 다른 감은 오지만, 기사를 쓸 때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시론>은 새롭고 난해한 시들의 '독해 매뉴얼'로 읽힌다.

 

"국내 문학계에서 쓰는 시론서의 틀이 1948년 월렉과 워렌이 지은 <문학의 이론>이에요. 우리가 익숙한 건 서양 개념이니까, 이 개념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아 '이 개념들을 우리 시를 설명할 수 있는 틀로 이용하겠다, 대신 우리 실정에 맞게 명료하게 쓰겠다' 이런 생각으로 썼죠. 구상한 건 8년, 실제 쓴 건 5년쯤 됐습니다."

 

그는 우선 기존 서정시 해설에서 강조한 '시적 화자'에서 벗어나 '시적 주체'로 개념을 확장하고 시를 감상하라고 말한다. 두 번째, 시의 주체가 관찰하는 대상, 객체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보고, 이들 사이에 발생하는 수직·수평의 관계에 주목해 보라고 말한다. 주체, 객체, 수직관계, 수평관계. 요컨대 이 4개의 키워드로 대부분의 시는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시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가 길고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아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전혀 아닌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거예요. 책에서 '몽타주 구성'이라고 썼는데, 하나의 모티프를 잡고 시를 전개해 나가는 기법이죠. 김경주나 이영주 시인의 시가 그렇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인 자기 문체의 고집을 내세우려는 시인들이 있어요. 김행숙이나 이장욱, 조연호 시인들의 작품이 그렇죠."

 

유동하는 시대, 떠도는 소문들

 

권혁웅 교수는 여러 시인들의 시집 후반에 해설을 썼다. 편집위원으로 있는 <문예중앙>을 비롯해 각종 문예지의 집필자로도 활동한다. 때문에 독자는 그를 시인보다 비평가로 기억하지만, 사실 평론집보다 시집을 더 많이 냈다. 만화, 에로비디오 같은 문화코드를 통해 1980년대를 조망했던 시집 <마징가 계보학>은 8쇄를 찍었을 만큼 주목받았다.

 

자신이 명명한 미래파와는 별개로 그는 "제 본령은 서정시"라 말했는데, <시론>과 함께 낸 네 번째 시집 <소문들>은 이전 세 권의 시집과 궤를 달리한다. 1인칭 화법으로 회고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모습과 달리 이번 시집에서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시편들을 선보였다.

 

'최대 유파는 공중(恐衆)인데, 혹자는 이를 공인중개사의 약자라고도 한다(…) 최근 정리해고와 의술의 발달로 그 수가 더욱 늘어 미래의 중원은 공중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참요까지 생겼다.' ('소문들-유파(流派)' 중에서)

 

'시치미는 꼬리표다 졸던 간호사가 시치미를 떼자 류(柳)와 박(朴)은 운명을 맞바꾸었다 신생아는 누구나 똑같다 조그맣고 울고 놔두면 버려진다 어린 개와 어린 늑대처럼"('드라마 3-개와 늑대의 시간' 중에서)

 

얼핏 말놀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가 <시론>에서 강조한 '주체'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시인들의 시에서 주체는 한 명이 아니다. 황병승이 '내 안의 무수한 나'로 분화된 주체들이 쏟아낸 말을 담아낸다면, 김행숙의 시에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주체가 등장한다.

 

시집 <소문들>의 시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고 있는 불특정 다수 중 한 명이다. 마치 이 사회의 구성원인 언론이 나름의 기준으로 '객관적 사회'를 그리려 분투하듯, 시인은 '세계 관찰자'의 입장에 서서 이 시대를 이야기 한다. 대다수 시집들은 시를 통해 일상의 언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언어 전복'에 초점을 둔다.

 

반면 이 시집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단어, 사회적 징후를 보여주는 상징들을 통해 시대 공통감각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둔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누가 8:8)"와 "나는 이렇게 들었다" 사이에서 내 시는 위태로웠다. 소문이란 숨기면서 풀이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숨은 그림 찾기 식의 글쓰기가 필요했다.' (시집 <소문들>에 붙인 산문 중에서)

 

"<마징가 계보학>을 쓸 때는 어느 한 시절의 시간이나 공간을 복원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현재 삶에 대한 문제, 조금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한 지점에 대해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이전에 어떤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한 사람은 아니라서, 시를 쓸 때 사회문제를 떨어뜨려 놓고 보게 되려 했죠."

 

표제인 '소문들' 연작을 비롯해서 '가정요리대백과', '야생동물 보호구역', '드라마', '멜랑콜리아', '기록 보관소' 등 68편의 시가 4부에 나뉘어 담겼다. 익숙한 언어들을 낯설게 조립하는 이전의 방식은 무협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다.

 

2000년대 현장 평론가가 쓴 시 읽기 매뉴얼과 시집. 두 권의 책은 지금 우리 문학계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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