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지을 때 고민거리 중 하나는 어떤 집을 짓느냐다. 스틸하우스·목조주택·통나무주택·흙집 등 소재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서다. 물론 선택할 때 건축주의 취향이 가장 우선하겠지만 각각의 장단점과 건축비용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목조주택〉예전에는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이 강조되고 있다. 친환경 마감재를 즐겨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목조주택의 장점은 나무의 질감과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의 향을 집안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냉·난방비가 일반 주택에 비해 30% 가까이 절감되고 설계 변경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흠이라면 물과 불에 약하고 불개미의 침투가 쉽다는 것. 김경주 ‘나무와 좋은 집’ 부장은 “물 문제는 방부처리를 1~2년 간격으로 하면 해결되고, 화재는 내·외장 단열재를 두껍게 쓰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생각과 달리 나무는 화재가 발행해도 유독가스가 덜 나와 더 안전하다고 김부장은 덧붙였다.
평당 건축비는 300만~350만원 선. 국산 자재가 거의 없어 유럽이나 북미·캐나다에서 수입해 값이 좀 비싸다. 집의 형태도 규격화된 자재를 수입해 조립·시공하는 경량 목조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공업체가 많지 않은 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업체선정도 집을 짓고 3~4년쯤 살아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개 집 주인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모델하우스를 잘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자재의 질을 잘 살펴야 한다.
〈스틸하우스〉집의 기본 골격을 나무나 벽돌 대신 특수처리된 철재인 ‘스터드(아연 도금한 두께 1㎜ 안팎의 ㄷ자형 경량 형강으로 제작)’를 써서 지은 집이다. 보통 바닥 및 벽 세우기→벽 및 지붕작업→골조완성→내부 단열시공→마감 순으로 완성하므로 공사기간이 콘크리트 건물의 3분의 1로 짧다. 그만큼 인건비 등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사기간은 단층은 3개월, 복층은 3.5개월 정도 걸린다. 철골 면적이 작아 같은 외장재로 시공해도 벽면 두께가 얇기 때문에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내진 강도가 목조나 철근콘크리트조보다 강하며 설계 및 구조변경도 쉽다.
건축비는 평당 250만~280만원 선. 내구성이 우수해 집의 수명은 해안가는 70년, 내륙에선 100년 정도 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골조가 철재라서 목조주택보다 변형도 잘 안되고 외관도 돌·나무·대나무 등으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방음효과는 그러나 목조나 흙집보다 떨어진다. 스틸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도 있다. 규격시공을 안 하면 하자 발생도 많다. 특히 건식공법으로 집을 지어 물에 약한 편이다. 그래서 누수가 안되도록 시공을 잘해야 한다. 벽에 못을 박을 때도 석고보드 전용못을 써야 한다. 포스홈 관계자는 “외관이 아름다워 스틸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며 “업체를 정할 때는 스틸하우스클럽 회원사인지, 자재는 아연도금 냉연강재인지, 공법은 스터드공법인지 꼭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통나무주택〉기둥·서까래 등 집의 골조를 통나무로 하고 못을 안 쓰고 조립해 구조가 아주 강하다. 수명도 500년 이상 갈 정도로 길다. 통나무가 주는 질감이 좋고 자연과 잘 어울리며 건강에도 좋다. 특히 단열효과가 우수하고 온·습도 조절능력도 뛰어나다. 비가 와 눅눅한 날은 통나무가 공기 중의 습도를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습기를 밖으로 내뿜어 늘 쾌적함을 준다.
다만, 통나무를 95% 이상 미국·캐나다·호주에서 수입해 쓰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평당 건축비는 나무를 눕혀 지으면 350만원, 세워 지으면 300만원 선이다. 국산 통나무도 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건축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병천 한국통나무학교 교장은 “3주 정도 통나무집 짓는 교육을 받고 숙련과정을 거치면 3~4명이 20평 크기의 통나무집을 짓는 데 30~40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흙집〉예전에는 주로 질흙으로 집을 많이 지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황토를 쓴다. 질흙이나 황토 모두 단열이 잘돼 난방효율이 뛰어나다. 또 흙은 공기를 흡수해 방출하는 작용을 하므로 습도조절 능력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황토집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몸속의 독소를 없애주며 원적외선을 방사해 전자파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황토집이 건강에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흙집은 짓는 데 3~6개월 걸린다.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사전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올해 집을 지으려면 전년 10월쯤 나무를 구해둬야 문제가 없다. 6월부터는 육송의 경우 청색이 오르기 때문이다.
건축비는 평당 250만원부터 4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가격만 따질 게 아니라 벽돌의 질이 어느 정도 좋은지 잘 살펴야 한다. 시멘트를 넣어 딱딱하게 만든 벽돌은 황토벽돌로 보기 어렵다. 벽체도 벽돌 한겹으로 쌓느냐, 기둥의 크기는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건축비 차이가 난다. 흙집은 벽에 금이 가는 등 사소한 하자가 발생해도 흙을 바르면 되므로 개·보수는 쉬운 편이다. 수명은 그러나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보다 짧은 것으로 본다. 박성환 한옥마을 황토흙집 실장은 “흙집은 기후조건과 목재수급 상황에 따라 공사기간이 달라지므로 지을 때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짓는 시기도 4~10월이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