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승냥이와 두루미
김 옥 애
바라나시에 돈 많은 재산가가 있었습니다. 그 재산가는 시골에 사는 어떤 사람에 천만 원을 빌려 줬습니다. 그런데 재산가는 돈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보, 내가 이렇게 아파 죽더라도 당신이 대신 그 돈을 받아내야 하오.”
죽기 전에 재산가는 아내에게 그 돈을 부탁했었습니다.
“그건 염려 마셔요.”
그런데 남편이 떠난 후에 그의 아내도 곧 몹쓸 병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아내가 아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아들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이렇게 나까지 아버지 뒤를 따르게 됐으니 어찌할거나. 아버지한테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있거든. 하지만 나까지 죽게 된 줄을 알면 이제 돈을 갚지 않으려 할게야. 그러니 내가 죽기 전에 네가 가서 그 돈을 받아 오너라.”
“예,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돈을 받으면 잘 간직해서 조심조심 가져 와야 한다.”
아들이 집을 떠나자 어머니는 아들걱정에 병이 더 심해졌습니다. 혹시 돈을 받아 가지고 오다가 강도를 만나면 어쩐다니!
마침내 그 어머니도 숨을 멎었습니다.
어머니는 숨을 멎자마자 암 승냥이(개와 비슷하나 개보다 이마가 넓고 주둥이가 뾰족함) 가 되어 다시 태어났습니다.
암 승냥이가 된 어머니는 자나 깨나 아들 걱정뿐이었지요. 그래서 아들이 돈을 받아 들고 올 길목을 지켰습니다. 길옆의 숲 속엔 강도들과 그 두목이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암 승냥이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 길 앞에서 아들을 보았습니다.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암 승냥이가 말했습니다.
“그 숲 속 길로 가지 말라. 거기엔 강도들이 살고 있어. 너를 죽이고 돈을 빼앗아 갈 것이야.” 아들은 암 승냥이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뭐야! 승냥이가 무슨 헛소리야!”
암 승냥이는 아들 앞에까지 가서 길을 막았습니다.
“숲에서 멀리 떨어져 걸어가라.”
“비켜라. 재수 없이 네가 왜 내 가는 길을 막지?”
아들은 아직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암 승냥이를 돌멩이와 막대기로 쫓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두루미 한 마리가 아들의 머리 위를 날며 외쳤습니다.
두루미는 누군가에게 일러바치듯 울어 댔습니다
<저 남자는 천만 원의 돈을 가지고 있다. 죽여 버리면 그 돈을 가질 수 있다.>
두루미의 울음 뜻을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두루미가 울고 날아가는 것을 좋게 받아드렸습니다.
- 저 두루미는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줄 새야. 이제 내게는 좋은 일만 생기겠지.
아들은 두루미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오히려 합장을 했습니다.
“행운의 신이여 실컷 우소서. 실컷 우소서.”
모든 소리의 뜻을 알고 있는 강도의 두목은 암 승냥이와 아들의 행동을 본 후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 저 암 승냥이는 아들의 어머니가 틀림없구나. 어머니이기 때문에 강도들에게 돈을 빼앗길까 봐 길을 막고 숲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거야. 그런데도 아들은 암 승냥이의 뜻을 모르다니. 행복을 바라는 어머니를 꾸짖고, 막대기와 돌로 쫓아 버렸구나. 그리고 불행을 가져다 줄 두루미에겐 합장까지 하면서 행복을 원한 아들아. 너는 참으로 어리석도다.>
강도의 두목은 이렇듯 생각이 바르고 위대한 사나이였습니다. 잘못된 운명의 별 때문에 강도가 되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갔지만요.
아들은 천천히 강도들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강도의 두목은 아들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서 사느냐?”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바라나시에서 삽니다.”
“지금 어디를 갔다 오는 것이냐?”
“어떤 시골 사람에게서 받을 돈이 천만 원 있었는데 그 사람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강도의 두목이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받았느냐?”
아들이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받았습니다.”
“누구 심부름으로 갔더냐?”
“두목님,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지금 병들어 자리에 누워계십니다. 아프신 우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돈을 받지 못할까 봐 저를 심부름 보낸 것입니다.”
“네 어머니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아느냐?”
“모릅니다.”
강도의 두목이 설명을 해 나갔습니다.
“네 어머니는 네가 돈을 받으러 떠난 뒤에 죽었다. 하지만 아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 암 승냥이로 바뀌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너를 위한 마음으로 길을 막고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암 승냥이를 너는 위협하며 쫓아 버렸지. 또 그 두루미는 너의 적이다. 두루미는 너를 죽이고 돈을 빼앗으라고 우리에게 알려줬다. 너는 어리석어 너의 행복을 바라는 어머니를 오해하고 너의 불행을 원하는 두루미를 찬양했다. 그러나 찬양을 받았던 두루미는 너에게 조그마한 것도 베풀지 않았다. 나는 네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돈을 빼앗지 않을 테니 천만 원은 가지고 가거라.”
< 본생경 제 279화 두루미의 전생 이야기>
<생각 키우기>
이 이야기에서 나온 강도의 두목은 보살입니다. 그는 어른이 되어 농사나 장사로 살아가지 않고, 오백 명의 강도들을 거느린 두목이 되어 숲 속에서 살았습니다.
아들은 암 승냥이가 타이른 말을 불행한 말로 받아 드리고 진짜 불행을 바라는 두루미의 말은 행복을 원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아들처럼 올바른 충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