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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봉과 오도산자연휴양림
미녀의 등뒤에 자리잡은 휴양림
거창-합천 경계에 솟은 미녀봉(930m)은 아름다운 여인이 옆으로 누워 있는 듯 보이는 산이다. 특히 거창 산악인들은 가조벌에서 바라보이는 미녀봉은 영락없는 여인의 모습이라며 자랑한다. 배꼽 부위를 정상으로, 그 동쪽은 하체, 서쪽은 상체로 삼고 보면 미녀봉 산자락은 어디든 여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황강 지류인 가천에 긴 머리카락을 담그고, 단아한 이마, 까만 눈썹, 오똑한 콧날, 살짝 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그 아래를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 튀어나온 배 등 정상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북사면의 산세가 영락없이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
이러한 표현은 산 곳곳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정상 동쪽의 약물샘과 여궁샘, 서쪽으로 유방봉과 눈썹바위, 능선 북쪽의 유방샘 등 모두 여체나 음양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지명으로 이름지어져 있다.
미녀봉에는 산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바다였던 이 일대에서 나룻배를 타고 표류하던 장군을 불쌍히 여긴 옥황상제가 도력이 뛰어난 딸 미녀낭자를 보내 구하고자 했다. 그런데 미녀낭자와 장군은 첫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랑하게 되었고, 이에 노한 옥황상제가 두 사람을 산으로 굳어 버리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장군봉은 미녀봉과 마주보고 있는 의상봉(1,046.2m) 서쪽의 암봉을 말한다.
또 다른 전설은 산 아랫마을에 사는 처녀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고 약초를 캐러 이 산에 올랐다가 뱀에 물려 죽자 이를 가련히 여긴 산신이 죽은 처녀의 모습대로 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애절한 전설에 걸맞게 주변 산봉들도 미녀봉을 떠받들고 있다. 미녀낭자를 사랑한 벌로 암봉으로 굳어버렸다는 장군봉, 미녀의 무릎께에서 아름다움에 빠져 있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산(1,133.7m), 미녀의 발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형상이라는 두무산, 미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비계산, 멀리서 호위하듯 솟구친 의상봉 등 주변의 산 하나 하나가 모두 미녀에 흠뻑 취한 산세를 띠고 있는 것이다.
미녀봉 동쪽에 솟은 오도산은 웅장한 산세나 높이 면에서 미녀봉을 능가하지만, 정상에 인공시설물인 통신중게탑이 서 있고, 또산 밑 합천군 묘산면 소재지에서 이 중계탑까지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는 점 때문에 등산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산봉을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높아 조망이 뛰어나다는 장점 덕분에 일출과 합천호 조망 드라이브 및 촬영 명소로서는 인기가 높다.
미녀봉 산행은 거창 가조면 석강리 석강초교~약물샘~정상, 또는 도리 수포대~오도재~정상 등로가 잘 알려져 있으나, 거창 산꾼들은 합천 봉산면 압곡리 지실골 등로도 뛰어난 등로로 꼽는다. 오도산과 미녀봉 사이에 형성된 지실골은 수림이 울창한 가운데 수려한 암반이 계속 이어지는 데다 수량이 넉넉해 특히 여름 피서산행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선 곳이 바로 이 지실골이다.
휴양림 기점 원점회귀산행은 단순한 편으로, 말목재(약 670m)를 거쳐 정상에 올라선 후 능선을 타고 오도재(약 730m)까지 갔다가 계곡을 따라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가벼운 산행을 원할 경우 휴양림~말목재~정상을 왕복한다.
산행은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800m 위쪽에서 시작한다. 관리사무소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다리 3개를 건너면 도로 왼쪽 사면으로 연립형 산막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고, 이어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에서 100m쯤 더 오른 다음 갈림목에서 왼쪽 길로 올라서면 주차장 위에 산막 3채가 모여 있다.
산길은 물줄기를 오른쪽에 두고 뻗어 오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능선을 넘어선다. 이후 잠시 계곡으로 내려서는 듯해 헷갈리지만, 곧 마른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산길을 따른 지 30분쯤 지나면 말목재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들머리에서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산길 주변은 가을 송이철이면 산 아래 마을 주민들이 몰려들 정도로 버섯이 많이 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말목재 고갯마루에서 왼쪽 능선길을 따르면 시리봉(836m) 정상에 올라선다. 숙성산은 도선국사가 밤하늘에 별을 살펴보다 명당자리를 찾아냈다는 곳으로, 정상인 성수단에서 오도산과 미녀봉 등 주변 산봉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정상에서 널밭을 거쳐 지곡 마을로 내려설 수도 있고, 남서릉을 따르다가 봉화재(450m)에서 거창군 가조면 기리나 합천군 봉산면 상현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미녀봉 정상으로 가려면 말목재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른다. 짤막한 오르막을 올라서면 밑에서 볼 수 없었던 미녀봉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미녀의 머리 부분이라는 펑퍼짐한 봉우리와 그 오른쪽에 삐죽 솟구친 눈썹바위, 또 그 오른쪽에 유방봉 등 아름다운 미녀를 연상케 하는 기암괴봉이 눈에 들어온다. 유방봉 뒤쪽으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힘차게 솟구친 형세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둔덕을 살짝 내려섰다가 가파른 사면을 올라서면 숲 분위기 그윽한 미녀봉 머리 부분에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 길은 일명 유방샘이라고도 불리는 약물샘을 거쳐 가조면 석강리 석강초교 앞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능선길을 따르면 눈썹바위를 거쳐 유방봉으로 향한다.
삐죽 튀어나온 형상이 가조벌에서 볼 때 여인의눈썹과 같다는 눈썹바위에서 오도산을 조망한 다음 유방봉 오름길로 들어서면 제법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경사도 가파른 데다 바위턱을 잡아 당기면서 올라야 하기에 아기자기한 맛도 즐길 수 있다.
바윗길을 따라 오르면 암봉 정상으로, 북쪽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튀어오른 바위와 함께 유방봉이라 불린다. 유방봉은 미녀봉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특히 가조벌과 그 뒤로 펼쳐진 금귀산(710m)~보해산(911.7m)~흰대미산(1,327.4m) 능선과 그 오른쪽으로 가야산(1,430m) 일원의 산봉들이 힘차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동으로 웅장하게 솟구친 오도산의 모습도 가슴 벅차게 한다.
유방봉에서 미녀봉 정상까지는 10여분(시간이 잘못 되었음-약 1시간 정도 소요됨) 거리로, 완경사 능선을 따른다. 미녀봉 정상은 평범한 능선 상의 바위지대로,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지 않다면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없다.
오도재로 가려면 계속 능선을 따른다. 능선길은 30여 분 줄곧 동쪽으로 향하다 오도재를 10여 분 남겨놓고 남동으로 방향을 튼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뚝 떨어진 다음 살짝 둔덕진 오르막을 넘어서면 사거리에 '미녀봉, 오도산, 휴양림, 가조' 안내판이 서 있다.
사거리에서 오른쪽 소나무숲 길을 따르면 한대 농지로 이용되던 습지에 이르고, 이후 물가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10여 분 내려서면 휴양림 임도 상단의 공터에 내려선다. 이 공터에서 휴양림 맨 위쪽 시설물인 청소년수련관까지는 약 700m 거리다. 공터에서 오도재쪽을 바라보고 오른쪽 물줄기를 따라 100m쯤 오르면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석간수가 솟는 샘이 나온다.
휴양림 기점 말목재~정상~왕복산행은 2시간30분, 말목재~정상~오도재~휴양림 원점회귀 산행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식수는 휴양림에서 준비하도록 한다.
오도산자연휴양림
합천호 주변 산행의 베이스 캠프
오도산자연휴양림은 합천호 주변에서 가장 깊은 산세를 느낄 수 있는 지실골 상단에 조성돼 있다. 해발 1,133.7m의 오도산에서 오두치를 거쳐 미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사면에 약 6km 길이로 뻗어 있는 지실골은 숲이 무성한 가운데 골짜기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계곡 분위기가 뛰어난 곳이다.
지난 3월27일 개장한 오도산자연휴양림은 골짜기가 협소해 시설물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사면에 산막을 세워 조망이 뛰어난 편이고, 야영장은 우거진 숲속에 자리잡아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수려한 계곡가에 야영데크를 여러 개 만들어 놓았으나 지난 태풍에 많이 훼손, 10월 초 현재 복구 공사중이다.
오도산자연휴양림은 오도산과 미녀봉 뿐 아니라 합천호 주변의 산의 등산과 합천호 관광시 베이스캠프로서 활용도가 높다. 거창과 합천을 잇는 24번 국도 상에서 휴양림관리사무소까지 3.6km, 그리고 휴양림 진입로와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합천호 들머리인 봉산교까지 2km에 불과해 합천호로 진입하기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휴양림인 것이다.
합천호 주변을 따라 나 있는 도로는 낭만과 자연미 넘치는 드라이브 코스로, 대구와 경남 일원에서 이름 나 있다. 합천호 주변에는 새터지구, 희양지구 관광단지, 황계폭포 및 조정지댐 국민관광지, 전망대 등 볼거리도 많이 있다. 또한 합천호 주변에는 봄철 철쭉꽃으로 이름난 황매산(1,108m) 군립공원과 월여산(862.6m), 소룡산(619.7m) 등 합천호를 조망하며 즐길 수 있는 산들이 여럿 있다.
시설물 내용 및 이용료
휴양림 내 주요 시설물로는 통나무집 5동 8실(8평 4실, 13평 2실, 14평 1실, 20평 1실)과 청소년수련관 1동(33평)이 있으며, 야영데크 50개소가 있다.
숲속의 집 8평=성수기 40,000원/비수기 28,000원. 13평=50,000원/35,000원. 14평=60,000원/42,000원. 20평=100,000원/70,000원.
수련관(33평) 성수기 150,000원/비수기 105,000원.
야영장 무료.
야영데크 3,000원.
주차료 중소형 2,000원, 대형 4,000원.
입장료(개인/단체) 일반=1,000원/700원. 청소년 군인=700원/500원. 어린이=300원/200원.
*이용요금은 각 시설별 별도. 숲속의 집과 수련관은 동절기(11월1일~다음해 2월 말)에 30% 할인.
전화 055-930-3546, 주소=경남 합천군 봉산면 압곡리 산 150번지.
*교통
노선버스는 합천이나 거창에서 운행하지만, 거리 상 거창을 경유하는 편이 가장 빠르고, 부산 방면에서는 합천을 경유하는 편이 빠르다.
서울~거창=서초동 남부시외버스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13회(08:40~17:50) 운행하는 직행버스 이용. 3시간30분 소요. 요금 16,700원.
대구~거창=서부시외버스정류장(053-656-2824)에서 1일 67회(06:00~21:00) 운행하는 고속버스 이용.
부산~합천=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2)으로 운행하는 고속버스 이용. 50분 소요. 요금 8,500원.
진주~거창=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30분 간격(06:50~19:47)으로 운행하는 직행버스 이용. 1시간50분 소요. 요금 6,600원.
광주~거창=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 ARS)에서 1일 9회(05:30~17:00) 운행하는 직행버스 이용. 약 3시간 소요. 요금 10,600원.
거창~봉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10회(06:30~18:30) 운행하는 합천행 서흥여객(055-931-2467) 완행버스 이용.
합천~봉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10회(06:50~19:40) 운행하는 거창행 서흥여객 완행버스 이용.
*드라이브 코스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대구 방향으로 12km 가면 봉산교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계속 직진 압곡교를 건너면 지실 마을 입구에 이어 고갯마루 직전 왼쪽으로 휴양림 입구가 보인다(압곡교 삼거리에서 약 3km). 입구에서 휴양림까지는 3.6km.
또는 고령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6번 국도를 따라 남진하다가 쌍림면 소재지에서 우회전(약 3km), 26번 국도를 타고 묘산면 소재지까지 간다(약 14.5km). 묘산면 삼거리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 5km쯤 가면 싸리터재를 넘자마자 오른쪽으로 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산청 방면에서는 59번 국도를 타고 산청군 차황면과 거창군 신원면을 거쳐 진입한다.
첫댓글 이대장님 우리고향에 가는군요 , 하산을 가조로 할련지 신경써야 겠네요 ,
경관 조코 공기 조코 물말고 조은 고향 가져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