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형사사건을 몇 건인가 맡아서 하였다. 누가 그러더라 일복터진 년이라고 ㅋㅋ 어쏘일 때도 개업을 하고나서도 빡센 건은 다한다고 ㅋ 검찰이 수사의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언론프렌들리로 공표할 때 그것이 내 의뢰인의 진실에 반하는 경우 그것을 박을 방도가 없었다. 박근혜정부 시절 포스코 사건을 담당하였을 때도, 합참의장 방산비리 사건을 담당하였을 때도, 최근에 국정농단 사건을 진행하였을 때도 언론은 검찰의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검찰 기자라는 포지션이 검찰이 불러주는걸 받아쓸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 외에는 기껏해야 사건 담당하는 변호사 전화번호를 어렵게 알아내어 전화를 하거나.. 그런데 평소 안면있는 변호사가 아니고서야 친절히 답해 줄리 없겠지. 설령 알던 변호사라 하더라도 사건의 진행상황을 의뢰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해 줄 수 없고, 설령 의뢰인이 그걸 원해서 우리의 입장을 말을 해준다고 해도, 하나하나 전화오는 기자님들께 그러한 상황을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녹록치 않다. 큰맘먹고 우리의 입장을 기승전결 정리하여 입에 단내나게 시간 헐어 설명해 줬더니 기사에는 우리입장이 한줄도 나오지 않더라 ㅎㅎ 수사는 밀행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원칙상 고소인이라 하더라도 수사의 진행상황을 알기는 쉽지 않다. 피의자 또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수 밖에. 피의자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아야 하고... 뭐 이런 꼰대 아재같은 쌉소리는 집어치우고. 사건당사자가 아니면 기록을 열람하는 것조차 엄격 히 제한되는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이 시시각각 언론에 보도되는게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검찰이 발표하는 - 즉 언론에 불러주는- 수사의 진행상황이 모두 진실인 경우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검찰이 언론에 흘리는 것이 진실이 아닌 경우에는 어쩔 것인가. 검찰은 모두 다 양심적인가. 수사의 진척에 눈이 뒤집어져 검찰은 정말로 자신이 절대 정의라고 확신범에 가까운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담당하였던 최윤희 합참의장 방산비리 뇌물수수 사건은, 나는 증뢰자 쪽 담당변호사였지만, 방산비리의 최정점이라.. 방산비리 합수단이 만들어져 대대적으로 떠들썩하게 수사를 진행하였고, 언론 역시 수사 상황 하나하나, 영장실질심사 때마다 왁자지껄하게 여론몰이를 해 주었던 사건이었다. 나 역시 무죄를 다투는 건이라고 사건을 배당받으면서 도대체 방산비리 사건을 무죄를 어떻게 다툰담..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기록을 까보니 언론에서 접했던 사실과 너무나 달랐다. 기록은 방대하였으나 공소사실조차 허접했고, 증거도 다 짜맞추기식이었다. 당시 일주일에 두번씩 집중심리로 사건을 진행하였었는데 그 힘든 재판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만. 들. 어 놓은 진술을 증인을 불러다 놓고 신나게 탄핵을 하여 박살 내는 재미가 있어서 그 짜릿함이 마치 뽕맞은 것 같아서 신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결국 그 사건은 1심에서 특경가 뇌물 등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고, 항소심에서는 피고인들의 모든 공소사실에 대하여 수뢰든, 증뢰든, 특경가 뇌물이든 전부 무죄가 선고되었고, 지금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아마 무죄가 그대로 확정되리라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사건의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외에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온 국민의 뭇매를 맞으며 수사에 임했던 당사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위자할 것인가. 회복이 가능한 것인가. 또 하나 최근의 국정농단사건을 담당하면서 정말이지 몸으로 느낀 것인데, 기자들은 대세상승장을 거스르려 하지 않더라, 기자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거 ㅎㅎ 입아프게 말해주면 뭐하나. 어차피 보도되지도 않을거. 분명한 것은 우리 법은 검찰의 이러한 행태를 금지하고 있다.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조문은 심플하다. 검찰, 경찰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그 직무를 당함에 있어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는 죄가 성립한다고 ㅋㅋ 법을 모르는 자가 읽어도 심플하게 이해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버젓이 2차장, 3차장 티타임이 이루어지고, 거기서 수사 진행상황이 브리핑 되고 있고, 심지어 친정권 언론사에는 티타임 외에도 단독을 던져주는(것으로 기자들끼리도 추정하는) 그런 현실. 수사가 진행되는 때에, 검사실에서 이루어진 피의자 신문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히 그 검사실에는 검사와, 담당 계장, 담당변호사인 나, 피의자 넷 밖에 없었는데. 다음날 또는 당일 저녁에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버젓이 기사로 뿌려지는 현실이. 심지어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음에도 그리고 말의 뉘앙스는 아 다르고 어 다름이 분명한데도 마치 그럴듯한 스토리로 앞 뒤 상황을 엮어내어 기사를 쏟아낸다. 그리고 그를 모니터링한 다른 언론사는 이를 우라까이 한다. 그렇게 여론이 형성되고 마치 정말 대단한 악의 축인양. 악마인양 그려진다. 그저 미소를 짓는 것도 고개를 자기도 모르게 끄덕이는 것도 대단한 의미부여가 되어 자극적인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포털의 메인에 걸린다. 마치 우리가 어릴때 교과서에 공산당은 악마처럼 생겼다고 사람의 얼굴이 아닌 붉은 얼굴가죽에 뿔이 두개 달린 머리통을 가진 짐승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로앤비에 판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하여 형사 판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정신적인 손해배상 사건만이 검색될 뿐이다. 그나마 있는 손해배상 사건에서의 대법원의 태도를 살펴보면,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49692 판결 대법원 판례는 몇 있지도 않고, 그나마다 하급심 판례들이고 그나마 또, 원고의 청구가 인용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판례가 법에 있지도 않은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대폭 완화하여 법 조문을 사실상 사문화 시키고 있다. 공인(공인인지 아닌지 여부도 의문이지만)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알권리의 미명하에 자신이 저지른 죄(유죄인지, 무죄인지 여부를 별론으로 하고)이상의 고통-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언론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어마어마한 무기가 있고, 거기에 댓글다는 워리어들은 대부분이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뛰어나보임을 언론을 통해 인정받고..공소유지는?? 공소유지는?? 무죄가 나오든 말든 영전해서 승승장구하실테니 뭐 상관있나요. 대부분의 피의자였던 사람들은 검찰의 그와 같은 행태에 대하여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를 하여 사건을 진행시킬 생각을 못하겠지. 억울하다고만 생각할 뿐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조문이 있는지도 모를것이고 설령 안다하여도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심지어 국가를 상대로, 검찰을 상대로, 경찰을 상대로, 언론을 상대로 그를 고소하여 사건을 진행시킬 마음을 먹는 이가 얼마나 될까나. 설령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 한들 받아들여 처벌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도대체 주말에 일하러 출근해서 쌓인 일은 하지 않고 답도 없는 이런 글이나 중언부언 쓰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