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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운원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운원
장미꽃은 열정적 사랑이라는 꽃말 그대로 이 가을,
여전히 향기롭고 아름다운 자태로 보는 이의 가슴에 사랑의 불을 피워주는데, [ 장미축제 ]는 막을 내렸습니다.
5일부터 10일까지 시월의 엿새는 <장미광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새겨 놓았습니다.
이곳을 찾았던 임비현씨가 느낀 소감,
― 어쩜 그 많은 장미들이 제각각 이름이 있고 종류가 있었다는 걸 첨 알았어요.
그리고 제 각각의 향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그런데 그 장미를 보다가 들꽃 언덕의 코스모스를 보니까.... 불타는 동산이라고 아들이 그러더군요...
또, 싸이월드님의 후기,
― 장미축제, 장미향 향수를 가득 뿌려 놓은듯.. 진한 장미향이.. 향긋하게 하루를 마무리 해줬다.
코스모스 레이디님이 이렇게 썼습니다.
― 주말..... 이른 아침에 올림픽공원 장미꽃축제에 다녀왔어요. 이슬을 살포시 머금은 장미꽃이 넘 아름다워서........
향기로운 빨간 장미꽃으로 미니부케와 꽃바구니 만들어 자랑하는 어린이들,
마음은 벌써 예비 신랑 신부를 꿈꾸는 듯, 활짝 웃으며 멋진 포즈를 취합니다.
엄마들도 장미향 가득 담긴 비누 만들고, 장미꽃잎 몇 점 그림 그리듯 찬찬히 펼쳐 놓고 꼭 눌러 책갈피에 끼워 봅니다.
장미 가지 자르고 가시 빼내고 꽃송이 한데 묶다 보면, 십 몇 년 전소녀시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올라 탑니다.
장미꽃 종이접기는 처음 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어려워 강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순서에 따라 만들었는데,
너무 정성이 들어갔을까요,
다 만든 작품(?)을 큰 액자 판에 붙여 장미꽃을 만들려 했는데 그냥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
축제가 끝나는 엿새째가 되는 날에도 액자 위에는 장미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
접기의 순서가 고스란히 남은 종이를 집에서 되풀이해보면 그제서야 확실히 종이접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집에 가져가서 화려하고 멋진 종이장미 정원을 만들려고 그랬다는 짐작이 듭니다.
야외콘서트는 해 질 무렵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새 소리 나는 오카리나 연주. 장미나무와 새 소리 아름다운 하모니로 장미광장에 퍼져 나갔고,
둘째날과 세째날은 <행복나누기>의 7080 공연으로 흥겹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노래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클래식기타 연주와 만돌린 연주는 ' 비 "의 곡조를 담아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회상을 아로새겼고,
마지막 날, 팬플릇 공연은 소프라노 황수정씨와 함께 하며,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예스터데이" "베싸메무쵸" 같은 쓸쓸한 노래로 ,
가을과 장미를 하나로 묶어 사람들 마음 속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베르사이유 장미정원과, 그리스신전을 재현한 야외 콘서트는 그래서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런 후기를 쓴 분이 있었습니다.
― 10월을 적셔내는 장미향은 샤넬이 숨겨놓은
칠흑같은 어두움 속에서 자라나 지독한 냉기를 머금은 발트해의
장미향과 흡사할테니 향기 그 자체가 은밀한 유혹이기도 할겁니다
밤 하늘 아래 무대와 화단을 비추는 조명등의 환한 불빛,
"환타지"의 말뜻이 환상적이라면 밤에 보는 <장미광장>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콘서트의 끝, 관객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 치며 출연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마무리가 장미를 닮았습니다.
파도타기님이라는 분의 글입니다.
― 도시에 저렇게 예쁜 공원이 있는 서울 사람들 행복하지요?
바쁜 축제 기간 중에도 장미광장 해설 신청을 받아 해설을 진행했습니다.
두 가족 중 한 가족만 온 초등학교 4학년 서현이는 아빠와 함께 나타났는데,
해설하는 중간 중간에 내 해설에 덧붙이는 말들과,
내 쉬운 질문에 어렵게 대답하는 솜씨로 보아 그리스신화에 정통한 학자처럼 배경지식이 아주 많았습니다.
" 활과 화살을 들고 다니는 "이라는 내 말에 " 에로스 "라는 단어가 선뜻 나오고,
" 올림푸스 12신의 왕 " 하면 " 제우스신 "이 서현이의 입에서 금새 붙어 나왔습니다.
덕분에 내 해설은 힘이 붙었고, 똑똑한 제자를 둔 나는 행복한 선생님이 되어 장미광장 한 바퀴 돌기 아주 쉬웠습니다.
거여동에 산다는 세 가족, 어린이 5명 어른 5명도 서현이네와 똑 같았습니다.
남자 어린이 두 명이 서현이처럼 그리스신화에 정통해서(?) ^^^,
서로 경쟁하듯 내 질문과 해설에 큰 뒷받침을 했습니다.
똑똑한 아들을 둔 아빠들도 흥분하고 기뻐하고,
며칠 뒤 공원 홈페이지에 " 그 날의 감격"을 기리며, 나에게 감사하는 글을 남기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
장미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이 곳 <장미광장>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예찬한 시 몇 편,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 오, 내 사랑은 유월에 새로이 피어난 / 빨갛고 빨강 한 송이 장미꽃. (R 번즈)
―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헤르만헤세)
― 아아,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러운 / 푸르디 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 가시를 품었습니다. (오세영)
― 가시에 찔린 심장 / 피 안 흐르는 것으로 / 불길에 데인 흔적 / 도무지 / 없는 것으로 (허영자)
이해인 수녀님 시비를 찾아 왔다는 잘 차려 입은 중년 부인들, 시비 앞으로 안내하니 소리 내어 낭송을 합니다.
―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 나의 삶이 /
암호처럼 찍혀 있는 /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가을장미축제]와 잘 어울리는 아이디를 가진 " 가을남자"님,
꽃 사진 여러 장 명품 사진도 좋았지만,
꽃을 대하는 마음을 쓴 글이 더 멋 있는 분,
아까의 " 발트해의 장미향 "에 이어서 끝 머리에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 이제부턴 가을날의 노래, 10월에 부르는 노래 속에 찬란하지만 짧은 장미의 이야기도 함께 읊어야 할 것 같은데,
때늦은 장미축제를 보노라면 이 계절의 각별한 축복 같기도 하여,
삶에의 진진한 감사가 절로 우러나오게 됩니다.
분홍 장미 아름다운데 흰 구름 뜬 푸른 하늘에 비행기 한 대 소리 내며 날아갑니다.
하티님이 쓴 글과 같습니다.
― 오월에 피는 장미도 이쁘다지만,
청명한 가을 하늘과도 잘 어울리는 장미들, 축제가 한창인 정원 모두들 탐스러움 속에서 뛰노는구나.
장미와 헤어진 사람들이 이제 <들꽃마루> 로 오릅니다.
노오란 황화 코스모스가 <흥부네원두막>이 있는 마루턱에서 노란 색 가득 묻어 있는 붓을 휘둘러 장미광장 아래로 뿌렸습니다.
꽃의 별명은 " 바람개비 코스모스 ".
장미가 향기라면, 이 꽃은 색깔이 무더기 무더기로 퍼져 한 편의 노란 시를 꽃에 새겨 놓았습니다.
여기를 < 불 타는 동산 >이라고 표현한 임비현씨의 아들네미는 벌써 시인[詩人]입니다 .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이제 들꽃마루를 오르는 사람들도 어느덧 시인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