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가 어찌 보면 마라톤이나 진배없다. 정도(正道)를 끊임없이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삶의 정점, 그 정점이 명예 일 수도 있고 부(富)를 축적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삶의 목표는 부귀, 명예가 아닌 마라톤을 뛰며 그동안 삶을 살며 잃어진 나 자신을 되찾아 그것을 다스리는 일이 우선이다.
사람의 욕심은 바다와 같다고 하잖는가. 공직자로서 무슨 욕심을 낼 것인가. 굳이 욕심을 부린다면 아들들이 훗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제몫을 하며 살아주는 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 늘 아들들한테 지식과 지혜를 쌓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라톤은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육체가 주어져 있는 한 아주 멋지고 신나는 운동이다. 내가 처음 마라톤을 경험한 것은 10여 년 전 일이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여 이틀에 한번 씩 종합운동장 트랙에서 달리기를 3개월 꾸준히 하다가 그 연습을 바탕으로 한국기자협회와 충청일보가 주최한 ‘제 2회 충주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게 나의 마라톤의 첫 경험이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운동보다는 돈들이고 하는 편한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편 비즈니스 차원에서 골프를 친다거나, 다양한 동호인 클럽을 통하여 운동에 참여하곤 한다.
그러나 운동 중에서 힘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서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운동은 바로 마라톤이 아닐까 싶다. 마라톤은 건강코스(10km), 하프코스(21,0975km), 풀코스(42,195km)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마라톤이라고 하면 하프코스와 풀코스를 지칭한다. 더 엄밀히 말하면 풀코스를 마라톤으로 불러야함이 맞을 것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라는 경기가 있는데 이는 강한 체력과 지구력, 심폐기능을 요구하는 철인들의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1인이 수영(3.9km), 사이클(180.2km), 마라톤풀코스(42.195km)를 계속 이어서 완주하는 경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철인 3 종경기’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Iron man 코스이며 바로 아랫단계로 올림픽 코스로 불러지는 경기가 있는데 수영(1.5km), 사이클(40km), 마라톤(10km)을 혼자 이어서 완주하면 된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벽하게 뛰는 사람들은 나아가 철인 3종 경기를 바라보며 종목을 변경하려는 욕구를 갖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어쩌면 인간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무한한 질주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마라톤에 입문하여 5km를 뛰고 나면 바로 10km를 향한 열정으로 바뀌고 10km를 무난히 완주하고 나면 하프코스에 도전장을 내게 된다.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부단한 연습을 통하여 지구력을 기른 다음 언젠가는 풀코스를 뛰겠다는 희망과 열정으로 뭉쳐 풀코스를 향한 꿈의 달리기를 지속하면서 달리기 매력에 빠져든다. 일반적으로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난 후 1년 또는 2년 이내에 풀코스에 도전한다. 모든 주자들의 꿈이 풀코스에 참여하여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기에 풀코스 도전 열정은 정말로 대단하다. 여기서 인간의 끝없는 도전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꿈이 있기에 도전을 하고 그 꿈을 이루면 또 다른 꿈을 만드는 자만이 성취감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마라톤 풀코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단계별로 열정을 다하면서 마라톤 예찬론자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마라톤에 입문하지 않았더라면 달리기의 짜릿한 맛을 느껴보지도 못하였을 것이며 또한 인생의 여정 속에서 수시로 다가오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마라톤은 순간순간 다가오는 세상사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정해진 코스를 뛰다보면 초반에는 힘이 넘쳐 신나게 뛰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코스를 포기하려는 유혹이 계속 다가온다. 이는 마치 지난날 공직 생활을 하면서 어렵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 때 힘들 때마다 그것을 포기 하고 싶은 유혹과 다름없었다. 항상 골인지점 2-3km 정도를 남겨두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달리기를 포기하려는 유혹이 끝없이 다가온다. 이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달리기를 멈추면 여지없이 완주를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이 유혹을 이겨내면 머잖아 메인스타디움이 보이고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가족들로부터 완주를 축하하는 갈채를 받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어찌 마라톤과 같지 않으랴. 기나긴 삶의 여정 역경과 고통을 감내하노라면 언제가 우리 앞에 평탄대로가 기다리기도 하잖는가.
그래서 마라톤은 우리에게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코스 완주 후 맛보는 환희는 삶의 역경을 이겼을 때 느끼는 희열과 흡사하다.
마라톤은 참으로 힘든 경기 중에 하나이다. 10km, 하프, 풀코스 나름대로 코스마다 찾아오는 고통의 연속이다.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온통 모든 근육이 아프고 힘들게 한다. 후반전에 가면 팔이 나의 육체에 달려 있는 것 자체까지도 힘들 정도이다. 풀코스에서 마의 38km 지점에 가면 발목과 발바닥이 아파서 뛰기조차 힘들다. 다리 무릎 정강이도 아프고, 목이 뻣뻣하며 허리도 아파온다. 하지만 38km 지점에서 찾아오는 이러한 고통을 참고 40km 지점을 통과하면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풀코스의 종착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종착지에 도착하면 그곳이 마치 삶의 거친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다.
높은 공설운동장의 외벽과 위용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온다. 마지막 힘을 모아보지만 모든 게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최악의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를 악물고 공설운동장을 향하여 달려 트랙에 들어서면 그렇게 힘들었던 순간은 사라지고 감격스런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래서 마지막 400m 트랙을 돌아서 피니쉬 라인을 밟고 전광판의 전자시계를 바라보며 풀코스 완주를 확인하게 된다. 골인지점을 들어오는 순간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럽다. 세상에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만족한 상태, 최고의 경지에 선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우주만물이 내 것인 양 그런 만족감이 들기도 한다.
마라톤은 한 번 완주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다른 대회에서 다시 마라톤에 도전하려는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준다. 그래서 마라톤은 단 한 번의 완성이 아니라 계속되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희망이 없으면 인생의 가치가 없다.
마라톤은 우리들 인생의 한 과정을 맛보게 해준다. 마라톤을 하기 전 준비운동에서부터 주루에 들어가 코스를 완주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인생살이와 닮았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항상 평탄하고 행복한 것만이 아니잖는가. 마라톤도 힘들고 어려운 지점이 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장벽도 존재한다. 10km에서는 8km지점, 하프에서는 18km지점, 풀코스는 38km 지점이 장벽이다. 이 장벽을 넘으면 완주의 길이 보인다. 여기서 주저앉지만 않으면 무사히 완주할 수 있다. 주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오르막이 곳곳에 존재하여 인간의 인내력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준다. 오르막을 지나고 나면 다시 내리막길이 있어서 인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마라톤을 뛸 때마다 매번 인생여정을 대하는 느낌이 드나보다.
마라톤은 매사 감사할 줄 알게 해준다. 마라톤을 뛰는 과정 속에서 항상 감사의 기도를 드리곤 한다.
튼튼한 다리와 육체를 주시어 오늘도 50 리, 100 리를 달릴 수 있게 해준 절대자에게 감사를 드림으로써 또 다른 에너지를 공급받고 지치지 않는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마라톤 예찬은 곧 인생예찬이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주는 기저이다. 마라톤을 통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항상 도전하며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곤 한다. 그래서 마라톤은 인생여정이며 희망을 향해 달리는 삶의 관문이기도 하다.
【프로필】
성 명 : 김병철(金炳喆)
<학 력>
▶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행정학 박사 취득(2009년)
▶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행정학 석사 취득(2000년)
▶ 충북대학교 농업기계공학과 졸업(1982년/농학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졸업(1993년/경제학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 졸업(1997년/영문학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 육 과 졸업(1999년/교육학사)
▶ 학점은행제 사회복지학과 졸업(2007년/문학사)
▶ 학점은행제 상담심리학과 졸업(2009년/문학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4학년 재학 중
<군 및 공무원 경력>
▶ ROTC 육군소위 임관(1982년/ 보병제28사단)
▶ 육군중위 전역(1984년/ 육군3사관학교)
▶ 청주시청 근무(1988. 5.10 - 현재까지)
<사회 활동 경력>
▶ 청주경실련 집행위원 및 조직위원(1998년 - 2007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 초대 사무처장(2002년-2003년)
▶ 충북지역공동대책위원회 초대 집행위원장(2000년 - 2002년)
▶ 청주시민이 주는 정도상(正道償) 수상(2005년)
▶ 새충청일보 논설위원(2005.8 - 2007.7)
▶ 충북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2003.6 - 2006.6)
▶ 『자치발전』 편집위원(2005.1 - 현재까지)
▶ 충북뉴스 칼럼위원(2003.6 - 2006.6)
▶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출강(2006 - 현재)
▶ 성화대학 사회복지학과 출강(2007 - 2008)
▶ 노년학 및 성공학 전문강사 (2004 -현재까지)
<저서 및 발표 논문>
▶『발칙한 공무원의 희망찾기』(뒷목출판사,2005)
▶『세계문화유산여행기Ⅰ(앙코르왓-베트남)』(협신출판사,2006)
▶『고령화 사회와 시니어클럽』(협신출판사,2006)
▶『이슬람향기를 찾아서(터키여행기)』(도서출판일광,2007)
▶『에벤에제르 여정(이스라엘성지순례기)』(신용출판사,2010)
▶ 등기민원 ONE-STOP 행정서비스에 대한 주민만족도 연구(2001년)
한국자치발전연구원 공직자논단 우수논문상 수상
▶ 주민감사청구제도 개선방안 연구(2002년) 감사원 학술논문 응모전 입선
▶ 고령화 사회 노인일자리 모형개발에 관한 연구(2009) 외 다수
수필집: 『벽을 넘어 히든 챔피언으로』
첫댓글 어찌보면 우리네 삶이 쉴 수 없는 마라톤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