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 행복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세 번째 행복은 궁극적 행복(parama-sukha, 至福)이며 이것은 열반이다. 불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깨달음, 해탈, 열반, 성불은 세상의 어떤 가치체계나 신념체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교만이 제시하는 고귀한 가르침이다. 스님들은 이러한 궁극적 행복을 위해서 출가하여 수행을 하며, 재가 신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신의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로 받아들이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은 주로 재가자들에게 가르치셨으며, 궁극적 행복은 출가자들에게 주로 가르치셨다. 물론 역량이 되는 재가자들에게도 궁극적 행복을 도처에서 말씀하셨다. 그래서『상윳따 니까야』제1권「알라와까 경」(S10:12)에 해당하는 주석서는 “재가자는 바른 직업을 가지고 삼귀의를 하고 보시와 공양을 하고 계를 구족하고 포살을 실천하는 재가의 도닦음을 실천한다. 출가자는 이를 넘어서서 후회하지 않음을 행하는 계행을 갖추고[戒] 마음을 청정하게 함 등으로 구분되는 출가자의 도닦음을 닦아서[定] 통찰지를 갖추어서[慧] 삶을 영위한다.” (SA.i.330)고 적고 있다.
궁극적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념적인 존재[施設, paññatti]를 해체해서 법(法, dhamma)으로 환원해서 보아야 한다. ① 오온과 12처 등으로 해체해서 보기 ② 무상․고․무아 ③ 염오 ④ 이욕 ⑤ 해탈 ⑥ 구경해탈지의 정형구는 니까야의 도처에서 강조되고 있는 해탈․열반을 실현하는 여섯 단계의 과정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서 제2편 초기불교의 교학에 싣고 있는 여러 경들의 주해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리고『맛지마 니까야』제1권「뱀의 비유 경」(M22) §29의 주해도 참조하기 바란다. 아울러『초기불교 이해』제14장 어떻게 해탈․열반을 실현할 것인가와『상윳따 니까야』제4권 해제 §3과 제3권 해제 §3을 중심으로도 살펴볼 것을 권한다.
궁극적 행복은 교학과 수행을 통해서
궁극적 행복인 열반은 당연히 수행(paṭipadā, bhāvanā)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와 세상과 수행을 비롯한 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우리는 교학(pariyatti)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열반의 실현이라는 궁극적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교학과 수행 즉 이론과 실천을 갖추어야 한다. 이 둘이 없어도 열반은 문득 실현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행심의 논리, 저 로또 복권의 논리일 뿐이다. 그래서 세존께서는『맛지마 니까야』제3권「마간디야 경」(M75)에서 마간디야 유행승에게 말씀하신다.
“마간디야여, 그렇다면 그대는 바른 사람을 섬겨라. 마간다야여, 그대가 바른 사람을 섬기면 바른 법을 듣게 될 것이다. 마간디야여, 그대가 바른 법을 듣게 되면 그대는 [출세간]법에 이르게 하는 법을 닦을 것이다. 마간디야여, 그대가 [출세간]법에 이르게 하는 법을 닦으면 그대는 ‘… 이와 같이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한다.’라고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게 될 것이다.”(M75 §25)
이처럼 법을 듣고 법을 닦으면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하여 궁극적 행복인 열반이 실현된다고 부처님은 강조하시는데 여기서 법을 듣는 것은 교학에, 법을 닦는 것은 수행에 배대할 수 있다. 교학과 수행은 각각 불교의 이론과 실천을 대표하는 술어이며 불교의 궁극적 행복을 실현하는 양대 축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서의 부제목을 “교학과 수행”으로 하였다.
초기불교의 교학
초기불교의 교학은 온․처․연․제 혹은 온․처․계․근․제․연과 37보리분법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상좌부 불교의 근간이 되며 주석서 문헌들의 중심에 놓여 있는『청정도론』에서 붓다고사 스님은 “여기서 무더기[蘊, khandha], 감각장소[處, āyatana], 요소[界, dhātu], 기능[根, indriya], 진리[諦, sacca], 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 등으로 구분되는 법들이 이 통찰지의 토양(paññā-bhūmi)이다.”(Vis. XIV.32)라고 정의하여 불교교학의 근간을 온․처․계․근․제․연의 여섯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논장』의 두 번째인『위방가』(분석론, Vbh)에도 제1장부터 제6장까지의 주제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불교에서 조석으로 독송되는『반야심경』에도 기본교학은 온․처․계․제․연의 다섯으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본서의 제2편 초기불교의 교학은 초기불교 교학의 기본주제인 온․처․계․제․연 즉 5온․12처․18계․4성제․12연기에 관계된 경들을 싣고 있다.「기능 상윳따」(S48)를 제외하고 22근(根, 기능)이 완전하게 나타나는 곳은『경장』이 아니라『논장』의『위방가』(Vbh.122)이다. 그래서 22근(기능)은 본서의 제2편 초기불교의 교학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22근(기능)에 대해서는 본서 제3편 초기불교의 수행의 제5장 다섯 가지 기능(5근) 편의 해설(368~369쪽)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초기불교의 수행
초기불교의 수행은 초기불전의 도처에, 특히『상윳따 니까야』에 주제별로 정리되어 나타나고 있는 37보리분법(菩提分法, bodhi-pakkhiyā dhammā)이다. 이 37보리분법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모아서 담고 있는『상윳따 니까야』제5권의 45번째 상윳따(S45)부터 제6권 51번째 상윳따(S51)까지에서 도, 각지, 염처, 기능, 바른 노력, 힘, 성취수단의 일곱 개의 상윳따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각각 팔정도, 칠각지, 사념처, 오근, 사정근, 오력, 사여의족의 7가지 주제이며 이것이 바로 37보리분법이다. 그리고 이것은『논장』의 두 번째인『위방가』(분석론)에도 제7장부터 제11장까지의 다섯 개 장으로 정리되어 나타나고 있다.
본서 제3편 초기불교의 수행에서는 초기불전에서 정리되어 나타나는 37보리분법과 초기불교 수행법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마타와 위빳사나에 관계된 경들을 제9장(466쪽 이하)에 뽑아서 싣는다.
편집자는 2010년 한 해 동안 매주 한 편씩 <초기불교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불교신문에 50편의 글들을 기고하였다. 이 글들은 대부분 편집자가 지은 졸저『초기불교 이해』를 더 간단하게 정리한 것들이다. 그리고『초기불교 이해』는 편집자가 번역한『상윳따 니까야』각권의 해제에 토대하고 있다. 본서의 들어가는 말과 본서의 각 장의 앞에 싣고 있는 해설들은 편집자가 쓴 이러한 글들을 본서의 문맥에 맞게 수정하여 실은 것이 대부분임을 밝힌다.
지난 2012년 12월에 봉은사에서『초기불교 이해』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보살님께서 조그마한 상자 하나를 주셨다. 다음 날 아침에 무심히 열어보니 많은 금액의 보시금이 든 봉투 두 개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 스님 앞으로 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편집자 앞으로 되어있고 편지 글도 적혀있었다. 편집자의 강의를 몇 번 들었는데 무주상보시를 하시고 싶다면서 끝내 이름은 밝히지 않으셨다.
대림 스님과 상의하여 익명의 불자님이 주신 이 보시금은 모두 본서의 출판경비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불자님이 주신 보시금으로 부처님 정법을 잘 전하는 바른 길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귀중한 정재를 보시해주셨는데도 감사의 말씀도 제대로 못 드렸다. 보시금을 주신 불자님께 이 지면을 빌어서 깊고 정중하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본서가 이제 막 출가한 후학 스님들과 초기불교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고 살아가는 불자님들의 수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들어가는 말을 접는다.
첫댓글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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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처.계.근.제.연.37보리분법 진리의 총체!!! _()_
감사합니다. _()_ _()_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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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스님.
교학과 수행을 통해 많은 분들이 궁극적 행복인 해탈 열반으로 나아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무주상 보시를 해주신 불자님께도 합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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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감사합니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