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산중 합주단 연주
“우리학교가 김좌진 장군 생가 터라는 걸 아세요?” “우리 동네에 독립운동 하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나니 가슴이 뿌듯해요” 정채원(갈산중 2학년 1반)양이 지난해 자유학기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역사’라며 청산리전투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정양은 “저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했어요”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충남 홍성 갈산중학교는 전교생이 48명뿐이다. 홍성군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보니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나마 올해 1학년 학생이 10명이나 늘어 20명이 됐다. 선생님들과 마을주민들은 자유학기제를 거치면서 외지로 유학(?)을 가던 아이들이 갈산중학교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갈산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타 지역 학생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다.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터가 현재 갈산중학교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문무(文武) 호국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은 “꼬마대장, 6세에 천자문통달, 12세에 개화사상 및 일본만행 깨닫고 독립운동 결심, 17세인 1907년 현 갈산중학교 터에 호명학교 건립”등을 거론하며 김좌진 생애와 사상에 심취해 있다. 특히 1919년 청산리 전투를 이야기 할 때는 어깨가 들썩인다. 아이들은 “만해 한용운 선생도 우리 동네에서 태어나신 분”이라며 만해 활동상을 주저리주저리 읊조린다.
갈산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니다. 2014년부터 ‘우리만의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희망학교’다.
8일 갈산중학교 3학년 사회수업시간을 들여다봤다. 책걸상 배치가 특이했다. 칠판을 중심으로 U자형으로 배치했다. 이른바 ‘U-T수업’이다. 교사는 T자형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생들은 의자를 마주 놓고 토론을 하다가 막히는 듯싶으면 조용히 손을 든다. 최민정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 개념 설명을 해주니 활짝 웃는다. 조용하면서 알찬 수업이다. 강의식 수업도 아니고, 교사와 학생 간 수직적 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전종현 교장은 “자유학기제를 일반 수업과 연계한 ‘갈산 CLS(Career, Learning, Study)’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CLS는 진로와 배움, 공부를 융합시킨 갈산중학교만의 행복교육 시스템이다. 충남도교육청이 추구하는 미래 핵심역량에 기반한 ‘충남형 자유학기제’를 일반학기에서 운영하는 셈이다.
요리수업
작은 학교라서 더 빛났다
갈산중학교는 전교생이 악기를 다룬다. 48명 전원으로 구성한 ‘현악반’ 연주는 수준급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해 12월 홍성의료원에서 ‘재능기부 사랑나눔 콘서트’를 열었다.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 교육과정과 이어지는 다양한 활동은 학교 담장 넘어 주민들을 불러들였다.
시골학교지만 미래 진로를 진단하는 진로체험과 각종 동아리 활동으로 기량을 뽐냈다. 사제동행 스포츠동아리활동, 영어캠프, 과천과학관, 명사초청, 잡월드체험, 항공진로체험 등 바쁜 한 학기를 보냈다. 미국 미션중학교와 국제교류 활동보고회, 노인정과 요양원도 방문했다. 유명한 홍성 거북이마을에서 예절교육을 배우고, 현장 역사탐방을 마치고 나만의 역사신문을 만들었다. 지역언론이 주관하는 ‘나만의 신문만들기’ 대회에서 갈산중학생들이 출품한 5개 작품이 최우수상 등 우수작으로 뽑혔다.
홍은표(2학년) 양은 “자유학기제 동안 시험은 치르지 않았지만, 공부는 더 많이 한 것 같다”며 “자유학기제 수업과 2학년 교과수업이 자연스럽게 연계돼 불편하거나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록 학교 규모는 작지만,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실수업 변화와 동아리 활동에 학생과 교사 모두 무한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자유학기제를 총괄 운영하는 장지혜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겪으면서 ‘나눔과 배려’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이 크게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과목을 담당하는 신동원 교무부장은 “우리학교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아 ‘참인성 친구사랑 시모음집’을 발간했다”며 학생이 쓴 시를 소개했다.
‘짝꿍’
2학년1반 김기현
새들은 항상 하늘을 날아다닌다.
땅도 바다도 아닌 하늘을
언뜻 보면 새와 하늘도
사이좋은 짝꿍으로 보인다.
컵들은 항상 물을 안고 있다.
채소도 과자도 아닌 물을
언뜻 보면 컵과 물도
다정다감 짝꿍으로 보인다.
세상에는 많은 짝꿍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
제일 끈끈한 짝꿍은
바로 우리,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