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보이는 캐논과 니콘의 치킨런
손떨림보정 기능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DSLR 카메라업계의 세력 전쟁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현재 DSLR 카메라 업계는 캐논과 니콘이 미세한 차이로 쌍벽을 이루며 과반을 점유하고있습니다. 예전에는 캐논, 니콘 다음으로 펜탁스와 올림푸스가 뒤를 이었지만, 지금은 캐논, 니콘 다음으로 소니(미놀타 인수 후 공격적으로 급성장)와 올림푸스가 뒤를 잇고 있으며 과거의 만년 3위 펜탁스는 많이 하락한 상태이지요. 오늘 주제는 손떨림보정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그에 관련한 DSLR업계의 세력 구도 변화입니다.
1. 손떨림 보정 기능의 의미 카메라를 어두운 곳에서 사용할 경우, 셔터속도가 나오지 않아 흔들린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찰칵” 하고 찍히는데, 어두울 경우 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여야 동일한 밝기로 찍히기 때문에 “찰~~~칵”하고 찍히지요. 길어진 셔터속도동안 움직이지 않아야 사진이 깔끔하게 찍히는데,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 손이 삼각대 처럼 딱 고정된게 아닌 이상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흔히 ‘손각대가 좋다’ 라는 비유는 카메라를 파지한 자세가 안정적이라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 역시 망원으로 갈수록, 셔터속도가 느릴수록 손으로 잡고 버티는건 인간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손떨림 보정기능입니다.
2. 손떨림 보정 기능의 원리 손떨림 보정의 동작 원리는 간단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찍을 때 한쪽으로 1스텝 움직이면 카메라 측에서 반대쪽으로 1스텝 움직여서 보정시켜주는거죠. 이건 크게 두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광학식 손떨림 보정과 디지털 손떨림 보정입니다. 광학식은 렌즈나 센서를 움직여서 보정하는 방식이고, 디지털 손떨림 보정은 찍힌 이미지를 후가공을 통해 보정효과를 내는 방식입니다.(일부 카메라는 감도를 올려 셔터속도를 올려서 디지털 손떨림보정 기능을 구현했다고 하는데, 이건 완전 말장난입니다.) 여기서 설명할 내용은 광학식 손떨림 보정입니다.
2-1. 렌즈구동식 손떨림 보정의 원리 렌즈구동식은 카메라 렌즈의 중간에 보정용 렌즈를 집어넣어서 손떨림이 검출되면 그 반대방향으로 보정 렌즈를 움직여서 빛을 꺾어주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센서에 닿는 빛이 안정되므로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 찍힙니다. 이 방식의 장점으로는 DSLR로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로 보정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점입니다. 실제로 캐논의 EF70-200mm f/2.8L IS(흔히 말하는 아빠백통)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뷰파인더에 눈을 댄 상태로 반셔터를 누르면 ‘슛’ 소리가 나며 IS가 작동되어 흔들거리던 상이 딱 고정되는걸 확인할 수 있지요.
2-2. 센서구동식 손떨림 보정의 원리 반대로, 센서구동식은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카메라 센서를 움직여서 손떨림을 보정해주는 방식입니다. 렌즈가 아니라 센서 자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뷰파인더로 손떨림 보정 효과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자체에 달려나오는 방식이라 어떤 렌즈를 사용해도 손떨림 보정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흔히들 도는 말 중 렌즈구동식이 광학식이고, 센서구동식은 광학식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어의 뜻을 볼 때 잘못된 용어 구분입니다. 센서를 움직이나 렌즈를 움직이나 다 빛에 관련된거니 광학에 포함됩니다. 광학식은 후보정에 의지하는 디지털 손떨림보정의 상대역이라 보는게 맞습니다.
3. 손떨림 보정 기능의 분류와 종류 광학식 손떨림 보정은 다시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캐논/니콘/시그마/탐론/파나소닉의 렌즈구동식과 펜탁스/소니/미놀타/올림푸스의 센서구동식이지요.
3-1. 업체별 렌즈 구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의 종류 먼저 렌즈 구동식 손떨림 보정의 종류입니다. 1980년대부터 망원경 등에 손떨림보정 기능을 응용하던 캐논은 IS(Image Stabilization)라는 렌즈 구동식 손떨림보정 기능을 EF 75-300mm f/4.5-5.6 IS USM 렌즈로 1995년에 처음 소개했습니다.(참조)
니콘의 VR렌즈 구동 원리 개념도 출처 : http://www.dcinside.com/webdc/lecture/study_list.php?id=739&code1=20
니콘은 VR(Vibration Reduction)이라는 렌즈구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1995년에 700VR QD라는 35mm 컴펙트 카메라를 통해 선보였지요. 교환식 렌즈로는 2000년에 AF VR Zoom-Nikkor 80-400mm f/4.5-5.6D ED로 캐논보다 다소 늦게 소개했습니다.(참조) 그 외에 파나소닉과 라이카는 MegaOIS, 시그마는 OS(Optical Stabilization), 탐론은 VC(Vibration Compensation)이라는 각각 비슷한 방식에 이름만 조금씩 다른 방식을 개발해 사용중입니다.
코니카 미놀타는 2003년에 출시한 디미지 A1으로 최초의 센서 구동식 손떨림보정 AS(AntiShake)를 선보였습니다. 그 후 DSLR카메라인 다이낙스 7D로 DSLR중에서 최초로 손떨림보정 기능을 탑재하고 나왔지요. 그 후 2006년 1월달에 소니가 코니카 미놀타를 인수하며 발매하는 알파 시리즈 DSLR에는 SSS(SuperSteadyShot)라고 살짝 이름을 바꾼 손떨림 보정 기능이 들어갑니다.
펜탁스는 2006년 3월에 K100D를 시작으로 자사의 SR(Shake Reduction)을 탑재한 K시리즈 DSLR을 발표했고, 올림푸스는 2007년 초에 발표한 E-510 DSLR에 자사의 센서 구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인 IS(Image Stabilization, 캐논과 이름만 같음)을 달고 나와 센서 구동식 손떨림방지의 뒤를 이었습니다.
그럼 저는 왜 캐논과 니콘은 치킨런을 하고있다고 이 제목에 적었을까요? 그건 렌즈구동식 손떨림보정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렌즈구동식 손떨림보정이 센서구동식에 비해 좋은 점은 손떨림보정이 되는걸 뷰파인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지요. 반셔터를 잡는 순간 흔들거리던 상이 딱 멈추는건 참 상쾌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장점은 이게 다입니다.
4. 렌즈구동식 손떨림보정의 단점
좌측에서부터 EF 70-200mm f/4.0L, EF 70-200mm f/4.0L IS, EF 70-200mm f/2.8L, EF 70-200mm f/2.8L IS.
애기백통(788,000원), 형아백통(1,370,000원), 엄마백통(1,445,000원), 아빠백통(2,178,000원)
(2009년 3월 말 다나와 캐논 정품 신품가격)
1. 단가 상승의 문제 EF70-200mm f/2.8L IS(일명 아빠백통)와 EF70-200mm f/2.8L(일명 엄마백통)은 단지 IS, 즉 손떨림 보정 기능이 붙고 안붙고의 차이 때문에 가격 차이가 70만원 이상씩 납니다. 70만원이면 웬만한 보급형 카메라 한대 가격이죠. 이건 렌즈 하나를 장만할 때 이야기고, 렌즈를 여러 개씩 추가하다보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반면 센서구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내장한 카메라의 경우, 어떤 렌즈를 끼워도 손떨림보정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60년대 나온 수동 렌즈를 끼워도 손떨림 보정이 됩니다.
2. 렌즈 설계 한계와 화질 저하의 문제 캐논과 니콘은 자사의 주력 표준 줌렌즈(24-70mm f/2.8)에 손떨림 보정을 넣지 못하고있습니다. 캐논은 EF-s 17-55mm f/2.8 IS에 손떨림보정 기능을 넣어주었지만, 풀프레임용 대구경 표준줌에는 넣지 못하고있지요.(EF 24-105mm f/4.0L IS는 4.0이니 제외합니다.) 또한 흔하게 굴러다니는 표준 단렌즈(50mm f/1.4)에도 손떨림 보정을 넣지 못하고있습니다. 번들렌즈에도 넣어주는 손떨림 보정을 표준 단렌즈에는 넣지 않고있습니다. 안넣는걸까요, 못넣는걸까요?
단렌즈 중 손떨림보정이 들어간 렌즈는 200mm 이상의 망원 단렌즈 뿐입니다. 캐논의 EF 200mm f/1.8L의 경우, 손떨림보정이 들어간 EF 200mm f/2.0L IS로 업그레이드되며 조리개값이 1.8에서 2.0로 떨어졌습니다. 이로 유추해볼 때 조리개값 1.8 이하의 대구경 렌즈에는 손떨림보정 장치를 넣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화질을 위해서만 설계되는 렌즈 구성에 손떨림 보정용 렌즈알이 하나 더 들어가면 화질이 떨어지는건 당연한 이치지요.(비슷한걸로 첨언을 하자면.. B+W 필터나 칼짜이스 T* 필터 등 최고급 필터라도, 필터 자체를 끼우지 않는게 화질에 더 좋습니다.)
3. 내구성의 문제 덜 중요한 지엽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렌즈에 충격을 주었을 때 손떨림보정 모듈이 가장 쉽게 손상된다고 하네요.
5. 변화하는 시대 위에서 렌즈구동식 손떨림보정의 단점에 대해 다루어봤습니다. 반면 센서구동식 손떨림보정의 단점들은 다 해소되고있는 중입니다. 센서구동식은 렌즈구동식에 비해 불리한 부분이 딱 한가지 있었지요. 뷰파인더로 손떨림보정 모습을 확인하지 못하는 점인데, 이건 최근의 풀타임 라이브뷰의 도입으로 해소되는 중입니다. 라이브뷰로 보게되면 센서구동식에서도 손떨림보정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물론 경력이 많은 사진사들은 뷰파인더로 눈을 대고 찍는 맛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자세가 나온다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있습니다.
기존 SLR(Single Lens Reflex)방식의 작동 원리 출처 : http://www.stylezineblog.com/341
시대가 그럼 어떻게 변하냐고요? 전통적인 일안반사식카메라(SLR, Single Lens Reflex)의 필수 구조였던 펜타프리즘과 미러유닛이 제거되고있습니다. 첫 타석을 끊은건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이고, 두번째는 삼성의 NX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이 두 시스템은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하고, 전자식 뷰파인더 또는 후면 LCD로 풀타임 라이브뷰를 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기존 DSLR에서의 단점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기존 DSLR의 단점을 밑에서 정리해보지요.
6. 미러+펜타프리즘의 단점
1. 연사의 제한 기존의 퀵 리턴 미러 방식은 사진을 찍을때마다 미러가 기계적으로 펄럭거리는 구조라, 기계적인 한계로 연사 속도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 큰 거울 덩어리를 1초에 10번씩 열심히 펄럭거리는데, 견뎌내겠습니까? 당장 캐논만 보더라도 자사의 플래그십 기종은 EOS 1D markIII, EOS 1Ds markIII에서 일명 '오일쇼크'라는 윤활유 튀김 문제가 대두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EOS 5D의 경우, 미러가 잘 떨어져나가 접착제로 붙여 쓰는 사람도 있고, 본사 차원에서 리콜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미러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고있지요. 물론 연사에는 기계적인 구성 뿐만 아니라 이미지 처리 속도도 문제지만,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달리 하드웨어의 발달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한계점이 대략 초당 11장 정도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현재 DSLR중 가장 연사가 빠른 기종인 니콘의 D3는 초당 11장의 연사가 가능합니다. 과거 니콘의 F3H나 캐논의 EOS-1nRS 필름카메라들은 미러가 움직이지 않고 빛을 일부만 반사하는 페리클미러(Pellicle Mirror)를 사용해서 최대 초당 13연사의 고속 연사를 구현하였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종합해봤을 때, 연사속도를 무작정 올리기는 물리적인 제한상 힘들겠지요. 물리적인 제한을 깬 카시오 EX-F1 같은 기종은 초당 60장, 동영상에서 초당 1200장까지도 촬영이 가능합니다. 펜탁스 K20D의 경우, 미러를 열고 라이브뷰 상태에서 D90의 동영상 촬영 이전에 초당 21연사를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K20D의 초당 21장 Burst 연사
2. 블랙아웃 문제 사진을 찍기 위해 미러가 잠시 올라간 상태에서 촬영자의 뷰파인더는 미러에 가려져 상을 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노출시간이 길어지거나,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할때는 다소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 부분은 반투과성 페리클미러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라이브뷰는 블랙아웃이 없지요.
3. AF문제 기존 미러+펜타프리즘 방식에서는 메인 미러 뒤쪽에 달린 서브미러를 통해 카메라 바닥면의 AF센서로 빛을 일부 보내주어 위상차AF로 초점을 잡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인 한계상 서브미러를 크게 만들 수가 없어 센서가 큰 풀프레임 카메라에서는 측거점이 가운데로 몰린 모습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DSLR 3사의 풀프레임 기종 측거점 분포도 측거점이 서브미러 크기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4. 무게와 단가 큼직한 유리덩어리인 펜타프리즘과 미러 구동계 기계뭉치는 무겁고 비쌉니다. 이 부분이 사라지면 무게가 줄어들고 단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니콘 D3에 들어가는 펜타프리즘
5. 소리와 진동 미러가 철푸덕거리면서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저소음 촬영이 힘듭니다. 역시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분들은 철컥거리는 소리가 사진찍는 맛이 난다고들 하지만, 전문적으로 연회/공연사진을 찍는 사람의 경우, 소음이 큰 장애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큼직한 미러가 움직이면서 진동이 생겨 떨림이 발생합니다. 예전의 RF카메라들만 봐도 소리와 진동이 적다는게 큰 장점이었죠.
6. 시야율 라이브뷰 LCD로 보는 화면은 사진이 찍히는 크기 100% 그대로 보여지지만, DSLR의 뷰파인더 시야율은 대부분 96% 정도입니다. 100% 크기로 만들 경우 화면 치우침/정렬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밀 가공 때문에 단가가 크게 올라가기에 고가의 플래그십 카메라에나 겨우 적용하는 형편입니다.
7. 렌즈 설계의 문제 렌즈와 센서 사이에 미러 유닛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RF카메라에 쓰이던 칼짜이스 비오곤이나 홀로곤 렌즈처럼 렌즈 후면을 센서에 바짝 붙이는 설계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광각렌즈를 만들때는 렌즈와 센서 사이에 공간(그 길이를 플랜지백이라 부릅니다.)을 두는 칼짜이스 디스타곤 같은 레트로포커스 방식으로 설계해야 하기에 렌즈 부피와 화질(광각 왜곡 보정)면에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정리해서 광각 렌즈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칼짜이스의 홀로곤 렌즈. 렌즈알이 마운트 뒤쪽으로 튀어나와 센서/필름면에 바짝 붙게됩니다.
출처 : http://lssah.tistory.com/58
그렇다면 미러박스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한 하이브리드시스템은 어떤 녀석일까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위는 올림푸스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과 기존 SLR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서즈, 그리고 삼성의 NX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DSLR에서 미러박스와 펜타프리즘 유리덩어리를 제거하여 부피를 줄인 방식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SLR방식의 대부분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지요. 그럼 이게 장점만 존재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7.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단점
1. 센서 발열의 문제 라이브뷰를 위해 장기간 센서를 노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센서의 온도가 상승해서 핫픽셀이 생길 수 있고, 센서의 수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상당 부분 해소된 것 같습니다. 최근 5D markII나 D90의 동영상 촬영 기능들이 가능해진 이유지요. 이 부분은 앞으로의 기술 발달에 따라 점점 더 개선될 것 같습니다.
2. LCD화질의 문제 아무래도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기존의 방식에 비해 EVF(전자식 뷰파인더)로 보는게 이질적으로 와닿을 수 있습니다. 현존 최고의 EVF를 장착한 파나소닉 G1의 경우, 60Hz의 LED스크린을 갖고있습니다. 하지만 60Hz의 빠른 리프래시속도에서도 칼라 드래그 현상이 발생하여 스크린을 가로질러가는 피사체를 추적할 때 거슬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점은 이번에 삼성이 개발한 240Hz급 LED TV기술을 응용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3. AF속도의 문제 라이브뷰를 사용할 경우, 서브미러를 통해 AF센서로 위상차AF를 하던 기존 SLR의 방식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센서를 통해 들어온 이미지 자체를 가지고 AF를 잡는 컨트라스트 AF방식인데요, 이건 아직 기술이 덜 발달해서 위상차 AF보다 크게 느린 상황입니다. 현재 가장 발달했다는 파나소닉 G1의 컨트라스트 AF도 크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4. 렌즈 설계의 문제 위 기존 DSLR의 단점 소개에서는 렌즈와 센서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디스타곤 같은 레트로퍼커스 방식으로 광각렌즈를 설계해야한다고 적었습니다. 미러가 없어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렌즈와 센서를 바짝 붙일 수 있어 홀로곤 같은 왜곡보정 특화 초광각 렌즈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센서 주변부로 들어오는 빛의 입사각이 낮아지므로, 광량 저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렌즈에 그라데이션 필터를 적용하거나 디지털 후보정, 혹은 주변부 센서설계 개선 등으로 해결해야합니다. 아니면 렌즈 크기를 포기하고 기존 레트로포커스 방식으로 설계하던가요.
정리하자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광각렌즈를 설계하기 편하고, 연사를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며, 블랙아웃 문제가 없고 미러쇼크를 줄일 수 있으며, 시야율 100%를 아주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AF속도의 경우, 차기 전자 기술 발전에 따라 만회할 수 있을것으로 보이며, 렌즈 설계의 경우 기존 DSLR의 장점을 따르려면 어댑터를 끼워(부피가 커지지만.) 플렌지백을 늘리면 되니, 월등히 우월합니다. 그리고 컨트라스트 AF가 현재는 위상차 AF보다 더 느리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측거점을 무한대로 배열할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경우 자사의 플래그십 카메라인 E3의 전체 AF측거점을 듀얼크로스센서로 배열하여 저광량 검출 능력을 향상시켰고, 캐논/니콘의 플래그십은 수십개의 측거점을 배열하여 AF정밀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측거점을 배열하는건 물리적으로 센서를 더 깔아야 하는 부분이라 단가가 상승합니다. 그리고 서브미러 크기의 제한이 있어서 화면 구석까지는 초점을 잡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요. 하지만 컨트라스트 AF가 충분히 빨라지고 대중화되면 화면 모서리로 AF를 잡거나 300개의 측거점을 사용할 수 있는 엽기적인 능력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자, 손떨림보정부터 하이브리드 카메라까지 말이 쭈욱 길어졌는데요,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겁니다. 캐논과 니콘의 손떨림보정 방식은 앞으로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점점 밀려날 기술입니다. 풀타임 라이브뷰가 보급되면 화질에서나 가격에서나 경쟁할 수 없는게 현실이죠.
캐논과 니콘은 과거부터 수십년간 뿌려온 렌즈군이 많기 때문에 쉽사리 렌즈구동방식의 손떨림 보정에서 센서구동방식의 손떨림보정으로 옮겨오지 못하고있습니다. 또한 캐논과 니콘 유저들도 비싼 돈 주고 엄마백통보다 화질이 더 떨어진다는 아빠백통을 더 비싼 값 주고 사용해야했습니다. 앞으로 라이브뷰가 보급되고, 컨트라스트AF가 위상차AF를 넘어서면 렌즈구동방식의 손떨림보정은 사양길로 접어들겁니다. 끝이 보이는 현실. 과연 캐논과 니콘의 치킨런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캐논과 니콘은 기득권을 유지하며 저렇게 뻗대고있고, 소니는 미놀타를 인수한 후 가열차게 도전하고 있으며, 펜탁스는 경영 문제로 빌빌거리고있으며, 올림푸스의 포서드 진영도 뭔가 하고있기는 하지만 판형의 한계상 이미지 화질(고감도 저노이즈, 배경흐림)면에서 한스텝 뒤지고있는 형편입니다. 이 와중에 펜탁스와 공조하던 삼성이 APS-C 사이즈의 NX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업계 세계 정복을 천명했지요. NX시스템의 마운트의 크기를 보니 기존 펜탁스 K마운트와 비교하여 별로 작지 않습니다. 이걸 볼 때 앞으로 APS-C 사이즈 뿐만 아니라 35mm 풀프레임 센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겠네요.
2009년 PMA에서 삼성이 발표한 NX 하이브리드 시스템
삼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센서는 우리가 만든다. 바디도 우리가 만든다. 렌즈도 우리가 만든다. 모두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The lenses, sensor, processor, display - everything comes from Samsung.) 삼성의 NX에 대해 사람들은 많이들 우려합니다. “카메라는 단순 전자제품이 아냐. 니들이 렌즈 만들줄 아냐?” 이런식으로요. 하지만 꾸준히 나오는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삼성이 렌즈 설계 기술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것 같아보입니다. 뭐.. 예전에 롤라이를 인수하기도 했고, 삼성항공 시절에 군사용 광학기기를 만든 경험이 풍부하니 기대해볼만하네요. 어디 기회가 된다면 NX 시리즈 테스터를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렌즈 설계의 명가 펜탁스도 차버리고 독자 마운트를 구축하려는 삼성, 웬만큼 잘 만들지 않고서는 트집부터 잡히고, 씨알도 안먹힐겁니다. “거봐, 삼성은 똑딱이나 만들던 회사잖아. 딱 그만큼만 나오지.” 이런식으로요. 아무튼.. 까봐야 알겠지요?
캐논과 니콘은 삼성 NX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마이크로포서드 연합을 유심히 지켜보고있을겁니다. 내부적으로는 분명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있을겁니다. 혹은 이미 테스트 기종 시제기가 책상에 놓여있는 분이 제 글을 지켜보고있을지도 모릅니다. 1~3년 내로 EF와 F마운트에서 펜타프리즘과 미러박스를 제거한 비슷한 개념의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소개될걸로 예상합니다. 그냥 앉아서 지켜보고있다가는 보급기 시장부터 삼성에게 점령당할게 뻔하거든요.
보급기의 스펙 싸움은 간단합니다. 고화소이면서 무게가 가볍고 라이브뷰가 되고 작은 기종이 어필하거든요. 미러박스와 펜타프리즘/펜타미러를 유지한 상태로 계속 가면 단가에서도, 부피에서도 경쟁이 안됩니다. 바디 구동식 모터를 뺀 초저가형 니콘 D40이 캐논을 뒤흔든 사례를 볼 때, 미러박스를 제거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보일지는 뻔하겠지요? 대응하지 않고 가만 있으면, 망합니다.
SLR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퀵리턴미러 > TTL내장노출계 > 프로그램AE > AF > 디지털화 > 손떨림보정 > 풀프레임 > 라이브뷰 > 동영상촬영 > 하이브리드화로 점점 변해오고있습니다. 작년말부터 올해까지는 동영상 촬영의 키워드가 대세를 잡을 것이고, 올해 발표되는 기종들은 대부분 동영상 촬영 기능을 내장하고 나올겁니다. 작년에는 라이브뷰가 없던 보급기들이 찬밥 신세였던것처럼 동영상 역시 그럴겁니다. 그리고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동영상 촬영에 이허 하이브리드가 점점 핵심 키워드로 부상할겁니다.
뭐, 손떨림보정이나 라이브뷰나 동영상촬영이나.. 없어도 사진찍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언제나 그런식의 마인드를 가진다면 SLR카메라는 필름 쓰면 되는거고, 수동초점 쓰면 되고, 수동노출하면 되는겁니다. 판단이 늦은 메이커는 쇠락해버렸지요. 퀵리턴미러, TTL내장노출계로 SLR의 개념을 잡았던 명가 펜탁스가 KA마운트에서 K마운트 연합을 깨버리고, AF시장에 늦게 대응하여 주도권을 상실한것처럼, 니콘이 디지털 시장으로 올라오며 시간을 끌다 캐논에게 당했던 것 처럼.. 지금 카메라 업계는 빠르게 급변하고있습니다. 캐논과 니콘은 얼마나 오래 렌즈구동식 손떨림보정을 유지할지, 얼마나 오래 SLR방식을 고수할지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오래가지 못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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