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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벚꽃, 동백꽃들이 어우러진 수정~엄광산 후기
회장 최홍구
1. 일 시 : 2015. 4. 4(토) 08:40~12:30
2. 탐방지 : 수정산~엄광산
3. 산행코스 : 성북고개-청룡사 입구-실이봉-수정산 정상-동의대 뒤-길맞이 쉼터-엄광상 정상-석탑봉-학장정자쉽터-학장동 동양아파트
4. 참석자 : 권정순, 김동주, 이우득, 임춘애, 조현미, 최홍구 등 이상 6명
5. 탐방후기
전 달에 이어 계속해서 부산에 있는 산을 탐방하기로 하고, 이번 달에도 부산의 중심에 위치한 수정산~엄광산을 탐방하기로 했다.
8시 30분까지 출발장소인 범일동과 수정동, 좌천동 경계인 성북고개 정류소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집에서 나와 망미역 정류소에서 57번 버스를 타고가다 범냇골에서 86번으로 갈아탔다. 버스가 범곡교차로를 통과하고 범일초등학교를 지날 무렵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우득 고문이 성북고개 쪽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고 있다. 버스 안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왜? 힘들게 걸어갈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나중에 이 고문은 타고 온 38번 버스 노선이 성북고개로 올라가지 않고, 범일초 입구에서 아래쪽인 좌성초 밑을 지나는 중간 산복도로로 운행하는 바람에 범일초 입구에서 하차했단다.
성북고개 버스정류소에 도착하니 정류소를 가운데 두고 앞쪽에는 김동주 회원과 임춘애 회원이, 뒤쪽인 성북고개 쪽 산행초입엔 권정순 교장과 조현미 샘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주 회원을 불러 성북고개 쪽으로 올라오게 했다. 그사이 두 구역을 걸어 올라온 이우득 고문이 도착한다.
이날 날씨가 4월이라고 하지만 보통 날씨가 아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고, 비가 그치면 날씨가 풀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4월이라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왔는데, 평지보다 높은 산복도로라지만 매서운 바람이 길가에 서있기조차 어렵게 한다. 아니 봄 날씨답지 않은 세찬 바람이 사정없이 우리를 때린다. 생각지도 못한 추위에 우리는 옷깃을 여미기에 바빴다. 말이 4월이지 음력 2월 중순으로 차가운 바람과 낮은 기온은 산행으로 부푼 마음까지 움츠려 들게 하고 있다.
산행 날에 항상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김병호 회원은 약속시간인 8시 반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 지난 달 정기산행 때에도 참가한다고 했다고 참석하지 않은 김병호 회원이었기에 이번 근교산행에는 참가한다고 했고, 꼭 참가할거라고 믿고 길에서 기다렸다. 추운 날씨로 길가에서 계속 기다리가 힘들어 옆에 있는 성북의원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로 몸을 피하니 한결 나았다.
약속시간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는 회원도 있고, 또 무작정 기다릴 수만 없어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병호 회원은 교회의 부활절 행사준비로 산행에 참가할 수 없었는데도, 지난번 정기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나의 근교산행 참가 요청의 전화를 받고는 다음에 가겠다는 의사표시로 그냥‘예’하고 대답을 했단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참가하는 줄만 알고 기다렸으니...
김병호 회원님! 다음부터 참가 여부를 확실히 표해 주세용!!! ㅎㅎㅎ^~^
성북의원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어 채 100m도 못가서 에셀어린이집과 영광그린빌라 사이 청룡사로 올라가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오른쪽에는 난간이 설치된 시멘트 계단이 있고, 왼쪽에는 하수구를 복개한 경사진 비탈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200여 미터를 올라가면 좌측 옆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올라가는 갈림길로 나뉘지만, 이곳에는 이정표가 없다. 이 갈림길에서 위쪽으로 올라가야 청룡사를 입구를 거쳐 등산로로 접어들 수 있다.
이곳에서 30여 미터를 올라가면 청룡사가 나오고, 청룡사 입구 바로 앞 좌측에는 이정표가 서있다.
이 갈림길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엇길로 빠지는 헷갈리기 쉬운 곳이다.
이정표에는 수정산과 통일동산, 안창마을 방향표시와 함께 등산로 자율관리단체로 호국산악회라는 팻말이 같이 부착되어 있다. 등산로를 유지·관리하려면 수고로움이 많을 텐데. 친목단체인 일개 산악회에서 맡고 있다니 대단한 생각과 고마움이 든다.
청룡사 앞 이정표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바닥은 큰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암반 사이사이에는 사람 보폭에 맞게 돌계단을 만들어 놓아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정표를 지나 산등성이로 올라서자 이내 소나무숲길이 우리를 반겼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쌓은 나지막한 돌탑위에는 무덤인가 착각할 정도로 많은 소나무 갈비가 소복이 쌓여있어 또 다른 느낌이다.
등산로 주변뿐만 아니라 산 이곳저곳 활짝 핀 진달래와 연분홍 꽃잎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계절의 화사함과 더불어 우리를 즐겁게 맞아준다.
지난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많은 진달래 꽃잎들이 떨어졌지만, 바닥에 떨어진 꽃잎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고 있었고, 뒤이어 만개한 꽃잎들이 싱그러운 연두와 연초록과 함께해 그 자리를 환하게 메워주고 있었다.
갑자기 온 산에 펼쳐진 진달래꽃을 보라보니 소월의 시 ‘진달래꽃’가 생각난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라 영변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저 멀리 햇볕에 반사되는 나뭇잎과 진달래꽃 사이로 보이는 부산항 전경은 정겹다 못해 눈이 시리다.
실이봉을 거쳐 수정산으로 간다는 계획이 무심코 길을 따라 걷다보니 잘못 들어섰다. 희미한 흔적만 있는 길이 묘를 보호하는 돌로 된 울타리로 막혀있다. 돌 울타리를 넘어 조금 지나니 등산로가 나오고 수정산 정상이 지척이다.
되돌아 실이봉으로 갔다 오려니 회원들이 못 마땅해 한다. 어쩌라 정승도 제 싫다면 그만인데, 회원이 싫다하니 말이다. 나는 회원의 뜻에 따라 선두에 서서 수정산 정상(315m, 09:25)으로 바로 올랐다.
수정산 정상은 보기보다 밋밋했다. 정상표지석만 없었더라면 알아차리지도 못할 지경이다.
물론 수정산 정상에서는 북동쪽에는 백양산과 금정산, 가야·개금·주례동 지역이 남서쪽으로는 부산항과 영도·수정·초량동 지역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앞을 가로막는 엄광산과 나무들로 인해 시원한 조망에는 아쉬움이 많다.
수정산 정상에서 5~6분 내려가면 평평한 지대 안부가 나타나고, 널따란 잔디 위에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을 조금 지나면 이름 모를 산 꾼들이 쌓고 있는 둥근 커다란 돌탑이 세워져 있다.
돌탑에서 엄광산 쪽으로 바로 올라가는 산행 길과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동의대 뒤 안부로 가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철망으로 된 울타리를 따라 동의대 뒤쪽 안부로 향했다.
이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산행을 했지만, 이우득 고문과 권 정순 교장샘이 안부로 걸어가며 나누던 말끝에 이우득 고문이 한 명언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남이 잘 돼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정말 축하는 못해 줄망정 배 아파 하다니. 하루 빨리 바뀌어야할 정신문화가 아닌가. 참 씁쓸한 뒷맛과 여운을 남기게 하는 말이다.
안부 일대는 편백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편백나무에서 내뿜는 맑고 신선한 공기는 마치 우리를 반기며 환영하는 듯하다. 전날 비가 온 여파도 있지만, 편백나무 숲의 공기는 더 없이 청량하여 우리들의 마음까지 정화시켜 주는 듯했다.
안부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동의대와 가야공원으로 이어지는 임도 주위에는 편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임도 가장자리엔 활짝 핀 꽃봉오리를 매단 동백나무는 바닥에 꽃잎을 흩뿌려 놓아 주위 벚꽃과 함께 봄날에만 있을 황홀한 꽃들의 향연을 벌리며 우리를 축제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자연 그대로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이 광경을 본 권정순 교장 샘은 얼마나 좋았는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와 이리 좋노?’하면서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해마다 꽃놀이를 위해 이곳에 오자’고 한다.
권 교장은 오늘 산행에 초반부터 진달래꽃이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이경옥 교장에게 카톡으로 보내더니, 이곳에선 아예 중계방송을 한다고 바쁘다.
정말 이곳 분위기가 황홀하고 풍경이 아름다워 나와 이우득 고문, 김동주, 임춘애, 조현미 회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배경을 달리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모두도 아름다운 분위기에 휩싸여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길맞이 쉼터(10:00)가 나왔다. 사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예쁜 꽃들에 파묻혀 마냥 즐기다보니 시간이 많이 흐른 줄도 몰랐다.
길맞이 쉼터에는 엄광산-승학산 둘레길 안내판이 있다.
이곳에서도 엄광산 방향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과 임도를 따라 가야공원으로 내려가는 S자 코스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S자로 접어들기 전 좌측 45도 정도의 오르막길로 올라 수암약수터로 향했다. 평평하고 완만한 길을 걷다 오르막으로 접어드니 모두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한다. 특히, 권 교장 샘은 부지런히 걷지만 자꾸만 뒤로 처지는 느낌이다.
수암약수터(10:20)에 도착했다. 약수터 옆에는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약수터 주변 만개했던 개나리는 아름답고 융성한 그 많은 노란 꽃잎들은 다 어디로 보냈는지 절반도 안 되는 꽃잎만 달고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여기서 약수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는 이내 엄광산으로 향했다.
수암약수터에서 엄광산으로 올라가는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 진달래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우리들에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시원한 시가지 조망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바위가 있다.
회원들이 오기 전에 얼른 전망바위에 올라서자 수정산과 동부산 시가지 전망이 시원스레 들어온다.
이내 회원이 도착해 조망을 멈추고 헬기장을 거쳐 6~70도 경사의 150여 미터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엄광산 정상에 도착(504m, 10:40)했다.
엄광산은 산 정상과 표지석이 있는 곳이 다르다. 수암약수터에서 올라오는 첫 번째 봉오리가 정상이고 KT통신탑 옆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은 정상이 아니다.
당초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기로 했지만 봄날 같지 않는 찬바람으로 정상 표지석 옆 정자로 가서 상황을 보고 자리를 잡기로 했다.
정상 표지석에 도착(10:50)했다. 때마침 지나가는 등산객 덕분으로 정상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자와 주위를 배경으로 개인 사진도 찍었다.
정자는 비어 있었으나 세찬 바람과 싸늘한 날씨로 휴식을 취하기엔 적당치 않았다. 우리는 정상표지석 밑 5~600미터 아래로 내려가 완만하게 경사진 임도로 꽃마을과 학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내려가기 전인 안부에 자리를 잡고 준비한 간식을 내놓았다.
간식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조현미 샘은 한라봉과 토마토를, 권 교장샘은 생탁과 오렌지, 그리고 삶은 달걀과 파서리, 당근 등이 채소가 들어간 건강도시락을, 임춘애 회원은 맛있는 떡을, 이우득 고문은 산성막걸리를, 김동주 회원은 오징어무침, 양배추 쌈, 방풍나물무침, 오이, 달래전, 소주와 생탁을, 나는 과메기를 펼쳐놓으니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게 없었다. 느긋한 간식시간(11:00~12:15)을 가졌다. 회원들은 허기를 때우느라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회원들은 산성막걸리 2병과 생탁 2병 중 두서너 잔을 마시고는 사양한다.
나는 봄꽃과 새로 돋아난 파릇한 새싹의 아름답고 상쾌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 술이 거침없이 넘어간다. 정말 상쾌한 봄날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니 기분이 어찌 안좋을 수가 있으랴? 나는 메고 온 회원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준다는 핑계로 남은 술을 모두 마셨다. 술을 천천히 마셨는데도 막걸리라 그런지 취기가 엄습하고 머리가 얼얼했다.
술 욕심에 김동주 회원이 가져온 소주 1병을 허락도 없이 나중에 먹자며 내 배낭에 넣고는 간식시간을 마쳤다.
동대신동 고개가 고향인 이우득 고문은 어릴 적에 살던 동네가 그리운지 술기가 있어 걷기가 어렵다며, 학장동과 대신동 꽃마을로 갈라지는 갈림길 전에 혼자서 꽃마을 쪽으로 향했다.
이 고문을 보내난 다음, 우리는 주례와 학장, 사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전망바위와 산불초소를 지나 석탑봉에 도착(13:15)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걸었다.
한참을 걸어내려 오다보면 계곡 옆엔 숲으로 둘러싸인 유아숲체험장이 있다. 각종체험시설과 놀이시설이 유아들이 자연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것 같다.
우리는 잘 조성된 임도를 따라가지 않고, 지름길이 있지 않나하는 마음으로 유아숲체험장 옆 좌측으로 들어갔다가 길이 없어 다시 돌아 나와 임도를 걸었다. 임도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전망 좋은 곳에 우뚝 솟아있는 아담한 정자하나가 보인다. 다름 아닌 학장정자쉼터다. 일명 학운정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학장정자쉼터를 눈으로만 즐기고(13시 30분), 산행의 날머리인 동양아파트로 향했다. 산행의 종착지인 동양아파트에 도착하니 시간이 13시 45분이다.
동양아파트 앞에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곳은 우리가 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정류소다.
길을 건너 맞은편 정류소에서 신평행 버스를 기다리는 김동주, 임춘애 회원을 남겨두고, 나와 권 교장, 조현미 샘은 67번의 버스를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빨리 집에 도착해 라켓을 들고 배드민턴을 치러 가려는 생각인데, 산에서 먹은 막걸리가 아직까지 정신을 흐릿하게 하고 있어 걱정이다.
첫댓글 우와 그날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정말 멋진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