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코트라를 때려치고 여행작가로 제2의 삶을 시작한 당찬 여성, 서진영. '트립풀 블라디보스토크'를 쓰면서 러시아 여행 전문작가로 나섰는데, 이제 비수기에 들어간 여행가. 배고프고 추운 긴 겨울을 지내야 내년에 다시 주목을 받을텐데, 그때까지 어째?
되돌아 보면 러시아는 운명같은 것이었다. 외고에 진학하면서 성적 때문에 러시아어과로 배정됐고, 대학도 노문학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 4학년 때 코트라에 입사했으니 모두가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3년간 러시아 주재원으로 일한 것을 빼면 국내에서 따분한 일만 매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국내에서는 전시 기획, 해외 채용 직원 관리 등 일반적인 업무였으니. 그녀는 입사 7년차에 사표를 던지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방황하던 중 코트라에서 재입사 권유를 해왔다. 두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유라시아 친선특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부터. 외무부와 코레일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프로젝트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19박 20일 동안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등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대장정 기획이었다. 당시 많은 국민의 관심을 끈 탓에 주최측은 국민원정대 70명을 공개 모집했다.
러시아어 잘 하지, 현지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지, 여성이지, 한마디로 스펙이 좋았다. 덜컥 합격한 그녀는 연차를 몽땅 끌어다 쓰며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올랐다. 그녀는 언론에 "그동안 제 주변에는 저처럼 공부만 하고 정해진 길을 살아온 사람들만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자신의 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서진영씨는 두 번째 퇴사를 감행했다. 물론 처음과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첫 사직서가 ‘끝’을 의미했다면, 이번에는 ‘시작’이었다. 글쓰기 플랫폼에 러시아 여행을 다니며 느낀 감상 등을 꾸준히 쓰는 걸로 '두번째 시작'의 문을 열었다. 친구가 진행하는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에 패널로도 출연했다. 글쓰기 플랫폼에 올린 러시아 여행기를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러시아 여행기를 출간할 기회도 얻었다. 그렇게 여행 작가 명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이제 만족한 삶을 살고 있을까? 불안정한 생활에 대한 불안은 없을까? 만족할까? 그런데 결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