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진달래의 계절
바야흐로 진달래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엊그제 집사람과 강화 마니산을 다녀왔는데 산 능선이 온통 분홍빛 진달래꽃으로 뒤덮여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강화의 진달래는 고려산(高麗山)의 진달래가 으뜸으로 매년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開花)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하니 언제쯤 축제가 열릴지, 만개(滿開)시기를 놓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진달래과의 비슷한 꽃으로 개화시기가 조금 늦은 철쭉도 있습니다.
진달래는 일명 참꽃 혹은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르는데 날로 먹거나 화전(花煎)을 지질 때 넣기도 하는 이른 봄의 대표적인 산야화(山野花)입니다. 이 꽃잎을 따서 술을 담그면 두견주(杜鵑酒)가 되는데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두견화라는 이름은 두견새가 원통하여 밤새워 피를 토하며 우는데 그 토한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하여 진달래를 일명 두견화(杜鵑花)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그 설화(說話)의 발단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촉(蜀)나라 원제(元帝)는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긴 원한으로 밤에 우는 두견새로 변했다고 하며, 다른 이름으로 원조(怨鳥), 두우(杜宇), 귀촉도(歸蜀途), 망제혼(望帝魂), 자규(子規), 촉조(蜀鳥), 촉혼(蜀魂) 소쩍새, 접동새 등으로도 불리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두견새는 뻐꾸기과의 낮에 활동하는 새이고 소쩍새, 접동새 등은 올빼미과의 야행성(夜行性) 조류로 뭔가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지어낸 설화(說話)이니까.....
주의할 것은 이 진달래 꽃잎으로 담근 술은 100일이 지나야 제 맛과 약효가 나타난다고 하여 백일주(百日酒)라고도 하는데 독성(毒性)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조금씩 장복(長服)하여야 기관지 치료에 약효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첫 발령지가 경기도 가평이었는데 2년 후 발령을 받아온 후배 여선생님은 기관지가 좋지 않아 항상 기침을 콜록거리고 평상시에도 숨이 가빠 말하는 것도 힘들어 했습니다. 사택의 내 옆방에 그 여선생님이 살았는데 어느 날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오니 병에서 빨간 물을 작은 소주잔에 따라 마시는데 그 빛깔이 너무 고와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두견주라고 합니다. 기관지가 약하다고 매년 봄이면 엄마가 경동시장에서 진달래꽃을 사다 술로 담가 주신다고 하며 나한테 한잔 따라주며 마셔보라고 합니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냉큼 받아 마셨는데.... 술을 못 먹는 나한테는 너무 독했던지, 진달래 독성 때문이었는지 몇 시간이나 비몽사몽간을 헤매던 생각이 납니다.
진달래를 영어로「Azalea」라고 하고 비슷하게 생긴 철쭉을 「Royal Azalea」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철쭉이 참꽃인 셈인데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뒤바뀐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