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시비하지 않는 초목의 군자 …
소나무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겉씨식물 구과식물강 구과목 소나무과
소나무는 백목의 장(百木之長)이요 만수의 왕(萬樹之長)이라 하듯 그 고상한 품격이 ‘초목의 군자’다운 매력으로 한반도 전역에 대세이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 하였듯 국화(무궁화)에 이어 한국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삼자는 말도 나고 있다.
소나무는 굽이굽이 산세가 곱고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지형에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최상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소나무는 천세(千歲)의 학이 거처하는 곳이라 하였고 장수의 상징(十長生)으로 쓰였으며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 높이 솟은 소나무의 줄기를 택한다고 믿어 예로부터 시가나 회화에서 ‘탈속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였다.
步虛聲斷後 허공에는 발자국 소리도 끊어지고
無復想形容 형체도 상념도 모두 사라졌구나
雨洗孤輪月 외로운 둥근 달은 비에 씻긴 듯
風驅萬壑松 바람은 골골이 소나무 위를 달리네
-휴정(休靜), <영랑령>, 청허당집
회화 역시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물이 그려질 경우 그 등장인물들은 대개 신선(神仙)이나 은사(隱士), 고사(高士) 또는 노승(老僧)들이다. 소나무는 화암(花菴)의 화목 28우(友)에서 ‘노우(老友)’라 하였으며 모든 나무의 어른이기 때문에 고송(古松)은 존경과 숭배를 받는다고 하였다.
필자가 유난을 떠는 소나무 사랑에는 그 늙어갈수록 아취를 더하는 자태에도 있지만 실은 ‘바늘 잎 두개의 상징’이 전해준 ‘부부애(夫婦愛)’에서 깊다. 소나무 잎은 두 개가 한 잎집(葉鞘)에서 나서 아랫부분이 서로 맞닿아있다.(이 같은 특성으로 소나무를 이엽송이라 한다.)
이 잎은 떨어질 때에도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떨어지는 ‘백년해로’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부부는 솔잎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는 크게 육송과 해송 두 종류로 나뉜다. ‘해송’은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며 수피가 검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 부르고, ‘육송’은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라며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어 적송이라 한다.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은 적송에 속한다. 과거에는 금강송을 '황장목(黃腸木:자라면서 중심부가 진한 황갈색을 띤다.)' 이라 불렀는데 곧고 단단하며 잘 썩지 않아 왕실의 건축재로 쓰였다.
금강송의 다른 이름인 '춘양목(春陽木)'엔 아픈 수탈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일제시대 영주~봉화~태백을 잇는 철도가 놓이면서 봉화지역 금강송이 크게 남벌되기 시작했던 것. ‘춘양목’은 당시 ‘춘양역을 통해 옮겨진 소나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는 몸을 쪼개어 인간의 살 집을 지어주고, 잎으로는 사랑을 전해주며, 청아한 자태로 지조 있는 삶과 의연하게 늙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계절 푸른 수염을 웃으며 지나는 허튼 바람 따위 시비하지 않는 과시 군자(君子) 위(位)의 초목이다.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전남타임스 기고글
◇ 사계절 푸른수염을 웃으며 지나는 허튼바람 따위 시비하지 않는
군자(君子) 위(位)를 갖춘 소나무
필자 김진수
<주요약력>
•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회장
• (사)민족미술인협회 이사
• 시집 '아주 오래된 외출(내일을 여는 책 刊)'
• 영광 백수중학교 교사
• 전남들꽃연구회장
• 약초해설가
* <전남타임스>신문 새해 첫 원고입니다. 기획국장님의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블러그에서 퍼왔어요. 옮기기 좋게 늘 이렇게 예쁘게 포장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필자의 화상이 국개으원 출사포스터처럼 커서 줄여볼라고 애쓰다 자꾸만 틀이 깨져서 포기했어요. 여러분의 아량과 자비 바랍니다.
첫댓글 장수(長壽), 기개(氣槪), 성실(誠實), 지조(志操), 생명(生命), 순결(純潔)을 상징한다는 소나무..겨울나무의 상징
근데 좋은 말은 다~가지고 있는 소나무가 사군자에서는 제외됐다는게 아이러니 네요~^^
그런데 십장생에는 포함되고..암튼 ~머 벼슬까지 하사받는 소나무의 위엄은 대단한거겠지요?
남한산성 정상에 오래된 소나무 고목들이 있어 송림욕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곳이 있답니다..
그아래서 펼치는 막걸리 파티가 더 소문나긴 했지만요~ㅋ벙거지에서 벗어나셨군요~분위기업인데요 선생님~^^
매화는 일찍 져서, 난초는 투기꾼들의 포로가 돼서, 대나무는 땅을 너무 차지해서, 국화는 흔해 빠져서 허전합니다. 물론 소나무 앞에서만... 그만큼 제 소나무 사랑은 크답니다. 이 겨울에 다음 글은 하는 수 없이 위의 친구들을 쓰겠지만... 욕심을 접어서이지 끝내는 한 댓그루 새 마당에 심고야 말 거예요. 군자가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가 사군자 같아요. 정말 '군자다운' 나무는 소나무가 '학실'합니다.^^ 양순씨가 접때 백양사 가파른 꼴짝에서 순간포착한 것인디 카메라든 찍은 손가락이든 들여다본 파인더의 눈망울에 대고 열번은 절해야 할 화상이에요.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 독야청청~~~~~~~~~~~~
말 그대로입니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워요.
그렇죠? 집시가 들을 지나 고개를 넘어 고단한 무릎을 쉬고 싶을 때 요 나무 아래 앉으면 마음도 따라 독야청청할 수 있겠죠? 참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무예요...
신문에 소나무 사진이 빠져서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목 줄이고 여백 잘 활용하면 사진 넣을 자리 충분하겠더만
그것도 못 하냐고 궁시렁거렸더니 "다음부턴 네가 해라" 그럽니다. 드러워서 원...
송구합니다ㅠ.ㅠ
낭패는 무슨... 소나무를 모르는 이는 없고, '약력'을 넣고 나니 자리가 부족했겠죠. 지면도 옆으로 펑퍼짐하고 편집도 깨끗하던데. 혼자 다 알아서 하던 작년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맡기고 여백을 살리세요. 책상 위도 새단장으로 깔끔해졌어요?^^
부부는 솔잎처럼살아야 한다.
오늘아침 이글귀가 참 크게 보이네요.
토욜아침 동창녀석이 잠자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 장지로떠나는 녀석보다 남아있는 어린처자식이 더 눈에 밟히네요.
앞으로 내남자에게도 잔소리가 많아질꺼 같습니다..
잠자다 돌연사하는 것은 대개 심장마비인데 어이없고 황당한 변고를 당했구나. '잔소리'도 자주하여 가족건강 잘 지켜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