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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행반야경 제6권
15. 아유월치품(阿惟越致品)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어떻게 비교하고 어떻게 행함을 보고 어떻게 그 모양에 의해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선정을 얻은 사람과 같이 아무런 흔들림도 없다. 여기에서는 아라한과 벽지불과 부처의 지위가 서로 다르지 않으며 이들의 경지는 본래 없어서 끝내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부처님께서는 본래 없는 것은 옳다거나 그르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空) 안에서는 모든 대상이 본래 없는 것으로 들어가서 본래 없는 것이 그대로 본래 없는 것으로 머무른다고 설하셨으니, 이 보살 역시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분별하지 않고 이와 같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이 본래 없는 것임을 분명히 깨닫는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만약에 다른 법을 듣더라도 끝내 마음에 의심이 없어서 옳다고도 말하지 않고 그르다고도 말하지 않으니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본래 없는 것이 그대로 본래 없는 것인 자리에 머무른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그 말이 가볍지 않고 남의 일을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오직 옳은 것만을 말하고 남이 하는 일을 돌아보지 않으니 이와 같이 비교해서 이와 같은 모양이거든 반드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또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사문이나 바라문의 모양을 하고 있지 않고 꿇어앉아 절을 하며 하늘에 제사지내지 않고 하늘에 꽃이나 향을 바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치지 않는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결코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세계에는 태어나지 않고 여인의 몸으로 태어나지도 않는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항상 10계(戒)를 지키니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욕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발림말을 하지 않으며, 질투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헐뜯지 않고, 의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짓을 하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이 보살은 10계를 잘 지켜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10계를 잘 지키도록 가르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10계를 보고 스스로 보호한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널리 법을 배우면서 마음속으로 세상 사람들을 두루 평안하게 하기 위해 이 경전을 설할 것이니, 부디 이 깊은 경전을 나누어 가져 공덕을 함께 하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라고 생각한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심오한 법을 들어도 끝내 의심이 없어서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그 말이 부드럽고 미묘하여 비밀한 곳에 이르며, 적게 자고 적게 눕고 적게 나다니며, 마음을 고요히 살펴서 흐트러짐이 없고, 걸을 때는 느리고 편하게 발을 내딛으면서 편안한 눈길로 주변을 바라본다.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옷가지가 청결하여 때가 묻지 않고, 범부에게 있는 80종류의 벌레도 없다. 왜냐하면 이 보살이 공덕을 점점 불리어 가득 채우고자 할 때, 더없이 청정한 마음으로 이것을 모두 얻어서 세간의 공덕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마음이 청정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 보살이 지은 공덕이 점차 불어나면 그 마음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자유로우며, 마침내 모든 공덕을 얻게 되면 마음이 더없이 청정해져서 아라한과 벽지불의 지위를 벗어나게 된다.
또 수보리여,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은 공양을 올리고자 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일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을 즐기며, 이 깊은 경전을 들을 때 한번도 이것을 싫어한 적이 없고 바로 그 지혜 안에 머물러 깊이 들어간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혹시 다른 곳에서 이 깊은 경전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설해주고 다른 가르침에 빠져 바르게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깊은 반야바라밀로 바르게 이끌어주니, 이 경전에서 한결같이 말하는 무상(無常)의 가르침을 전해주며 세상의, 여러 가지 경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깊은 반야바라밀로 바르게 풀이해준다.
수보리여, 이러한 까닭에 설령 악마가 이 보살에게 찾아와서 요술로 여덟 곳의 큰 니리(泥犁:지옥)를 꾸며 놓고, 다시 각각의 니리마다 백천만억의 보살들을 만들어 놓은 다음 이것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이 보살들은 모두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들로서 부처님으로부터 성불(成佛)하리라는 예언을 받고 지금은 모두 니리(지옥)에 떨어졌으니 부처가 준 것은 단지 니리뿐이다.
만약에 아유월치의 지위에 올라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은 보살이 스스로 후회하면서 나는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 보살은 다시는 니리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하늘 나라에 태어날 것이다’ 라고 하더라도,
이 보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에 악마가 다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다고 하는 보살에게 찾아와서 요술로 그 스승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속여 말하기를,
‘나는 전에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이제 이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이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
만약에 스스로 뉘우쳐서 나의 말을 따른다면 나는 매일 찾아와서 그대와 함께 묻고 답하겠지만 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대를 만나러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누가 뭐래도 반야바라밀을 다시 듣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고 외도의 가르침일 뿐이다.
그대는 이제 다시 나의 말을 따라야 하니 나의 말만이 부처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라고 할 때,
이 보살의 마음이 흔들린다면, 이 보살은 과거의 부처님에게서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지 못하고 아직도 아유월치의 지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이다.
수보리여, 반대로 이러한 말을 듣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 보살은 이 깊은 경전에서 공(空)의 이치를 깨닫고 마음속으로 이를 되새겨서 끝내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아라한의 가르침을 깨달은 비구가 다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모든 것을 경전에 비추어 스스로 깨닫는 것과 같으니, 이 보살이 이렇게 하여 공(空)의 이치를 얻으면 끝내 흔들리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와 같이 보살이 아라한과 벽지불의 도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 끝내 악마에게 붙잡히는 일이 없으니, 이 보살은 아유월치의 지위에 머물러서 바로 불문(佛門)을 향해 나아가니 다시는 이로부터 물러서는 일이 없다.
수보리여, 비교해서 이와 같은 모양이거든 반드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또 수보리여, 만약 악마가 다시 요술을 부려 이상한 사람으로 변장하고 어떤 보살에게 와서 말하기를,
‘그대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울 뿐이니 이제 그만 불법을 구하도록 하라.
설령 공(空)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짐이 되면 힘들고 괴로우며 구하는 것도 힘들고 괴롭다.
그대가 악도(惡道)에 빠져 헤맨 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비로소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그대가 반야바라밀이니 공(空)이니 하는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스스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그대가 다시 어느 곳에서 이 육신을 얻을 것이며 왜 서둘러서 아라한의 가르침을 얻으려 하지 않는가?’ 라고 말하더라도,
이 보살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수보리여, 비교해서 이와 같은 모양이거든 반드시 물러남이 없는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또 수보리여, 악마가 이 보살을 이길 수가 없어서 떠나갔다가 다시 방편을 부려 요술로 많은 보살을 만들어 내어 그 주변에 머물게 하고 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그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이 보살들은 모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세월동안 옷가지와 음식과 침구와 의약품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면서 불법을 닦고 지혜를 물었으니, 이를 행함에 법답게 머무르고 법답게 구했다.
그러나 모두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받아들이고 이와 같이 행했지만 아직도 부처가 되지 못하고 겨우 이 정도이니,
<이제 그대가 어찌 불법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더라도,
이 보살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수보리여, 여기에서 악마는 조금 물러섰다가 다시 요술로 비구들을 만들어 놓고 이들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이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과거세부터 이미 보살도를 구했지만 불법을 얻지 못하고, 이제 겨우 아라한에 올랐을 뿐이니 이제 그대가 어찌 불법을 얻을 수 있겠는가?’ 라고 하더라도,
이 보살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이것이 악마의 장난임을 알아차린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받아들이고 이와 같이 행하면서 깊은 반야바라밀에 머무르며 마음에 흔들림이 없으니, 이와 같이 비교해서 모양과 행동에 갖추어 만족하거든 반드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배우고 이와 같이 구하고 이와 같이 가르침을 보호해서 불법을 받아들여 마음 깊이 새겨두니,
혹시 다른 곳에 가서 악마의 이러한 말을 듣더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떠나지 않고 이것이 악마의 장난임을 알아차린다.
수보리여, 보살이 설령 이와 같이 배워서 불법을 얻지 못하더라도 부처님의 말씀은 반드시 특별함이 있고 부처님의 말씀은 속이는 법이 없다.
수보리여, 악마가 다시 보살에게 와서 말하기를,
‘불법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이 경전의 끝과 폭은 얻을 수 없고 그 바닥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이 경전을 통하여 알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것뿐이다.
이 고통과 괴로움은 그대가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지 이것을 악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 경전은 정작 악마가 지은 것이니 어찌 이로부터 불법을 구할 수 있겠느냐?’ 라고 하더라도,
이 보살은 곧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고 악마의 장난임을 알아차린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제1의 선정과 제2의 선정과 제3의 선정과 제4의 선정에 들어 삼매를 얻지만 정작 제4의 선정에 머무르지 않고, 이것을 뛰어넘어 아유월치의 지위에 오르고자 하니 이 보살은 끝내 선정의 가르침에 빠지는 일이 없어서 그 공덕이 선정을 훨씬 뛰어넘는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찬양한다고 기뻐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슬퍼하지도 않아서 마음이 끝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보살은 항상 세상 사람들이 무고하기만을 염원하고 나가고 들어가고 걷고 앉고 일어설 때마다 항상 마음을 단정히 하고 뜻을 바르게 갖는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음심(婬心)이 거의 없어서 혹시 속가에서 여자를 마주하더라도 즐거워하지 않고 늘 조심하는 마음을 품으니, 여자와 관계하는 것은 냄새나고 깨끗하지 않은 이슬방울과 같아서 나의 법에 어긋나며, 나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결코 이러한 것을 가까이 하지 않고 반드시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생각한다.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넓고 황량한 벌판을 지날 때 무서운 도둑을 만나면,
‘나는 언제나 이 험한 길에서 벗어날까?’ 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으니,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넓고 황량한 벌판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음심을 멀리 떨쳐버린다.
또 수보리여, 이 보살은 결코 다른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평안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와 같이 이 보살은 복과 덕에 모자람이 없으니 이것은 모두 깊은 반야바라밀의 위신력 덕분이다.
또 수보리여, 이 보살은 화이라원(和夷羅洹:금강저)을 든 귀신들이 따라다니면서 보호해주니 이 보살은 끝내 바른 뜻을 잃지 않고 마음에 망령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며 신체가 완전하여 아무런 질병도 없고 더없이 용맹하며 다른 여자들을 유혹하지도 않는다.
설령 이 보살이 푸닥거리와 부적과 주문을 즐겨 행하더라도 이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이것을 가르쳐 주지도 않고 남이 하는 것을 보더라도 기뻐하지 않고 여자를 낳을 것인 지 남자를 낳을 것인 지도 말하지 않으니 결코 법에 어긋나는 것은 설하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와 같이 비교해서 이와 같은 모양이거든 반드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까닭에 이 보살은 반드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라고 부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국왕과 세속과 성읍과 마을과 사람들의 모임에 관한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도적과 군대와 무기에 관한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남자를 낳을 지 여자를 낳을 지 점치는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다른 가르침을 좇는 무리들이 여러 귀신들에게 술과 고기와 곡식으로 제사를 올리는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여러 가지 향과 비단 등을 팔아 이익을 얻기를 즐기는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바다에 관한 갖가지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악한 성품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싸우기를 좋아하는 일에도 간섭하지 않고,
오직 깊은 반야바라밀에 관한 일에만 관여하여 끝내 살운야를 여의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헛되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행동이 늘 바르며 밖으로 나다니지 않을 때는 항상 현명하고 선량한 보살들을 칭송하며 늘 훌륭한 스승을 따르고 악한 스승을 따르지 않으며,
언제나 불법을 구하여 죽어서도 다른 부처님의 나라에 태어나 부처님을 직접 뵙고 공양을 올리게 되기를 원한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를 윤회하다가 인도의 중심지에 태어나니, 언제나 밝은 지혜를 가진 훌륭한 사람들 사이에 태어나고, 말씨가 뛰어나고 경전을 잘 아는 가문에 태어나서, 세속의 일을 예언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사는 동안 법을 어기지 않으며 항상 큰 나라에 태어나고 변방에는 태어나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러한 까닭에 이 보살을 가리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라고 한다.
또 수보리여, 이 보살은 끝내 자신이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라고 말하지도 않고,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고,
자신이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임을 의심하지도 않고,
자신이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수다원의 가르침을 깨달은 이가 이것을 악마의 장난이라고 의심하지 않기에 혹시 그러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바로 알아차리는 것과 같으니,
이 보살은 설령 악마가 다가오더라도 이것을 따르지 않고 아유월치의 지위에 머물러서 이를 의심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는다.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다섯 가지 큰 죄를 지은 어떤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설령 이 사람으로 하여금 착한 일만을 생각하고 악한 일은 생각하지 못하도록 하더라도 이 사람의 죄책감은 죽을 때까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항상 아유월치의 지위에 머무르는 까닭에 아무도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아무도 그 마음을 뒤집을 수 없으며 ,스스로 도를 닦으면서 끝내 아라한과 벽지불이 없다고 의심하지 않고 불법은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보리여, 이 보살의 마음은 그 크기가 끝이 없어서 아유월치의 지위에 평안하고 견고하게 머무르니 아무도 이 보살을 항복시킬 수 없고 아무도 그 지혜보다 뛰어날 수 없다.
이러한 까닭에 악마는 분을 못 참고,
‘이 보살은 강철과 같아서 뒤집어 놓을 수가 없다’ 라고 말한다.
수보리여, 여기에서 다시 악마가 요술을 부려 부처님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보살에게 와서 말하기를,
‘그대는 왜 아라한의 가르침을 얻지 않는가?
그대는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으리라는 예언을 아직 받지 못했으니 여기에 견주어 볼 만한 점도 없고 그러한 모양도 없다.
보살이 이와 같이 비교하여 이와 같은 모양이거든 아직 불법을 얻을 수 없으니 그대가 어찌 이것을 얻으려 하는가?’ 라고 하더라도,
이 보살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에 어떤 보살이 악마로부터 이러한 말을 듣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 보살은 과거세에 달살아갈로부터 이미 부처님이 되리라는 예언을 받고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은 까닭에 지금 악마가 부처님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나타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것은 부처님이 아니고 악마이다. 나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하지만 나의 마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다.
수보리여, 이 보살의 마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니 이 보살은 과거세에 달살아갈로부터 이미 부처가 되리라는 예언을 받고 아뇩다라삼야삼보를 얻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이 비교하여 이와 같이 모양과 행동에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니 이야말로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인 줄 알아야 한다.
수보리여, 이 보살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모든 법을 얻어서 그 행동이 바르다.
이 보살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법을 얻고 이것을 수호한다.
이러한 까닭에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으며 이것을 싫어하지도 않으니,
달살아갈과 그 제자들이 이 경전을 설할 때 끝내 이를 의심하지 않고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으며,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도 끝내 의심하지 않고 이것은 깊은 반야바라밀이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이 보살은 이렇게 하여 마침내 어떤 것에도 의지하여 생겨나지 않는 가르침을 얻고 즐거움 가운데에 서며 모자람이 없는 공덕을 쌓으니 이와 같이 비교하여 이와 같이 모양과 행동에 모자람이 없는 까닭에 아유월치의 지위에 있는 보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