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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5권
14. 꿈을 꾸는 품[感夢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하늘들이 보살을 권하고 나자 보살은 이때 수단왕에게 현몽(現夢)을 하였나니, 왕은 꿈속에서 보살이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궁전 문을 나가는데 한량없는 하늘들이 에워싸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느니라.
때에 왕은 꿈에서 깨어나며 나인에게 물었느니라.
‘태자는 지금 궁중에 있느냐, 유람을 나갔느냐?’
나인은 대답하였다.
‘태자는 궁중에 있사오며 유람한 바는 없나이다.’
그러나 왕의 마음에는 아직도 보살이 떠나가던 것을 의심하면서 애틋한 근심과 괴로움이 화살처럼 마음에 짚이는지라 생각하였다.
‘내가 꿈에서 꾼 것과 같은 일과 모양으로 그렇게 된다면 결정코 알겠도다. 태자는 반드시 집을 떠나리라.’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으로부터 다시는 태자에게 유람함을 허락하지 않고 여러 채녀들이 다섯 가지의 욕심으로써 유혹을 하게 하여 그에게 애착을 내게 하리라.’
때에 수단왕은 보살을 위하여 세 철의 궁전으로서,
첫째는 매우 추운 겨울을 맞아서는 따뜻하게 하고,
둘째는 혹렬한 더위를 당해서는 시원하게 하고,
셋째는 알맞은 철에는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게 지었으며,
다시 겹문을 지었는데, 여닫기가 어렵게 하고 열고 닫을 때에는 5백의 사람을 필요로 하고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게 하였느니라.
모든 천문을 잘 알고 관상법에 아주 익숙한 이와 5통(通) 신선들에게 죄다 앞일을 이르게 하였더니,
이러한 사람들이 모두가,
‘태자는 길상문(吉祥門)에서 성을 넘어 나가리라’고 하는지라,
왕은 이를 듣고서는 점점 더 근심 하고 괴로워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뒷날 어느 때에 보살은 유람을 나가려고 하여 마부에게 명하였다.
‘너는 수레를 차리라. 나는 잠깐 나가야겠다.’
마부는 왕에게 아뢰었다.
‘오늘 태자께서는 유람을 나가려 하옵니다.’
왕은 이를 듣고 즉시 사자를 파견하여 동산 숲을 쓸고 꾸미게 하였으며,
다시 벼슬아치에게 신칙하여 길을 편편하게 하고 치우면서 향수를 땅에 뿌리고 여러 가지 이름 있는 꽃을 흩게 하였으며,
보배로운 나무 사이에는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진주와 영락으로 차례로 장엄하였으며,
금은 보배의 방울을 곳곳에 드리워서 화창한 바람에 흔들리며 미묘한 소리를 내게 하였고,
성으로부터 동산까지의 둘레를 빛이 나게 꾸미게 하였는지라,
정세하고 화려하고 깨끗하기가 마치 하늘 궁전과 같았으며,
다시 길가에는 모든 나쁠 만한 것이 없게 하였고,
쇠약한 늙은이나 병든 이와 죽은 시체며 귀머거리ㆍ장님ㆍ벙어리 등 여섯 감관의 불구자거나 상서롭지 못한 일은 아울러 내쫓게 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성의 동쪽 문으로부터 나갔느니라.
때에 정거천(淨居天)이 변화로 늙은 사람이 되었는데,
머리칼은 희고 몸은 파리하며 피부색은 바짝 마른 데다 지팡이를 붙잡고 꼬부라져서 헐떡거리며 머리까지 숙이고 살가죽과 뼈는 달라붙어 근육조차 없으며,
어금니는 빠지고 눈물과 침을 질질 흘리면서 혹은 서기도 하고 가기도 하다가 잠깐 엎드리기도 하고 잠깐 쓰러지기도 하는지라,
보살은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이는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데 모양이 그와 같으냐?’
때에 정거천은 신통의 힘으로 그 마부가 보살에게 대답하게 하였다.
‘이는 늙은 사람이옵니다.’
그러자 또 물었다.
‘무엇을 늙었다고 하느냐?’
대답하였다.
‘무릇 늙음이라 함은 일찍이 젊은 나이를 겪어서 점차로 쇠하여 못쓰게 되는데, 모든 감관이 시들어지고 기력이 점점 없어지며,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몸매는 바짝 마르며, 위엄이 없어서 남이 업신여기고 거동하기가 매우 괴롭고 남은 목숨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니, 이 일 때문에 늙음이라고 하나이다.’
그러자 또 물었다.
‘이 사람 혼자만 그러하냐, 모두가 다 그러하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일체 세간이 모두 다 그와 같나이다.’
보살은 또 물었다.
‘나의 이 몸 역시 그렇게 될 것이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무릇 이 삶이 있는 것은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모두 이런 고통이 있나이다.’
그때 보살은 근심 걱정하며 언짢아하다가 마부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어느 겨를에 동산 숲에 나아가서 멋대로 재미있게 놀겠느냐? 방편을 생각해서 이런 고통을 면하고 떠나야겠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도로 궁중으로 들어와 버렸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마부에게 물었다.
‘오늘 태자가 동산 숲에서 재미있게 놀고 기뻐하였느냐?’
마부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하나이다.
태자께서 성을 나가서 가다가 중도에 이르자 갑자기 길 위에 한 늙은 사람이 있었는데 기력이 쇠약하고 몸이 곤하기가 극심하였나이다.
태자께서 보고서 바로 궁중으로 돌아와 버렸나이다.’
때에 수단왕은 생각하였다.
‘이것은 바로 내 아들이 집 떠날 조짐이로구나. 아사타 선인이 말한 바가 거의 진실이로다.’
다시 이에 다섯 가지 욕심을 더하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또 어느 때에 정거천들은 보살이 도로 다섯 가지 욕심에 처하여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다시 보살을 위하여 일과 형상을 나타내 보여서 깨닫게 하고 빨리 집을 떠나가게 해야겠구나.’
그때 보살은 다시 마부를 불러 말하였다.
‘나는 이제 동산 숲에 나가서 유람하려 하니, 그대는 빨리 나를 위하여 대왕께 아뢰고 수레와 시중들은 장엄하여 마쳐 두라.
나는 잠깐 나가야 하겠도다.’
왕은 이를 듣고 여러 신하들을 소집하여 말하였다.
‘태자가 전에 성의 동쪽 문을 나가다가 길에서 노인을 만나고 중도에서 돌아와 근심 걱정하며 좋아하지 않더니,
이제 또 동산 숲에 나아가려고 나가기를 청하매,
마땅히 성으로부터 동산에 이르기까지 죄다 깨끗하게 하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을 지피고 꽃을 흩게 하되,
더러운 찌꺼기며 부정한 것과 늙고 병들고 죽은 사람이거나 상서롭지 못한 것들이 거리에 있지 않게 할지어다.’
그러자 벼슬아치가 칙명을 받고 꾸미고 화려하게 함이 먼저보다 더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성의 남쪽 문을 나갔느니라.
때에 정거천은 변화하여 병든 사람이 되었는데,
기진맥진하여 시드럭부드럭하고 상기된 얼굴에 헐떡거리며 뼈와 살은 바짝 말라 모습은 핼쑥한 데다 더러운 찌꺼기 속에서 크게 괴로움을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이 보살피며 길의 곁에 있는지라,
또 마부에게 물었다.
‘이는 무슨 사람이라 하는가?’
그러자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이것은 병든 사람이옵니다.’
또 물었다.
‘무엇을 병이라 하는가?’
대답하였다.
‘이른바 병이라 함은, 모두가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즐겨 좋아하는 것이 법도가 없는 탓이온데 4대(大)가 어긋나서 백한 가지 병이 생깁니다.
앉고 누움이 불안하고 거동이 위태하며 숨이 점점 고달파지고 거의 목숨이 넘어갈 지경에 있나이다. 이런 일 때문에 병이라 하옵니다.’
또 물었다.
‘이 사람 혼자만이 그러하느냐, 모두가 그러하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일체 세간에서는 죄다 그와 같나이다.’
또 말하였다.
‘나의 이 몸도 그래야 되는가?’
마부가 말하였다.
‘무릇 이 삶이 있는 이로서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모두가 이런 고통이 있는 것이옵니다.’
그때 보살은 근심 걱정하며 언짢아하다가 마부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어느 겨를에 동산 숲에 나아가서 멋대로 놀며 즐기겠느냐? 방편을 생각하며 이런 고통을 면하고 떠나야겠도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도로 궁중으로 들어왔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마부에게 물었다.
‘오늘 태자가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는데 기뻤었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하나이다.
태자께서 성을 나가서 가다가 중도에 이르자 갑자기 길 곁에서 한 병든 사람이 보였는데,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면서 크게 괴로움을 받았나이다.
태자께서는 보고 바로 궁중으로 돌아왔사옵니다.’
때에 수단왕은 생각하였다.
‘이것은 바로 내 아들이 집을 떠날 조짐이로다. 아사타 선인의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이에 다시 다섯 가지 욕심을 증가시켜서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또 어느 때에 정거천들은 태자가 도로 다섯 가지 욕심 받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이제 다시 보살을 위하여 일과 형상을 나타내 보여서 깨닫게 하고 빨리 집을 떠나게 해야 하겠구나.’
그때 보살은 마부를 불러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동산 숲에 가서 유람하려고 하니, 그대는 수레를 차리라. 나는 잠깐 나가야겠다.’
마부가 또 대왕에게 아뢰었더니,
대왕은 이를 듣고 마부에게 말하였다.
‘태자가 전번에는 동쪽 남쪽의 두 개의 문으로 나가다가 늙음과 병듦을 보고 돌아와서 근심 걱정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서쪽 문으로 나가게 해야겠다.
나의 마음은 그가 돌아와서 기뻐하지 아니함을 염려하는 것이니,
마땅히 안팎을 시켜서 도로를 장엄하고, 향과 꽃과 번기ㆍ일산을 갑절이나 전보다 훌륭하게 하며,
늙고 병들고 죽는 것들의 불상사가 길가에 있지 않게 하라.’
벼슬아치들은 칙명을 받고 꾸미기를 전보다 갑절로 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성의 서쪽 문으로 나갔느니라.
때에 정거천은 변화하여 죽은 사람이 되었는데,
상여 위에 눕히고 향과 꽃을 널리 뿌리며 식구들이 울부짖으면서 따라가며 보내는지라,
보살은 보고 마음으로 몹시 슬퍼하며 마부에게 물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데 향과 꽃으로 그 위를 장엄하고 또 많은 권속들이 슬피 울고 있느냐?’
때에 정거천은 신통의 힘으로써 그 마부가 보살에게 말하게 하였다.
‘이것은 죽은 사람이옵니다.’
그리고는 또 물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그러자 대답하였다.
‘대개 죽음이라 함은, 정신인 의식이 몸을 떠나고 목숨과 감관이 물러가는지라,
길이 부모ㆍ형제ㆍ처자ㆍ권속들과 은혜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이별하여 영원히 다시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정신만이 혼자 가서 다른 길에 돌아가므로 은혜하고 사랑하고 이뻐하고 미워하는 것이 다시는 아는 척 아니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죽음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기 이를 데 없나이다.
또 물었다.
‘이 사람만이 죽는 것이냐, 모두가 그런 것이냐?’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무릇 이 삶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데에 돌아가나이다.’
보살은 듣고 더욱 불안해하면서 말하였다.
‘세간에 이러한 죽는 고통이 있거늘 어떻게 그 속에서 방일할까?
나는 이제 어느 겨를에 동산 숲에 나가겠느냐? 방편을 생각하여 이런 고통 떠나기를 구하여야겠다.’
그리고는 곧 수레를 돌려 도로 궁중에 들어왔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마부에게 말하였다.
‘오늘 태자가 나가서 동산에서 놀며 기뻐하였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하나이다.
태자가 성을 나갔더니, 갑자기 길 곁에 한 죽은 사람을 상 위에 눕히고 네 사람이 상여를 메고 권속들은 슬피 울부짖었나이다.
태자께서는 보고 몹시 슬퍼하며 언짢아하다가 마침내 중도에서 곧 궁중으로 돌아왔나이다.’
때에 수단왕은 생각하였다.
‘이는 바로 내 아들이 집을 떠날 조짐이로다. 아사타 선인이 거짓이 없었구나.’
그리고는 이에 다시 다섯 가지의 욕심을 더욱 더하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또 어느 때에 정거천들은 태자가 궁중에 돌아가서 다섯 가지 욕심에 처하여 있음을 보고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보살을 위하여 다시 일과 형상을 나타내서 빨리 집을 떠나게 해야 하겠구나.’
그때 보살은 다시 마부를 불러 말하였다.
‘오늘 동산 숲에 가서 유람하려 하노니, 그대는 수레를 차려라. 나는 잠깐 나가야겠도다.’
마부가 또 부왕에게 아뢰었더니,
왕은 이를 듣고 마부에게 말하였다.
‘태자가 전번에는 세 쪽 문으로 나가면서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보고 근심 걱정하며 좋아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번에는 북쪽 문으로 나가게 해야겠다.
도로를 꾸미고 향과 꽃과 번기ㆍ일산으로 전번보다 훌륭하게 할 것이며,
다시는 늙음과 병듦과 죽음 등의 상서롭지 않은 일을 길 곁에 두게 하지 말라.’
그러자 벼슬아치는 칙명을 받들고 꾸미고 좋게 하기를 전번보다 지나치게 하였느니라.
그때 태자는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갔느니라.
때에 정거천은 변화하여 비구가 되어서 가사를 입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앴으며, 손에 석장(錫杖)을 짚고 땅을 보며 걸어갔는데, 엄숙하고 위의가 올바른지라,
태자는 멀리서 보고 이는 어떤 사람인가를 물었느니라.
때에 정거천은 신통의 힘으로 그 마부가 보살에게 말을 하게 하였다.
‘이와 같은 이를 집을 떠난 사람이라 하나이다.’
그러자 태자는 곧 수레에서 내려 예배하고 물었다.
‘무릇 집을 떠나면 이익된 바가 무엇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집에 있으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온갖 것이 무상하여 모두 이는 무너져 버리는 불안한 법임을 보고,
그 때문에 친족을 버리고 한적한 데 있으면서 애써 방편을 구하여 이 고통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닦고 익히는 것은 샘이 없는 거룩한 도[無漏聖道]요, 바른 법을 행하여 모든 감관을 조복하고 큰 자비를 일으켜 두려움이 없음[無畏]을 잘 베풀며,
마음과 행이 평등하여 중생을 보호하고 생각하며, 세간에 물들지 않고 영원히 해탈을 얻나니, 그러므로 집을 떠나는 법이라 합니다.’
이에 보살은 깊이 기쁨을 내며 찬탄하였다.
‘거룩합니다, 거룩합니다. 천상과 인간 안에서 이것만이 으뜸입니다.
나는 결정코 이런 도를 닦고 배워야 하겠습니다.’
이를 본 뒤에 수레에 올라 돌아왔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나가 놀면서 과연 즐거움이 있었더냐?’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하겠나이다.
태자께서 아까 나가다가 중도에 이르자 모두가 장엄하여 좋고 불상사들이 없었는데,
갑자기 어느 한 사람이 가사를 입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앴으며, 발우를 가지고 석장을 짚고 가는데 용모와 거동이 단정 엄숙하고 위의가 자상한지라,
태자는 문득 수레에서 내려가 예배하고 말을 하여 마치고는 수레에 올라 돌아왔사오나 끝까지 역시 무엇을 말하였는지는 모르겠나이다.’
때에 수단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아사타 선인의 말이 거짓이 없구나’ 하고,
이에 다시 미묘한 다섯 가지 욕심을 더욱 더하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정거천은 보살을 빨리 집을 떠나게 하려고 거듭 부왕에게 일곱 가지의 꿈을 꾸게 하였나니,
첫째 꿈은 제석천의 당기를 여러 사람들이 마주 듣고 가비라성 동쪽 문으로부터 나가는 것을 봄이요,
둘째 꿈은 태자가 큰 코끼리를 타고 시중들에게 호위되어 가비라성 남쪽 문으로부터 나가는 것을 봄이요,
셋째 꿈은 태자가 사마(駟馬)의 수레를 타고 가비라성 서쪽 문으로부터 나가는 것을 봄이요,
넷째 꿈은 어느 한 보배 수레바퀴가 가비라성 북쪽 문으로부터 나가는 것을 봄이요,
다섯째 꿈은 태자가 네거리 가운데서 북채를 휘두르며 북을 치는 것을 봄이요,
여섯째 꿈은 가비라성 가운데에 하나의 높은 다락이 있는데, 태자가 그 위에서 사면으로 가지가지 값진 보배를 버리고 던지매 수없는 중생들이 다투어 가지면서 떠나가는 것을 봄이요,
일곱째 꿈은 성에서 멀지 않은 데서 갑자기 어떤 여섯 사람이 소리를 높여 통곡하는 것을 봄이 그것이니라.
때에 수단왕은 이 꿈을 꾸자 마음으로 크게 두려워하다가 갑자기 깨어나서 여러 대신들에게 명하였다.
‘내가 밤중에 이와 같은 꿈을 꾸었는데,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 해몽하는 사람을 불러다가 이 일을 풀이하게 해야 하리라.’
때에 정거천은 변화하여 하나의 바라문이 되어 사슴 가죽 옷을 입고 궁문 밖에 서 있다가 외쳤다.
‘나는 대왕의 꿈을 잘 풀이할 수 있노라.’
그러자 여러 신하들이 듣고 아뢰어서 궁중으로 불러들였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자세히 꾸었던 꿈을 설명하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은 꿈은 바로 무슨 상서입니까?’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제석천의 당기를 여러 사람들이 마주 들고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한량없는 백천의 천인들에게 둘러싸여 집을 떠나야 하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태자가 큰 코끼리를 타고 시중들에게 호위되어 성의 남쪽 문으로 나가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집을 떠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열 가지 힘[十力]을 얻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태자가 사마의 수레를 타고 성의 서쪽 문으로 나가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집을 떠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畏]을 얻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보배 수레바퀴가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집을 떠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법 바퀴를 굴리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태자가 네거리 가운데서 북채를 휘둘러 북을 치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나면 여러 하늘들이 전전하여 들으며 범천 세상까지 이르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높은 누각에 태자가 올라가서 보물을 버리고 던지면 수없는 중생들이 다투며 가지고 떠나가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나자 여러 천인들과 8부(部) 가운데서 가르침의 보배[法寶]인 이른바 4념처ㆍ4정근ㆍ4여의족ㆍ5근ㆍ5력ㆍ7각분과 8성도의 갖가지 여러 가르침을 비처럼 내리는 형상입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꿈에 성에서 멀지 않은 데서 갑자기 어떤 여섯 사람이 소리를 높여 통곡하는 것은,
이는 바로 태자께서 집을 떠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지라,
외도 여섯 스승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을 내는 형상입니다.’
그때 변화한 사람은 수단왕을 위하여 그의 꿈을 풀이한 뒤에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기뻐하며 경하하실지언정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는 마십시오.
왜냐하면 이 꿈은 상서로워서 큰 과보를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고 갑자기 없어져 버렸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바라문이 꿈을 풀이함을 듣고 태자가 집을 떠나 도로 배울 것을 두려워하여 이에 다시 다섯 가지 욕심 거리를 더욱더 하였느니라.
이때 야수다라도 스무 가지의 무서워할 만한 일을 꿈꾸고 갑자기 깨어나서 마음속으로 놀라고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지라,
보살이 물었다.
‘왜 무서워합니까?’
야수다라는 울면서 말하였다.
‘태자여, 제가 아까 꿈에 온 대지가 두루 진동함을 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산뜻하고 큰 일산은 언제나 덮어 가려 주는 것인데, 차닉(車匿)이 갑자기 와서 내 것을 빼앗아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으며,
또 제석천의 당기가 넘어져서 땅에 있는 것을 보았으며,
또 몸 위의 영락이 물에 떠서 흘러가는 것을 보았으며,
또 해와 달과 별이 죄다 떨어져 버리는 것을 보았으며,
또 나의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끊어 버리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으며,
또 제 몸은 미묘하고 단정하거늘 갑자기 추하고 더러워지는 것을 보았으며,
또 제 몸의 손발이 죄다 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또 모습이 까닭 없이 벌거숭이가 되는 것을 보았으며,
또 앉아 있던 평상이 땅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며,
또 언제나 태자와 함께 앉고 누운 평상의 네발이 한꺼번에 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또 하나의 보배 산의 사면이 높고 험준한데 불에 타며 무너져서 땅에 있는 것을 보았으며,
또 대왕의 궁전 안에 하나의 보배 나무가 있더니, 바람이 불자 넘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쨍쨍 비치는 해가 숨어지면서 천지가 캄캄해지는 것을 보았으며,
또 밝은 달이 공중에 있는데 뭇 별이 빙 둘러싸더니, 이 궁중에서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또 큰 밝은 촛불이 가비라성을 나가는 것을 보았으며,
또 이 성을 보호하는 신으로서 단정하고 감탄할 만한 이가 문 아래 서 있더니 슬퍼하며 크게 우는 것을 보았으며,
또 이 성이 변하여 들판이 되는 것을 보았으며,
또 성안의 숲과 나무와 샘과 못이 죄다 바짝 마르는 것을 보았으며,
또 장사가 손에 무기를 가지고 사방에서 내닫는 것을 보았습니다.
태자여, 저의 꿈은 이러한지라, 마음이 매우 불안합니다.
장차 저의 몸이 일찍 죽으려는 것은 아닐까요?
은혜와 사랑이 나와는 이별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는 바로 무슨 증조입니까? 흉한 것일까요, 길한 것일까요?’
그때 보살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집 떠날 때가 왔구나. 이 조짐을 나타내어 비(妃)에게 이러한 꿈을 꾸게 하였도다.’
그리고는 야수다라를 위로하였다.
‘비는 이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꿈의 생각이란 뒤바뀐 것이어서 진실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령 꿈에 제석의 당기가 쓰러지고 해와 달이 떨어진다 하기로서니, 비의 몸에 어디를 다쳤습니까?
차닉이 일산을 가지고 떠나갔다 하거니와 꿈에 빼앗긴 것이므로 모두가 허망하나니, 다만 평안히 잠이나 자고 근심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밤에 보살은 자신이 다섯 가지의 꿈을 꾸었나니,
첫째의 꿈에 몸은 대지를 자리로 하고 머리는 수미산을 베개로 하고 손은 큰 바다를 받들며 발은 발해(渤邂)를 밟은 것이요,
둘째 꿈은 어떤 풀의 이름이 건립(建立)인데 배꼽으로부터 나와 나무의 끝이 올라가며 아가니타천까지 닿는 것을 보았으며,
셋째 꿈은 털과 깃이 여러 가지 빛깔로 섞인 네 마리의 까마귀가 사방으로부터 와서 보살의 발을 받들더니 변하여 흰 빛깔이 되는 것을 보았으며,
넷째 꿈은 흰 짐승의 머리는 다 검은 빛이었는데 함께 와서 무릎을 꿇고 태자의 몸을 훑은 것을 보았으며,
다섯째 꿈은 어느 한 더러운 산이 형세가 높고 큰데 보살의 몸이 그 위에 있으면서 돌고 놀며 밟아도 더럽혀지지 않는 것을 보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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