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조금 채취해 둔 우뭇가사리를 끓여 묵을 만들었어요.
우뭇가사리는 첨 채취해서 말리면 진한 자주색이 됩니다.
햇볕 좋은 날 물에 적셔 말리고 또 적셔 말리기를 반복하면 투명에 가까운 베이지색이 되는데 그 과정을' 바랜'다고 합니다.
허옇게 바랜 우묵가사리를 바람 통하지 않게 비닐 봉지에 넣어 갈무리 해두면
몇년을 두고 먹을 수 있어요.
먹고 싶을 때마다 냄비에 조금씩 자주 끓여 먹는답니다.
푹 끓이는 중
첫번 끓인 물과 두번 째 끓인 물을 따라
하룻밤 지나니 잘 굳어서 깨끗하고 단단한 묵이 되었어요.
단단한 걸 좋아하면 물을 적게 잡으면 되고
적당한 농도를 원하면 물을 많이 잡으면 됩니다.
투명하고 적당한 농도로 굳었어요.
우무묵은 주로 콩국에 섞어 먹는데
시원하고 영양가 높은 여름철 대표 간식이지요.
갈증 날 때 얼음 띄워 한그릇 시원하게 마시면 요기도 되고 더위도 날려주죠.
우무묵은 콩국 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묵을 단단하게 쑤어서 고추장에 장아찌로 박기도 하고
채 썰어서 오이채와 함께 무치기도 합니다.
나는 냉장고에 넣어 시원한 우무묵에 어간장 한 술과 볶은 깨를 술술 뿌려 숟가락으로 그냥 뚝뚝 떼어 먹는걸 좋아합니다.
체를 놓고 눌러서 내리면 면발이 균일하고 고운데 그냥 손바닥에 놓고 칼로 살살 쳐줍니다.
콩가루가 없네요....
이럴 땐 해덕암 동민스님이 일러주신 방식대로 미숫가루에 섞어 먹으면 됩니다.
미숫가루를 적당한 농도로 풀고 우무묵을 넣고 소금으로 간 맞추니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첫번 째 두번째 끓인 건 묵을 만들고 세번째는 점성이 약하니 과일 푸딩을 만들면 됩니다.
복숭아 껍질 벗긴 포도 블루베리를 넣고 세 가지 푸딩을 만들어 먹으려고요.
세 번 째 끓이고 남은 건더기.
거의 버리는데 '한국인의 밥상' 기장편 보니까 저 건더기에 청양고추와 몇가지 야채를 섞어 베보자기에 싸서 무거운 걸로 눌러서 편을 만들더군요.
돼지머리 편육처럼요.
다 굳은 편을 도톰하게 썰어 양념장을 곁들여 먹더군요.
한 가지도 버릴게 없는 우뭇가사리예요.
단, 건더기 편을 만들려면 바삭하게 마른 상태의 우뭇가사리를 평평한 돌에 놓고 다듬이 하듯 방망이로 살살쳐서
우뭇가사리에 붙어 있는 쩍과 이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깨끗히 헹궈서 끓여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쩍이랑 이물질이 씹혀서 편을 만들어도 먹을 수 없답니다.
이번은 이물질 제거 과정없이 헹구기만 해서 끓여 아깝지만 버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