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문수사리현보장경 하권
[샤야말 보살, 수기]
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샤야말보살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어서 즐거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땅으로부터 네 길[丈] 아홉 자 거리에 서 있으니,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크나큰 광명이 널리 불국토에 두루하며,
허공에선 하늘 꽃을 퍼붓고 공후(箜篌) 등의 악기가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곧 웃으시니, 모든 불세존께서 웃으시는 법이어서 무수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천 광명의 빛이 부처님의 입에서 나와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희고 검은 빛이 한량없는 불국토에 두루 하고는, 도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이마 위에서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에 현자 아난(阿難)이 옷을 정돈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여 게송으로 찬탄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혜의 힘과 길조의 광명이 있는
도사(導師)의 빛은 일곱 자[尺]의 꽃이시니
미묘한 모습 서른두 가지와
모든 종호(種好)를 구족하셨네.
마치 사자와 같이 대중 가운데에서
걸음걸이와 세력이 뛰어나신데
이제 부처님께선 무엇 때문에 웃으십니까?
원컨대 저희들을 위해 곧 해설하소서.
법을 설하심이 번개처럼 빠르고
음성이 뛰어나고 미묘하심이 사자와 같고
갈고(羯鼓)가 보배로운 음향을 울리듯이
그 음성 범천(梵天)보다도 뛰어나셨네.
부처님의 말씀 뭇 사람에게 두루하여
그 음성 삼천세계를 통하되
일체 중생에게 항상 응하는 그대로
부드럽게 들려 못 깨닫는 자 없도다.
모든 제자와 연각(緣覺)을 말하자면
그 지혜 훌륭한 광명이 없으므로
마침내 넓은 지혜와 같을 수 없고
뭇 보살들 역시 미치기 어려운지라.
이제 누가 지혜의 힘을 얻으리까.
원컨대 도사께서 법을 설해 제도하소서.
하늘ㆍ용ㆍ세간 사람들을 비롯하여
아수라까지 다 발심하였습니다.
일체의 느낌을 벗어남으로써
마음속에 아무런 집착이 없고
한량없는 행이 거리낌 없이
차별 없는 무수억보다 뛰어났으며
한량없고도 헤아릴 수 없이
평등으로써 세간을 제도하시니
이제 공하고 바른 지혜께 묻노니
무엇 때문에 기뻐 웃으십니까?
푸르고 붉고 누렇고 흰 빛깔
갖가지 광명이 매우 빛나는가 하면
그 미묘한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와서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이 무수한 불토를 널리 비춥니다.
한량없는 백천 불국토의
갖가지 중생들 몸에 두루하되
일체 고요히 비춤으로써
보는 이마다 이익되어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 광명 나오려고 할 때에
모든 제자는 미칠 수 없고
전에 없었던 광명의 비춤을 얻으매
부처님 또한 연각(緣覺)의 일을 설하시네.
이제 대승의 행을 알고자 하는데
일체지이신 최상존의
그 광명의 불꽃이 이마로부터 들어가니
이젠 이르는 곳마다 더러움이 없으리.
훌륭하고 상쾌하도다.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이 받들어 섬김을 거치면서
진리를 나타내 그 이치를 설하시되
부처님께서는 한 말씀도 다름이 없으신데
이 큰 모임의 모든 의심을 끊어 주시는
정각께서 이제 무엇 때문에 웃으십니까?
부처님의 말씀 듣고는 기쁨에 넘쳐
무수한 사람들이 모두들 춤추듯 뜁니다.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야말 족성자가 허공에 솟아올라 땅으로부터 네 길 아홉 자 거리의 공중에 머물면서 이미 법의 지혜를 얻고 합장하며 서서 머리 조아려 나에게 예배하는 것과,
백천의 하늘들이 와서 함께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은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샤야말 족성자는 이미 72억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으며,
선을 닦고 덕을 쌓아 항상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서 모든 불세존을 다 받들어 섬겼으며,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날로부터 이후에도 역시 72억 부처님들 처소에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세워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다 보호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 샤야말 족성자는 뒷날 마땅히 다섯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이 많은 여래를 보고서 섬겨 청정한 행의 가르침을 이어받고 무수한 보살들을 가르친 뒤에 많은 깨달은 법을 쌓음으로써 무수한 겁(劫)을 지나고 나서는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혜왕(慧王)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ㆍ재세교수(在世敎授)ㆍ구족혜행(具足慧行)ㆍ천인사(天人師)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상천하존(天上天下尊)ㆍ불천중천(佛天中天)이라 할 것이며,
그 세계의 명칭은 희견(喜見)이고, 겁(劫)의 칭호는 일보엄정(一寶嚴淨)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 희견이란 세계는 마치 타화자재(他化自在)의 여섯째 천상의 모든 것인 것처럼, 희견 불국토 인민들이 살고 있는 곳과 공양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 모든 인민들에겐 여섯 가지 경계의 법이 없어 그 앞에 오가는 모든 인민들이 서로가 보는 대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혜왕여래를 보고는 더욱 환희심을 내기 때문에 저 세계의 명칭을 희견이라 하며,
그때 여래가 교수하는 1겁(劫) 동안에 불사를 많이 일으켜 그 정각(正覺)의 수명이 역시 1겁이므로 그 겁의 이름을 일보엄정이라 할 것이다.
저 세존께서는 순수한 보살만으로 대중을 삼기 때문에 92억 보살들이 모두 퇴전(退轉)하지 않고 모든 보살이 거리낌 없는 지혜를 얻어 덕의 근본을 일으킬 것이니,
저 혜왕여래가 열반하려 할 때엔 사자과이행(師子過而行)이라는 보살이 있어 그가 마땅히 수기를 받음으로써 내가 열반한 날로부터 그 이후엔 이 사자과이행보살이 성불하여 사자과이행여래라는 명호를 얻어서 온 세간을 교수할 것이다.
또 저 여래가 열반한 날로부터 이후엔 그 법이 10소겁(小劫) 동안 머물며, 저 여래의 사리를 아울러 합쳐 하나의 탑을 함께 일으키는데, 그 너비와 길이는 2천4백 리인데다가,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써 탑을 만들어 뭇 사람들이 각각 공양할 것이다.”
이에 샤야말 족성자가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엎드려 예배하고 세존 앞에 멈추어 법계의 파괴됨이 없음을 설하면서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중생과 법계가 평등하고
사람과 국토도 함께 평등하며
이 경계가 곧 지혜의 경계이므로
이것으로써 나에게 수기하시네.
법계와 번뇌가 평등하고
허공도 역시 평등하며
일체 법이 다 그러하므로
나 이것으로써 법에 이르렀네.
법계와 음욕과
진노(瞋怒)도 그러하고
허공계도 역시 그러하여
이것으로써 나에게 수기하시네.
생사와 무위의 국토와
법계도 다름이 없고
물도 그러하고
불과 흙도 그러하다.
5온의 경계와 18계(界)와
안식(眼識)의 모든 분수(分數)와
의식(意識)의 법 경계와
모든 분수가 다 정해진 것과
모든 유위의 경계와
무위의 경계가
두 가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 법이므로
이것으로써 나에게 수기하시네.
세존께서는 5온이 없으시고
4대와 모든 느낌도 없고
이름도 없고 물질도 없고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시며
부처님께서는 음성으로써 말씀하사
나에게 수기하시되
이 모든 것이 다 적막함이므로
이것으로써 나에게 수기하시네.
부처님께서는 아무런 의식이 없으시면서
이와 같이 나에게 수기하시나
나 또한 아무런 의식이 없으므로
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하시네.
이 수기 진리가 되고
이러한 것이 곧 평등이어서
법계의 파괴함이 없는 그것이
바로 여래께서 머무는 것 없으심이라.
등정각이나 모든 하늘ㆍ사람이나
바른 법에 바로 서서
허공과 같이 고요하게
훌륭한 방편의 지혜를 구족하네.
그때 샤야말 족성자가 이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세 번 돌고 한쪽에 물러앉으니,
[이 경의 수지와 이름]
이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을 받아 외우고 강하여 자세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설해야 할 것이다.”
아난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 경의 명칭이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경의 명칭은 『문수사리소현변화항복중마화제이학봉수정법찬설경의』(文殊師利所現變化降伏衆魔化諸異學奉受正法讚說經義)라 하고,
또는 『보장』(寶藏)이라 하기도 하니,
이러한 뜻에서 받들어 간직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하실 때, 문수사리 동자를 비롯하여 샤야말보살과현자 아난과 모든 하늘ㆍ사람ㆍ아수라와 세간 사람들이 모두 경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