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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법집경 제5권
[뛰어나게 묘한 법집(1)]
[걸림 없는 지혜의 문]
이때에 혜명(慧命) 우바리(優婆離)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스스로의 번뇌를 멀리 여의고 또한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를 멀리 여의게 하면, 있는 것의 중생계(衆生界)와 법계(法界)와 탐진치계(貪瞋癡界)에서 보살은 이러한 생각을 합니다.
‘더 나아가 중생계가 다하고 법계가 다하고 탐진치계를 다하게 하리라.’
이러할 때까지 중생을 교화하겠지만 피곤해 하거나 게으르지 않습니다.
보살은 또
‘모든 법의 본래 성품은 적멸한데 모든 중생은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이 공하여 적멸한 저곳에서는 행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그릇된 견해와 모든 다툼이 다 행해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법에서 무상(無相)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각관(覺觀)과 사유(思惟) 등의 마음은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원(無願)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구원과 욕망 등의 법이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아(無我)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집착하는 바가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중생(無衆生)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여러 가지가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명(無命)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나고 죽음이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진실한 진리[實諦]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허망한 것이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인연집(因緣集)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수자(壽者)가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4념처(念處)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생각과 모든 행이 다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4정근(正勤)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법은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4여의족(如意足)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갈 것도 없고 올 것도 없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5근(根)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높고 낮음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5력(力)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항복(降伏)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7각분(覺分)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어두운 모양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8성도(聖道)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나쁜 업과 그릇된 사유가 모두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10력(力)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습기(習氣)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4무외(無畏)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놀라거나 두려움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18불공법(不共法)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공을 들인 보람의 행[功用行]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지혜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무명(無明)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작자(無作者)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실천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념(無念)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지혜로 앎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각(無覺)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명색(名色)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의(無依)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6입(入)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부진(不盡)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촉(觸)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아(無我)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애(愛)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소취(無所取)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취(取)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무신(無身)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유(有)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불(不)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생(生)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견고(堅固)가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노(老)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서 부진(不盡)이 없어지면 저곳에서는 모든 사(死)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의 걸림 없는 지혜의 문이라 합니다.
보살이 이 걸림 없는 지혜의 문에 머물면 모든 마군이 능히 항복시키지 못하며, 외도(外道)의 논사(論師)도 깨뜨리지 못하며,모든 번뇌가 물들이거나 더럽게 하지 못하는 줄을 압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도 항상 함께 찬탄하시며, 모든 하늘 사람들이 귀의하고 공경할 대상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마침내 지혜의 문에 이르면,
큰 법의 광[大法藏]을 얻었다고 이름하며, 빈궁하지 않다고 이름하며,
모든 부처님 여래의 비밀스런 광[密藏]을 지킨다고 이름하며,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믿을 수 있는 이라 이름하며,
상응하는 것을 지어 지음을 마치고 상응하는 것을 말하여 말함을 마쳤다고 이름하며,
얻음에 이르러 자기를 이롭게 했다고 이름하는 것이
큰 바다는 측량할 수 없고 수미산(須彌山)은 기울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뛰어나게 묘한 법집이라 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말씀드린 법집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집에 수순합니까, 수순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바리야, 네가 지금 말한 것은 나의 뜻에 수순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법집에 의지하여 수행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묘한 법을 보호하고 유지함]
이때에 혜명(慧命)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이 묘한 법을 보호하고 유지하면 모든 업(業) 중에서 최고로 수승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약 묘한 법을 수행하고 보호 유지하면 보리와 모든 부처님 여래께 수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존중하시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묘한 법을 보호하고 유지한다고 말하겠습니까?
보살이 모든 부처님의 모든 깊은 수다라(修多羅)를 말할 수 있고 능히 읽고 외우고 사유하고 닦아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묘한 법을 보호하고 유지한다고 합니다.
또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수행을 받아들이면 묘한 법을 보호하고 유지한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보살이 수행을 받아들인다고 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들이 지닌 신업(身業)ㆍ구업(口業)ㆍ의업(意業)은모두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비(大悲)로 으뜸을 삼고 대자(大慈)로 증상(增上)을 삼아 중생을 보호해 주고 안온한 즐거움을 얻게 합니다.
법을 보호하는 보살은 이 같은 깊은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떠한 실천을 따라야 중생들에게 안온하고 즐거운 일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마땅히 이 같은 실천들을 수행하리라.’
이러한 까닭으로 곧 5음(陰)의 중관(中觀)을 성취합니다. 비록 이러한 중관을 짓지만 5음을 버리고 중관의 경계를 구하지 못합니다.
독사와 같이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18계(界)를 버리고 중관에 들어감을 구하지 못합니다.
빈 마을에 들어가듯이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12입(入)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색(色)은 취말(聚沫)과 같다고 관하고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성취하신 색신장엄(色身莊嚴)을 버리지 못합니다.
수(受)는 포말(泡沫)과 같다고 관하며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성취하신 선정과 삼매와 삼마발제와 모든 부처님의 묘한 즐거움을 버리지 못합니다.
생각[想]은 아지랑이와 같다고 관하고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성취하신 지혜와 수행을 버리지 못합니다.
행(行)은 파초와 같다고 관하고 수행하지만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성취하신 묘한 법과 수행은 버리지 않습니다.
식(識)은 요술과 같다고 관하고 수행하지만 마음에는 지혜로 으뜸을 삼아 성취한 몸ㆍ입ㆍ뜻의 업인 맑고 깨끗한 수행은 버리지 않습니다.
보시를 행하되 과보를 구하지 않으며,
지계(持戒)를 수행하여 계율을 어긴 중생을 구제하며,
인욕을 수행하여 중생을 조복하며,
정진을 수행하여 모든 선법(善法)을 성취하며,
선정을 수행하여 몸과 마음이 유연함을 성취하며,
반야를 수행하여 모든 법상(法相)을 환히 비추며,
4념처(念處)를 수행하여 곧 몸과 마음이 때[垢]가 없으며,
4정근(正勤)을 수행하여 걸림 없는 지혜를 얻으며,
5근(根)을 수행하여 앞으로 나아갈 실천을 성취하며,
5력(力)을 수행하여 곧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7각분(覺分)을 수행하여 곧 의심이 없으며,
8정도(正道)를 수행하여 허물이 없으며,
4범행(梵行)을 수행하여 뜻과 같이 자재함을 얻습니다.
또,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공함을 알면 곧 묘한 법을 받아들이며, 또 공한 것은 희론(戱論)이 없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희론이 있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공하여 상(相)이 없는 줄 알면 이 사람을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이름합니다. 만약 상을 취하는 사람이라면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이 공하여 상이 없기 때문에 곧 원(願)이 없고, 원이 없는 사람은 곧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원에 의지하는 사람은 곧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을 보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나와 내 것에 의지하는 사람도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만함이 있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공양 올리고 공경하고 찬탄에 의지하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질투하거나 아끼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집착하고 하고자 하고 해롭게 하고 성내는 사람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묘한 법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보살로서 중생에게 차별하는 상(相)을 내지 않으며, 법에도 차별하는 상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같은 보살은 묘한 법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모든 법을 보되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보살이 모든 중생을 보되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자신을 보되 물들지도 않고 청정하지도 않다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법에 즐거워하지 않고 외도의 법에 싫어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8만 4천의 법장(法藏)을 받아 유지시키지만법상(法相)이라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번뇌와 수번뇌(隨煩惱)에 함께하지 않는 것과 모든 악(惡)과 불선법(不善法)에 머물지만 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해탈심(解脫心)을 얻었지만 나는 해탈을 얻었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제자가 될 업을 지었지만 몸ㆍ입ㆍ뜻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수행하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법에 모두 자재하지만 법이다, 법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지만 수행하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법은 얻을 것도 아니고 증득할 것도 아니지만 수행하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모든 만물에 애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보살이 ‘범부가 아니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아라한이 아니다’는 마음을 일으키고 의지할 것이 없지만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의 번뇌를 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보살이 보리에서 기별(記莂)을 얻었지만 불보리를 구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보살이 도량에 나아갔을 때 모든 처소를 모두 도량으로 보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모든 마군을 항복시켰지만 모든 마군과 마군의 권속을 보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부처님의 보리를 이루었지만 법이 없는 것을 먼저 증득하지 않았다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큰 법륜[大法輪]을 펴지만 중생을 성취시키지도 못하고 중생을 파괴시키지도 못했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모든 마군과 외도를 항복 받았지만 투쟁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태어났지만 새로 태어나지 않고 새로 태어나지 않은 까닭으로 태어나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죽었지만 다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삼계(三界)를 초월했지만 가는 곳이 없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모든 언어와 음성을 여의었지만 언어가 없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만약 모든 법을 탐하지 않고 모든 법을 싫어하지 않으면, 이것을 보살이 묘한 법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이름하여 뛰어나게 묘한 법집이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말씀드린 법집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집에 수순합니까, 수순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말한 법집은 나의 뜻에 꼭 맞느니라.”
아난이 이 미묘한 법집을 말했을 때에 8만 명의 천자(天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3만 2천 명의 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5백 명의 비구가 모든 누심(漏心)을 멀리 여의고 해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