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3권
[무소유보살의 이름과 몸]
이때 무리 가운데 한 보살이 있는데 이름을 부자재(不自在)라 하였다.
그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해서 무소유보살은 이름이 무소유(無所有)가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너는 마땅히 도리어 무소유보살에게 인연을 물어야 하느니라. 그는 너에게 마땅히 알려 줄 것이니라.’
이때 부자재 보살마하살이 무소유 보살마하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불립니까?’
그가 곧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지금 자신을 보지 아니하고,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이익과 안락함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능히 여래께 이러한 것들을 여쭈십시오.’
부자재보살이 물었다.
‘그 묻는 곳은 몸과 합합니까, 합하지 않습니까?’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묻는 바의 곳은 몸과 합하지 않습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몸과 합하지 아니하고 어떻게 물음을 이룰 수 있습니까?’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여래께 여쭈었습니다.
어떠한 것들을 세 가지라 하는가? 몸과 입과 뜻입니다.
나는 이 세 가지 방법으로 여래께 여쭈었습니다.
선남자여, 이 몸과 입과 뜻에는 화합(和合)의 뜻[義]이 없습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떠한 뜻을 보았기에 몸을 나타내지 아니합니까?’
그가 바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가리키겠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내 말을 믿어야 합니다.
나는 모든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고자 하는 까닭에 몸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 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육안(肉眼)이기 때문에 보지 못합니다.’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천안(天眼)을 가지고 보십시오.’
그가 말하였다.
‘천안으로도 역시 보지 못합니다.’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법안(法眼)으로 보십시오.’
그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소유의 법행(法行)은 그 또한 일체의 눈을 떠나지 않으며, 그곳에서는 법으로 볼 것도 없습니다.’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듣습니까?’
그 보살이 말하였다.
‘그곳에서는 화합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여여(如如)를 봅니다.’
무소유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여(如如) 가운데는 세 가지 눈이 없습니다.’
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봅니까?’
그때 무소유보살이 묵연(黙然)히 머물자 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볼 수 없는 일체의 법 가운데서 어찌하여 묵연하여 머뭅니까?
허공에 있어서 어찌 수용(受容)이 없겠습니까?
허공은 남김없이 능히 모든 법을 수용하지만 물들고 집착함이 없고, 들어가는 것에도 장애가 없습니다. 일체의 법에는 가차(假借)가 없습니다. 그곳에 집착하지 않고 마땅히 해설함이 있어야 합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떠한 인연으로 묵연하여 설함이 없습니까?’
그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내가, 그 모든 말에 있어서 능히 해석하는 곳은 지금 모두가 불가득(不可得)입니다. 나는 이러한 까닭으로 묵연하여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설함을 들을 때 어떤 인연으로 해서 부자재(不自在)라 합니까?
내가 억 겁(劫)을 생각함에 이미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무익(無益)한 말을 떠나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 유연(柔軟)하여 즐거움을 생기게 하고 모두가 남김없이 아름답고 오묘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성기고 조잡함이 없으며, 때에 의지하여 이롭게 하거나 진심(瞋心)의 근기가 생기지 않으며, 이와 같이 말을 설하고 중생이 나에게 원한을 갖는 일이 없음을 압니다.
선남자여, 나는 이 인연으로 해서 두려움이 없음을 얻었습니다.
선남자여, 일체의 중생은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모든 언어는 자재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이 모든 언어의 법을 관하여 자재함이 없습니다. 내가 지금 설하는 이 언어 가운데 성취함이 있으면 그는 삼계(三界)에 있어서 수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일체 중생의 언설(言說)은 때로는 합하고, 때로는 흩어지며, 때로는 유익(有益)하고 때로는 무익(無益)하며, 때로는 잡되고 때로는 잡되지 않으며, 때로는 염(念)하고, 때로는 기(起)하며, 때로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를 맑게 만들고, 번뇌를 버리게 합니다.
나는 그들 모두를 평등하게 봅니다. 때로는 지혜롭고 때로는 어리석지만, 모두가 하나의 이름을 얻습니다.’
그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 옛날 이미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하여 이 화합하는 참다운 언어와 해석을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떠한 이익을 보고서 몸을 나투지 아니합니까?’
그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마땅히 세존께 여쭈십시오.’
이때 무외(無畏)보살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소유보살은 어떠한 이익을 보고 몸을 나타내지 아니합니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오직 내 몸을 제외하고서는 이 삼계(三界)에 중생은 없느니라.
이와 같이 신상(身相)도 그와 같은 자는 오직 신통이 짓는 뛰어난 몸을 제외하고는 이와 같은 업의 과보를 성취하기 때문에 일체의 모든 부인(婦人)을 보지 말 것이니라.
반드시 이곳은 물들고 집착하여 뜻을 혼란하게 하여 법을 듣게 하지 않으며, 모든 일을 짓지 못하여 본부(本夫)를 버리고, 음식을 먹어도 기쁨이 없고, 사랑에 물들어 미혹하고 집착하여 많은 고뇌를 받느니라.
이 무소유(無所有)는 이렇게 모든 그릇된 환난을 보는 까닭에 몸을 나타내지 않느니라.’
이때 무외보살과 대중은 모두가 의혹이 일어나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무소유보살의 신상(身相)은 어떠한가? 더욱 지금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가?’
이때 무리 가운데 여러 여인이 있는데 첫째는 이름이 해염(解染)이고, 둘째는 이름이 보영(寶瓔)이며, 셋째는 이름이 해화(解華)이고, 넷째는 이름이 보화(寶華)이고, 다섯째는 이름이 보향(普香)이고, 여섯째는 이름이 향자재(香自在)이고, 일곱째는 이름이 금화(金華)이고, 여덟째는 이름이 작애(作愛)이고, 아홉째는 이름이 불염(不染)이고, 열째는 이름이 선주의(善住意)이고, 열한 번째는 이름이 작광명(作光明)이고, 열두 번째는 이름이 첨미(甛味)이고, 열세 번째는 이름이 아나라리야(阿那羅梨耶)이고, 열네 번째는 이름이 주지(住持)이고, 열다섯 번째는 이름이 무후(無垢)이고, 열여섯 번째는 이름이 해(海)이고, 열일곱 번째는 이름이 공덕상(功德上)이고, 열여덟 번째는 이름이 무과실(無過失)이고, 열아홉 번째는 이름이 조순(調順)이고, 스무 번째는 이름이 제천공양(諸天供養)이고, 스물한 번째는 이름이 괴상(壞上)이고, 스물두 번째는 이름이 보조명(普照明)이고, 스물세 번째는 이름이 불배(不背)이고, 스물네 번째는 이름이 선주지정진(善住持精進)이고, 스물다섯 번째는 이름이 선주(善住)이고, 스물여섯 번째는 이름이 안락(安樂)이고, 스물일곱 번째는 이름이 왕(王)이고, 스물여덟 번째는 이름이 비(悲)였다.
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스물여덟 여인들은 자매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몸의 영락을 벗어 세존께 공양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모두가 함께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 설하신 무소유보살의 공덕은 이와 같습니다.
원하옵건대 저희들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받아 그 몸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취하는 이렇게 참다운 업의 과보를 다른 몸으로가 아니라 저희들에게 보여 주십시오. 저희들은 지금 보살의 참다운 몸을 보기를 원합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선여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무소유보살이 성취한 색신(色身)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 지금 보기를 원하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는 의혹이 있습니다. 바라건대 저희를 위하여 열어 보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여인들아, 너희가 지금 그의 몸을 보고나서 어떤 이익이 있겠느냐?
너희는 지금 집으로 돌아갈 뜻이 없어야 한다. 마땅히 권속을 버려야 한다.
만약 그의 몸을 보면 안주(安住)하여 일체의 공덕을 두루 갖출 것이니라.’
그 여러 여인들이 말하였다.
‘저희는 지금 능히 일체를 버렸습니다. 결단코 그 보살의 몸을 보겠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무소유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무소유여, 이들 모든 여인들이 그대의 몸을 보려고 하는구나.’
그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미 허락하셨다면 저 자매들에게 제 몸을 보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이를 허락하였다. 많은 뜻으로 기쁘게 너의 몸을 보고자 하노라.
마땅히 이익이 있고, 뛰어난 몸을 얻으며, 오묘한 몸과 마음을 얻고, 맑은 몸과 마음을 얻으리라.
만약 너의 몸을 보면 곧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결정하여 여자의 몸을 변하게 할 수 있어 장부의 몸을 이룰 것이니라.
너에게는 지금 이미 이와 같이 맑은 바람이 있기에 많은 여러 부처님에게서 백천(百千)의 몸으로 온갖 선근을 심고, 이 바람 가운데 머물며, 삼계 가운데서 바라건대 나는 마땅히 가장 뛰어난 부처의 몸을 얻으리라 하고, 모든 중생들이 내 몸을 보면 결단코 보리에 머물며, 모든 여인들은 남김없이 여자의 몸을 변하며, 때로는 나에게서 선근을 심고, 이미 이와 같이 깊고 깊은 법을 사유하여 마치면 인(忍)의 본성을 얻으리라 하고, 바라건대 마땅히 진여(眞如)의 법 가운데 들고, 바라건대 마땅히 모든 보살들의 법을 두루 갖추고, 모든 무리의 법을 개현하여 친근하리라 하였느니라.’
무소유보살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와 같습니다. 세존이시어, 세존의 가르침과 같습니다.’
그리고 곧 손가락 끝 하나하나에서 모두 광명을 내보냈고 하나하나의 광명은 왕사성에 이르고, 그 인가(人家) 곳곳에게 남김없이 출현하였다. 그 광명은 모든 중생을 그들의 땅에서 솟아오르게 하였고, 모든 꽃의 길이와 넓이는 한 하늘에 가득하여, 그 옛날 아직 보지 못한 빛깔과 향기를 두루 갖추어 화성(化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