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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집회정법경 제4권
[월상경계 부처님]
약왕군보살은 즉시 모임 가운데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나서는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거시서 동쪽으로 96구지 세계를 지나 월등(月燈)이라는 세계에 도착하였는데, 그곳에는 월상경계(月上境界)라는 부처님이 계셔 열 가지 이름을 구족하였으며, 80구지 보살 무리가 에워싼 가운데 법을 설하고 계셨다.
약왕군보살이 저기에 도착하고 나서 즉시 머리로 저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올리고 합장하여 공경을 표하고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바세계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이 동쪽에 특수하고도 묘하게 장엄된, 높이와 넓이가 7천 유순이나 되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으며, 2만 5천 구지 사람들이 두루 에워싸고 부처님 회상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ㆍ서ㆍ북방과 상ㆍ하방 등도 그러하였습니다.
제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교화의 주인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저를 이리로 보내 그 까닭을 직접 묻게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의심을 풀어주십시오.”
그러자 월상경계여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부처님 모임에 온 커다란 나무는 광대하고 수승하여 저 방향에서 부처님의 일을 시행한다.
또 나무에서 나온 저 사람들은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나타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은 희유하며 저는 이제껏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더구나 와서 볼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속에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세존 앞에 머물러 두루 에워싸 틈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겨우 그 몸을 용납할 뿐이므로 다들 그 두 손과 팔을 볼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해주소서.”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모든 사람들은 가거나 섰거나 굽혔다 펴는 데 다들 걸림이 없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뜻인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 모든 사람들이 팔을 펴는 것을 보고싶으냐?”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제가 지금 기꺼이 보고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타내 보여주소서.”
그러자 월상경계여래께서는 모임에서 즉시 금빛 팔을 펴서 널리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때 모임에 있던 1만 구지 사람들이 즉시 각각 한꺼번에 팔을 폈는데, 바르는 향, 가루 향 등 낱낱이 다 셀 수 없는 백천 가지 향이 비 오듯하였고 그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 약왕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사람들이 각각 한 팔을 펴서 묘한 향들을 비 오듯 뿌려 세존께 공양하는, 이런 일을 보았느냐?”
약왕군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 1만 구지 사람의 무리가 다 변화로 난 것이라 꿈 속에서 보는 것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약왕군보살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즉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사람들이 잠깐 사이에 각각 한 팔만 펴도 저 셀 수 없는 묘한 향을 비 오듯 뿌리는데 더구나 두 팔을 다 펴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뿌려지는 향들이 배나 많을 것입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남자야. 이런 일들은 다 이 여래의 신통한 힘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얼마나 되는지 잴 수 없다.
모든 중생계도 그러하여 나고 죽는 일이 꿈같고 허깨비 같아 작위(作爲)가 있는 모든 것은 다 실체가 없다.”
[처음 태어난 자]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의 종류에는 처음 태어난 자도 있으며, 오래도록 태어난 자도 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약왕군보살이 말하였다.
“어떤 자를 처음 태어난 자라고 하며, 어떤 자를 오래도록 태어난 자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 모임에서 좀 전에 한 팔을 펴서 각각 향을 비 오듯한 1만 구지 사람들이 오래도록 태어난 자들이며,
저 사바세계 석가모니부처님의 처소에서 나무로부터 나온 자가 처음 태어난 자이다.”
약왕군보살이 거듭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여기에서 저 처음 태어난 자를 보고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부디 나타내 보여 주십시오.”
월상경계여래께서 즉시 다시 오른팔을 펴자, 이때 사방에 1만 구지의 사람들이 있었으며, 위와 아래도 각각 25구지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부처님 회상 속으로 들어왔으나 부처님께 안부를 묻지도 않았으며, 아무 말 없이 고요히 부처님의 한쪽 옆에 머물렀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앞으로 나아가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이들 셀 수 없는 사람의 무리가 찰라 사이에 부처님 회상에 들어왔으며, 또한 각각 고요히 부처님의 한쪽 옆에 머물러 있습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사람들은 모두 처음 태어난 자이므로 태어나는 법을 알지 못하며, 멸하는 법도 알지 못한다.
또한 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사랑하는 이와의 이별ㆍ원망하고 증오하는 이와의 만남 등, 이런 모든 법을 알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고통과 고통을 받는 것을 알지 못하며, 고통을 따라 나지 않으며, 모든 법을 닦고 익힐 것으로 생각지도 않으며 알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 그러므로 각각 소리 없이 앉아 있는 것이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모든 사람들은 처음 태어난 자입니다만
이들이 어디서 왔기에 모든 법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들 중생은 업의 과보로 태어난 것이 아니며,
기술자가 솜씨 좋게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또한 부모의 인연을 따라 태어난 것도 아니며,
모든 받음[受]등에 응하여 태어난 것도 아니다.
과거에 지은 업의 인연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며,
또한 괴로움을 받는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도 않으므로 태어나도 머무는 일이 없다.
이런 데서 오기 때문에 말할 것이 없으며, 모든 법을 알지도 못하며, 또한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라는 생각도 내지 않는다.”
[처음 채어나는 자는 어디로부터 태어나고 어디로 가서 멸하는가]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들을 처음 태어난 자라 이름했다면 어디로부터 태어났으며, 다시 어디로 가서 멸합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들은 부처님이 태어나듯 태어나며, 부처님이 멸하듯 멸한다.
선남자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국법을 어겨 왕에게 결박되어 오랫동안 견고한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리고 그 감옥 속은 햇빛이 들지 않아 매우 어두웠으므로 큰 고통을 받으며 매우 두려워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옥에 갑자기 불이 나서 사방이 활활 타므로 사람들이 다 놀라 소리쳤지만 저 결박된 사람은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때 왕이 듣고 나서 즉시 힘센 장사를 파견하여 모든 방편을 써서 구제하였다.
그 사람이 저 옥에서 일어났던 불난리를 벗어나서 왕을 뵈었는데 왕이 말하였다.
‘너를 용서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죄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일 다시 범한다면 저 옥에 결박하여 벗어날 기약이 없게 할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도 이와 같다.
이미 탐ㆍ진ㆍ치 등의 일체 번뇌를 끊고 세간을 벗어나는 모든 선법을 원만히 갖추었으며, 또 병에서 오는 모든 괴로움을 제거해 쉬었다.
게다가 갖가지 큰 자비의 방편으로 6취(趣)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다 모든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다.
마치 저 햇빛이 모든 어둠을 깨뜨리듯, 모든 죄와 때를 멸하고 선한 의지를 일으키게 하였다.
선남자야, 오래도록 태어난 자든, 처음 태어난 자든 일체 중생을 다 해탈케 하였다.
그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허공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 내용은 아래의 게송과 같다.
여래, 대비하신 분
청정한 세계에 처하사
착한 법 종자로부터 나시며
인과를 잃은 바 없으십니다.
부처님 경계 청정하여
미묘하신 법문 열으사
대비의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되
차례로 열어 인도하사
다 열반에 이르게 하십니다.
세간에 처하셔도 항상 고요하사
하는 일 모두에 물들지 않으며
시작도 없는 겁으로부터
오래도록 태어난 자나 처음 태어난 자나
3계와 6도에 있는
셀 수 없는 중생의 무리를
부처님 비원(悲願)의 힘으로
모두 해탈문으로 돌아가게 하여
세간과 출세간이 널리
큰 이익과 즐거움 얻게 합니다.
이때 월상경계여래께서 모임에서 매우 희유하고 청정하고 묘한 빛을 놓으셨다.
그 빛 속에서 광대한 소리가 나와서 널리 시방 세계를 흔들었는데,
소리 속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훌륭하십니다. 모든 부처님 신통한 힘이여.
훌륭하십니다. 묘한 법 공덕의 힘이여.
훌륭하십니다. 화합한 큰 집회(集會)여.
갖가지 신통변화는 불가사의합니다.
훌륭하십니다. 묘한 법문 설하심이여.
일체 중생이 이익과 즐거움 얻습니다.
이때 약왕군보살이 큰 광명을 보고, 또 공중에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듣고 한껏 찬탄하고는 합장 공경하여 그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 때문에 이 광명을 놓으십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 모임에서 처음 태어난 자들을 보았느냐?”
약왕군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사람들은 모두 근기와 인연이 성숙하여 오늘 내 설법을 듣고는 바로 낱낱이 10지(地)를 원만히 성취하였다.”
그때 약왕군보살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허공에 솟구쳤는데 높이가 8만 유순이었다.
그러자 8만 구지 천신들이 허공에서 갖가지 묘한 꽃비를 내려 그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때 처음 태어난 자 모두가 각각 공경히 세존께 머리 조아려 절하였고, 시방에 있는 모든 보살과 일체 용신ㆍ야차 등이 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약왕군보살은 허공 속에서 합장하고 일심으로 그 부처님을 향하여 이 게송을 설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부처님의 신통한 힘
광명을 놓으사 큰 소리 내시니
삼천대천세계에
듣지 않은 자 없습니다.
서른 두 지옥에서
괴로움 받는 모든 중생
이 음성을 듣고
고뇌가 다 쉬었습니다.
삼계의 모든 하늘 무리도
또한 이 음성 듣고
각각 공경한 마음 일으켜
기뻐하며 찬탄하였습니다.
삼천대천세계에
널리 들린 광대한 소리
부처님의 신통으로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습니다.
3만 구지(俱胝)나 되는
큰 바다의 모든 용왕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3만 구지나 되는
모든 나찰사왕(囉刹娑王)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2만 5천 구지의
필예다(必隸多)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비사문천 궁전 내의
셀 수 없는 모든 야차도
이 큰 음성 듣고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시방 모든 세계에
백천 구지의
보살이 신통으로
다 부처님 회상에 왔습니다.
월상경계(月上境界)부처님께서
처음 태어난 중생들을 위하여
묘한 법문 설하고자 하시니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월상경계여래께 법을 청하다]
약왕군보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자리잡고 서서 합장하고 공경히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에 와 있는 모든 보살과 일체 용왕과 귀신들이 다 각각 부처님의 설법을 즐겨 듣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지금 당장 말씀해주소서.”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처음 태어난 이 중생들은 이미 모든 죄업을 멀리 떠나 깨끗한 행을 구족하여 큰 총지(總持)를 얻었으며 모든 선법을 다 원만히 성취했다는 사실을 이제 너는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저들을 위해 큰 법의 쌓임을 말하겠다.”
약왕군보살이 다시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대중들이 목마르게 우러르며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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