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13. 대각의 부사의한 신통변화가 있음을 밝힘(大覺之不思議神通變化)
객이 묻기를,
“대각께서 부사의한 신통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무슨 도를 닦았기에 그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신통변화와 조화가 있습니까? 나는 몹시도 허망하고 거짓되어(虛誕) 보여서 믿지 않습니다.”
용성이 대답하기를,
“대체로 부사의한 신통변화와 조화는 누가 없겠는가? 그러나 천상, 인간과 유정동물이 그 정도를 따라 그 작용하는 신통변화가 각각 다른 것이다. 이것이 모두 마음의 작용이고, 추호도 다른 것은 없다. 까마귀와 까치는 날고 노루와 사슴은 기는 것은 모두 천진묘용天眞妙用이며, 무작신통無作神通이니 이 신통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는가? 그러나 내가 범부와 성인이 작용하는 신통변화(神變)를 말하겠다.
대체로 범부에게도 지혜와 어리석음의 차등이 많으나, 그 가운데 지혜가 있는 자만 말하겠다. 현재 서양 사람이 마음으로 자세히 연구하여 모든 기계機械를 교묘히 만들고, 공기와 물과 불(水火)을 사용하여 운전運轉하는데, 화륜선火輪船은 물 위로 빨리 나는 것과 같이 가고, 기차氣車는 육지陸地에서 빨리 나는 것과 같이 가며, 비행기飛行機는 허공으로 빨리 날아간다. 이것은 모두 범부의 심령적心靈的 작용作用으로써 물질적 기계를 사용하는 신통변화이다. 또 우주 간에 충만한 전기를 사용하는 방법方法을 연구하여 라디오로 일체 통신과 노래와 연설하는 것을 방송放送하며, 전신電信, 전화電話, 전기등電氣燈을 사용하니 이것이 다 심리적 작용이 아닌가?
탐내고 성내는 번뇌가 있는 중생도 모든 기계의 사용하는 법을 통달하여 이와 같이 광대한 사업을 한다면, 대각께서는 무량아승지겁無量阿僧祗劫을 닦아서 도행道行이 원만한 성인이시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대각께서는 무슨 술법術法이나 그러한 마술魔術이 아니다. 우리의 본연성에 본래 구족한 무작묘용無作妙用이다. 모든 하늘 사람의 신통을 대각의 신통변화의 작용(神變作用)에 비유하자면, 대각은 해와 달(日月)과 같고, 제천諸天은 반딧불(螢火)과 같아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각의 육신통六神通을 대강 말하겠다. 대각의 천안통天眼通은 분별상分別相과 작용상作用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허공을 다하고 법계를 다하여 온통 사무쳐 보니 그 시력視力은 원근遠近이 없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대각의 몸은 본원자성 광명성체本源自性光明性體이어서 거래去來가 없는 몸이며, 온몸이 눈이어서 법계에 가득한 것이다. 그러하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허공이 다하고 법계가 다하여 삼세를 명철明撤히 보시는 것이다.”
묻기를,
“현재에 시방세계 모든 소리를 다 듣는다고 하는데, 그 말이 허황하여 헤아리기가 어려워 믿을 수 없는데, 어찌 형상과 자취가 없는 과거사와 미래사를 역력히 보겠습니까?”
용성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가 일체 만물이 지·수·화·풍으로 건립된 것을 아는가?”
“예, 그것으로 건립된 것을 알지요.”
“그러면 모든 것이 무슨 인연으로 나고 죽는 것을 아는가?”
“예, 그렇지만은 성인이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용성이 말하기를,
“하지夏至부터 태양이 점점 남방으로 내려감에 태양 광명이 지면地面에서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때문에 양기陽氣가 점점 희박하여지므로 북방北方 음기陰氣가 점점 따라서 수승하며, 가을(秋)이 됨에 오곡五穀 백곡百穀과 모든 과실菓實이 다 성숙하며, 또 따라서 겨울이 됨에 초목草木은 모두 낙엽落葉이 되어 말라지고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하니 이 인연으로 죽는 것이다.
동지冬至를 당함에 태양이 남으로부터 점점 올라옴에 지면地面에 태양 광선이 점점 뜨거워지는 인연으로 일체 초목총림草木叢林이 꽃피고 잎이 나니 이것이 다 양기가 오면 나고 양기가 가면 죽는 것이다.
그것들이 말라(枯) 썩어짐에 아주 없어지는 것으로 아는가?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이 썩어 말라질 때에 물 기운은 태양에 폭사暴射를 받아 공기 중으로 유산流散하여 어느 곳이든지 혹 바닷물이나 혹 강물이나 냇물에 합하여 억만겁 동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둔탁한 바탕은 흙이 되어서 언제든지 없어지지 아니하며, 바람 기운과 불기운은 위로 떠서 없어지는 것 같지만 바람은 바람과 합하여 바람이 일어나기 전의 바람의 성품으로 돌아가고, 불은 불과 합하여 불나기 전에 불의 성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지·수·화·풍의 본성이 법계에 두루하여 항상 없어지지 아니하는 것을 아는가? 사람의 육체도 그와 같고 세계도 수水·화火·풍風 삼재三災가 일어나서 없어지는 것 같으나, 그 지·수·화·풍의 본성은 언제든지 법계에 가득하여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은 이 이치를 알지 못하고 죽으면 아주 없어진다고 하는데, 참으로 어리석구나. 우리가 보는 관찰觀察로는 세계와 무정초목도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 어찌 우리의 본마음과 본 성품이 없어지겠는가!
그대가 유성기留聲器에 무슨 소리든지 잡아 넣어 둠에 그 소리가 없어지지 않고 천 년이라도 있는 것을 알겠는가? 또 우리의 일평생 무슨 말이든지 한 것이 낱낱이 허공법계에 가득하여 미래가 다하도록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아는가? 무수한 사람이 큰 소리 작은 소리를 막론하고 소리마다 공기와 전기를 따라 낱낱이 허공계에 가득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강물 가운데 돌을 던짐에 그 물에 파문波汶이 사면으로 뻗어 나가서 그 끝에 닿는 것과 같이 우리의 말소리가 비록 작을지라도 전파電波를 따라서 법계에 가득해짐에 그 소리가 고금에 없어지지 아니하는 것을 아는가?
또다시 비유하자면 그대가 일평생 문학文學에 종사하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마음속에 넉넉히 간직하여 두었지만, 간직하여 둔 곳이 없는 것과 같아서, 무시겁으로부터 미래겁이 다하도록 모든 물질의 형상과 일체 차별 형상과 모든 유정동물의 마음먹는 것이 역력하여 항상 있는 것을 아는가?
또 그대가 일체 동물이 무시겁으로부터 오며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역력분명하여 허공과 법계를 다하여 언제든지 없어지지 아니하는 것을 아는가? 저것들이 다 본원성으로부터 일어나지만 일어남을 말하지 아니하며, 멸하지만 멸함을 말하지 아니한다. 비유하자면 허공에 구름이 일어나고 멸하지만, 허공은 일정하고 요동하지 아니하는 것과 같아서, 본원성도 그러하여 온갖 것이 이것으로부터 일어나지만 본성은 털끝만큼(毫末)도 요동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 앞에서 이미 말한 모든 물상의 차별과 모든 음성의 차별과 일체 유정동물의 차별이 모두 본원각성에 도장을 찍어(印) 두는 것이 마치 유성기에 소리를 넣어 둠에 그 소리를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어 전혀 형적이 없지만, 천 년 뒤까지라도 유성기를 놓고 기계를 돌리면 그 소리가 역력분명한 것과 같다. 사람마다 일평생 보고 들은 것과 『시경』과 『서경』 등 온갖 종류의 책(詩書百家)과 종교, 철학, 과학 등을 마음에 받아 간직하여 두었지만 형적을 볼 수 없으며, 형적이 없지만 인연을 따라 다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아뢰야식과 법계성法界性에 도장을 찍어(印) 둔 것이다.
만물의 형체를 성립한 원료原料는 지수화풍이라고 하며 금목수화토라고 하는데, 만물이 이것을 떠나서는 모든 형상이 없는 것이며, 담담하고 쓰고 달고 맵고 짠 것은 만물의 성질이다. 그 맛에서 잠기는 성질은 음陰이 되고 뜨는 성질은 양陽이 되는 것이며, 혹 물질이 강하고 유柔하며, 곧고(直) 굽은(曲) 것은 기운에 관계되는 것이다. 청황적백흑은 만물의 빛이 되는 것이고, 방원장단대소 등은 만물의 형상이 되는 것이며, 청탁은 음양의 기분으로 된 것이다. 물은 언제든지 내려가고 불은 언제든지 올라가는 것이며, 불은 뜨겁고(熱) 물은 젖는(濕) 것이다. 이것은 우주간宇宙間에 변치 아니하는 것이다.
대체로 뜨고 잠기며, 비고 실한 것은 음양의 기운을 표시한 것이다. 불은 마찰력磨擦力으로 전기를 발현하는데, 전기는 시방十方 허공에 가득한 것이다. 이 전기는 전성電性을 의지하여 있는 것이니 이것을 사용하는 대로 전신이 되고 전화가 되며, 전등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물이나 땅이나 바람이나 모든 것이 그 본래 기운과 그들의 형용체상을 갖추기 전에 성품이 허공에 가득하여 서로 어지럽게 뒤섞이지(雜亂) 아니하는 것이 마치 백천의 등불을 한방에 켜는데, 여러 등불이 서로 어지럽게 뒤섞이지 아니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것은 무형적으로 허공법계에 가득한 것이다. 이것들이 아뢰야식을 의지하여 있는 것이다.
아뢰야식은 이것들의 종자성種子性을 간직하여 둔 것이니, 이 종자성의 수효를 알 수 없이 한량없다. 이 종자성에는 각기 업종자를 갖추고 있다. 아뢰야식은 환변幻變이 무상한 것인데, 이것의 환변으로 일체종자성과 업종자성이 발현하여 천진한 화학적 작용으로 만물의 형상이 각각 차별이 있는 것과 청황적백흑 오색으로 꽃이 피고 잎이 피는 것이 각각 차별이 있는 것과 일체 유정동물의 차별이 있는 것과 그들의 음성이 각각 차별이 있는 것이 불가사의하니 어찌 입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다 아뢰야식의 부사의不思議한 업종차별業種差別의 화학적化學的인 작용作用이니, 이것이 다 우리의 광명체성 본각을 의지하여 건립된 것이다.
우리가 이 식정무명識情無明을 타파하고 본원각성에 합하면 손바닥 위에 뚜렷이 밝은 구슬을 놓고 보는 것과 같아서 허공을 다하고 법계를 다하여 보고 듣고 하는 것이지 무슨 술법이 아니다. 우리가 다 낱낱이 구족하였지만 무명의 깜깜한 어둠(黑暗)에 덮여 있기 때문에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모르는 범부가 된 것이다.
대각께서는 이 성품을 깨달아서 수용하기 때문에 그의 육신통六神通과 모든 신통이 불가사의하니 어찌하여 그러한가? 세상 사람이 미진微塵을 보지 못하다가 아침에 태양광선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면, 가는 티끌을 역력히 다 보는 것과 같아서 우리의 마음이 지극히 청정하면 시방세계를 한 생각에 다 보고 듣고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