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9일 토요일
하노이 심장부인 호안끼엠 호수에는 전설이 있어.
15세기 여 왕조를세운 레 로이가 호수에서 건진 검으로
중국 명나라 군사를 물리치고 베트남을 지켰대.
= 호수 근처 레 로이의 사당인가봐. 칼이 보이네. -
- 사당 지붕 기와가 우리와 좀 다르지. 물고기 비늘같아 -
그 후 칼을 차고 호수를 순회하던 중
황금색 거북이가 호수 아래에서 올라와
그 칼을 원래의 주인인 호수에게 돌려주었다고 해.
그래서 호수 이름이 환검(돌려줄 환, 칼 검)이야.
눈치챘겠지만
우리말처럼 베트남어의 수많은 어휘도 한자에서 왔어.
탕롱(승룡), 하노이(하내), 호안끼엠(환검)......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밀접하고 말야.
제갈공명이 일곱 번 잡았다 일곱 번 놓아주었다는
사마중달도 이곳 베트남 사람 아닌가?
우리 고전소설 [최척전]에서도 최척이 아내 옥영과 해후하는 곳도
이곳 안남이잖아.
- 데이트중인 남녀와 손녀와 담소중인 할아버지-
그런데
호수 주변 학생들을 가만히 지켜보니
서양인들만 보면 삼삼오오 몰려가서 영어로 말을 붙였어.
학교 과제라면서
베트남 인상이 어떠냐, 어디가 좋았느냐 뭐 이런
인터뷰를 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영어 연습을 하는 거야.ㅎㅎㅎㅋㅋㅋ
청량리 근처에 있는 여중 다닐 때
나도 내 친구들하고 '시조사'까지 가서 외국인들하고
영어 연습하고 그랬거든.
캐나다 소녀와 펜팔도 하고 말야.
호수 주변 길거리는 대충 이런 분위기야.
오토바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길 건널 땐 진짜 조심해야 해.
일단, 남편과 손을 꼭 잡고 심호흡을 한 뒤
거리 상황에 맞춰 리듬을 타야 해.
이인 삼각 경기 장애물 넘듯
하나앗, 두울, 한 뭉치 보내고 틈을 타서 천천히
반대편 운전자를 주시하면서(사실은 제발 나를 피해가세요 눈으로 애원하면서)......
하노이에서 길 건너면서
남편과 나는 새로운 연대의식이 생겼어.
아, 우리가 정말 운명공동체구나 하는.
부부 사이가 안 좋을 때면
하노이에 한 번 가보는 게 어떨까? ㅎㅎㅎ
-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관광객을 위한 시클로 -
(한 바퀴 도는 데 5만 동: 2천 5백 원)
- 호수 앞 하이랜드 커피 가게 -
하노이 사람들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겪어서인지
커피를 유난히 좋아해서
길거리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답게 커피도 맛있어서
외국 브랜드가 설 자리가 없을 정도야.
하노이에는
스타벅스 대신 하이랜드 커피점이 있어.
저기 보이는 커피가게 뒤로 '36거리'라는 구시가지가 고불고불 펼쳐져 있지.
우리도 구시가지 거리를 기웃거리다가
그 유명하다는 베트남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어.
- 호숫가 커피집에서 보이는 호안끼엠 -
- 까페쓰어다 -
'까페(커피) 쓰어(우유) 다(얼음)'야.
연유를 넣고 얼음을 채운 진하고 달달한 커피......
일단 진하디진한 커피향이 코끝에 와닿고
좀 달기는 하기만 고소한 연유맛이 혀에 남는......
길거리에서는 만 오천 동(700원)인데 여기는 비싸.(8만 동: 4천 원)
커피 마시면서 노닥노닥하다가
호수 가운데 있는 응옥썬(옥산)사당으로 갔어.
- 사당으로 가는 길에서 영어 배우려는 아이들 -
- 호수 물고기들에게 밥 주는 아저씨 -
- 응옥 썬 사당으로 가는 태훅(떠오르는 태양)다리 -
- 칼을 돌려 받은(환검) 거북이 -
- 사당 입구에서 부적과 향을 피우며 소망을 비는 사람들 -
- 사원 출입구 (입장료: 2만 동: 천 원) -
- 응옥 썬(옥산)사당 -
옥산사당은
대학자 반 쑤엉과 13세기 몽고의 침략을 막아낸 쩐 홍 자오를 위해
18세기 경 지어졌다는데
서당 내부에
길이 2m, 무게 250kg의 거북이 박제가 있어.
이 거북이가 칼을 돌려주었다는 그 거북이일까???
- 구시가지거리 사이로 멀리 보이는 성 요셉 성당 -
고딕 양식의 중세 유럽 건축물인 요셉 대성당은 1886년에 세워졌다는데
정교한 제단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인 곳이야.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마침
토요일 5시 미사 시간이라
성당 내부에 들어가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기도 드리고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볼 수 있었어.
- 성당 부속 건물인 프랑스풍 집 -
- 성당 앞 거리 풍경 -
성당 주변으로는
음식점과 상점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고
중저가 호텔들이 많아.
하루 2만 원이면 충분히 묵을 수 있는 곳도 많으니까
이곳에 숙소를 정하는 것도 좋을 거야.
(카멜리아 호텔 1박 15불 정도)
우리가 묵은 대우 호텔은
관광지와 조금 떨어져 있는 주택가라
이동하기가 좀 불편해서 교통비가 많이 들었어.
그래도 대우 호텔과 이어진 대하빌딩에
한국대사관이 있어서 안심이 되고
조용한 동네라
한적하고 여유로워서 만족스러웠어.
- 성당 뒷마당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
- 성당 바로 앞 가게에서 차려놓은 고삿상 -
베트남은
국교로 정한 특정 종교는 없나봐.
힌두교도 있고 유교, 불교, 도교, 개신교, 천주교 등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불교 신자가 제일 많은 편이래.
불교마저도
기복신앙에 가까워서
가정집이든 가게든 입구에 고삿상을 차려놓고
이승에서의 복을 빌고 있었어.
길거리를 배회하다 지쳐서
택시를 타고(8만 동:4천 원) 호텔로 돌아와 잠깐 졸았어.
그리곤 늦은 저녁을 먹으러 어슬렁어슬렁 다시 나와서
발견한 음식점.
- 대우 호텔 근처 하이웨이 4 -
- 베트남 퓨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인가봐 -
- 퍼 꾸온 똠(새우 스프링 롤 5만 6천 동: 2천 8백 원) -
먼저 하노이 맥주(1병에 2만 8천 동: 천 4백 원)부터 시키고
새우살과 야채를 넣은 월남쌈이야.
가운데 보이는 새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돼.
고수의 맛과 새우 맛이 어우러져서
맥주 마시기에 깔끔한 느낌을 주지.
- 보 꾸온 즈어 찌엔(소고기 새우 쌈 13만 5천 동: 6천 7백 원) -
새우를 살만 발라서
얇게 저민 소고기에 돌돌 말아
살짝 구운 요리야.
사이사이 보이는 빨간 과일은 수박인데
수박의 시원한 향과 아삭거리는 식감이
고기 먹던 텁텁한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줘.
우리나라 맥주집에도 이런 안주 있으면
자주 먹을 텐데......
맥주 세 병 비우고
마지막 식사로는
'옥 쭈어이 더우'라는 찌개를 시켰어.
- 우렁 버섯 두부 된장 찌개(12만 5천 동: 6천 3백 원) -
'분'이라는 쌀국수 삶은 걸 같이 주는데
쌀국수 위에 찌개를 부어 섞어 먹는 형식이야.
이건 뭐 그냥저냥 먹을 만했어.
베트남 식당에서는
물수건도 돈을 받아.(1개 2천 동 : 100원)
5% 부가세 붙어서
오늘 저녁 식사값은 총 42만 2천 동: 2만 천 원
돌아오는 길에 낌마 마트에 들러서
마실 물(500ml 1병에 5천 5백 동: 300원)
먹을 과일(망고스틴 2kg 5만 동: 2천 5백 원)
군것질 거리들(참외. 사과, 땅콩류) 잔뜩 샀어.(총 39만 동: 2만 원)
- 밤의 슈퍼 테라스 ㅋㅋㅋ-
- 앙증맞고 귀여운 달걀 꾸러미 -
첫댓글 가끔 들러서 잘 읽고 있어. 외국어를 몸으로 배우는 건 중딩 때부터 길러온 좋은 습관인가봐.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나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국보다도 가기가 먼 나라라는 생각들도 있었는데.. 이렇듯 가까이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나이 더 들어 육신을 움직이기 힘들 때보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돌아다닐 시기라는 생각을 하면 궁뎅이가 들썩이지만...
이렇게 전해주는 여행기에 갈증을 해소한다. 고맙다~~^^
덕경아! 잘 지내고 있지? 누군가의 말처럼 나에게도 꿈이 있어. 언젠가 우리 동기들과 네팔 포카라에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 보는 거야. 무릎 관절 더 나가기 전에 그 옛날 제주도 한라산 등반하듯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히말라야 정상은 아니더라도 산 끄트머리 아랫자락이라도 친구들과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꿈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니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너도 같이 가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