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교당에서 어린이·학생·청년교도와 일반교도가 공동으로 마련한 총력법회. 이번 법회는 특별히 대각개교절 축하법회로 기획했다. 그래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덕진동 일대에 고소한 향기를 뿜어 교당으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교당을 들어서는 길목. 대종사 사진과 교도들의 가족웃음사진이 반긴다. 꽃밭을 배경으로 활짝 웃는가 하면 가족 전체가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미소를 날리는 표정들. 화목 그 자체다.
김남인 청운회장은 가족웃음사진전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을 말한다. "여성회와 함께 1월부터 준비를 했죠. 올해 처음하는 행사라 사진을 어떤 것을 내야할지 애매하다고 해서 일단 '가족 전체가 웃으면서 찍으면 된다'고 했더니, 그렇게 찍은 가족사진은 없어 부모님을 모시고 야유회를 다녀 온 가족, 평소 모습을 찍은 가족, 교당에서 찍은 가족 등 다양한 웃음사진이 나왔습니다." 사진을 살피며 다다른 법당. 별스런 나무가 버티고 있다. 가지마다 스냅사진이 나뭇잎인양 바람에 나부낀다.
드디어 시작되는 축하잔치법회. 사회자의 리더로 법회가 잘 진행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한 순간 교도들이 일제히 기원문을 합독한다. 누구하나 튀지 않는 목소리로 장단을 맞춘듯 한 목소리이다.
기원문을 합독하는 여러 가지 장점에 대해 최경수 교도회장이 귀뜸 해 준다. 바로 "나의 기원문이 된다"는 것이다.
"교무님 혼자 기원문 봉독하면 남의 기원문 같아요. 또 가만히 합장하고 있으면 사심도 많이 들죠. 하지만 합독을 하면 내 기원문이 되고 가슴에 직접 와 닿아요. 그만큼 절실해 지고 하나가 된 것 같죠." 그렇다. 다 함께 하나로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박인원 교무는 작은 것에서 부터 교도들을 리드 해 간다.
이날 또 하나의 잔치는 장학금 전달과 득도식. 1년에 2회 교당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성회가 주축이 되어 장학금을 전달한다. 서경은 여성회장은 크지 않은 금액이라며 겸손 해 하며 말한다.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서 유자차 판매, 이불 판매 등 일심합력으로 해 가고 있습니다. 만일 장학금이 모자란 경우에는 회비 수입에서 조금 빼 오기도 하고, 희사금도 받으며 유지해 가고 있죠."
여성회 부회장인 소은수 교도가 서 회장 말을 거들었다. "처음 시작은 우리 여성회장님이 금일봉을 내 놓았기 때문에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EM을 활용한 갖가지 샴푸, 비누, 세제를 만들어 장학금을 형성해 가려고 합니다."
이어 진행된 득도식. 전반기부터 교당을 꾸준히 나오는 신입교도들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교당의 원로단들이 선물을 마련했다. '교전'을 신입교도들에게 선물하는 이유는 뭘까? "원로님들이 후진양성 차원에서 내 뒤를 이어 교도활동 열심히 해 달라는 의미이죠." 최 회장이 자랑스럽게 말해준다.
류경진 신입교도가 교당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있단다. "저를 위해 노래와 좋은 말씀을 해 주니 너무 기쁘죠. 기회를 봐서 가족들도 함께 나오도록 해야죠."
1부 법회를 마치고 진행된 이벤트. 행운권 추첨에 들어갔다. 일순간 법당은 긴장과 환호가 공존한다. 내 번호 뽑아 달라고 염원하지만 번번히 피해 갈 뿐이다.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시작되는 2부 놀이마당.
어린이 회원들의 '태권무'로 힘차게 열었다. 절도있게 하늘을 향해 올려 차는 짧은 팔과 다리, 하지만 고함소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 J브라더스의 '아이돌 댄스'는 이색안경을 쓰고 작은 몸을 움직여 댄다. 일원상도 웃고, 대종사님도 웃고 모두가 웃는 시간이 됐다. 청년회의 꽁트 '혜선이랑 상원이랑'은 주의사항을 먼저 들어야 했다. '꽁트는 꽁트일 뿐 따라하지 말라'는 주문. 아니나 다를까 불전도구를 생활 속에 활용하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역시 꽁트는 꽁트일 뿐이다.
또 어린이와 청년이 함께 보여준 '무조건' 춤판은 춤도 노래도 불협화음을 내지만 묘한 재미를 주는 코너였다. 김동원 어린이에게 물었다. "너 이거 발표할려구 얼마나 연습했어." "네-, 저-어. 어젯밤에 만나서 연습 했어요." 그러면 그렇지. 즉석 공연도 멋지게 소화해 내는 청소년들. '덕진교당 청소년'이라는 소속감이 참 대견하다.
드디어 교당의 '파워 걸'들이 등장하는 시간. '줌마댄스'가 무대를 장악했다.
'나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좌로 우로 현란한 몸놀림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관객들도 일제히 박수를 치며 즐기는가 하면, 법당 뒤켠에서도 음악에 맞춰 흔들며 무대에 호응한다.
프로그램 사이사이 진행되는 행운권 추첨. 어쩌면 그리도 번호를 비껴갈까. 이제 행운의 선물도 바닥을 보이고 결국 기대감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그 서운한 마음을 '일원상 와플'로 대신 풀어내는 교도들.
제3부 나눔마당을 위해 '덕향정'으로 향했다. '덕향정'은 향림조경을 운영하는 김정도·서경은 부부교도의 희사로 마련되었다. 오늘 화려한 커팅식을 하고 교도들의 쉼터가 된다. 또 '은혜의 책보내기'도 진행됐다. 교당 옆에 가까운 학교도 있지만 전주 지역에서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다는 서곡초등학교에 기증했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원불교를 홍보하며 혜택을 부여하자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은혜의 김치나누기'는 봉공회(회장 심현선 교도) 주관 아래 진행, 교도를 떠나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30가정에 배달됐다.
박 교무는 총체적인 교화를 위해 다양한 모색을 했단다. "젊은 교도들 중심으로 봉공회, 청운회, 여성회를 단체로 묶어서 활동하게 했고, 5·60대는 독경단 활동, 3·40대는 댄스동아리와 등산회, 70~90대 까지는 호법회로 묶어서 단계별 교화가 뿌리 내리도록 했습니다. 또 선후진 만남이 잘 이뤄지도록 하나로 엮어 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법회나 등산법회, 야유회를 통해 자꾸 만나게 합니다." 이렇게 자주 만나다 보니 정이 들고, 속마음도 꺼내 놓는 사이가 되고, 그렇게 차츰 가족이 되어 갔다고. 지금도 최 교도회장은 교도화합을 위해서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만남을 자청한다. 또 마니또를 정해 1대1 교화를 진행 중이다.
교도간 상통하는 교화를 위해 각 단체별로 호흡이 척척 맞는 교도들. 그 기저에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묘약이라도 있는 것일까? 소리없이 마음을 합하며 공부하는 교도들의 잔잔한 재미가 큰 웃음소리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