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프리랜더 2 TD4는 이전 모델에 비해 한층 성숙해진 온라인 주행성능과 오프로드를 위한 터레인 리스폰스를 동시에 갖춘 신세대 프리랜더 2에, 경제적이고 넉넉한 파워를 자랑하는 디젤엔진을 얹어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넉넉하고 여유 있는 토크는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보장하고 기대 이상의 다양하고 세심한 편의장비는 상품성을 더욱 높여 주었다. 막내라 하더라도 랜드로버 가문의 후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고 예뻤던 베이비 랜드로버에서 한층 커지고 반듯한 모습과 뛰어난 성능으로 성숙해진 프리랜더 2는 먼저 가솔린 V6 모델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었다. 하지만 소형 SUV의 특성상 디젤 엔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 길지 않았던 기다림 끝에 매력적인 소형 SUV, 아니 훌륭하게 성정한 랜드로버 가문의 막내 도련님이 보다 알찬 4기통 디젤 엔진을 얹고 등장했다.
지난 가솔린 모델의 시승기에서 언급했듯이 형들을 닮은 근사한 외모와 가문의 명성에 어울리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그리고 귀족 가문답게 다양하고 풍성하게 갖춘 매력적인 편의 장비들은 모두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한 파워풀한 디젤 엔진을 더해 그 매력은 분명 배가되었음이 틀림없다.
내 외장에서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 없어
프리랜더 2 TD4는 내, 외장에서 뒤 해치에 달린 TD4 엠블렘을 제외하곤 가솔린 모델과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다. 이전 모델에 비해 커진 차체는 소형 SUV로서 충분히 당당함을 과시한다. 특히 세련되게 다듬은 각진 차체가 강한 이미지를 가진 랜드로버와 잘 어울린다. 형들을 많이 닮은 탓에 이제 랜드로버 모델들간에는 디자인적인 선호도의 차이가 많이 줄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덩치가 작은 막내 프리랜더로도 충분히 랜드로버 다운 외모를 뽐낼 수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모델들 간의 컨셉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장 맏형인 레인지로버는 한없이 고급스럽다. 중간인 디스커버리 III는 랜드로버 다운 터프함이 가장 강하게 베어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인테리어에서 레인지로버를 따라 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막내 프리랜더 2는 가장 경쾌하고 활달하며, 실용적이다.
지난 가솔린 모델 시승기를 통해서 인테리어 이야기를 자세히 했는데, TD4 모델에서 별다른 변화는 없다. 심지어 계기판조차도 레드존이 없는 같은 계기판을 사용한다. 스티어링 휠의 경음기 버튼은 여전히 신선하고, 시트는 보기보다 몸을 썩 잘 잡아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돋보이는 터치 스크린 방식의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자체 시스템으로 지원하는 기능은 거의 없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네비게이션과 DMB를 지원한다. 메뉴에 있는 스크린 세이버를 선택하면 정말 컴퓨터의 스크린 세이버처럼 아날로그 시계가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다.
프리랜더 2 TD4에는 알파인 스피커가 더해진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휘발유 모델과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볼보와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가장 기본형인 퍼포먼스와 고급형인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시시템보다 상위 기종으로 센터 스피커와 서라운드 시스템 등을 각각 조절할 수 있으며, 알파인 스피커 또한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다만 BMW 산하에 있을 당시 적용되었었던 하만 카돈 시스템이 아닌 것은 아쉽다.
오디오에는 MP3가 지원되는 인대시 타입 6매 CD체인저가 장착되어 있으며, 폴더 기능이 지원되어 손쉽게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센터 페시아 상단의 모니터를 통해서는 오디오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오디오 자체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트랙 표시를 폴더 내의 트랙으로 표시하지 않고 CD내에 있는 전체 곡의 트랙 수로 표시하고 있어 편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도 아쉽다. AUX가 장착되어 있어 다양한 휴대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점은 유용하다.
오디오 뿐 아니라 센터페시아의 여러 기능과 버튼 디자인 등에서 볼보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도어 패널 앞부분 상단에 위치한 사이드 미러 조절 장치도 볼보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최신 편의 장비 적극적으로 도입해 편의성 극대화
디자인과 편의 장비들은 사실 지난 가솔린 모델에서 상세히 설명한 부분과 동일하다. 그 때 미처 설명하지 않았던 기능이 하나 있는데 도어를 잠그면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기능이다. 물론 차에서 내리기 전에 실내에서 버튼을 눌러 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미리 버튼을 눌러서 사이드 미러를 접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몇 번 설명했었지만 차에서 내려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도어를 잠글 때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게 되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사이드 미러가 접힌 모습을 보고 도어가 잠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도어를 잠근 줄 알았는데 사이드 미러가 접혀 있지 않다면 깜박 잊고 도어를 잠그지 않은 것이 된다.
이 기능은 푸조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랜드로버도 프리랜더를 선보이면서 도입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랜드로버는 다양한 편의 장비들을 도입하는데 상당히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방향 지시등도 레버를 살짝 터치만 해 주면 자동으로 3번 깜박이고 꺼지는 소위 원터치 방향 지시등이 적용되어 있으며, 언덕길에서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뒤로 밀리지 않도록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일시적으로 브레이크 상태를 유지해 주는 기능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안전을 위해서 볼보에서 가져온 최첨단 전복 안정성 컨트롤인 ‘RSC(Roll Stability Control)’도 랜드로버 모델로는 처음으로 적용되어 한층 높은 안전성이 확보되었다.
이처럼 큰 변화는 아니지만 새롭게 개발되는 다양한 편의 장비와 신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 요즘은 너무나 많은 정보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쉽게 높아진다. 이미 다른 브랜드에 적용된 편리한 기능을 자기가 원하는 브랜드에서 만날 수 없다면 안타깝지 않겠는가?
이런 단일 기능들 뿐 아니라 전자 장비 활용 등에서도 불편함을 찾을 수 없다. 네 개의 창문은 상하 방향이 모두 원터치로 작동되고, 시동을 꺼도 전자 장비들은 작동을 계속하고 있다가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면 함께 꺼진다. 사이드 미러 폴딩이나 윈도우 작동 등은 잔광식으로 작동되므로 키를 뽑은 후에도 얼마 동안은 작동이 가능하다. 사실 이런 것들은 국산차에서도 일반화된 내용들이지만 의외로 수입차들 중에서도 적용이 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굳이 프리랜더 시승기에서 언급하게 된 것은 전통을 중시하고 어딘지 더디게 움직일 것 같은 랜드로버의 이미지와는 달리 발 빠른 행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랜드로버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리는 투박한 디자인만 문제삼지 않는다면 인테리어 구석구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언제 이렇게까지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다 썼는지 대견할 따름이다.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경쾌하고 여유 있는 달리기 성능 선보여
프리랜더 2 TD4에는 디젤 엔진이 얹힌 만큼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소음은 최근 승용형 디젤 엔진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진동 또한 전체적으로 조금씩 전달된다. 가속을 하면 엔진음이 약간 상승하지만 오히려 경쾌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정속 주행 시에는 오히려 가솔린 엔진을 능가할 정도의 정숙성이 돋보인다.
프리랜더 2 TD4에 적용된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은 새롭게 개발해 얹은 것으로, 구형 2.0 TD4와는 부르는 이름이 TD4로 똑같고 배기량도 불과 0.2리터 늘어나는 데 그쳐 별 차이가 없을 듯 보이지만 실상은 놀라울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 신형 엔진이다. 굳이 숫자를 들먹이자면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이 40%, 토크가 50% 이상 향상되었다. 불과 0.2리터 늘어난 배기량으로 말이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60마력을, 최대 토크는 2.000rpm에서 40.8kg.m를 발휘한다. 1.7톤의 4륜 구동 SUV 모델에 160마력은 많이 부족한 듯 보이지만 강력한 토크는 상황을 달리한다. 그것도 1,500~3.500rpm의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의 80%을 뿜어내는 만큼 거의 모든 상황에서 넉넉한 토크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하면 순발력은 직렬 6기통 3.2리터 가솔린 모델에 많이 뒤진다. 수치상으로도 0~100km/h 가속에 8.9초를 기록하는 가솔린 모델에 비해 TD4는 많이 늦은 11.2초가 걸린다. 하지만 비교가 아닌 단순 11.2초만 놓고 보면 결코 굼뜬 출발이 아니다. 경쾌하게 출발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높은 토크는 주행 중 추월 가속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달려 보면 배기량 2.2리터의 디젤 엔진이 3.2리터의 가솔린 엔진보다 더 힘이 넘치는 느낌이다. 주행 중에는 전혀 스트레스가 없는 경쾌한 달리기가 가능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주행 중 소음은 가솔린 엔진보다 더 낮을 정도여서 좀처럼 디젤 엔진이라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지난 가솔린 모델 시승에서 확인한 뛰어난 온로드 주행성능은 디젤 모델에서도 여전했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 TD4가 더욱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고 확신한다.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게 적용된 자동 6단 변속기도 TD4의 높은 가치에 한 몫을 거든다. 특히 디젤 엔진의 특성상 보다 자주 변속해야 함에도 변속 충격이 없이 부드러운 변속이 돋보이는데, 수동 모드 보다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당겨 스포츠 모드가 되면 일상적인 기어 레인지보다 약 1~2단 정도 낮은 기어로 주행하므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높은 토크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다. 특히 11.2km/L의 뛰어난 연비 덕분에 기름값 걱정도 덜 수 있다.
변속은 35, 60, 110, 150km/h에서 각각 이루어진다. 디젤 엔진이라는 점과 6단 변속기라는 점에서 변속 간격이 상당히 짧다. 그런 만큼 더욱 경쾌한 것도 사실. 다만 최고속도는 제원상의 181km/h가 한계다. 이런 차로는 사실 더 빨리 달릴 이유도 없다.
15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은 예전 랜드로버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뛰어나며 무엇보다 경쾌한 반응에서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제동력이나 코너링 성능도 많이 향상되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컴팩트 혹은 중형 SUV와 비교해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제는 랜드로버라면 자동으로 연상될 정도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가 막내인 프리랜더 2에도 장착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사실 놀라웠다. 형들처럼 차고 조절이 되는 에어 서스펜션까지는 달려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프리랜더 2가 랜드로버 가문의 명성을 이을 만큼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었음은 당연하다.
프리랜더 2 TD4는 이미 휘발유 모델을 통해서 높아진 품질력을 확인한 데 이어, 실제적인 주행영역에서 더욱 파워풀하면서 보다 경제적인 2.2 디젤 엔진을 얹어 잠재 수요를 실제 구매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모델이다. 가격 또한 6기통 3.2 휘발유 엔진 모델에 비해 600만원이나 더 낮은 5천 250만원에 더 실용적이고도 잘 만든, 그러면서 랜드로버 가문의 명성을 잇고 있는 괜찮은 컴팩트 SUV 프리랜더 2 TD4를 장만할 수 있다.
랜드로버 프리랜더2 TD4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00×1,910×1,740mm 휠 베이스 : 2,660mm 트레드 (앞/뒤) : 1,601/1,614mm 공차 중량 : 1,770kg
엔진 형식 : 직렬4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 : 2,179cc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16.5:1 최고출력 : 160마력/4,000rpm, 최대토크 : 40.8kgm/2,000rpm 구동방식 : 4WD
변속기 스텝트로닉 자동 6단 기어비 (1/2/3/4/5/6//R): 4.148/2.370/1.556/1.155/0.859/0.686//3.394 최종감속비 : 3.3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