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수심결] ⑤
물 길어오고 나무 나르는 게 곧 신통력
큰스님께서 말한 견성이 참으로 견성이라면 이는 곧 성인으로써 마땅히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보통사람과는 다름이 있어야 할텐데 무엇 때문에 요즘 마음 닦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신통변화를 나투는 사람이 없습니까.
바람은 급하게 안개를 몰고 산꼭대기로 달음박질 쳐 오르고 마른하늘엔 천둥소리와 함께 번갯불이 지나간다. 숲속에 새들은 놀라 울음을 그치고 연밭에서는 청개구리가 일제히 합창을 시작한다. 연잎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저 건너 용두봉엔 벌써 소나기가 쏟아진다.
범부들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인 신통변화를 부리는 것으로 공부를 삼고 또한 일념으로 화두를 참구해 나가는 학인들도 무시이래로 익혀온 습기인 밖으로 향하여 구하는 생각과 아는 마음이 일어나 화두를 놓치게 되면 마치 태양을 구름이 가리는 것처럼 마음 광명이 어두워지고 고요한 곳에서 음침한 기운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오음이라고 하며 여기에서 불가사의한 능력 나오는데 이것이 다섯 가지 신통의 세계이다.
첫째는 천안통으로 몸이 온통 안과 밖이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고 세상 모든 것을 원근 없이 볼 수 있다. 둘째는 생각 하는데로 마음데로 갈 수 있으며 모양을 마음데로 바꾸어 산이나 물속 바위속을 자유로이 지나가는데 이것을 신족통이라고 한다. 셋째는 천이통으로 듣는 것이 자유롭게 되어 거리에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넷째는 상대방 마음속 생각하는 바를 귀신처럼 아는 타심통이다. 다섯째는 숙명통으로 수없는 생을 반복되어 살아온 전생사를 알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신통한 세계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세계이다.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신령스러워 부처를 구하면 부처를 이루지만 신통을 구하면 불가사의한 신통의 세계가 나타난다. 하지만 욕망으로 나타난 이 세계는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듯이 공부하는 사람이 화두를 놓치는 틈을 타서 들어오는 것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요즈음 인터넷 세상에서는 따로 신통을 구할 것도 없이 심심하면 바로 열고 들어가 신통을 쉽게 체험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가상공간으로서 존재하는 세계가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중독된 사람은 제 정신을 잃고 헤매게 되거나 심하면 죽는 사람도 있다. 신통이란 세계도 이와 같아서 한 생각 환과 같은 마음으로 건설된 세계인줄 모르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경계를 하셨던 것이다.
수행한다는 사람도 이러한 경계를 공부로 착각하여 외도들처럼 정법을 비방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여 결국에는 부처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한량없는 죄업을 짓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스님들도 여우같은 요망한 짓이라고 꾸짖고 크게 나무랐던 것이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유비쿼터스나 줄기세포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도 한 생각 번뇌가 다하지 않는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직 깨달은 사람만이 성취하는 특별한 경계가 여섯 번째 누진통의 세계이다.
마치 백천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일체의 흐름이 끊어지고 일미의 한맛을 이루듯이 번뇌의 흐름이 다한 수행자는 일심의 바다에서 번뇌인 파도가 곧 깨달음과 둘이 아닌 물인 줄 알기 때문에 만나는 경계마다 신통광명을 놓는 것이다. 이에 조사스님들은 신통광명이여 물 긷고 나무를 나름이로다 라고 하셨던 것이다.
『금강경』 첫 머리에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서 비구 천이백 오십 인과 함께 밥 때가 되어 가사를 두르고 바리때를 들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차례대로 탁발을 마치고 돌아와서 공양을 끝내고 가사와 바리때를 거두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았다고 한 것이 평범한 일상에서 누진통을 보인 경계이다.
하늘이 한바탕 신통을 부려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구름 한 점 없는 만리의 하늘이다.
둥근 거울 연잎 위
굵은 빗방울 하나
데그르
구른다
거금선원장 일선 스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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