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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7일 화요일. 해가 뜨면 무척 뜨겁다.
새벽 5시 기상.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이번 여행의 가장 기대했던 장소가 바로 이 훈자 마을이다. 듣고 보고만 했던 곳이라 언제 와 보나 늘 생각만 했는데, 그런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 막연하게 상상하며 기다려 왔던 곳이라 막상 와 보니 너무나 소박하다. 뚜렷한 볼거리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신비롭다. 깨끗하고 조용하다. 눈을 들면 서편에 하얀 설산이 라카포시( Rakaposhi Mountain)인 것 같다.
라카포시는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한, 높이가 7,788 m에 달하는 높은 산이다. 파키스탄 내에서는 칸주트 사르에 이어 13번째로, 세계에서는 인근 칸주트 사르에 이어 27번째로 높다. 훈자 강이 크게 굴곡하는 부분에 솟아있다. 카라코람 산맥의 고산들 중 K2와 함께 잘 알려졌지만, 일대가 너무 험준하여 접근하기 까다롭다. 라카포시 산은 훈자 강 계곡 사이에 솟아 상대높이가 계곡에서부터 6천 미터 가량 된다. 비공식적으로는 알래스카의 데날리 보다 상대높이가 더 높다는 말도 있다.
라카포시란 이름은 현지 언어로 눈이 덮인 설산을 의미하며, 이 산의 또 다른 이름 두마니(Dumani)는 '안개의 어머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산의 이름에서 IS의 수도 라카를 연상할 수 있으나 전혀 상관없다. 해발을 따지면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는 4~5천m의 티베트 고원에 솟아 올라있다. 산이 시작되는 지점이 이미 높기 때문에 산 밑(base)에서 정상(peak)까지는 4~5천m 밖에 안 된다. 세계에서 산 밑에서 정상까지 가장 높은 산은 바로 이 라카포시 봉이다. 훈자 강 수면에서 수평으로 불과 11.2km 떨어진 곳에서 단숨에 5938m를 솟아 올라있다. 알라스카의 맥킨리 봉이 5800m로 그 뒤를 잇는다.
드디어 훈자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날은 밝았지만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이다.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니 하나 있는 고속도로는 조용하다. 말만 하이웨이(고속도로)지 현실은 우리나라 지방도로보다 열악한 포장도로이다. 도로 모양 역시 깊은 산악지역을 지나는 관계로 매우 불량하지만, 이 일대에서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파키스탄 국기가 만국기 같이 달려 있다. 깃대 쪽에는 하얀색 세로 줄무늬가 있고 초록색 바탕에는 하얀색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다. 하양은 평화, 초록은 번영, 초승달은 발전, 별은 빛과 지식을 상징한다. 초승달과 별은 파키스탄이 이슬람교 국가임을 의미한다.
아직 가게 문도 열리지 않았고 움직이는 차량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강이 있는 아래 마을로 들어가 보았다.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주로 돌로 이루어져 있다. 돌담에 돌집, 그리고 돌로 만들어진 외양간도 있다. 밭의 경계도 돌로 이어져 있고 무너질 것 같은 외양간도 돌로 만들어 놓았다. 그 사이에 가끔 나무로 만들어진 창문과 대문 울타리도 보인다. 사각형의 작은 연못이 있는데 물이 탁하고 쓰레기가 보인다. 무슨 용도인지 잘 모르겠다. 식용은 아닌 것 같다.
Hunza Model School 이라는 글씨를 벽에 갖고 있는 작은 집도 보인다. 운동장은 없다. 왜 Model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다른 뜻이 있는 것 같다. 모범학교인지 시범학교인 것 같다. 모델은 아닌 것 같다. 밭에서 일하시는 주민을 만났다. 부지런도 하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미소로 인사를 한다, 삽을 들고 일하시는 모습이 우리와 같다. 밭에 자라고 있는 채소들은 싱싱하다. 아주 건강해 보인다. 외양간은 돌로 만들어져 있고 입구는 좁다. 지붕에는 과일이나 견과류를 말리는 커다란 바구니들이 올려있다. 골목길 담장을 넘은 사과나무 가지에는 엄청 많이 달린 작은 사과들이 가득하여 가지가 쳐진다.
좀 더 걸어가니 민가가 사라지고 밭고랑으로 이어진다. 채소들이 가득하다. 브로콜리가 크게 자란다, 더 걸어가니 벼랑이다. 벼랑이 높다. 눈 아래 펼쳐진 계곡에는 훈자 강이 거칠게 흐르고 있다. 건너편에도 초록색이 가득하고 그 사이에 마을이 있다. 견고한 바위나 암석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아니라 부서지는 흙과 모래로 이루어진 절벽이라 위험하다. 큰 비라도 내리면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물이 지형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무너지고 쌓고, 파이고 흘러가고........ 세월이 흐르면 많이 바뀔 것 같다.
그나마 평지에는 쭉쭉 뻗은 포플러 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름 모를 들 꽃 들도 많다. 웅장한 산들 사이로 미세한 꽃들이 작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여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는 것 같다. 막 새싹을 틔우는 봄도 있고, 무성하게 자라는 푸른 나무들, 그리고 뜨거운 태양, 거기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사과와 높은 하늘, 눈앞에 펼쳐진 하얀 라카포시 설산은 겨울이다. 코 끝에 느껴지는 공기는 서늘하지만 신선하다. 아내는 주렁주렁 늘어진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먹는다. 맛있단다.
강으로 이어지는 절벽은 경사가 급하다. 거의 수직이다.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가 곳곳에 보인다.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 자연적으로 다리를 만들고 있다. 아내는 그 위로 걸어간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곧 무너질 것 같다. 자연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해가 뜨면서 진하고 긴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다시 돌아가는 길, 외양간 지붕위에서 말리고 있는 노란 살구가 탐스럽다. 돌담길에는 오래된 차량이 치장을 하고 있다. Jill Galaxy School 이라는 간판이 있다. 아마도 유치원인 것 같다.
다시 도로를 건너 이제 산 아래 마을 로 올라간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골목길이 점점 좁아진다. 길이 변하여 이제는 수로로 바뀐 것 같다. 선분홍색 접시꽃이 아주 예쁘게 피었다. 산 아래는 마을이 없고 과수원과 밭이 만들어져 있다. 주로 살구나무가 많다. 노랗게 달린 살구가 먹음직스럽다. 하나 따서 먹어보니 너무 달다. 방금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어도 기가 차게 맛있다. 누가 볼까봐 걱정된다.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또한 멋지다. 경치 끝에는 늘 설산이 있다.
연보라 빛 작은 꽃이 많이 보인다. 작은 돌담 울타리에는 커다란 소 2마리와 양이 있다. 울타리가 작아 보인다. 소가 내품는 입김이 햇빛에 선명하다. 학교인 듯 한 넓은 운동장이 있다. 끝에는 버스 3대가 주차해 있다. 운동장에는 청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하늘로 곧게 자란 포플러 나무들과 파란하늘이 설산과 더불어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보리수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가득하다. 올려다 본 산 아래쪽에는 가로로 긴줄이 선명하다. 가로로 이어지는 관개수로가 있단다. 수로를 따라 난 길도 있는데, 지난 날 파키스탄의 길기트와 중국의 카쉬가르를 잇는 대상들이 오가던 실크로드였단다.
절벽을 따라 가는 이 길은 너무 좁아서 말이나 야크에 짐을 싣고 가기가 어려워 사람이 등짐으로 화물을 날랐다고 한다. 돌무더기가 사태처럼 쓸려 내린 검회색 산들에는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산 허리에 멀리서도 보일 만큼 큰 글씨로 “Peace, Respect, Tolerance”(평화, 존중, 너그러움)라고 써 놓았다. 돌을 모아 글씨를 만들고 흰색으로 칠을 한 것이다. 훈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들인가 보다.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식사를 하러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밀가루 반죽의 구운 짜파티와 계란 후라이 하나, 그리고 따뜻한 짜이가 전부다. 중국에서 넘어 온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조식이 엄청 부실해 보인다. 인도식 화덕에 구운 빵이다. 난은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화덕에 구운 큼직한 빵으로 빵 가운데가 봉긋하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으면서 볼록볼록한 표면을 나타내고, 짜파티는 발효시키지 않은 밀가루 반죽을 바로 구운 것으로 난 보다는 크기가 작고 덜 바삭한 게 특징이란다. 항상 맛이 좋았던 짜이가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역시 서늘한 아침에는 따듯한 짜이(밀크티)가 최고다.
숙박비를 지불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숙박비가 정확하게 얼마인지 서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서로 얘기를 해서 조식 포함 40,000원을 지불했다. 숙소 대비 좀 비싼 가격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느껴진다. 주변에 여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게에도 주방에도 거리에도 여성이 없다. 모두 남성들이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보인다. 생각해 보니 관광 온 아가씨들은 종종 보였다. 살고 있는 여성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슬람 사회의 문화적 현상인 것 같다. 경제적 활동은 거의 남성들의 몫인 것 같다. 이틀을 예약 했지만 하루만 머물고 숙소를 이동하기로 했다.
배낭을 지고 나와 어제 봐 두었던 쥬빌리 호텔로 옮겼다. 3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방이 비질 않아서 짐을 맡겨 놓고 나왔다. 굴밋 호수를 찾아가기로 했다. 대부분 훈자에 오면 주변에 있는 빙하나 설산이 보이는 곳을 찾아가는 트래킹을 한다.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도 하고 길게는 3박 4일로 다녀오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찾는 방문객이 적어 트래킹을 하는 투어 사무실이 거의 사라졌다. 관광객이 모여 와야 지프 투어를 비롯한 트래킹 투어가 활발할 텐데, 모두 시들해져 조용하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었다. 우리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주변과 로컬 버스를 타고 가는 굴밋 호수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파키스탄 돈이 별로 없었다. 환전을 해야 했다. 호텔 주인에게 환전하는 곳을 물으니 은행을 알려준다. 노란색 간판을 한 2층짜리 건물 Soneri Bank를 알려준다. 은행에 찾아가니 환전이 안 된단다. 친절하게도 직원이 나와 옆 건물에 있는 통신회사 사무실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환전을 해주는 곳이었다. 11.8파키스탄 루피에 200불을 환전했다.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슬라마바드로 가는 버스표를 예약하기로 했다. 버스표를 예약할 수 있는 NATCO 사무실을 찾아간다. NATCO는 파키스탄 북부지역을 운행하고 있는 버스운송회사다. 가는 길에 견과류와 과일 그리고 꿀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작은 병으로 꿀을 하나 샀다. 파키스탄의 천연 꿀이다. 엄청 달다. 빵을 찍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400루피(4,000원)로 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어서 NATCO 사무실을 찾았다. 어제 묵었던 숙소 건너편에 있었다. 8월 9일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하는 이슬라마바드(라왈핀디)행 버스표를 예약했다. 좌석이 거의 매진 되었다. 좀 늦게 왔으면 원하는 날자가 출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당 2130루피(21,300원)이다. 좌석 번호는 뒤편의 35,36번 좌석이다. 앞에는 이미 다 예약이 끝났다.
이제는 Attabad 호수를 찾아간다. 시내에서 굴밋 호수를 간다고 하니 버스 타는 곳을 알려준다. 승합차, 미니밴이 있는 곳이다. 국경마을 소스트까지 가는 로컬 버스다. 미니 밴의 요금은 두당 150루피(1,500원)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까지 미니 밴은 출발하지 않았다. 20여분을 기다리니 좌석이 다 찼다. 버스는 출발했다. 아리아바드 시내를 벗어나 다리를 건너서 어제 왔던 길을 달린다. 굴곡이 심한 길을 엄청 달려간다. 30~40분 정도 달려 거슬러 올라간다. 터널을 두 개 지나간다.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에 접근하기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차를 세워 내렸다. 정류장이 따로 없다. 세우는 곳이 정류장이다.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이 아내와 둘 만 내렸다. 이곳의 이름이 간판에 적혀있다. Shishkat다. 옛날, 아니 몇 년 전만 해도 여기에 길이 없어져 이 마을 Shishkat에서 굴밋까지는 배를 타고 왕래했다. 엄청난 산사태로 사라진 마을의 이름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다. 국제 도로다. 카라코람 산맥을 넘어가는 험준한 고산지대를 가로질러 파키스탄과 깊숙이 이어지는 1300km의 도로다.
고속도로 공사는 20년간 이루어졌다. 그 가간 동안 파키스탄 측 810명, 중국 측 8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공사였다. 특히 우리가 방문하고 있는 이 호수는 굴밋 마을 일부를 비롯한 5개 마을이 잠겨버리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다. 아타바드에서 아인아바드까지의 터널을 만들기 위해 계속 폭파하고 있어 균열이 생기고 산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아타아바드 호수는 훈자 강에 있는 호수로 2010년 1월 4일 발생한 산사태로 훈자 계곡에 막혀서 만들어진 총 길이 21km, 수심 109m의 호수다.
카라코람 산맥에서 녹아내린 물에 의해 비취빛을 띈다. 당시 산사태로 19명이 사망하고 시스카트 마을과 굴밋 마을 등 5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의 수로가 막히고 쉽게 부서지는 암석으로 된 지질이라 산사태가 예고된 것이다. 고대의 길옆으로 아스팔트 도로의 무역로를 내기위해 산허리를 폭파시키고 산비탈을 깎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산사태 발생한 것이다. 그 후로 여기는 배로 왕래하게 되었고 최근에야 이 도로와 터널이 뚫리게 된 것이다.
내려다보이는 호수는 정말 멋지다. 보석처럼 파란색을 띄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주변 거친 산과 어울려 환상적이다. 사람들과 배가 보인다. 차량들도 많이 주차해 있다. 오전인데도 태양 볕이 뜨겁고 강렬하다. 아내는 양산을 펴서 쓴다. 도로가에는 찌그러져 기울어진 도로판이 서 있다. ATTA ABAD LAKE, TUNNER, N35 라는 글씨가 보인다. 호수를 등 뒤로 하고 사진을 찍고 길도 아닌 곳으로 걸어 내려갔다.
제트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커다란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1시간을 호수를 돌아오는 비용이 두당 150루피(1,500원)이다. 배표를 끊으려고 하니 배에 타서 요금을 지불하란다. 알려주는 배를 탔다. 20~30 명을 태울 수 있는 커다란 목선이다. 놀러온 사람들이 많다. 주로 승용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다. 가족들도 있지만 주로 남녀 젊은이들이 단체로 놀러왔다. 아가씨들은 히잡을 쓰지도 않았고, 선 그라스에 멋을 잔뜩 부린 서구스타일로 자유로워 보였다. 거기에 총각들과 함께 놀러 와서 개방적인 느낌을 받았다. 사는 것이 좀 부유해 보이는 젊은이들이다.
우리 배에도 파키스탄 젊은 남녀 서 너 팀이 탑승을 했다. 함께 사진을 엄청 찍었다. 모델이 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로 셀카로 촬영을 했다. 배는 호수 중앙으로 통통거리며 간다. 배 삯을 지불했다. 잠시 후에 배 값을 돌려받았다. 함께 사진 찍고 인사를 나누고 얘기하던 청년들이 우리 배 값을 지불했단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우리가 입고 있는 구명조끼는 한국산이었다. ‘파워레인저. 트레저 포스’ 라고 한글로 적혀있다. 아내와 둘이서 반가운 한글을 보고 웃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선명하고 깨끗하다. 1시간 정도 배는 호수를 돌았다. 계곡 사이로 보이는 설산도 있고, 터널로 이어지는 다리도 멋지다. 색색의 절벽산과 이어지는 호수는 참 아름답다. 호수 위를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참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배에서 내렸다. 호수와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로 올라간다. 차가 호수로 내려가는 길목에 작은 건물이 하나있다. 여기에서 호수로 가는 차량을 상대로 주차 요금을 받고 있었다.
이 건물 그늘에 앉아서 알리아바드로 가는 차를 잡기위해 기다린다. 햇볕이 뜨겁다. 소스트에서 굴밋까지는 45km, 굴밋에서 알리아바드 까지는 30km 정도 된단다. 올라가는 차는 종종 있는데 내려가는 차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로컬 버스인 미니밴을 타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한다. 시간이 많은 우리는 여유롭게 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늘에 주저앉아서 주변을 보면서 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마음이 편안했다. 우리 같은 처지의 총각 둘이 합세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형제다. 덩치가 작은 형의 이름은 이름 Sheabban이고 28살, 덩치가 큰 동생의 이름은 Naggash이고 27살이다.
동생이 명함을 준다. 라호르에 사는데 사업차 이곳에 왔단다. 알리아바드에 잡화 가게를 내려고 왔단다. 라호르에 오면 꼭 연락하란다. 자기들이 가이드를 해 준단다. 우리는 햇볕을 피해 그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땡큐-슈클리아, 안녕하세요-아셀라모우알리꿈(Aselmou Alikum), 그리고 보이는 설산이 라카포시 산이라고 알려주었다. 형제의 제치로 알리아바드로 가는 작은 트럭을 잡았다. 아내는 실내에 타고 우리 셋은 짐칸에 올라탔다. 차는 엄청 빠르게 달려간다.
머리카락 날리며 달려가는 짐칸에서 펼쳐 보이는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따라오는 승용차도 찍고, 멀리 보이는 설산도 찍어보고, 터널을 빠져나오면 터널도 앵글에 담았다. 삼각형의 뾰족한 설산은 아마도 K2 봉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도 지나간다. 절벽 위에 세워진 작은 성 아티트 포트도 보인다. 형제는 셀카와 동영상을 찍는다고 아주 즐거워했다. 속도 표지판은 40을 가리키고 있는데 거의 100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면 칼리마바드이고 마을에 도착하면 우리의 목적지 알리아바드다.
알리아바드 초입에 차는 멈췄다. 우리가 타고 온 차는 붉은색 작은 토요다 짐차다. 국기를 달고 다닌다. 우리 모두 내렸다. 고마웠다. 시내를 걸어 숙소를 찾아간다. 숙소 앞에서 총각들과 헤어졌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3층에 있는 405호실이다. 방이 많다. 일단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 현관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옥상이다. 옥상에서 쳐다보는 전망은 정말 환상적이다. 오른쪽에도 설산 왼쪽도 설산, 해 뜰 때는 서쪽의 라카포시 산이 전망이고, 해가 질 때는 동쪽과 북쪽 방향에 있는 설산 율타르 산과 훈자 피크가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옥상에서 동서남북과 내려다보이는 시내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건너편 건물에서 누가 나를 부르고 있다. 호수에서 만났던 총각이다. 아내와 함께 형제가 개업했다는 매장을 찾아갔다. 인도에서 수입한 악세사리와 여러 가지 옷들, 그리고 장난감도 전시되어있다. 잡화점이다. 주는 물을 한 잔 먹고 구경을 하고 나왔다. 물건을 하나 팔아주고 싶었는데 딱히 살 것은 없었다. 모레 오픈을 한다고 한다. 오픈을 하면 친구에게 가게를 맡기고 라호르로 돌아간단다. 라호르에 들리면 꼭 연락하란다.
거리로 나가서 과일 깎아 먹을 칼을 사려고 가게를 찾았다. 중국산은 3,000원이고 파키스탄 대장간에서 만든 무쇠 칼은 1,500원이다.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칼은 무쇠 칼로 투박하고 잘 들지 않았다. 손잡이도 나무로 만들어 시골스럽지만 정이 가는 칼이라 샀다. 파키스탄이라는 글씨도 씌어있다. 과일을 썰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야채 과일가게로 가서 노란색 메론을 샀다. kg당 80(800원)루피란다. 저울에 재어 보니 3kg이다. 240루피(2,400원)이다. 200루피에 준다. 호박, 오이, 생강, 가지 양파, 양배추 토마토 등 눈에 익은 야채가 많이 보인다. 검게 변해가는 작은 바나나들은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물도 샀다. 날이 어둡다. 숙소로 돌아와서 메론을 잘라 먹었다. 엄청 달고 맛있다. 너무 커서 둘이 다 먹지 못하겠다. 파코라와 주스 그리고 메론으로 저녁 배를 채웠다. 파코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창문을 열면 파리가 들어오고, 창문을 닫으면 덥다. 에어컨은 없다. 다시 한 번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훈자에서 두 번째 밤이다. 내일 하루 더 칼리마 바드에서 자고 라왈핀디(수도)로 이동하려고 맘을 먹었다. 라왈핀디 숙소는 도착하여 구해 보기로 했다.
2018년 8월 7일 경비- 호수 행 미니밴 300, 이슬라마바드 행 버스 예약 4260, 칼 150,
꿀 400, 메론 240, 알리아바드행 버스비 500, 물 60,주스 160,
파코라(야채튀김) 100, 쥬빌리 호텔숙박비 2500.
계 8670루피*10=86,700원.
누계1,326,000원.
첫댓글 몇년 전에 가봤던 훈자는 소로를 따라 산책해보니 정말 조용하고 친절한 곳이었는데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 때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국경을 넘었는데 터널이 완성되었군요.
도로는 좋아졌는데,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아 좀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해서.......
선생님 여행기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