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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 우리는 외국어의 잘못된 한글표기를 언제까지 써야 할까
리 의재
‘나라말글 바로하기 모임’ 공동대표
‘한글 세계화 연구회’ 대표
1. 외래어 표기법 관련 영향평가 국책과제
최근(2011.1.10)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New York'에서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고등학교가 출현하였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명실 공히 선진사회로 진입하였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로 삼을 수 있는 대_사건(事件)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명성에 부합하는, 부끄럽지 않은 어문규범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며, 마침 그럴 때이기도 하다.
희망의 새해를 맞아, 작년에 문화관광부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개정을 위한 용역사업을 발주하여 국어교육 연구소에서 수행한 ‘외래어 표기 규범 영향평가’ 보고서가 1월에 공개되었다. 보고서에는 수년간 말과 글에서 다각도로 論議되어 온 많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들어나 있는바, 근 25년간 사용해 오던 현행 (수정)표기법은 이제 본격적인 공개토론을 통해 다수의 전문/지식인들이 인정할만한 선진적 어문규범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 그간 과제 수행을 위해 여러모로 애쓴 참여자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설문대상자가 언론인, 출판인, 작가, 번역인, 국어 교사/교수 등 인문․사회과학 부문 인사 103명으로 국한되어 있는 바, 다수의 기타 전문 지식인들은 아예 배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인 국민의 만족도와 관련하여, 외국어가 들어와 외래어 행세를 하는 많은 경우는 오히려 자연과학·기술 분야인데도 말이다. 따라서 현행 표기법에 관한 이들의 불만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못하고, 표기규정에 관하여 극히 제한된 항목(일반 6개항, 영어 4개항 등)의 실태조사와 선택 답변식 설문조사에 치우친 경향이 있어 불만내용들이 간접적으로만 여기저기에 편린으로 나타난 모습이 아쉬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용역사업 추진의 배경에 많은 한글 단체들의 요청과 의견이 큰 축을 이루었고 막대한 국가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최종 보고서에서 이들의 주장이 크게 희석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설문조사에서 만족도 측정방법이 주어진 보기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전부라면 과연 규정에 대해 만족/불만족을 측정한 것인지 의문이며, 다만 현행 표기법을 선전/홍보하는 측면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앞으로 있을 공개 토론회 등 과정에서 충분히 보충되어야만 올바른 방향이 잡힐 것이니, 문화관광부 국어·민족_문화과는 명심하여 이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지 말고 선입견이나 편견에 치우침 없이 부디 값지고 좋은 결과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2. 실례로 본 현행 표기법과 전문용어 표준화의 현실문제
근래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국가 안보문제 관련하여 인용하는 영국의 언론사를 ‘위키리크스’라 언론에서 적고 부르는 일이 잦다. 그 언론매체는 원어로는 ‘WikiLeaks'라 되어 있는데, 이 생소한 조합어는 근래 전산(망) 백과사전으로 일약 유명해진 ’wikipedia'의 앞부분 ‘wlki'와 ‘새 나온 정보 또는 漏泄/漏泄物’이라는 뜻의 ‘leaks’를 합치되, 고유명사임을 나타내기 위해 첫 자들을 대문자로 하여 자기네 단체의 특성을 살려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특이한 이름이 한글로 이상스럽게도 ‘위키리크스’라 표기되고 있는 까닭은 현행 4대 어문 규정의 하나인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 방식인 바, 원래의 의미나 음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여 현행 한글체계의 한계성을 들어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현재 지구촌 문화 내지 다중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외국인들과 문화교류의 관점에서 보거나 선진 국민으로서 국내에서 편리하고도 명확한 말글살이를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일제 강점기 1939년에 기초한 ‘외래어 표기법’을 무비판적으로 계속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서해안에서 교전수칙을 지킨다며 연평도가 공격당하고 민간 사상자가 발생해도 다른 부대가 전혀 돕지 않아 피해가 커진 최근 상황에 비견된다. 경직된 교전수칙을 바꿔야 비로소 북한도발에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듯, 경직된 표기법을 대신할 새로운 국가표준으로서의 어문규범, 즉 외국단어를 한글자모로 효과적으로 표기할 수 있는 ‘외국어휘 한글표기 규정’이 필수적인 시대를 우리는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표기법이 나타내고 있는 역기능의 일례로 위에서 언급된 고유명사 표기방식에서 문제의 핵심은 뒷부분의 ‘리크스’에 있는 바, 원어 ‘leaks'를 국제 음성부호{International Phonetic Symbols, IPS}로 [li:ks]이지만 이를 현 한글체계로 바꿔 적은 대로 ’리크스‘라 발음하고 사용할 때, 원어를 읽을 줄 아는 국내․외의 어떤 이든 이상해 하며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단어 하나에서 원어/음이 왜곡된 부분이 무려 네 가지나 나타나는데, 1) 첫 음이 [l]에서 [r]음으로 바뀌었고, 2) 중간에 있는 장모음이 사라지고 단모음으로 되었으며, 3) 폐색 종성음 [k]가 파열되어 첫소리로 나타나 새 음절을 형성하고 있고, 4) 끝의 무성음 종성 [s]가 유성모음 [으]와 결합되어 별도의 음절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표기규정에 따라 적으면 수많은 전문용어들에서도 그렇듯 왜곡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리크스’로 적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던 인사라도 “적혀 있는 것대로 다시 로마자로 표기하여 보라”는 지적을 당한다면, 결코 원어 ‘leaks'를 찾아가지 못하는 모순을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리크스’를 어문 규정 중 다른 짝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철자가 ’RIKS'로 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엉뚱해짐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관련 문제의 심각성
외래어 표기법 문제의 심각성은 외국/외래 전문용어들에서 여실하다. 일례를 들어 초성 [f]를 한글로 ‘ㅍ’으로 적도록 한 현행 표기법을 따라 적자면 ‘file, pile’ 등이 동음_이의어로 되는 식이며, 또 ‘volt, bolt', 그리고 ’hub, herb', 심지어 ‘right, light, write, wright' 등이 한글로 적으면 식별이 안 되는 경우들이 무수히 생겨난다. 뜻글말{소위 한자어}에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 새로운 형태의 억지 동음_이의어들은 현대 문자생활의 확실성․가독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현대 정보화 문명에서 중요한 속도성/독해력까지도 떨어뜨리는 악_요인 중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이러한 [f, v]가 원어에서 종성으로 나타난 경우까지 한글로 옮겨 적자면 또 다른 규정상의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잘못 적혀지고 발음되어지며 혼동을 야기하는 소위 ‘외래어’가 50만개나 되는 국내 현실상황에서, 어찌 몇몇 단어들뿐이겠는가. 한글로는 제대로 적을 수 없는 [f, v]와 종성 [r] 등을 포함한 사례들을 여기에 일일이 적자면 끝이 없겠으므로, 지면 제약 상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위의 경우와 비슷하게 왜곡된 발음표기들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고유명사들을 포함한 모든 외국어(명사, 동사, 형용사, 감탄사 등; 숙어 및 문장)를 통틀어 작으만치 8할이나 된다는 점은 억지로 짜놓은 현행 한글체계 속에서도 ‘외래어 표기법’은 실제로 국가표준으로서 외국어 적기에 무리가 많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자복하고 있다 하겠다.
장래 문명은 국제 표준/규격화가 엄격히 이루어진 상태에 기반을 둘 것으로 전망되는 바, 전문용어의 표준화 또한 ‘외래어 표기법’의 문제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과 국위/국격을 얘기하는 마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독창적이며 과학적이라는 한글/훈민정음이 모순되게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사실 인재(人災)라 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글 단체들의 공개토론회 개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해당 국어/어문 전공자들이 이를 묵살/방치하고 있음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어 기본법 시행령 제 4조에 명시된 영향평가 대상 항목들과 최종 보고서의 내용을 비교해볼 때, 현행 표기법 관련한 인지도 및 수용도에 대한 설문조사 항목만 들어있음이 확인된다. 이는 시행령 4조 1항 2호의 가에 해당되는 내용일 뿐이고, 나머지 1호의 ‘국민의 국어사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2호의 ‘현실성 및 합리성에 관한 국민의 인지도 및 수용도’ 등 내용물이 모두 빠져 있음이 명백하다. 즉 이것들은 당해 영향평가의 내용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당국은 기본적으로 정비/개정 요청을 회피/도외시한 것으로 분석/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한 한글 운동가에 의하면, 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있던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 국어교육 연구소의 담당자에게 보낸 전자우편(2010년 8월 12일자)에 답신은 없었으나, 11월 11일 과제책임 교수와 통화하였을 때 ‘어문규범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 등 3가지 항목 내용이 빠져 있는 것에 대해 그도 인정하였다 한다. 또한 금번 영향평가의 주안점은 인지도 및 수용도에 관한 실태조사에 불과하다며, ‘(외래어 표기법) 개정에 초ㅅ점을 맞추려면 국립국어원 등에서 따로 조사 연구를 하고 토론회를 거쳐 국민의 공감대를 이뤄야하는 다른 차원의 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작년 말까지 막대한 국고로 수행한 당해 영향평가 과제에서는 현행 표기법이 국민의 국어사용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행 표기법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는 조사대상이 아니므로 과제책임자는 현실적 불편 여부나 까닭에 관한 의견들을 보고서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論理가 된다. 따라서 이는 현행 어문규범의 개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불투명한 과제를 문화관광부가 발주하였고 국어교육 연구소는 그에 따라 수행하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극이다.
한편, 국어_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영향평가는 어문규범 분과위원회의 심의사항인 것인 바, 국어_심의회와 어문규범_분과위는 재작년에 구성된 이래로 두 차례 열렸을 뿐인데 영향평가와 관련하여서는 심의한 기록이 없어, 비합법성 여론도 일고 있는 것으로 들어났다. 게다가 금번 영향평가는 본래 2009년 6월 24일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참석 하에 개최된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제 14차 회의에서 어문규정들의 정비를 전제로 상정․보고된 계획 안건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문화부 국어·민족_문화과의 담당 연구관은 ‘시행령 제 4조에 규정된 영향들 모두를 감안해서 설문 조항을 만들었다’고 하나, 과제책임 교수의 확인발언과 설문서를 살펴보면 그는 이를 호도한 것임이 들어난다. 그렇다면 매우 심각한 위법 사안이며 중대한 불법적 요소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고려되어지는 부분이다. 담당 연구관이 2011년 1/4 분기 내에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 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음이 들어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4. 수많은 오표기 사례 ‘위키리크스, 피프스’ 등
근래 ‘위키리크스’라는 전산망 기반 언론사 자체에 관한 기사가 글 또는 말로서 자주 인용되는 바, 원 이름은 ‘WikiLeaks'임은 전술한 바와 같다. 이 고유명사가 국내에서 잘못 발음되고 표기되어지고 있는 현상은 세계 최고라는 한글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잖아도 북한의 무력도발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 불안과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엉터리 어문표현으로 인한 대중의 혼동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일은 언론의 몫이기도 하다.
그 단어의 뒷부분 ‘Leaks'의 단수형은 일반에 알려져 있듯 ‘leak'인바, 그 발음을 국제 음성부호로 표기하면 [li:k]이고, 이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준하여 억지로 한글로 표기하자면 ‘리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복수형의 ‘leaks'의 발음은 [li:ks]인데, 이를 기계적으로 ’리크스’라 발음하거나 기록하면 원음과 사뭇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음운학적으로, 그 단수형의 종성 [k]는 개파(開破)되어야 하지만, 무성자음 [s]와 어울려 복수형이 되면 폐색음_화되는 특성이 서양어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복수형을 원래 발음에 충실하게 그러나 현행 표기법의 원칙에 준하여 한글로 적자면 [릭스]라 해야 하는데, 시중에서는 오히려 ’위키리크스’라는 잘못된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고, 음절수가 제한적인 일본식 표현에 익숙한 인사들 내지 출판물에 기반한 왜색물이기도 하므로, 우리 언론은 이러한 저급한 방식의 표현을 더 이상 답습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러한 단수․복수형의 경우에 있어 일견 한글표기 방식에 일관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어차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판정이 났기에 새로운 체계적인 어문규범이 사회약속으로 만들어질 필요도 있는 것이고, 그러기 전까지 바른 표기에 대한 시비가 반복될 수 있어 어문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단수형 명사로서 종성 자음소가 [p, t]로 되어 있는 경우들은 실제로 이와 공통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몇 개 들어보면, 표준국어_대사전에 ‘비트’라 올라 있는 원어들(보기: beet(s), beat(s) 등)이라던가 ‘coop(s), oop(s), poop(s), troop(s)' 등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WikiLeaks'는 한시적으로 (온전한 ‘외국어휘 한글표기 규정’이 새로 만들어지기까지) ’위키릭스‘로 적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단 이러한 파열/폐색음 외국/외래어의 정확한 한글표기뿐 아니라, 어문규범들이 불분명한 例外 조항들 없이 국가 표준으로서 공정하게 모든 관련 어휘에 적용된다면 국민들은 일상의 말글살이에서 한층 수월하고 당당하게 표현/소통할 수 있을 터이기에, 그러한 오류/혼란의 배경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더 이상 지체 없이 국어_심의회를 소집하여야 할 것이며 국어_심의회는 1차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관련 어문규범을 올바로 다듬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5. 잘못된 표기를 방치/조장하고 있는 행정당국
최근 언론에서 오기하고 있는 단어 '위키리크스'에 관하여 외래어 표기를 관장하고 있는 국립_국어원에 공식 의견을 다음과 같이 물었더니, 이튿날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였다.
위키리크스 (등록일 2011.01.06)
작성자: 李의재 (조회수 11)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위키리크스'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원어로는 'WikiLeaks'라 되어 있어, 과연 그런 한글표기가 옳게 된 것인지 국어원측의 공식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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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작성자: 온라인 가나다 (답변일자 2011.01.07)
안녕하십니까?
국립국어원 누리집 찾기 마당의 외래어 표기 용례에서 ‘위키리크스(Wikileaks)’의 표기 例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어원에서는 그러한 오류를 모른 채 엉터리로 인정/조장하고 있다는 얘기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찾기 마당>외래어 표기법>용례찾기’로 들어가 검색창에서 ‘위키리크스’라 입력하고 ‘찾기’단추를 눌렀더니, 용례나 설명이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련사항으로 창시자의 이름이 나왔다. 보물찾기 놀이하는 것처럼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
혹시나 하여 생쥐(mouse)를 옮겨 원어로 된 이름에 화살표시를 갖다 대니, 이어진 정보가 있다는 표지가 보였다. 그래서 이를 누르니 창이 바뀌며 도표가 나타나고, 그 속의 항목 중 하나에서 비로소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라 씌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밑줄에는 ‘관련 규정 및 출전’으로 ‘영어 표기법, 실무소위(100816)’라 부기되어 있었다.
원어 ‘WikiLeaks'에서 중간의 대문자를 무시하고 표기한 것은 그렇다 치고, 그 속 내용을 해독하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해보니, 아마도 ‘2010년 8월 16일에 열린 실무차원의 소위원회(정부언론 외래어 심의공동 위원회 위원장 권 재일 국립 국어원장 겸임)’에서 창시자의 이름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항목들의 발음도 한글로 표기할 필요가 있어 ‘영어 표기법’에 따라 ‘위키리크스’ 등으로 적기로 하였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무소위에 참석하여 결정한 위원들(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히 국어원 임/직원이 포함되어 있을 것임)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그들이 직접적으로 정확한 학술적 답변을 책임지고 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WikiLeaks'의 한글표기는 2010.11.11일자 국어원의 게시판 ‘온라인 가나다’에 질의된 'peeps'라는 단어와 분명 같은 맥락의 문제이다. 그 때 국어원이 처음엔 ‘피프스’라 적는다고 답했다가, 전문적 지적을 받고서 11월 15일에야 ‘핍스’로 적는다고 수정한 사례를 참조로 하여, 단지 한 단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절대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과연 학술적으로 정확한 표기가 무엇인지 재삼 숙고하여 옳게 밝혀주기 바란다는 질문과 요청을 다시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면피식 답변이 있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작성자: 온라인 가나다 (답변일자 2011.01.10)
안녕하십니까?
말씀하신 대로 영문 표기는 ‘WikiLeaks'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며, 누리집의 표기는 수정하겠습니다. 또한 ‘WikiLeaks'의 외래어 표기는 아직 정식으로 단독 사정된 표기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며, 앞서 안내한 표기는 참고할 수 있는 표기임을 알려 드립니다. 다만 이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의 표기 제1항 3과 제2항 1을 적용한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답변의 마지막 문장은 질문에 대해 우회/회피적인 언사로서 정답이 아님은 분명하고, 답변으로 인용한 표기법 항목을 참조해본 누구라도 (특히 영어권에서 살아본 지식인이라면)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에 동의할 것이다. 또 앞서 수정한 ‘peeps'의 표기문제와 배치되는 답변임을 간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論評할 가치가 없는 답변이라고 판단되며, 국어 연구원은 과연 책임감 있는 전문기관인지 의구심만 깊어가는 현실이다.
6. 바른 길로 가지 못하는 까닭?
일반 국민들은 이것을 외국어라 해야 할는지, 아니면 외래어인지 헷갈리면서 기억하기도 수월치 않은 단어이다. 지난 주 한국방송에 출연한 어떤 이는 이를 [리키위크스]라고 엉뚱하게 발음을 하여, 좌중이 웃음바다가 된 일이 있었다. 언론이 원어에 가깝게 한글로 표기하였다면, 선량한 시민들이 그런 착오로 망신을 당하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새로운 말을 글말{문어文語}을 통해 눈으로 익히기 보다는 입말{구어}을 통해 귀로 익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알고 있는 단어와 관련을 지어 기억하기 마련인 것이니 아마도 ‘리키’라는 사람이름과 ‘위크’의 복수형 결합으로 착각한 듯하다. 이렇게 원어를 들을 기회보다는 국내에서 잘못 알려지고 있는 생소한 발음을 따르려다 음절이 도치되는 착오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게다가 ‘리크스’는 곧잘 도치되어 ‘리스크(risk)’와 혼동되기도 하여, 실제로 ‘위키리스크’라 표기한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이 단어와 관련하여 음운구조가 비슷한 경우 몇 개를 표준국어_대사전에서 더 들어보자. 웬만큼 영어공부를 한 사람이면 ‘lake, rake'라는 단어는 기초에 속할 것이다. 이 단어들의 발음은 각기 [leik], [reik]로서 종성 [k]는 폐색음이 되기도 하고 개파음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복수형은 ’lakes, rakes'이고 발음은 [leiks, reiks]인데, 여기서 ‘k'는 어쩔 수 없이 ’s‘와 어울려 폐색음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한글로 ’레이크, 레이크스‘라 적어야 한다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권위를 내세울 것인가?
아직도 억지를 부리며 국민들이 바른 길 가기를 방해하려는 이가 있다면, 이 ‘lake'의 파생어인 ’lakeside'의 발음 [leiksaid]를 한글로 적어볼 때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 국민을 우롱한 자기의 잘못을 알고도 바른 답을 인정치 않고 고집을 부리는 자는 진정한 학자가 아니며, 선진사회 대한민국에서는 퇴출되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7. 어문정책의 실종
작년 여름에 수도권과 서해안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의 이름표기도 억지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회원이 보내온 글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한심한 관료주의의 폐해이자 어문당국의 어문정책 부재 실태를 보는 것 같아,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글을 약간 다듬어서 (그러나 내용은 그대로) 여기에 옮겨 싣는다.
정말 오랜만에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태풍의 이름을 왜 "곤파스"로 표기하는지 理解하기 어렵습니다. 일본(기상청)의 작명 순서가 돼서 원을 그리는 도구 또는 羅針판인 ‘컴퍼스’를 일본식 발음으로 표기했다고 하는데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는 원을 그리는 도구라는 뜻으로는 영어의 ‘compass’에서 유래한 것인지 화란어의 ‘Kompas’에서 유래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コンパス"가 외래어 단어로 정착되어 있고, 우리가 어렸을 때 원을 그리는 도구를 일제 시대 쓰던 대로 "콤파스"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에서 국제기구에 태풍 작명(안)으로 제출할 때 '가나'로 표기할 리는 없고 로마자화하여 아마도 "Kompas"라고 했을 터인데, 이걸 우리나라에서 일본이 작명한 냄새가 나도록 국어원의 자문을 받아 기상청에서 "곤파스"로 발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굳이 일본어 "コンパス"를 역으로 추적하여 이를 한글로 표기한다 해도 "곤파스"는 맞지 않습니다. 혹시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 규칙 때문에 "コ" 를 "코"라 못하고 "고"라 했는지 모르겠는데, "パ" 앞에서 "ン"을 "ㄴ(N)" 로 한 것도 분명한 잘못이며 "ㅁ(M)"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상청의 의도(?)를 살린다 해도 "곤파스"보다는 "곰파스" 가 맞고, 일본 기상청이 "Kompas"라고 했다면 한글 표기는 "콤파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8. 잘못 표기되고 있는 외국어를 어떻게 말하고 적어야 할 것인가
외래어는 우리말에 없는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이 있음에도 외국어를 들여다 쓰면서{잉여 외래어?}, 이를 부득불 ‘외래어이며 국어의 일부’라고 권위의식과 억지를 부리는 궤변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러한 잘못된 관행이 우리말을 잠식하고 병들게 하며, 심지어 사라지고 죽게 만드는 데도 말이다. 그 결과는 또한 국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인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비근한 例로, 근래 똘똘전화(SmartPhone)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른모(software package)를 영어권에서 ‘ap'이라 하는데, 이 말을 사례로 들어보자. 이는 원래 ‘응용’이라는 뜻의 'application'의 준말이다. 그런데 이전에 한국에서 영어를 선호하는 이들이 이 단어를 쓸 경우, 이를 [애플리케이션] 대신 '어플리케이션’이라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언론을 포함하여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파생어 ’ap-store'도 활개를 치고 있고 한국에서도 모두들 ’앱, 앱스토어‘라 하지만, 만일 지금도 이를 ’업, 업스토어‘라 발음해야 한다는 이가 있다면 당장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career'도 있다. 이를 ‘캐리어’로 잘못 말하여 ‘carrier'를 말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거나 혼동을 주는 이들이 상당 수 있음은 안쓰런 비극이다.
한국방송 새소식(2011.5.12 저녁7시18분)에서 진행자가 [태즈매니아]라 하는 이상한 말을 듣고 표준국어_대사전을 확인해 보았더니 똑같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원고에 그것이 옳다고 적어놓았을 것이고, 원고에 따라 발음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원어는 ‘Tasmania'로서 호주의 지방이름인데, 일반적으로 ’mania'는 ‘마니아’라고 적고 있으나 여기서는 ‘매니아’로 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앞부분을 [타스]가 아닌 [태즈]라 발음한 것과 함께 일관성 있게 미국식 발음을 따르려면 뒷부분도 [매니어/매녀]라 하고 그에 따라 적어야 실제로 보다 정확한 표기가 될 것이므로, ‘마니아’건 ‘매니아’건, 이상한 표기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방송진행자의 원고에 ‘태즈매녀’라 한글로 적혀 있었다면 그는 미국음에 가까운 발음을 훌륭하게 해 냈을 것인 바, 한편으로 과연 이것이 우리말 음운체계를 망가뜨리는 행위일까?
잘못된 발음임을 지적하여도 언론이 앞장서 써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대중은 잘못된 말을 계속 사용하게 되고, 결국에는 선진 식자들의 비웃음을 사게 될 뿐이다. 이런 식으로 국내인들의 잘못된 지식/발음이 횡행하는데,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불란서나 중국처럼 우리도, 아예 외국어를 사용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불리익을 당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인가? 미래 지향적 새로운 표기법에는 부디 외국어 濫用에 대한 국가 정책적 기본철학이 담겨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