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B 트레킹 선답자들의 기록에 의하면 전 구간 진행 중 거의가 2~3구간은 우중 트레킹을 한 예가 많고, 어떤 팀들은 3~4일 비를 맞고 트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8일째 맞는 오늘도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우리의 TMB 일정 선택은 정말 탁원한 선택이며 행운이라 아니할 수없다. 희망 사항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날까지 우중 트레킹은 사양하고 싶다. 오늘 일정은 일단 샹펙스(Champex)까지 버스를 타고 진행하기로 하고, 샹펙스 로 카일 레 캠핑장에 캠프를 설치하고 호수 주변을 관광, 산책하며 휴식을 취할 것인가는 현지에 도착하여 결정하기로 한다. 이 구간은 가이드 팩 팀은 대체로 버스를 타거나, 전용버스로 건너뛰는 구간으로 진행한다. 개인적인 트레커들도 건너뛰는 구간으로 진행을 하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텐트를 철수 배낭 팩킹을 한다.
캠핑장 뒤 Six Mers(2,939m)봉우리에 햇살이...
글레시 캠핑장을 떠나며...
멀리 빙하(Glacier de I'A Nneuve)를 중심으로 좌 la Maye(2,638m) 봉, 우 Six Mers(2,939m)봉
캠핑장 입구 안내판
글레시 캠핑장을 떠나며...
허울 좋은 4성급 글레시 캠핑장을 나와 라 풀리 마을 중심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샹펙스로 향한다. 라 풀리에서 샹펙스까지의 TMB 트레일은 이쎄(Issert 1,065m)까지는 작은 계곡 하천을 사이에 두고 버스 도로와 거의 나란히 걷는다.
그러다가 이쎄에서 버스 도로와 헤어져 고도를 높이며 오래된 삼림 오솔길로 접어들어 약 400m 고도차가 있는 샹펙스 호수(1,466m)까지 걷게 된다.
우리가 탄 버스는 오르시에(Orsie'res) 또는 오흑시에흐(현지인들이 주로 부르는 발음)까지 가서 샹펙스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오르시에(Orsie'res)는 작은 마을로 기차역 종점이다. 기차 로선은 마흐트니 역을 거쳐 샤모니까지 빨간 등산열차가 다닌다.
샹펙스로 가는 버스 내부.
오리스에에서 버스를 바꿔 타고 샹펙스 호수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스윗치 백( 지그재그) 구간이다. 운전기사의 운전 솜씨가 빛을 발하는 구간으로 차내 우리들의 몸도 좌우 요동이 예사롭지 않다. 버스 요금은 추가로 받지 않는 것이, 라 풀리에서 버스 승차 시 지불한 요금에 오리시에에서 샹펙스까지 가는 버스 요금도 포함돼 있는 모양이다.
굽이굽이 돌아 오른 버스가 호수변에 우리를 내려 준다. TMB 구간 중 세 번째 큰 마을이라 상가도 제법 어울려져 있다. 마트에 들러 간단한 간식과 음료수를 구입하고, 호수가 벤치에서 여장을 풀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샹펙스 호수(Champex Lac 1,466m)
고도 약 1,500m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만년설과 빙하에서 흘러 내려온 빙하 호수는 보는 그대로 유리알처럼 맑고 청초하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 수영을 하는 사람 등, 저 마다 각양각색으로 즐기고 있다.
호수변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TMB 트레킹을 한순간 잊은 듯 망중한의 연화.
샹펙스 호수 노짱의 인증 숏
호수 건너에서 아름다운 호른 소리가 들려, 줌으로 최대한 당겨 보았다.
보트를 타는 사람, 고무 튜뷰로 된 카누 같은 물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 등 휴양지의 모습이다.
샹펙스 호수에서 가야 할 방향의 이정표
전형적인 스위스 목조 주택 같은 호텔.
오늘 샹펙스 호수 이후 일정을 논의한다. 제 1안으로 지금부터 TMB 정식 구간인 샹펙스 던 오뜨~샹펙스 던 바~플랑 루~라 주어헤~보빈느 산장~포르 클라 고개~르 프티 캠핑장까지 약 6시간 30분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무리가 될 것이고, 제2안으로 호수 끝 자락에 있는 로 카일레 캠핑장에 12시도 안 된 이 시간에 입촌하여 야영을 하기도 어중간하다. 그렇다면 제1. 제2안을 제외한 다른 방법은? 말하자면 있다. 내가 만에 하나 극약처방으로 준비한 비장의 카드, 즉, 탈출로가 준비되어 있는것이다. 제1안 TMB 정식 구간을 걷지않고 크게 우회하여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여 르 프티 캠핑장으로 바로 점프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만약 계속된 우중 트레킹으로 체력이 바닥나고 육체적,켄디션이 제로 상태이거나, 팀원 중 누구라도 심각한 부상으로 더 이상 TMB 트레킹을 계속할 수 없을 때를 가정하고 여러군데 탈출구를 준비한 방책 중 하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어느 곳에서도 샤모니 베이스 캠프인 아롤레스 캠핑장까지 차량으로 빠져 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중론이 오늘 TMB 1구간을 점프하여 버스~ 기차~버스를 이용, 르 프티 캠핑장까지 가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TMB 전 구간 중, 2구간을 건너뛰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구간보다는 대체로 쉬운 구간인데 건너뛰자니 아쉽기는 아쉽다. 그러나 어쩌랴~ 나 혼자가 아니고 대 다수 사람들이 원하는데 따를 수밖에...
혹자는 걸어서 돌 던, 차를 타고 돌 던, 한 바퀴 도는 건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 탈 없이 걸어 온 것만으로도 모두들 대단하다 할만하다. 더 이상 미련 두지 말고 12시 55분 오르시에로 다시 고우-백 하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마음을 비워버리고 샹펙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버스 요금은 차내에서 운전수에게 지불하는데, 짧은 거리임에도 라 풀리에서 샹펙스 올 때 요금 하고 같은 요금이다.
버스는 반대로 오전에 스윗치 백으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던 그 길을 다시 내려간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다.
EK님이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서 차 바닥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는데, 오리시에 역 정류장에 도착을 하여 버스 내부를 구석구석 찾아보았으나,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 승객도 우리 팀원 말고는 몇 사람 타지도 않았고, 중도에서 내린 승객도 없는데, 핸드폰이 없다니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다.
한참을 기다려 주던 버스운전기사가 다음 배차지로 가야 한다며 가버린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기다. 잃어버린 당사자는 물론이고 모두가 패닉 상태다.
잃어버린 핸드폰에는 당사자인 EK님의 개인 정보는 물론 지금까지 힘들게 걸어온 TMB의 여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팀원 모두가 망연자실이다.
분명히 버스 내부에서 분실하여, 버스 내부를 이 잡듯이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버스는 떠나버렸다. 정말 어이가 없고 허망한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13시 30분 기차를 타고 마흐트니에 도착하여, COOP(우리나라 이 마트와 같은 유럽의 대형 체인 마트)에 들려 식자재와 먹거리를 구입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르 프티 캠핑장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 빠듯하다. 기차 편도 많지 않고, 마흐트니에서 르 프티 가는 버스편도 하루에 몇 대밖에 없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오늘 르 프티 캠핑장으로 갈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제1 안인 샹펙스에서 6시간 30분 걸려 서라도 TMB 구간을 걸어간 것보다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일정을 감안하여 핸드폰을 분실한 당사자 EK님은 물론 다른 팀원들을 독려하여 13시 30분 발 마흐트니역 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정신없이 가다가 환승역인 셈브란치(Sembrancher)역을 지날 뻔했다. 부랴 브랴 배낭을 챙겨 기차에서 내린다. 같은 홈에서 기다리다 도착한 기차에 다시 올라 마흐트니 역에서 내린다. 버스 시간이 1시간 남짓 여유가 있다. 역 주변에 있는 COOP 매장을 찾아갔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다. 하는 수없이 역사 근처 작은 마트에서 아쉬운 대로 장을 보고
버스정류장으로 이동, 르 프티 캠핑장 방향으로 가는 버스와 버스시간이 내가 세운 계획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팀원들을 기다리게 하고, 나는 마흐트니 역사에 들어가 스위스에서 사용할 스위스 트레블 패스(플록시) 3일권을 1인당 267프랑, 4인(노짱. 원삼. 연화. EK) 1,068프랑을 주고 구입하였다.
이곳은 우리 네 사람이 TMB를 마치고 프랑스 샤모니에서 2차 여행지 스위스 그린델발트로 넘어갈 때 첫번째 환승을 하는 역이다.
스위스 철도(SBB CFF FFS) 사무소와 마흐트니 앞 버스 정류장에서...
역 주변 칼스버그 맥줏집 간판이 눈에 익다.
스위스나 이탈리아의 대중교통은 물론, 특히 오지로 가는 버스 시간표는 잘 보고 해석을 잘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로 암호처럼 깨알같은 글씨로, 비수기와 성수기 그리고 주중과 주말에 운행 시간대와 운행 횟수가 각각 다르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정된 시간에 버스가 들어온다. 큰 마을버스 터미널이 아니면 버스 티켓을 파는 곳이 없다. 역시 버스 승차 시 요금 정산을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작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굽이 굽이돌고 돌아 고도를 높이며 올라간다. 도로 옆 70~80도 경사진 비탈에는 키 작은 포도나무가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영글어 가고 있다. 이런 포도밭에서 난 작은 포도알로 와인을 만드나 보다.
마흐트니 시내를 벗어나며 버스 안에서...
스윗치 백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점점 고도 차를 벌리며 내려다 보이는 마흐트니 시내...
버스가 고개 정상에 다다른다. 이 고개가 포르클라 호텔이 있는 포르클라 고개(Col de la Forclaz 1,526m)다. 관광객과 배낭을 멘 트레커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TMB 루트로 걸어왔다면 이 고개를 경유하게된다. 그런데 우린 정식 TMB 코스를 걷지 않고 버스~기차~버스를 갈아타면서 멀리 빙 돌아서 이 고개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고개를 지나 몇 굽이를 돌아 내려가자 우리가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에서 내려 숲 사이로 내려다보니 멀리 르 프티 캠핑장이 보인다. 오늘 밤을 지낼 캠핑장이다. 약간의 급 경사지를 지그재그로 내려가니 큰 내가 흐르고 다리를 건너서 캠핑장에 안착을 한다. 많은 캠퍼들이 먼저 도착하여 텐트를 설치해 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때가 때인지 어딜 가나 캠핑장은 마원이다.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정해 텐트를 설치하고, 오늘 하루의 복잡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다. 핸드폰 분실 사건이 없었고, 원래 계획대로 정통 TMB 코스로 걸어왔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마는, 만사가 뜻대로 된다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겠는가.
어찌 되었건 내일 하루만 걸으면 대망의 TMB 트레킹을 종료하고 프랑스 샤모니에 입성하게 된다.
마을 공동체로 운영하고 있는 르 프티 캠핑장에 텐트 설치를 마치고...
1인당 6프랑의 저렴한 야영장답게 편의 시설은 그다지 훌륭한 편이 아니다.
캠핑장에서 10여분 내려가면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 뜨리앙(Trient 1,279m) 마을이 나온다. 가이드 팩 팀이나, 야영장비가 없는 트레커들은 트리앙 마을에서 묵어 간다.
성모상 뒤편으로 몽고 게르 두동 설치되어 있다. 들어가 보니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파는 레스토랑이다.
마친 최 군이 나타나서...
내일의 일정을 준비하며 주변 그림 지도판을 보고...
텐트 안에서... 그래도 해맑은 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