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노은동 꽃시장 뒤쪽에 가면 대감이 살고 있을 법한 잘 꾸며진 한옥이 있다. .누가 저런 웅장한 한옥에 살고 있을까?
시간 나면 한번 찾아가 봐야지 하고 벼르다 2010년 9월 초순경에 한옥을 방문 하였다. 대문 옆에는 커다란 개장에 검정 개가 컹컹 짖고 그 옆 우리에는 염소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 본다.
그래. 알았어! 내가 너희들 살려줄게.
염소의 뿔을 잡고 밀며 힘겨류기하던 어린 시절이 있어 염소만 보면 오랜 친구 보듯 반가운 웃음이 나온다. 집안을 지키는 높다란 돌담도 정성을 들여 아름답게 꽃 무늬를 넣었다. 묵직한 대문에 달린 사자 문고리를 잡고 탕탕 치면 " 게 누구요?" 하고 하인이 나올듯 하나 그 옆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집안에 설치된 외부 출입자 감시용 카메라를 통해 두리번거리고 있던 방문객을 맞이하려고 그 집 안방마님이 나오셨다. 앵? 이런 집에 살만한 관상이 아닌데? 무슨 일로 오셨냐고 하기에 "누구세요?" 하고 되물었더니 이 집 며느리라고 했다.." 어머니 손님 오셨어요" 하자 대청마루에서 고추를 손질하고 있던 60대 초반의 여자가 무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 아니 이건 완전히 두꺼비 상인데 어쩌다 이런 부자가 되었을까?' 내심 생각하며 " 아 예 여사님 지나다가 워낙에 집이 좋아 보여 구경 왔습니다 ". "구경하세요. 커피는 없고 여기 음료수 하나 드세요," 하면서 박카스 한 병을 내밀었다. 고맙다며받아 들고 집을 둘러보았다. 엄청난 규모다.
마당은 옛날 집처럼 석등도 놓고 맷돌로 디딤돌도 만들어 고풍스러운 정원으로 가꾸어 놓았다. 휙 한번 둘러 보고 사장님 계실 때 좀 더 구경해도 좋으냐고 했더니 그리 하라는 답변을 듣고 나왔다.
되로 받았으니 말로 갚아야 하는 법.며칠이 지난 후 박카스 한 박스를 사들고다시 그 한옥집을 방문하였다. 예상대로 한옥을 건축한 건축주인 영감이 있었다. 영감의 얼굴도 아내와 다를바 없이 이상하게도 돈 복이 없어 보였다. 말을 주고 받을 상대는 아니었지만 밖에 있는 염소와 개를 살리기 위해말을 건넸다...." 사장님 집은 엄청나게 돈 많은 사람이 살만한 집인데 부자 신가봐요?" " 뭐 부자는 아니고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 받은 재산이 200억 정도 되지" " 이 집은 누가 설계했어요?" "내가 원래 한옥을 좋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한옥을 누가 가졌는지 알아봤더니 롯데 신격호 회장이 살고 있는 한옥이더군. 그래서 그 집과 똑같이 지어 달라고 했지" "어디 목수를 데려다 지었어요?" "경상도 대목수를 데려다 2년걸려 지었어" " 대단하십니다."
" 근데 서운해 하지 마시고요. 제가 보기엔 사장님은 장수 할 관상이 아닙니다. 너무 기분나빠 하지 마세요" "뭐 기분 나쁠 것도 없어 우리 집안은 70넘긴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 "사장님 제 말을 듣고 믿으시면 70을 넘겨 장수 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
"대문옆에 개와 염소가 있지요?" "있지 내 몸 약해지면 먹으려구 키우고 있지" " 그 개와 염소가 살아 있는한 사장님은 죽지 않으실겁니다" " 그걸 어떻게 믿어?" " 제가 관상쟁이거든요. " "그야 뭐 어렵지 않지" 3년이 지나 그 집을 다시 찾았다. 검정 개가 컹컹 짖고 염소는 멀뚱거리며 쳐다 보았다. 차를 돌려 집으로 오면서 생각했다. 저 동물들이 살아 있으니 영감도 살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