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6일 금요일. 맑고 덥다.
돌아온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두 정거장을 지나 다시 내렸다. 카르타고 유적지를 보기위해서다. 어제 보지 못한 곳이다. 카르타지 한니발 지역 모스크 (Mosque Malik Ibn Anas Carthage)도 본다.
새로 지은 엄청 규모가 큰 모스크다. 사람이 없고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걸어서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간다. 멀리 언덕 위로 성당이 보인다. 버스를 탔다. 아주머니 승객들이 많다. 이제 튀니지를 떠나는 수순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어제 보지 못했던 메디나의 옥상 테라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요즘 튀니스에서 핫한 장소다. 버스에서 내려 부지런히 메디나를 향해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를 걸어간다.
이제 시내 길도 익숙해져 편안하다. 작은 분수대가 있는 빅토리아 광장의 프랑스 문을 들어서면 시작된다. 자이투나 모스크를 중심으로 재래시장인 수크 거리에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메디나 오래된 골목길에서 옥상 전경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입구를 찾았다.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고맙게도 작은 가게 주인이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알려준 아저씨는 결국 보상을 요구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2.5디나르(1,000원)를 기부했다. 아저씨는 감사하다고 친절하게 옥상까지 동행해 주었다. 여기는 옥상 루프탑 뷰가 예쁘다고 해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힘주어 찾아온 것이다.
타일 장식은 예쁜데, 관리가 부족한 상태다. 고대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도자기와 유물 같은 것들이 옥상 테라스에 이리저리 보인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제곡 A Whole New World의 가사가 생각난다.
I can show you the world.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화려하게 꾸민 옥상 정원이다. 튀니스 메디나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게나 주택의 옥상에 꾸며놓은 테라스다.
오색 찬란한 색깔의 타일을 박아 만든 의자와 아치문은 마치 하늘 세계의 정원에 와 있는 듯 아름답다. 색색의 타일 의자에 앉으니 아치문 안에 자이투나 모스크의 뾰족한 첨탑이 쏙 들어온다. 그림 액자가 따로 없다.
좁고 답답한 메디나에 살던 사람들은 옥상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생활의 여유를 찾은 것 같다. 인터넷 지도가 안 먹히기 때문에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튀니스의 전경이 모두 보인다.
모스크의 돔과 미나렛, 골목으로만 다니던 메디나의 구시가지가 이제 지붕과 옥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숙제를 마쳤다. 옥상에서 내려와 입구를 다시 살펴보니 찾기가 어렵겠다.
단체 관광객들이 입구 앞에서 모여 서성거린다. 전통의상과 도자기 종류를 팔고 있는 커다란 상점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대낮인데도 어두운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분수대와 프랑스 게이트를 나와 숙소 방향으로 걷는다. 밤발로니(Bambalouni,도넛빵)를 만들어 팔고 있는 작은 가게를 만났다.
기름에 튀긴 밀가루 반죽이 주된 재료이며 설탕을 뿌리거나 꿀에 찍어 먹는다. 하루 중 시간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밤발로니 1,000, 브리크(Brik) 1500, Ftira 1,000. 브리크는 으깬 감자와 달걀, 캔 참치 등을 소로 넣어 기름에 튀겨 내는 길거리 음식이며, 라마단 기간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일종의 튀긴 만두다. 프티라(Ftira)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빵이다. 반으로 잘라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 형태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티라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올리브, 토마토, 양파, 참치 등 지중해의 신선한 재료들이 주로 사용된다. 어제 먹었던 빵이 프티라다.
이번에는 튀긴 만두 브리크를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슈퍼에 들러 구경을 하다가 음식 코너에서 치킨과 생선요리를 주문해서 사온 레몬주스와 함께 먹는다.
슈퍼 안에 긴 식탁과 높은 의자가 마련되어있다. 점심으로 든든히 마지막 식사로 튀니지를 기념했다. 오후 2시에 숙소에서 주인을 만나 방 키를 반납하고 인사를 했다.
고맙게 이틀을 묵은 포근한 집이다. 시내로 나와 공항 가는 택시를 잡았다. 15디나르(6,000원)를 흥정해서 주고 공항으로 간다. 오후 6시 출국이라 시간이 많이 있다.
공항 앞에 있는 주차장 정원으로 나왔다. 깔끔하고 조용한 햇살 가득한 정원이다. 튀니지에서 사용하고 남은 돈을 유로로 환전해서 받았다.
10유로다. 환전 시 반드시 영수증 챙기기가 생각난다. 출국하면서 디나르>유로 혹은 달러로 환전할 경우 이전에 환전했던 영수증을 요청한다.
오후 6시 모로코 항공으로 튀니지를 떠난다. 53번 게이트다. 출국시 외환 불법 반출 여부를 철저히 단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0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있는지 형식적으로 물었다. 구두로 없다고 말하며 통과했다. 비행기는 어김없이 정시에 이륙했다. 이제는 모로코로 간다.
짧은 비행시간이지만 기내식도 주고 콜라와 커피도 준다.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튀니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