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4일 일요일, 맑음 14~30℃.
새벽 시간은 형수의 움직임 소리로 시작된다. 주방에서 소리가 나면 형수의 컨디션이 살아난 것이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어제 못한 빨래를 했다. 샤워를 하면서 빨래에 샴푸를 부어 밟아서 간단하게 해치우는 것이다.
수건으로 빨래를 미리 짜서 널어놓으면 잘 마른다. 아침 식사는 소고기 감자 찜에 야채와 밥으로 즐거움을 갖는다. 가지고 온 햇반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아침식사 시간이 아침 6시다. 점점 빨라진다. 모두 늙어서 아침잠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금 젊은 아내는 일어나는 것이 제일 느리다. 주방 선반에 올려 진 이상한 커피를 타서 마신다. Orzo e Caffe로 보리와 커피가 혼합된 인스턴트 가루형태 커피다. 맛이 이상해서 더 이상 마시지 않기로 했다.
점심 준비로 계란프라이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야무지게 포장을 했다. 주일이라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순우 목사 새벽설교 동영상을 틀어 놓고 예배를 드린다. 골로새서 말씀이다. 출발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로 정했다. 우리 숙소는 보이테(Boite) 강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미주리나 호수를 가려면 코르티나 담페초가 있는 서쪽으로 가면 빠르다. 그라나 서쪽 길은 경사가 심하고 왔던 길이다.
우리는 좀 멀지만 도로가 완만하고 가보지 않은 동쪽 길을 선택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강을 따라 가는 길이 참 한가하고 아름다웠다. 강과 숲길을 가는 분위기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아름다움과 같았다.
거의 한 시간을 달렸다. 오전 9시 경이다. 호텔 Albergo Cristallo 한 채가 SR48 도로가에 외로이 자리 잡고 있다. 차가 몇 대 주차해 있어 우리도 쉴 겸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산 방향으로 길을 건너간다.
무엇이 있는 지 궁금해서 우리도 따라가 보았다. 멋진 돌산아래 예쁜 평원이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간다. 엄청 큰 소들이 우리를 위협한다.
길가에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Valbona, Lago del Sorapis라는 글이 보인다. 이 지역 이름이 Valbona인 것 같다. 소라피스 호수라는 단어가 머리에 들어온다.
처음 들어보는 호수 이름이다. Misurina 호수까지 5,7km 남았다는 자전거 도로 표시가 옆에 있다. 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소라피스 호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두 아가씨가 각자 개를 한 마리씩 데리고 등산 차림으로 앞서 간다. 표시판이 가리키는 대로 우리도 따라 걸어간다. 가벼운 마음으로 호수를 기대하며 걸어간다.
농가도 지나고 다리도 하나 건너간다. Valbona 1377m, 원두막(rifugio Vandelli)은 해발 1928m라는 표지판도 찾았다. 트레일 헤드(출발점), 파소 트레 크로치(Passo Tre Croci)가 보인다.
호수까지의 거리는 없었다. 점점 더 깊이 들어간다. 침엽수가 곧게 솟은 숲길로 들어서니 Auronzo 21,2km라는 표지판도 발견했다.
우리는 호수가 있다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간다. 함께 얘기하며 걷는 길이 평지라 아주 걷기 쉽고 그늘이라 시원하다. 주변 모든 환경이 예쁘다.
들꽃들도 피어있고 작은 농막도 분위기를 좋게 한다. 개를 끌고 가는 등산객 부부가 앞서 간다. 부지런히 따라가 Sopisc 1350m에 도착했다.
호수는 보일 기미가 없다. 호수 방향을 안내판이 가리키고 있다. 이제 부터는 올라간다. 길이 경사가 심하고 좁고 돌길이다.
마침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호수까지의 시간을 물어보니 2시간 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웃으며 말해 준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핸드폰으로는 2분 거리라고 뜨는데, 농담인줄 알았다.
좀 오르다가 아내와 형수는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멈췄다. 형과 함께 호수를 찾아보려고 계속 올라간다. 오르다 힘들어 멈추고 뒤 돌아보면 바로 옆에 엄청난 절벽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멀리는 트레치메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멋진 경관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계속 올라간다. 금방 나올 것 같은 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제법 많이 올라왔다. 눈높이 건너편 절벽에는 바위 구멍에서 폭포가 흘러나온다. 저 폭포 밑이 호수인줄 알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물을 마시고 힘들여 또 올라간다. 먼저 출발해서 중간에서 쉬고 있는 모로코 가족을 만났다.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올라가고 있는 모로코 남자가 힘들어 보인다.
우리도 힘들어 잠시 쉬면서 하늘을 보니 일직선 비행기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르고 있다. 멋진 바위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있다.
호수를 찾고야 말겠다는 고집으로 계속 오른다. 키 작은 고목들과 귀해 보이는 야생화가 우리를 응원해 준다. 드디어 평지 좁은 길을 돌아서는데 건너편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가 걷는 코스는 217번 길인데 다른 방향 215번 코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드디어 호수를 만났다. 정말 2시간이 걸려 호수에 도착한 것이다.
이 산 정상 부근에 이런 호수가 있다니 정말 감탄이다. 소라피스 호수다. 소라피스 산 속에 보석처럼 나타나는 호수다. 호수 색깔도 하늘색 비슷한 블루 사파이어다.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만난 페이토 호수와 물 색이 같다. 둥근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마냥 호수를 바라본다. 주변에 바위도 많은데 바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소라피스 또는 푼타 소라피스(Punta Sorapis)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지역의 돌로미티 산맥에 위치한 산이다. 코르티나 담페초 코무네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고도는 3,205m다.
그 근처에는 같은 이름의 산길과 산기슭에 위치한 소라피스 호수(Lago di Sorapiss)가 있다. 거대한 수직 면면을 가진 소라피스는 산악 배경의 일부로, 마을에서 남동쪽으로 약 9킬로미터 떨어진 휴양 도시 코르티나의 일부입니다.
석회암 돌로마이트 지층은 불규칙하고 험준하며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봉우리로, 동부 알프스의 일부다. 산기슭에 위치한 소라피스 호수는 해발 1,925미터에 위치한 빙하호다.
소라피스라는 이름에는 현지 방언으로 '폭포 위'라는 뜻의 전설이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왕 소라피스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 속에서 스스로를 바위산으로 변하게 했다.
한 마녀가 충동적인 왕의 딸 미수리나에게 마법의 거울을 약속하며 그녀의 집에 그늘을 제공했다는 대가로 마법을 걸었다. 이 일을 그녀의 다정한 아버지가 존중했고, 아버지는 자신을 산으로 변신시켰다.
나중에 미수리나는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울고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이 아버지의 움직이지 못한 몸인 소라피스 절벽 아래에 소라피스 호수를 형성했다는 슬픈 전설이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엄청 유명한 관광지 인가보다. 돌로미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로, 이 청 푸른 호수는 여름철이면 매일 수백 명의 등산객을 끌어들인다.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엄청 멋지다. 멀리 산 아래로 풍광들이 보이고 호수 높이 솟은 바위 봉우리들이 하얗게 눈부시다.
코르티나에서 일어난 일(Accadde a Cortina)을 지은 이탈리아의 시인 에우제니오 몬탈레(Eugenio Montale)의 시가 일부분 적힌 철판 앞 에 섰다.
<늙기에는 너무 젊은>시구가 적혀 있다. ‘그곳은 우리 호수였다. 너무 어려서 늙지 않았고, 너무 늙어서 젊음을 느끼지 못한 두 생명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나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나이는 시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이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는 반복 할 수 없는 기적이다. 나이에 비하면 젊음은 비열한 기만일 뿐이다.’
나이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라는 말을 생각하며 다시 산을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은 가벼웠다. 거의 정상에 도착하는 모로코 가족을 응원했다.
대단하다. 멀리 친퀘토리, 트리치메, 앞에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올라가는 이들과 내려가는 이들에게 본조르노, 짜오로 인사를 한다. 한참을 부지런히 내려온다. 혹시 아내와 길이 달라질까봐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드디어 처음 출발점에서 만난 표지판을 만났다. 거리가 기록되어 있었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호수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아내를 만나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