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안데스의 숨결'
안데스 시리즈 제2탄 ‘페루, 안데스의 숨결’을 세상에 내놓는다. 제1탄 ‘페루, 안데스의 시간’은 안데스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명소들을 여행한 소회와 내가 2년동안 살았던 ‘모케과’에서 겪었던 일상들을 소개했었다. 하지만 이번 제2탄은 안데스 중에서도 가장 깊은 지역의 도시들, 즉 남부의 ‘아야꾸초’그리고 북부의 ‘차차뽀야’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한 소회를 적었다.
‘아야꾸초’는 안데스 남부의 잉카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탄생할 수 있게 하는 빌미를 제공한 경쟁 부족인 ‘창카’족의 근거지로 잉카제국에 점령당하기 전에는 ‘쿠스코’보다 더 무게가 있는 안데스 문명의 중심지였다. ‘차차뽀야’는 안데스 북부의 오지 중의 오지라서 잉카제국에 함락당하기 전인 15세기까지 독자적인 문명을 이루고 살아 온 종족이었다. 16세기 잉카제국에 함락당하고 곧이어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착하여 서유럽에 신비한 문명으로 차츰 알려지게 되자 서유럽의 역사학자들은 이 독특한 문명에 매료되어 여러 가지 억측과 낭설이 분분했을 정도였다. 근세에는 모험 영화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의 소재가 될 정도로 아주 신비한 문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야꾸초’와 ‘차차뽀야’ 지방의 두 종족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잉카에 정복당한 종족들로서 스페인 정복자들의 편에 서서 잉카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많은 협조를 한 종족들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자연히 우호적인 이 두 종족의 거주지인 안데스의 가장 깊은 지역에 스페인 정착촌을 가장 먼저 세우게 된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잉카 이전의 역사 유적과 잉카 시대의 역사 유적뿐만 아니라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유적들이 고색창연하게 남아 있다. 안데스 고산 내륙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여러 가지 사연을 담고 있는 유적들이 품고 있는 그 속 이야기들을 제2탄에서는 다루었다. 전문 역사학자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내가 근무한 ‘꼬아르’학교(COAR)의 역사 교사, 민속학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가능했다. ‘꼬아르’학교는 페루 정부가 진행하는 야심 찬 교육 프로젝트로 각주마다 우수 학생들을 국가의 인재로 양성할 목적으로 세운 기숙형 영재학교이다. 지적 수준이 페루에서 최상위 계층의 교사들로 포진되어 있어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안데스의 지명과 유래, 풍습 등은 모두 그 지역 언어인 케추아어로 되어있다. 케추아어는 안데스에서 사는 천만 명의 원주민들이 아직도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살아 있는 언어이지만 영어나 스페인어가 능숙한 사람도 알 수 없는 말이다. 케추아어에 능숙한 우수 교사들의 도움으로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알 수 없는 그들의 숨은 속 이야기들이기에 그리고 안데스 속살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대한 느낌들이 너무 감명 깊어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면 훗날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질 때 혹시 안데스를 여행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가치 있고 좀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